보고 끄적 끄적...2011. 1. 8. 08:36
솔직히 내가 이 걸 보게 될 줄은 몰랐다.
<잭 더 리퍼>와 함께 이상하게 끌리지 않았던 공연 <삼총사>
그런데 이걸 내가 봤다.
그것도 2010년 마지막 공연으로...
그리고 그 이유는 순전히 캐스팅 때문이었다.
달타냥 김무열, 아토스 서범석, 아라미스 민영기, 황제와 추기경 이정렬에 밀라디 서지영까지...
그러고보니 김법래씨에게 또 미안해진다.
한동안 이 양반 작품을 하도 안 봐서...
포르토스가 김법래였다면 금상첨화였겠지만 뭐 김진수도 나쁘진 않았다.
(개그맨보다는 공연 배우로 자리를 잡아가는 김진수는 아무래도 방향전환을 잘 한 것 같다)



공연을 보다 보면
관객이 즐기게 되는 작품이 있고
배우가 즐기게 되는 작품이 있다.
이 작품은 확실히 출연하는 배우들이 즐기면서 하는 작품인 것 같다.
그리고 다행스럽게 그 즐김은 관객들에게 자연스럽게 옮겨간다.
한 번 관람이라 단정적으로 말할 순 없겠지만
중간중간에 그날의 상황이나 출연 배우에 따라 애트립이 달라지는 것 같다.
그게 자주 여기 저기에서 빵빵 터진다.
거기에 소위 아이돌 스타가 공연하는 날이면
관객의 호응도는 아마도 콘서트장을 방불하지 않을까?
(아이돌 스타와 엄기준까지 제거하니 다행스럽게도 개인적으로는 선택의 폭이 많이 좁아졌다)
줄거리와 내용은?
뭐 그게 중요한가?
달타냥의 대사가 <삼총사> 내용을 통째로 담고 있다.
"정의는 반드시 살아있다!'



정말 오랫만에 무대에서 본 민영기.
이 사람 언제쯤 내 타는 갈증을 시원하게 풀어줄까?
극중 극인 오페라 장면의 짧은 부분만으로는 내 오랜 갈증이 도저히 해소될 수 없다.
이러다 조만간 민영기 금단현상에 시달릴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제발 민영기스러운 작품으로 한번쯤 컴백해주길...
기복없이 늘 최선을 다하는 서범석의 아토스는 탁월했다.
유준상과 아토스와 싱크로율이 서범석 아토스 때문에 상당히 모호해졌다.
뭐 그렇다고 그걸 굳이 확인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역시나 오랫만에 무대에서 본 서지영은 노래와 대사 전달력 모두 뛰어났다.
확실히 연륜과 무대 경험은 무시할 수는 없는 부분이다.
개인적으로 서지영은 실력보다 과소평가되고 있는 배우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앞으로 더 자주 무대에서 본인의 역량을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길 기원한다.
김아선의 무대도 오랫만이라 반가웠고...
김아선, 김우형 두 오누이 요즘 참 분발하신다.
김아선이 <지킬 앤 하이드> 초연때 김소현과 엠마 역 더블 캐스팅이었는데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까?
어쨌든 재미있다.
두 오누이가 <지킬 앤 하이드>로 바통 터치하더니 이젠 완전 결별이다.(ㅋㅋ)
공연 속에 여러 차례 나오는 검투장면은 솔직히 좀 멋있더라.
합을 제대로 맞추지 않으면 부상도 만만찮을 같은데 연습을 얼마나 한 건지 대단들하다.
맨 앞 줄에서 보면서 많이 움찔움찔했다.
(참 실감나데~~~ 실수도...ㅋㅋ) 
어쨌든 2010년 마지막 날을 <삼총사>가 재미있고 유쾌하게 마무리해줬다.
그래도 두 번 보게 될 작품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는 앰뮤지컬컴퍼니 작품은 이상하게 잘 안 보게 된다.
기관총으로 난사하듯 하나의 캐릭터에 무수한 배우를 캐스팅하고
거기다 꼭 아이돌 스타 한둘씩 넣는 스타 마케팅으로 공연장을 콘서트장으로 환골탈태시킨다.
덕분에 작품의 집중력과 완성도가 떨어지고
앙상블은 그 많은 배우들과 호흡을 맞추느라 적쟎이 고생중일테다.
더군다나 달타냥은 아예 4명이나 되고 아이돌스타 규현과 제이까지 있다.
(그런데 솔직히 난 이들이 누군지 모른다... 격세지감이랄까???)
그것도 6개월을 넘기는 장기공연도 아닌데..
그런 의미에서 확실히 <아이다>의 원캐스팅은 이변이랄 수도 있겠다.
마무리가 좀 이상해지긴 했지만
조만간에 <아이다>도 꼭 챙겨봐야겠다.
그러나... 성남은... 정말이지 참 멀다... 쩝!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1. 1. 7. 05:57
1년 만에 다시 보게 된 뮤지컬 <영웅>
참 작년에 이 작품때문에 폭풍눈물 많이 흘렸었는데...
공연 보면서 잘 우는 편이긴 하지만 <영웅>만큼 시작부터 마음을 아프게 했던 작품은 없었던 것 같다.
첫 곡 "단지동맹"에서부터 어떤 묵직한 것들이 시종일관 가슴팍을 때린다.
안중근 역에 트리플 캐스팅된 정성화, 양준모, 신성록.
내가 보고 싶었던 캐스팅은 양준모 안중근이었다.
그리고 2010년의 마지막 날 정말 백만년만에 국립극장 대극장을 찾았다.
(예전에 <불의 검>과 <라만차>가 초연 됐을때 출근도장 찍던 곳이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초연의 무대가 훨씬 마음에 들지만
양준모 안중근은 인상적이고 진심으로 다가왔다.
아주 진지하고 책임감있게 안중근을 연기하는 그의 모습은
아름답고 참 이쁘더라.
조심성있으면서도 어떤 묵직한 사명감 같은 것도 느껴졌다.
서울과 대구를 오가며 <오페라의 유령> 팬텀을 병행하는 힘든 스케쥴임에도 불구하고
그가 안중근이라는 배역에 얼마나 애정과 깊은 존경을 담고 있는지가 보여서
그 모습 자체로도 깊게 감동적이었다.
대사 하나하나를 얼마나 꼭꼮 씹어 야무지게 전달하던지...
그리고 그의 노래는,
늘 느끼는 거지만 참 거침없고 시원하다.
때로는 겁없이 덤비는 당당함이 느껴지기도...
재판 장면 "누가 죄인인가?" 에서의 당당함과 결의가 느껴졌고
"동양평화"를 부를 때는 목소리가 아득하고 잔잔하면서도 은근한 힘이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장부가"
스스로 호흡을 가다듬으며 점점 감정을 이입하는 모습과 
흔들림없이 크라이막스를 향하는 엄청난 성량에는
절로 깊은 탄성을 나오더라. 
물론 내면의 모습을 드러내는 부분에서는 (가령 1막의 왕웨이의 죽음에 절규하는 부분)
혼자서 너무 격하게 감정을 폭발시켜서 당황스럽긴했지만
연기적으로 더 다듬어지고 세공되면
확실히 꽤 괜찮은 그리고 오래동안 무대에 남을 배우가 되리라 기대된다.
30대 초반인 그에게는 앞으로의 더 많은 기회가 올 것이고
그 기회를 양준모는 영리하고 성실하게 자기 것으로 만들어갈 배우임에 틀림이 없다.
<영웅>이 다시 공연된다고 했을 때
아무 망설임없이 양준모 안중근을 선택할 수 있었던 건
아마도 오랫동안 지켜보면서 점점 커지는 그에 대한 믿음과 확신때문이었으리라.
그리고 이번에도 그는 역시나 그 믿음에 성실하게 보답했다.
점점 나는 그의 성장과 발전이 궁금해진다.
그러니 기다리고 지켜볼 밖에... 



이상은 설희는 여전히 김선영 설희를 무지 그립게 했다.
<명성황후>에서는 오히려 이태란보다 더 좋았었는데
이 공연에서는 여러가지로 안습인 모습이여서 안타깝다.
(김선영은 확실히 독보적인 아우라가 있다)
전체적으로 군무신들이 더 역동적으로 변했지만
장면 구성은 개인적으로 초연때가 훨씬 좋았다.
특히 설희와 이토의 장면은 뭉턱 짤려져 한 곳에 모여졌다.
극의 흐름을 위한 조치였겠지만 아련함과 감정변화를 보여주기엔 초연의 방식이 더 좋았던 것 같다.
굳이 설희의 흔들리는 마음을 황후까지 들먹이며 다잡는다는 설정이
어쩐지 작위적이라는 느낌이 들어서...
이미 이상은의 목소리가 충분히 비장한데
가사까지 너무 비장해주셔서 다리 위에서의 노래가
마치 설희의 장부가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재앙 수준이었던 김내관과 최재형.
아무래도 이 두 사람을 배우 장기용 한 사람이 연기한 건 불상사가 아닌가 싶다.
목소리가 너무 중후해서 구별이 안되고
그리고 목소리만으로는 내관이 곧 임금이시다. ^^
우덕순, 조도선, 유동하는 역시나 명불허전이고
(조휘가 살이 좀 많이 쪘더라... 얼굴이 훤한것이 달덩이 같아서...)
어머님 조마리아 민경옥은 또 여지없이 날 울렸다.
아마도 안중근 어머님이 살아오신대도
이 분에게 안중근 엄마 하라고 자리를 내주시시지 않았을까?
인간적인 이토 조승룡의 목소리도 여전히 너무 좋았고...
(조승룡의 '청년 장준하"를 못 본 건 정말이지 천추의 한으로 남는다...)
작년에 조승룡과 더블이었던 이희성 이토는
분노 게이지가 자주 상승되셔서 은근히 혈압 걱정을 했었는데...



확실히 <영웅>는 나에게 자족과 그침을 힘겹게 하는 작품이다.
그래서 일부러 느즈막히 관람했다.
나름데로 지름신을 피해보고자.
그리고 지금 열심히 자중하는 중이다.
그런데 솔직히 좀 힘들다. (^^;;)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1. 1. 6. 05:59

□ 공연명 : 연극 '트루웨스트'
□ 극   본 : 샘 셰퍼드

□ 연   출 : 유연수
□ 기   간 : 2010년 11월26일~2011년 2월26일
□ 장   소 : 서울 종로구 컬처스페이스 nu
□ 출   연 : 리 (오만석, 배성우, 김태향)
              오스카 (조정석, 홍경인, 이율, 김동호)
              제작자 사장 & 엄마 :
임진순

"무대가 좋다" 시리즈 그 네 번째 작품 <트루 웨스트>
어쩌다 보니 무대가 좋다 시리즈를 다 봤고
그리고 앞으로 2 작품(아트, 대머리 여가수)도 볼 예정이지만
지금까지 본 무대가 좋다 시리즈 중에서 가장 맘에 들었다.
개인적으론 오랫만에 조정석과 오만석의 연극 무대를 보는 거라서 기대가 컸다.

이상하게도 조정석은 연극, 뮤지컬 다 괜찮은데
오만석은 뮤지컬보다 연극 무대에서 보는 게 훨씬 더 잘 어울린다.
너무 진지하게 몰입해서 그런가???



반듯한 성격의 모범생 동생 오스틴과 껄렁한 양아치 형 리.
그 둘의 역지사지(?)스런 모습은 재미있고 그리고 은근히 사실적이다.
(나만 그렇게 느꼈을까?)
90분 남짓의 시간이었는데 이상하게 2시간 처럼 느껴지는 연극이었다.
그런데 더 이상한 건 그 시간이 전혀 지루하거나 길게 느껴지지 않았다는 사실.
두 형제의 사생결단을 보고 있노라니 시간도 약간 다르게 흐른 모양이다.
처음엔 오스틴 조정석의 연기에 반했고
그리고 조정석을 점점 끓어오르도록 열심히 빈정대며 부추키는 리 오만석의 연기에도 반했다.
(정말 한 대 확 때려주고 싶더라...)
난장판이 되는 형제의 모습과
똑같이 난장판이 되는 집 안의 모습을 보는 건
대리만족이자 거한 살풀이 굿 같기도 하다.
일렬로 쭉 나열되어 있던 온 동네 토스트기와
(어느 놈이 가장 바삭하게 구워지나 지켜보는 조정석의 모습이 얼마나 귀엽던지...)
자신이 밟은 토스트를 우걱우걱 씹어대던 적나라한 리의 모습.
그리고 형의 목에 전화선을 감고 죽일 듯이 조르는 오스카의 절묘한 간절함까지...
이 모든 모습을 지켜보는 건 일종의 관음적 즐거움이기도 했다.



어딘가 한 군데쯤 정상적이지 못한 가족의 모습.
오스카도, 리도
그리고 죽은 화가 피카소가 동네에 왔다며 보러 가자고 말하는 엄마까지도
일종의 정신착란의 상태에 놓여있다.
그리고 그건 모든 사람들의 일상이기도 하다.
착각을 현실로, 그리고 가보지 못한 길을 희망하고 꿈꾸는 평범한 모든 이들의 바람.
제목이 주는 느낌과 딱 맞아 떨어지는 작품이다.
2003년 영국에서 공연됐을 때는 
안전상의 이유로 앞열 3열을 모두 비워두기까지 했단다.
그만큼 두 형제의 싸움이 리얼하고 치열했다는 의미다.
원래 연극 <트루웨스트>는 전통적으로 리와 오스틴 역의 배우들이
매일 역할을 바꿔가면서 공연을 해 화제가 됐던 연극이다.
우리나라에서 초연된다고 했을 때도
이런 방식으로 공연되겠거니 기대했는데
마지막까지 나온 스케쥴상엔 크로스되는 캐스팅은 없다.
개인적으로는 좀 아쉬운 부분이다.
하긴 조정석이 형 역할을 하기엔 초동안이긴 하다.
(당췌 누가 이 인간을 32살이라고 생각하겠는가??? 넌 도대체 어느 별에서 왔니???)
그래도 서로 바꿔서 연기했다면 그 재미도 만만치 않았을까?

네 작품만에 처음으로
"무대가 좋다"에서 괜찮은 작품을 봤다.
그래서 또 다시 기대하기 시작했다.
<아트>와 <대머리 여가수>를...
(7,8년전에 봤던 권해효의 "아트"는 정말 아트였는데...)
그리고 이 두 작품에는 대중적인 스타 마케팅이 현지까지는 없다.
아무래도 나무 액터스 배우들이 요즘 바쁜가 보다.
미안한 말이지만 참 다행이 아닐 수 없다.
덕분에 좀 진중하고 충실한 작품을 보게 되지 않을까 혼자 기대하는 중이다.
그래 이제 네 작품까지 왔으면
진심으로(그리고 양심적으로다) 무대가 좋아 질 때도 되긴 했다.
늘 궁금하긴 했었다.
누구한데 좋은 무대인지가... ^^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0. 12. 21. 06:33
백만년 만에 다녀온 클래식 음악회.
5~6년 전에 예술의 전당에서 피아노 연주를 듣은 게 마지막 클래식 공연이라
어디까지나 나 때문에 조금 걱정스러웠다.
Anima 라니 여성 맴버들로만 구성됐을텐데
너무 부드럽고 유해서 혹시라도 꿈나라를 여행하지나 않을까 싶어서....



<Program - " Eight Seasons">

A. Viavldi "The Four Seasons"
   -
Concerto No. 1 in E major, Op. 8, ‘Spring’
    - Concerto No. 2 in G minor, Op. 8, ‘Summer’
    - Concerto No. 3 in F major, Op. 8, ‘Autumn’ 
    - Concerto No. 4 in F minor, Op. 8, ‘Winter’


B. Piazzolla "The Four Seasons"

    - Primavera portena (항구의 봄) 
    - Verano porteno (항구의 여름)
    - Otono porteno (항구의 가을)
    - Invierno porteno (항구의 겨울)

바로크 음악을 대표하는 비발디와 현대 탱고음악을 대표주자 피아졸라의 사계.
프로그램을 보면서 살짝 가슴이 설랬다.
바이올리니스트 조영미 교수가 제자들과 함께 만든 바이올린 앙상블이라고 한다.
조영미 3남매는 "조트리오"를 만들어서 함께 공연을 하기도 했다.
(피아니스트 조영방, 첼리스트 조영창, 바이올리니스트 조영미)
1부는 신민경, 이승연, 김유리, 최고은의 협연으로 비발디 사계를
2부는 조영미 교수가 메인 바이올린 주자로 나서 아니마 체임버와 피아졸라의 사계를 연주했다.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곡을 연주할 때는 연주자들도 부담감이 있겠구나 싶다.
아마도 협연자들이 그러지 않았을까?
이미 훌륭한 명반들도 많이 나와 있는 상항이니까...
1부는 기대했던 것보다 조금 미흡한 공연이었지만 (내가 그런 평가나 내릴 주제나 되는진 모르겠지만... ^^;;)
바이올린과 콘트라베이스, 더블베이스로만 구성된 비발디의 사계를 듣는 것도 나쁘진 않았다.
2부 피아졸라는 참 좋았다.
연주자들도 꽤 많았고 악기도 제법 많이 구성돼 풍성한 소리가 느껴졌다.
둔탁하면서 날카롭게 시작된 메인 바이올린 연주는 색다른 탱고의 느낌을 안겼다.
제일 호응이 좋았던 무대는 앵콜 연주 무대.
센스있게 크리스마스 캐롤을 연주했다.
특히나 남자 베이스 연주자 한 분이 자기 체격과 꼭 잘 어울리는 조그마한 벨들(? 무식의 소치다...)을 흔들며
흥을 돋우듯 "헤이~~!"하고 외쳐서 관객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했다.
 
한동안 너무 뮤지컬과 연극만 눈과 귀에 담았던 것 같다.
어쩌면 1부를 집중하지 못한 게 꼭 연주의 탓만은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째뜬 편식이든, 편애든 한쪽으로 치우치는 게 그닥 바람직하지 않은 일인데...
열심히 기회를 만들어서 연극, 뮤지컬을 본 것 처럼
클래식한 무대도 종종 찾아가야 겠다.

처음 가본 세종 체임버홀에서의 연주.
나쁘지 않았다.
아니 그보다 훨씬 더 좋았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0. 12. 20. 00:33
또 다시 Jekyll & Hyde의 계절이 돌아왔다.
매번 공연될 때마다 많은 사람들의 재정상태를 all kill 시킬 정도로 all in하게 만드는 문제작이다.
게다가 이번에는 제대한 조승우의 복귀작이라는 빅뱅과
류정한의 마지막 지킬 선언까지 겹쳐져서 초반부터 열띤 예매 전쟁이 시작됐다.
(그야말로 오디 컴퍼니의 광고 문구 그대로 사상 초유의 티켓 전쟁이다)
이 치열한 전쟁터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사람은 안도의 숨을 쉬고
살아남지 못한 사람은 인터넷 여기저기를 서성이며 가련한 자신의 처지를 호소함과 더불어 
누군가의 은혜로운 티켓 양도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그렇다면 나는?
현재까지는 제발 한 달에 한 번만 보자는 나름대로의 원칙을 세웠다.(그러니 제발 지키자...)
그 첫번째가 12월 14일 류정한 J & H였다.
사실 티켓 예매를 할 때 차 떼고 포 떼고 나니까 고맙게도 선택의 폭이 확실이 줄긴 했다.
일단 선민 루시는 내 취향이 아니라 차로 떼버리고
김소현 엠마는 죄송스럽게도 요즘 너무 노쇠한 목소리를 내주시기게 포로 떼기로 했다. 
(이렇게해서 정말 미안하게도 홍광호와 김준헌은 차도 포도 아닌 셈이 되고 말았다...)



공연 초반에 앙상블과 조연들의 호흡이 잘 맞지 않는다는 우려도 있어 내심 걱정스러웠다.
이미 너무 많은 사람들이 너무도 많이, 계속해서 보고 있는 J & H.
공연을 하는 배우에게도,
중독처럼 몇 번씩 관람하는 관객에게도
어쨌든 이 공연은 위험한 함정이고 치명적인 유혹이다.
생각해보면 나 역시 이렇게 얼치기 매니아를 자처하게 된 것도
순전히 2004년부터 J & H가 발단이었던 것 같다.
그전까지는  일 년에 몇 편씩 보는 게 전부였는데...
물론 지금까지 보면서 실망했던 공연도 있고 끔찍하게 소름돋았던 공연도 있다.
그래서 고운정 미운정 외에도 다른 정이 있다면 그 모든 정들이 다 들어버린 공연이다.
어쩌면 관 속에 들어있던 나를 벌떡 일으켜 세상으로 나오게 한 게 이 공연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그 고마움에 매번 애뜻한 심정이 되버리는 건지도...
매번 J & H가 오픈되면 가슴이 묘하게 아파온다.
그리고 그 아픈 마음은 또 묘하게도 공연을 보고 나면 한동안은 다독여진다.
그런 의미에서 나 역시도 항상 또 다른 의미의 이중성과 타협하고 싸우는 중인지도 혹시 모르겠다.



류정한 지킬 그리고 류정한 하이드.
다른 건 말고 그것만 생각하자.
류정한의 지킬은 다정하다. 그러나 폐쇄적일만큼 고집스럽다.
류정한의 하이드는 이기적이다. 그러나 납득이 불가능하진 않다.
류정한의 지킬은 지독히 탐미적이다. 그러나 일방적이진 않다.
류정한의 하이드는 냉혹하다. 그러나 불의하지 않다.
류정한 지킬은 순하다 그러나 결정 앞에 단호하다.
류정한 하이드는 비열하다. 그러나 비겁하지는 않다.
류정한의 지킬은 사랑스럽다. 그러나 너무 많이 외롭다.
류정한의 하이드는 잔인하다. 그러나 잔혹하진 않다.
류정한의 지킬은 섬세하다. 그러나 작게 표현하진 않는다.
류정한의 하이드는 대범하다. 그러나 손끝과 표정까지 치밀하다.
류정한의 지킬은 유하다 그러나 연약하진 않다.
류정한의 하이드는 본능적으로 파괴적이다. 그러나 근거없는 파괴는 결코 아니다.
류정한의 지킬은...
 류정한의 하이드는...
내겐 그랬다.
어찌됐든 매번 실망이 아닌 지독한 감동을 준다.
비록 그가 결정적인 노래에서 삑사리를 작렬한다고 해도
(설령 그 부분이 "This is the moment" 같은 결정적인 노래에서
 "지금 이 순간 나만의 길"이라는 결정적인 부분일지라도...)
그게 최선을 다하는 중에 나오는 실수이기에 조금도 불쾌하지가 않다.
그리고 소위 그 삑사리에 대처하는 류정한의 능숙함과 노련함이 나는 또 좋다.
(편애라고 말한다면... 그렇다! 난 그를 편애한다. 그런데 어쩔 수 없다!)


 
사실 나는 류정한이 J & H 를 다시 한다고 발표했을 때 새로운 해석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사람!
또 다시 달라졌다.
특히 하이드로 분할 때 모습은 다른 어떤 때보다도 확실히 더 거대해졌다.
더 비열해졌고, 더 파괴적이고, 더 음산해졌고, 더 대범해졌고, 더 유혹적이다.
순간순간 본성을 드러내려는 하이드를 막기 위해 애쓰는 지킬은 또 어떤가! 
안스러움과 함께 어딘가 숨겨주고 싶은 깊은 연민마저 느껴진다.
아마도 그는 "마지막"이라는 자신의 말에 지금 책임을 다하고 있는 중인가보다.
매 장면마다 그게 느껴져 나는 또 섬뜩하고 무서웠다.
이 작품을 떠나보낸다는 게 얼마나 힘들고 아픈 일인지
객석에 앉아있는 나조차도 분명히 느껴질 정도다.
처음엔 분명 지킬로 시작됐는데 류정한의 눈은 점점
한 쪽엔 지킬을, 또 한 쪽엔 하이드를 담는다.
그 눈빛 속에 치열한 싸움이 무대에서 번득이는 집요한 시선으로 드러난다.
다른 사람도 봤을까?
지킬일 때 그의 눈 속에 하이드를.
그리고 하이드일 때 그의 눈 속에 지킬을...
그닥 좋은 컨디션이 아니었던 것 같은데
눈빛은 강렬함 그 이상으로 빛났고 딕션은 어전히 선명했다. 
고요함 속 굳은 결의 뒤에 압박처럼 점점 상승되는 공포감 "The Transformation"
잔혹한 괴기스러움 뒤에 느껴지는 정당하기까지한 통쾌함 "Alive"
소름돋을 만큼 자극적이고 부러울만큼 관능적인 "Dangerous game"
"The way back"의 안타까운 절망과 피할 수 없는 마지막 선택.
섬득하리만큼 잔인한 충돌 "Confrontation"
이 모든 것들에 대해 나는 어터슨의 대사로 배우 류정한에게 말하고 싶다.
"자넨 할 만큼 했네!" 라고...
그리고 엠마의 마지막 대사까지도 빌리련다.
"이제 편히 쉬세요!"



사실은 김선영 루시의 완벽함에 대해서도
(그녀의 춤은 정말 눈부신 발전이다. 그러나 정체불명의 그 빨간 모자는 꼭 집고 넘어가고 싶다.)
조정은 엠마의 불안함 대해서도 구구절절 말하고 싶지만
(전체적으론 엠마에 잘 어울리긴 하지만 성량이 확실히 딸린다. 
 지고지순함도 느껴지지만 왠지 새침떼기 같다는 생각도 든다.)
오늘은 류정한, 그에 대해서만 말하련다.
어쩐지 그래야 할 것 같아서...
(이미 할 말은 다 해놓고... 쯧쯧!)
아, 참! <스위니 토드>의 비델리 "정현철"을 오랫만에 무대 위에서 만나서 반가웠다.
스트라이드와 스파이더 1인 2역을 하느라 너무 바빴겠다.
(그전까지는 세비지경과 스파이더가 1인 2역이었는데...)
그런데 두 인물의 목소리가 너무 비슷해서 개별화에는 아무래도 실패한 것 같다.
그리고 주교님과 프룹스는 같은 미용실에서 머리를 볶으신 모양이다.(솔직히 도플갱어인줄 알았다)
새로운 곡 "I need to know"가 추가돼서 기대를 했었는데
(예전에 J & H 내한공연에서 브래드 리틀이 이 노래를 불렀을 때 너무 좋았던 기억이 있어서...)
물과 기름같이 동떨어진 넘버라 정말 깜짝 놀랐다.
너무 많은 내용을 가사에 꾸겨넣어서 랩도 아닌 정체불명이 노래가 되버렸다.
차라리 이 곡을 빼고 예전처럼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애드립같은 코믹 요소가 많이 등장한 건 좀 거슬렸다.
단정해지고 깔끔한게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또 다시 Jekyll & Hyde는 나를 수다쟁이로 만들어버렸다.
그래서 다들 그렇게 말하나보다.
"첫 정이 무섭다"고... ^^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0. 12. 11. 05:50

"판소리, 세계를 만나다"

피아노 연주자이자 작곡자인 임동창이 10년의 칩거를 마치고 돌아왔다.
특유의 환한 웃음과 함께...
<本-Born-Burn>
한국판페라단(단장:오지윤) 주최로 12월 4일, 5일 이틀동안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열린 이 공연은,
열악한 공연장 환경에도 불구하고 썩 괜찮은 공연이었다.

"판페라"...
어딘지 낯설고 어색한 단어다.
판소리와 오페라 (Pansori+Opera)의 조합어.
한국의 전통의 소리에 클래식한 오페라를 접목한 새로운 시도라고 하겠다.
정체불명의 퓨전 비빔밥을 보게 되는 건 아닐까 잠깐 걱정하기도 했지만 그러기에는 임동창의 열정과 깊이가 크고 깊다.
그의 "산사 음악회"를 기억하는가!
개구진 얼굴에 다정한 사투리가 남아있는 그의 말은 듣고 있는 것만으로도 미소를 짓게 한다.
그리고 섬세하고 서정적인 피아노 연주들...
오랫만에 그의 연주를 직접 들을 수 있다는 게 내겐 제일 큰 이슈이자 기쁨이었다.

국악의 세계화...
공연을 보면서 이 정도라면 시작이 나쁘지는 않다고 공감하고 안심했다.
꼭 글로벌이란 단어를 굳이 네세우지 않더라도 충분히 신선하고 아름다운 공연이었다.
임동창.
재즈 피아니스트에서 국악 피아니스트로의 변신(?)
10년의 긴 칩거를 마치고 2010년 7월 창작곡집 발표와 함께 그가 돌아왔다.
그리고 그 첫 무대를 명창 오지윤과 크로스오버 테너 임태경과 함께 했다.
10년 동안 그가 꿈꾸었던 건 무엇이었을까?
그는 말했다.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라고...



1부(東), 명창 오지윤의 "심청가"
2009년 12월 29일 서울 남산 국악당에서 총 4시간 30분 동안 심청가 완판독창회를 했던 명창 오지윤.
소리를 잘 모르는 문외한이지만
판소리완창이란 단어를 들으면 덜컥 무섬증이 인다.
비록 한시간 남짓이었지만
이렇게 오랫동안 한자리에 앉아 판소리를 들어봤던 적이 있던가?
적어도 나는 처음이다.
45인조 오케스트라의 연주와 함께 듣는 심청가는 절묘하게 아름답다.
탁성에 가까운 사람의 소리와
그 소리를 뒷받침하던 오케스트라의 선율.
뭐 특별한 게 있겠냐며 듣고 있다가 솔직히 화들짝 놀랐다.
의외로 맞춤옷을 입고 있는 것 같아서...
북, 거문고, 가야금, 해금, 아쟁, 대금
국악연주자들의 그야말로 신들린듯한 연주는
탄성과 박수를 절로 자아내게 한다.
다섯명이 차례로 독주할 때는 신명도 나고 무지 애도 탔다.
국악기의 소리는 아무래도 사람의 육성 그대로인 것 같다.
정말 다섯개의 국악기가 서로 다른 목소리로 말을 하더라.
(특히 해금 소리를 오래 잊지 못할 것 같다. 꼭 숨겨놓고 몰래 듣는 연인의  말소리같다...)



2부(西)
임동창의 피아노 반주만으로 크로스오버 테너 임태경이 앵콜까지 전부 다섯 곡의 노래를 불렀다.
지금은 뮤지컬 배우로 더 알려져버렸지만
임태경의 처음 연주를 알고 있는 나는 솔직히 요즘 그의 음색 변화가 많이 속상하고 안타깝다.
그의 목소리는 하나만으로도 완벽한 하모니였고 연주였는데...
그래도 근래에 들었던 그의 음색 중에서는 제일 편안해서 다행스러웠다.
양중해의 시에 임동창에 곡을 붙인 <동백아래에서>는 참 좋더라.
본격적인 무대에 해당했던 3부(和), 4부(合).
판소리와 서양음악을 오지윤과 임태경이 몇 소절씩 번갈아 부르는데
어색한듯 하면서도 의외로 꽤 잘 어울린다.
재미있다. 이런 느낌, 이런 시도...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판소리 "쑥대머리"와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의 "A time for us"가 이렇게 서로 잘 어울릴 줄...
너무나 귀염성있는 두 명의 나레이션으로 시작된 4부,
"1300년의 사랑이야기"
두 대의 바이올과 한 대의 콘트라베이스
그리고 임동창의 피아노.
오지윤과 임태경은 구음으로만 노래한다. 아니 이야기한다.
확실히 이 곡 속에는 이야기가 있고 그리도 대사가 있다.
공연을 준비하면서 임태경은 말했었다.
... 동양의 것고 서양의 것, 남자의 소리와 여자의 소라, 이렇게 극과 극으로 다르리라고 정의되는 것이 어떻게 어우러져 하나가 될 수 있는지, 그러므로 결국 음악은 하나다라는 깨달음을 공유랄 수 잇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 

음악은 다르지 않다.
소리는 다르지 않다.
느낌은 다른지 않다.
음악과 소리는 마음이고 대화고 눈맞춤이고 살부빔이다.
현란하고 화려한 기교의 사운드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어쩌면 임동창은, 함께 연주했던 그 모든 사람들은
"쉼"을 주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겟다.
참 잘 쉬었다고... 그래서 다정해졌노라고...
그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동백언덕에서
                        -양중해

십년 뒤에
동백언덕에 갔더니
동백꽃은 예전대로 붉게 피었구나

전에 봤던 얼굴 기억해 두었다가
어찌 혼자 왔느냐
무슨 일이 있었느냐는 것이 아닌가
그렇고 그렇더라고 했더니
어찌 그럴 수가
어찌 그럴 수가

슬픈 것은 난데
동백꽃들끼리 일제히 울음을 터트린다

십년 전
내가 동백언덕을 찾아가던 사연을
아무도 모르는 줄 알았는데
동백꽃들은 이미 알고도
모르는 척 하고 있었더구나!


참 좋은 시였다.
아! 그리고 3부와 4부 사이에 임동창의 피아노 독주 "4월의 신부"도...
음악을 만드는 사람은 참 행복하겠다.
듣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좋은데...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0. 12. 10. 05:50

<뮤지컬 엣지스>

원작: 벤제이 파섹, 저스틴 폴
연출: 변정주
극작: 류용재, 윤혜선
기간: 2010.11.23 ~ 2011.1.16
장소: 대학로 더굿씨어터
출연: 강필석, 최재웅, 최유하, 오소연


오랫만에 강필석의 무대를 봤다.
<틱틱붐>을 보려고 했는데 놓쳐버리고...
솔직히 제목만으로는 그리 끌리는 작품은 아니었다.
그런데 강필석, 최재웅 두 배우를 함께 볼 수 있다는 게 선택의 가장 큰 부분으로 작용했다.
모자이크 형식의 이야기.
스터디셀러 <아이 러브 유>를 떠올리게 한다.
평범한 젊은이들의 고민과 고백들.
그런데 나는 왜 이렇게 낯설고 어색하지?
원래는 송쓰루 뮤지컬이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대사가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그냥 원작처럼 송쓰루로 갔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등장인물조차도 배우들의 실명 그대로 사용해서 나름데로 친밀하게 다가가게 한 것 같은데
그게 이상하게 솔직하게 다가오는 게 아니라
작위적으로 다가온다.
중간중간 인터넷이나 현장에서 쓴 고민을 소개하는데
그게 또 물위에 기름이 뜨듯 이질적이다.
단지 소개한다는 의미 밖에는...
그걸 관객의 참여라고 과연 할 수 있을까????
관객들의 호응도 생각만큼 즉각적이고 원활하지 않아 배우들도 참 힘들겠다 싶다.

 

반복되는 직장 생활에 질린 남자,
여기저기 면접을 찾아다니는 취업 장수생인 여자,
좋은 남자를 만나 결혼하고자 하는 맞선녀,
인터넷에 빠져 가상의 모습과 헷갈리는 컴퓨터 중독남,
이렇게 네 사람으로 시작되고 끝나지만
그 중간중간은 실제와 배역 사이를 왔다갔다하면서 좀 산만하게 진행된다.
88만원 세대로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담았다는데
꿈, 사랑, 실수... 등 그냥 평범한 이야기들 뿐이다.
뭐랄까? 포인트가 될만한 이야기가 없다는 게 흠이라고나 할까?
원케스팅으로 작품의 집중력을 높인건 정말 좋았는데...
(좀 걱정은 된다. <건메탈 블루스>, <더 씽 어바웃 맨>처럼 비운의 운명이 될까봐...)  
변정주 연출이 말했다.
“만약 캐스트가 많았다면 작품이 이렇게 나오긴 힘들었을 거다.
작품에 나오는 내용들이 본인들의 입에서 직접 나온 것이 많았다.
원캐스트여서 배우들도 자신을 벗고 보여줬기에 작품이 나왔다고 생각한다”고
독특한 컨셉이 장점이 될수도 있겠지만 그게 단점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어려운 여정이 되겠지만 부디 진화를 잘 시키기를...



기억에 남는 뮤지컬 넘버들이 꽤 있다.
가령, 네 배우가 함께 부른 "가면을 벗어"라는가
최재웅이 부른 "어머니"
(이 노래 가사가 참 좋다. 그리고 최재웅의 음색이랑 잘 어울린다)
강필석이 조그만 인형 두 개를 가지고 부르던 동화같은 노래,
(이 노래를 부를 때 강필석의 표정과 목소리 참 좋다)
그리고 최유하가 캣우먼스러운 복장으로 지나간 연예 편력(?) 노래 "이젠 안녕" 도 괜찮았다.
최유하, 오소연 두 사람이 연인으로 나와서 부른 "너는 나를 믿어야해"도
여자 두 사람의 하모니가 안정적이고 특별했다.
마지막에 나오는 "난 무엇이 될까?(become)"는 시작과 마지막 부분이 대비되는 느낌이 들면서
묘한 분위기는 남기더라.
그리고 무대 창문과 벽면에 보여지던 영상도 분위기와 아주 적절하게 어울렸다.
소극장 공연인데 에피소드에 따라 배우들의 의상도 자주 바뀌었고
4명으로 구성된 밴드의 라이브 연주도 장점이라 하겠다.
조목조목 따지고 들어가면 나쁘지 않은데
이상하게 전체적으로는 조화가 잘 되지 않는다는 게
좀 아이러니다. 



꿈, 사랑, 실수, 어머니. 다시 사랑...
아마도 너무 많은 흔한 이야기를 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산만하다고 느껴진 건.
아니면 이런 이야기에 공감하기엔 내가 너무 무덤해진 건지도 모르고...
가끔은 그럴 땐 조금 서글퍼지기도 한다. (*^^*)
그래, 그냥 독특했다라고 기억하자.
엣지있게 ^^
확실히 오랫만에 무대에서 본 강필석의 목소리는 반가웠다.


                                           <Become> - 강필석, 최재웅, 최유하, 오소연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0. 12. 3. 05:49
 
<염쟁이 유씨>

극 본 : 김인경
연 출 : 위성신, 박정석
출 연 : 유순웅, 임형택, 정석용
일 시 : 2010.11.10 ~ open run
장 소 : 대학로 이랑씨어터


2004년 청주에서 초연돼서 연극계에 무명의 유순웅을 알린 작품이다.
3년 전쯤인가 대학로에 봤던 연극을 정말 오랫만에 다시 관람했다.
1인 모노극.
원만한 내공과 집중력이 없다면 90분의 시간을 꽉 채운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닐테다.
7년 동안 "유순웅"이란 배우에 의해 공연된 이 작품이
이번엔 임형택, 정석용까지 가세해 1년 간의 대장정을 시작했다.

캐스팅 공지가 안 돼서 공연장을 찾아가면서도 누굴까 궁금했는데
초반부는 아무래도 유순웅 배우가 이끄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무척 다행이었다.
유순웅 배우의 염쟁애 유씨를 꼭 다시 보고 싶었던지라...



망자를 염하고 입관하는 그 모든 과정들,
엄숙하고 낯설고 그리고 조금은 두렵고 아득한 절차들이
이 연극 속에서는 일상처럼 그대로 녹아있다.
삶과 죽음은 서로 가깝다지만 산 자들에겐 여전히 멀게만 여겨지는 죽음.
그래서 엄숙하고 안타깝다.
낯선 장례 용어들.
시신의 팔다리를 주물러 펴주는 "수시"부터
시신을 누위는 "시상판"과 숨물을 빼내는 "칠성판",
시신을 몸을 씻기는 "향탕수", 시신의 입에 구슬이나 불린 쌀을 넣는 "반합"
시신에 수의를 입히는 "소렴"과 소렴이 끝난 시신을 대렴포에 감싸서 입관을 하는 "대렴",
이 모든 습염(염습)의 장의절차은 낯선 이국으로의 여행보다 오히려 더 생경하다.
과장되고, 부장되고 사장되고 회장되도 결국은 송장으로 마감하는 게 세상이라고 말하는 염쟁이.
그가 말한다.
사람들이 다 잘 살려고 하는 이유가 뭐겠냐고.
다 잘 죽으려고 하는 게 아니겠느냐고...



7년 내공의 유순웅 배우는 능수능란한 광대가 되어
걸판진 모노극 한판을 90분 동안
때론 장엄하게, 때론 절절하게, 때론 유머러스하게 놀아난다.
배우에 의한 일방적인 모노극이 아니라
관객 전체를 아울려 문상객으로 만드는 한판 어울림이기도 하다.
전국을 유랑한 7년의 시간동안
대본 수정이 거의 없었다는 것도 이 극의 탄탄함을 알게 한다.
그리고 배우의 손놀림 하나까지도 정성스럽다. 
특히나 소렴이 끝난 망자의 몸을 대렴포로 감싸는 모습은
흡사 종교의례를 보는 듯 성스럽기까지 하다.
1인 15역의 변화무쌍함은
동일인이면서 타인을 보기에 충분했으며
그 모든 모습 속에 하나의 인간을 들여다 보게 한다.
이 연극이 보여주는 건,
살고 죽는 게 아니라 "삶" 그 자체였음을 거듭 깨닫게 되면서...
아버지이자 아들이자 조폭이자 귀신이자 장사꾼 염장이자 치매 아비의 관을 앞에 둔 자식들.
이 모든 아귀다툼스러운 모습이 다 나였으며, 내 삶의 축소판이었다.
문득 부끄러워진다.
그래서 그만 창피해져버렸다.



...... 죽어서 땅에만 묻히고 살아남은 사람들의 가슴 속에 묻히지 못하면, 그건 헛 죽는 거여.
또 살아남은 사람들도 한 사람의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이냐 하는 문제는 중요한 거야
가슴 속에 안아 담느냐, 그냥 구경거리로 흘리느냐,
억울한 죽음을 앞에 두고 구경꾼처럼 보는 사람들은
결국에는 자기 죽음도 구경거리가 되고 마는 거네 ......
염쟁이 유씨는 말한다.
죽음을 준비한다는 것은 남아있는 삶을 좀 더 의미있고 뜻깊게 살겠다는 다른 표현이라고.
아비의 시신을 첫 염으로 시작해서
아들의 시신을 마지막 염으로 마무리하는 염쟁이 유씨. 
깨끗이 씻겨 입관을 마친 아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한다.
"죽는 다는 건 말이다. 생명이 끝나는 거지, 인연이 끝나는 게 아니거든"
산다는 건,
누군가에게 정성을 쏟는 거란다.
그러니 죽는 것 무서워들 하지 말라고.
죽는 것 보다 잘 사는 게 더 힘들고 어려운 법이라고...

"편히들 가시게~~~"
아들의 입관에 함께 해준 문상객에게 남긴 유씨의 마지막 말이
꼭 이 다음에 생을 마감할 때 그렇게들 하라는 당부같아 가슴이 뻐근해진다.
편안히 갈 수 있게 잘 살라고...

나는 지금 무엇에 정성을 쏟고 있는가?
내가 내게 묻는다.
진심으로 편안하게 가고 싶다고....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0. 11. 19. 08:25



윤소정, 박지일, 이호성, 길해연, 서은경.
이름만으로도 가슴이 뛰는 배우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연극 <33개의 변주곡>
2009년 3월 미국 "유진 오닐" 극장에서 초연됐을 때 
여주인공 캐서린 역을 제인 폰다가 분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작품은 그 해 토니상 5개 부분에 후보로 올랐고 아쉽게도 무대디자인 상만 수상했다.
무대는 확실히 상을 받기에 충분할만큼 독창적이고 아름답고 실용적이다.
그리고 작품은...
무대보다 훨씬 멋지다.
연극은 캐서린의 죽는 순간까지 연구했던 베토벤 논문 서문으로 시작된다.
(이 말은 베토벤의 말이기도 하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의 기원에서 시작해봅시다.
어떤 것이 어떻게 생겨나게 되었는지에서 시작합시다.
왜 그런 방식으로 생겨나게 되었으며
어떻게 현재의 모습이 되었는지...




디아벨리 왈츠를 주제로한 베토벤의 테마가 있는 33개 변주곡.
이 변주곡은 베토벤의 변주 기법를 집대성한 작품이자
바하의 골든베르크 변주곡과 함께 변주곡 최고의 작품으로 손꼽히는 작품이란다.
연극을 보고 일부러 그 변주곡 전체를 찾아서 들어봤다.
베토벤의 33개 변주곡은 총 4개의 구조로 나뉜다.
(연극에서 베토벤으로 분한 박지일이 열정적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1. 발전군 : 제 1 변주 ~ 제 10 변주
2. 코트라스트군 : 제 11 변주 ~제 20 변주
3. 스케르쪼군 : 제 21 변주 ~ 제 28 변주
4. 피날레군 : 제 29 변주 ~ 제 33 변주

디아벨리의 왈츠는 50초 가량의 비교적 짧은 곡이다.
베토벤은 이 왈츠의 리듬을 가지고 총 50분이 넘는 변주곡을 만들었다.
베토벤은 처음엔 디아벨리의 왈츠를 "구두 수선공의 헝겊조각(cobbler's patch)"이라며 폄하했단다.
그러나 마음을 바꿔 무려 4년의 시간동안 이 변주곡에 집착해 33개의 변주곡을 만들었다.
왜 베토벤은 디아벨리의 왈츠에 집착했을까?
음악학자 캐서린 브랜트(윤소정)는 지금 그 부분을 추적하고 있는 중이다.
서서히 화석이 되는 루게릭 병을 진단받고서도 말이다.
캐서린은 급기야 딸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베토벤의 스케치가 남아있는 베토벤하우스로 날아간다.
독일의 본으로... 그것도 혼자서..
캐서린의 집착과 베토벤의 집착은,
놀랍도록 닮아있다.



현재와 19세기가 한 무대 위에서 공존하는 모습은
이 연극의 대사를 그래도 빌려 표현하자면,
"여기서부터 용들이 산다!"
딱 그렇다.
베토벤 문서연구소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 장면에서 천정의 조명이 순차적으로 내려오는 모습,
악보를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스크린에 비쳐지던 베토벤의 실제 스케치들.
그리고 무대 한 켠에서 라이브로 연주되는 디아벨리 변주곡들.
어떤 형태로 두 세계를 보여줄까 궁금했는데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깔금하고 매력적이다.
도저히 산만할 틈조차 없다.
무대에는 악보들로 빽빽하다.
시간을 가르는 것 같은 커다란 테이블.
시각적인 장치들이 너무 커서 배우들의 연기를 왜소하게 만든다는 평도 있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나는 전혀 그렇지 않는다.
왜소해지기에는 배우들의 열정이 너무 대단했다.
특히 캐서린 윤소정씨.
대상포진을 앓고 있다고해서 걱정했는데 그 걱정이 무색할만큼 아름다웠다.
지난 봄 <에이미>를 보면서도 감탄했는데 이번 역할도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어떻게 그 많은 대사들을 그렇게 자연스럽게 할 수 있을까?



원작자 모이시스 카프먼은 작가 노트에서
이 희곡에는 무대 위 등장인물 외에 2명의 등장인물이 더 있다고 말했다.
하나는 음악이고, 다른 하나는 극에서 영상으로 나타나는 베토벤의 오리지널 스케치들.
영상을 보면서 잠깐 소름이 돋았다.
그냥 그 천재성이 섬뜩함으로 다가왔다고 할까?

"이 희곡은 디아벨리 변주곡의 탄생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토대로 하지만 나는 이 이야기를 허구의 관점에서 들여다보려고 했다. 따라서, 이 작품은 역사적 사건의 재구성이라기보다는 삶의 한순간에 대한 일련의 변주라 하겠다."  -    모이시스 카우프먼 메모

묘하게 연결되는 장면 전환들도 상당히 좋았다.
무대 위에 7명이 전부 나와서 서로 중첩되는 대사를 하는 장면은
와, 정말 황홀하더라.
내겐 그 순간이 베토벤과 캐서린이 동일화되는 장면처럼 느껴졌다.
연극을 보기 전에 캐서린과 베토벤이 대화를 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이 장면 덕분에 실제로 두 사람이 대화하는 모습이 오히려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기원""변모"
나는 이 연극을 두 단어로 말하고 싶다.
그리고 그 두 단어의 합일은 바로 "예술"이다.
케서린은 "예술"을 통해 베토벤과 딸 클라라를 이해하게 되고
딸 클라라 역시 "예술"을 통해 엄마 캐서린을 이해하게 된다.
그러니까 이 연극은 "과정"을 보여주고 싶었던거다.
기원을 쫒는 과정, 그리고 변모해가는 과정.
그래서 천재성이 번득이는 "예술"이 탄생되는 과정.
그야말로 여기서부터 용들이 산다...



연극의 스토리텔러가 캐서린에서 베토벤으로 그리고 클라라로 전환되는 것 역시도
하나의 변주였음을 연극을 다 본 후에 깨달았다.
그리고 날조된 기록을 남긴 베토벤의 비서 쉰들러도
비엔나의 50인 음악가에게 변주곡을 의뢰한 악보 출판업자 디아벨리도,
그리고 클라라의 연인 마이크와 베토벤 하우스의 거투루트까지도 전부 하나의 변주였음도...
그러니까 모든 사람의 삶은 전부 "변주"인거다.
그렇다면 이제 확실해진 거 아닌가?
삶은 충분히 아름다운 과정 속에 있다.

연극 <33개의 변주곡>
내게 참 다양하고 광범위한 아름다움을 남겼다.
아무래도 이 작품...
오래오래 간직될 것 같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0. 11. 13. 05:54

연극 <프루프>

장 소 : 대학로예술마당 3관
기 간 : 10월 12일(화)~12월 12일(일)
극 본 : 데이비드 어번

연 출 : 이유리
출 연 : 로버트 - 남명렬, 정원종, 
         캐서린 - 윤지, 강혜정 
         클레어 - 하다솜, 김태인
         해롤드 - 김동현



나무 액터스와 악어 컴퍼니의 야심작(?)
"무대가 좋다" 시리즈 세 번째 작품이자
타블로와 결혼 후 아기를 낳고 한동안 쉬고 있던 강혜정의 복귀작 연극 <프루프>
그러나 난 이윤지 캐서린을 선택했다.
2 년 전에 김지호와 남명렬이 부녀로 나왔던 <프루프>를 보면서 그 느낌이 얼마나 좋았던지...
그때 이 작품을 보면서 김지호가 나이가 좀 더 어렸다면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을 했었다.
김지호 자체는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연기를 잘했었고 집중력도 놀라웠었다.
단지 그녀가 25살로 나오는 게 나홀로 어색했었는데...
그래서였는지도 모르겠다.
이윤지의 캐서린을 선택한 건.
그리고 왠지 그녀는 똑 부러지고 야무지게 연기를 할 것 같았다.
아버지 로버트역은 전혀 망설임이 없이 배우 남명렬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무대 위에서 존재감 있다는 표현,
배우 남명렬만큼 적절하게 들어맞는 경우가 또 있을까?
그의 딕션과 톤은 가히 환상적이다.
연극을 보는 내내 나는 로버트가 내 아버지가 아니라는사실에 불같이 질투가 났다.
(이게 말이 되느냐 말이다)



천재 수학자 로버트는 20대에 이미 학계가 깜짝 놀랄 수학적 업적을 남겼다.
그러나 그 천재성이 오히려 그에게 견디기 힘든 독이었을까?
말년은 정신분열 증세와 불안장애로 혼란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캐서린의 보호를 받으며...
아버지의 수학적인 천재성을 물려받은 캐서린은
아버지를 돌보기 위해 학업도 포기한다.
...... 캐서린은 분명 내 삶을 구원해주었다. 
       그 아이의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나는 결코 그 아이에게 보답하지 못할 것이다 ......

캐서린의 21살 생일에 쓴 로버트가 일기.
문득 두 부녀의 관계에 또 다시 질투가 난다.
로버트에게 딸 캐서린은 어떤 의미였을까?
그리고 연극은 우리에게 무엇을 증명하고 싶었던 걸까?
우울증마저도 너무나 수학적인 딸 캐서린,
아버지 로버트는 혼자 남겨진 그 딸에게 환영으로라도 나타나
새 삶을 시작할 힘을 남겨주고 싶었는지도 모르겟다.
네 삶에 새로운 삼페인을 스스로 떠뜨리라고...
스스로를 죽은 사람임을 인정하면서 퇴장하는 아버지의 탈육체화된 모습을 보면서
난 그 어떤 실체보다 더 현실적으로 만져지는 로버트의 존재감를 느꼈다.
마지막 유산, 혹은 찬란한 유산이라는 식상한 표현이라도 꼭 해야할 것 같다.
부재가 분명한 한 사람이 버젓이 현실로 변하는 그 시점.
아버지는 딸에게 모든 걸 주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늘 모녀관계에만 익숙했는데 무대에서 만나는 부녀관계는 참 뜨겁고 사랑스럽고
그리고 안타까움의 연속이었다.
부녀의 사랑은 할과 캐서린의 사랑마저도 유치하게 만들어 버린다.
그리고 캐서린과 클레어의 관계까지도.
캐서린은 정말 그랬을까?
아버지의 천재성이 가장 번득이던 20대 중반,
지금 그 나이를 지나야 하는 자신에게도 혹시 아버지의 정신병이 유전되는게 아닐까 불안했을끼?
작품 속에서는 그런 뉘앙스가 아주 많이 풍기지만
난 결코 아니라도 말하련다.
딸이자 보호자이자 협력자이자 간병인이었던 캐서린.
그 부녀의 관계는 무엇으로도 증명될 수 없고
그 누구라도 감히 끼어들 여지가 없다.
연극은 마치 그것을 증명하는 어렵고 난해한 공식 같다.


연극 <프루프>는 영화 <뷰티풀 마인드>의 천재수학자 존 내쉬와 그의 가상 딸을 소재로 쓰여진 작품이다.
2001년 드라마부문 퓰리처상과 토니어워즈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데이비드 어번의 극본은 아름답고 치밀하다.
아쉬움이 있다면 부녀를 제외한 다른 두 사람이 이질적으로 느껴졌다는 점이다.
언니 클레어 역의 하다솜은 너무 신경질적이여서 오히려 정신과적인 진료를 받을 사람은 캐서린이 아니라 바로 그녀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2년 전 봤던 클레어는 이지적으로 도시적인 느낌이 강했었는데...
초반에 캐서린과 머리 영양제(?)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는 마치 미장원 종업원이 손님에게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열심히 강매하는 느낌까지 들더라.
그리고 그 옆에서 손톱 손질하면서 함께 수다떨기에 딱 제격이었던 캐릭터 할까지!
목소리와 외모에서 지석진을 떠올리게 했던 김동현 할은,
아무리봐도 수학자같은 이미지는 아니여서 보는 내내 당혹스럽웠다.


클레어와 할 덕분에
순간순간 이 연극이 이렇게 수다스러운 작품이었나 생각했다.
(놀랍도록 새로운 경험이었다)
이윤지 캐서린은...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앗다.
목소리 톤이 급작스럽게 변한다거나 과장되게 표현하는 부분도 있었지만
첫 연극 무대라는 걸 감안한다면 앞으로의 모습도 기대가 된다.
2시간 동안 이야기를 끌고 나가야 하는 캐서린.
그 역할을 한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을텐데...
과거와 현재를 오가면서 끊임없이 감정의 변화를 조율하는 일도 쉽지 않았으리라.
스스로도 어느정도 대견해하고 있지 않을까?
젊은 배우들의 연극 무대 도전!
지금까지 "무대가 좋다" 시리즈 중에서 개인적으로는 가장 좋았던 작품이다.



"다 됐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위험한 때야!'
연극 속에서 논문 초고를 들고 찾아온 할에게 로버트가 던진 말이다.
모든 증명의 완성은 항상 이런 반추가 아닐까?
살면서 우리가 증명해야 하는 모든 것들에게 마지막으로 던지는 화두!
그게 사랑이든, 학문이든, 집착이든, 두려움이든. 정신병이든,
다 됐다고 생각하는,
가장 위험한 그 때를 지나오는 증명만이
오직 위대하고 완벽한 증명이 될 수 있듯이...

한 편의 연극을 보고...
어쩌자고 또 다시 이렇게  멀리 와버렸는지...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