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후 끄적끄적2011. 9. 22. 06:41
오전에 괴레메 야외박물관을 다녀온 후
카파도키아 명물이라는 치킨 항아리 케밥(Pottery Kebap)을 먹고 우치히사르 성채를 향했다.
"뾰족한 바위"라는 뜻을 가진 이 곳은 단 한개의 거대한 바위로 된 성채로
(말이 바위산이지 그 크기가 실제로 보면 어마어마하다.)
로마의 핍박을 피해 기독교인들이 숨어살던 곳이다.
예전에는 마을과 연결된 지하 터널까지 있었다니 그 규모와 은밀함이 어느 정도인지 상상이 안된다.
괴레메 오토갈에서 네브쉐히르행 돌무쉬(2TL)를 타고 10여분 정도 간 후에 내려서 걸어갔다.
카파도키아의 특이한 지형은 수억 년 전에 생겨난 엘제스 산의 분화로 인해 만들어진 것이란다.
화산재와 용암이 층층히 쌓이고 그 위에 비바람의 침식작용이 계속되면서
지금과 같은 특이한 모습의 바위산들이 형성됐다.
 



바위 표면에는 수많은 구멍이 뚫려 있는데 전부 비둘기 집이다.
여기에 있는 비둘기 똥을 모아 포도밭의 비료로 사용했단다.
비둘기 둥지 입구에는 붉은색 페인트가 칠해져있는데 비둘기가 붉은색을 좋아하기 때문이라나!
입장료(5TL)를 내고 성채 안으로 들어갔다.
밖에서 볼때는 언제 올라가나 싶었는데 막상 오래 걸리지도 않고 별로 힘들지도 않았다.
(카파도키아에서의 3일은 강도 높은 트레킹의 연속이라 이 정도쯤은...)
우치히사르 정상은 카파도키아 일대를 조망하기 가장 좋은 장소다. 
시원한 바람과 함께 눈 앞에 펼쳐지는 그 유명한 360도 괴레마 파노라마의 비경이란!
(괴레메 파노라마 : 계곡 한쪽 면에 하얗고 매끄러운 바위 표면의 물결이 펼쳐져 있는 곳)
그리고 정상에서 만났던 두 아이.
빨간색 터키 국기 아래 꺄르르 웃으며 뛰어다니는 게 어찌나 귀엽고 천진하던지.
터키의 아이들은 살아 움직이는 인형같다.
여러가지 이유로 카메라가 무지 바빴던 곳.



우치히사르 성채에서 바라보는 석양이 멋있다는데
저녁에 로즈벨리가 예정된 상태라 아쉬움을 뒤로 하고 내려왔다.
성채 아래 기념품 파는 곳에서 조카녀석에게 줄 터키전통인형 하나도 샀다.
카파도키아가 터키의 다른 지역보다 부담없는 가격으로 기념품을 살 수 있는 곳이라고 하는데
무게가 감당이 안 될 것 같아 연세 많으신 할머니가 파는 전통인형 하나(3TL)로 만족했다.
(여행하다보면 제일 무서운 게 짐이 늘어나는거다.)
괴레메 마을까지 1시간 가량의 길을 걸어서 내려왔는데
땡볕을 그대로 머리 위로 받으며 걸어야해서 힘들긴 했지만
주변 풍경이 황홀할만큼 아름다워서 다 참을 수 있었다.




오도칼에 도착하자 날 맞아주던 정말 이쁜 반달 ^^
생각해보니 터키에 있는 동안 정말 징글징글하게 많이 걸었다.
한국에서라면 아마도 진즉에 다리가 사단이 났을테지만
별로 힘들거나 아프지 않아 스스로도 의아해했었다. 
걸으면서 아무 곳에서 카메라를 들이대도 그림같은 사진이 나오던 터키!
(순전히 내 생각에 불과할지라도...)
그래서 이렇게 주저리주저리 세세하게 기록하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다.
최대한 오해 기억하고 싶어서.
최대한 많이 간직하고 싶어서.
이 기록이 끝날때쯤 비로소 내 터키 여행도 끝이 날까?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1. 9. 21. 06:31
새벽에 일어나 Balloon Tour를 마치고 다시 숙소로 돌아와
푸짐하기로 유명한 이쉬타르의 아침을 먹었다.
열 개도 넘는 과일과 빵이 나오는 이쉬타르의 터키식 아침은 한국에서 아침을 그냥 넘겼던 내 위에도 부담스럽지 않았고
솔직히 아침 한끼만 먹어도 하루 종일 든든하다.
식사를 하면서 뒤늦게 시작했는지 8시 30분이 넘었는데 balloon이 한 두개 떠있었다.
지금 저 위에 있는 사람들도 밑에서 보는 사람들만큼이나 황당하겠구나 싶어 안스러웠다.
백여개가 넘은 balloon이 일제히 하늘 위에 떠 있어야 하는데...
참 뻘쭘하고 서로 민밍한 광경.


아침을 먹고 괴레메 오토갈을 지나 야외박물관(입장료 15TL)까지 물 한병을 들고 걸어올라갔다.
로마와 이슬람의 핍박을 피해 숨어든 기독교인들이 만든 거대한 성채들.
그 밀집된 동굴교회를 그대로 박물관으로 만든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이곳에 1년 365일을 뜻하는 365개의 동굴교회가 있다니 그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놀라울뿐이다.
곳곳에 출입금지 표시가 되어 있는 걸로 봐서는 전체가 개방된 상태는 아닌 것 같다.
예전에 개방된 곳도 보수 문제로 몇 군데 폐쇄되어 있었다.
오른쪽 길을 따라 쭉 가다보면
성 바실리우스 교회 -> 엘말르 교회 -> 성 바르바라 교회 -> 알란드 교회 -> 수도원 식당 ->카란륵 교회 (요금 8TL 별도)
-> 성 캐서린 교회 -> 차르클르 교회 -> 여자 수도원을 차례로 볼 수 된다.
안타깝게도 내가 방문했을 때는 차르클르 교회와 여자 수도원이 개방을 중단한 상태였다.
차르클르 교회에 있는 프레스코화를 꼭 보고 싶었는데...
(입구 바로 위에 아야소피아에 있는 그림과 비슷한 프레스코화가 그려져 있다고 해서 기대했었는데...)
그리고 괴레메 오토갈로 다시 내려오면서 토칼리 교회까지 잊지 않고 둘러보면 야외박물관의 관람이 끝난다.
토칼리 교회는 야외박물관 티켓을 보여줘야만 입장이 가능하니 부디 버리지말고 잘 보관하시길...

 





* 성 바실리우스 교회
주로 붉은 색을 사용한 벽화가 그려져있다.
정면 벽에 예수의 상반신이 비교적 크게 그려져 있고 좌우 벽에는 말을 탄 두 명의 사도 벽화가 있다.
남쪽 벽에는 뱀과 싸우는 성 그레고리우스, 북쪽에는 성 테오도르의 성화가 있다.

* 엘말르 교회
두 개의 좁은 통로를 통과해야 들어갈 수 있는데 단체관광으로 대기줄이 무척 길었던 곳.
(도중에 새치기하는 사람도 많고 그걸 제지하는 사람도 있고...)
정중앙 돔에 예수가 그려져 있고 그 바로 뒤에 천사 가브리엘의 성화가 있다.
왼손에 공 모양의 십자가가 그려진 것을 들고 있는데 모양이 사과 같다고 해서 엘말르(사과)라는 이름이 붙었단다.
성화는 얼굴 부분, 특히 눈부분이 많이 훼손되어 있는데
이슬람에서는 눈을 없애면 상대를 완전히 죽였다고 믿기 때문이란다.
종교의 치열함과 간절함이 그대로 느껴지는 현장.

* 성바르바라 교회
기독교 박해 시대에 예수를 믿었던 여인의 이름을 딴 교회로 그녀의 행적을 기르기 위해 지은 교회다.
바르바라는 이교도를 신봉한다는 이유로 자신의 아버지에게 감금되어 결국 죽임을 당했단다.
중앙에 말을 타고 뱀과 싸우는 두 사람의 벽화가 있는데
괴레메 야외박물관 동굴교회에 많이 그려져있는 성 그레고리우스와 성 테오도르가 이단과 싸우는 모습이다.
오른쪽에는 순례객들을 축복하는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이 잇는데
세 손가락을 핀 건 삼위일체를 뜻하는 손짓.

* 일란르 교회
이곳에도 뱀과 싸우는 성 그레고리우스와 성 테오도르의 모습이 그려져있다.
"일란르"라는 단어가 터키어로 '뱀'이라는 뜻이란다.
그 성화 옆의 두 사람은 기독교를 공인한 로마의 콘스탄니투스 호아제와 그의 어머니 헬레나다.
오른쪽 벽면에 그려져 있는 세 명의 성인은 성 바실리우스, 성 토마스, 성 오노프리우스다.
오노프리우스를 자세히 보면 얼굴에는 수염이 있고 가슴이 불룩하게 나와있다.
원래 그는 여자이었으나 방탕한 샐활을 하다 은혜를 입어 죄를 회개한 후 남자가 되게 해 달라고 기도하였고 결국
남자로 변하게 됐다는 전설을 가진 여인이다..

* 카란륵 교회
야외박물관 동굴교회중에 프레스코화의 보존 상태가 가장 좋은 곳으로
창문이 작아 빛이 거의 들어오지 않는다고 해서 "어둠의 교회"또는 '암굴교회" 라고도 불린다.
그림의 보존 상태가 좋은 이유도 바로 이 작은 창문 때문.
올라가는 길도 매우 좁고 여기 역시도 한참을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는 곳.
"예수상"과 "최후의 만찬", "예수의 일대기" 등이 비교적 선명하게 남아있다.
그러나 눈은 역시나 무자비할 정도로 훼손되어 있다.

* 토칼리 교회
야외박물관을 나와서 괴레메 오토갈 방향으로 내려오는 길에 있는 교회
카파도키아에서 가장 큰 규모란다. 
교회이 이름이 토칼리인 것은 내부 천장에 그려진 혁대고리(토칼리) 모양의 무늬 때문이라고.

대부분의 동굴교회 내부 프레스코화는 사진찍는 게 금지되어 있다.
그러니 제발이지 기를 쓰고 찍지 않았으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진을 찍어서 블로그에 올려놓은 사람들을 보면 참 할 말이 없다)
토칼리 교회로 내려오기 전에 박물관 위쪽으로 쭉 올라가면
괴레메 야외박물관의 전체 모습을 조망할 수 있으니 가급적 힘들더라도 올라가보시길...
정말 멋진 view를 볼 수 있을테니까.
자연이 만든 걸작품들 앞에 누구라도 숙연해지고 무언(無言)해질거다.
인간은 결코 자연을 이기지 못한다!
단지 이겼다고 착각할 뿐.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1. 9. 20. 06:37
국내선 터키항공을 타고 아타튀르크 공항을 출발한 비행기는
카파도키아 네브쉐히르 공항에 도착했다.
점점 어두워지는 하늘 사이로 반달이 고개를 내민다.
기온은 이스탄불에서보다 뚝 떨어졌지만 오히려 청량감이 느껴졌다.
숙소인 괴레메 이쉬타르 팬션까지 픽업 버스를 타고 가면서
터키의 밤하늘도 참 이쁘구나 감탄했던 기억.



파묵칼레의 석회층, 에페스의 고대유적과 함께 터키 관광의 big 3 라고 일컬어지는 카파도키아의 기암괴석.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되어 있을만큼
눈에 보이는 자연경관 어느것 하나 신비롭고 아름답지 않은 곳이 없다.
카파도키아와의 첫 만남은 새벽에 일찍 시작된 Balloon Tour.
가난한 배낭여행자에게 100 URO라는 금액은 치명적이지만
이곳까지 와서 망설인다면 두고두고 후회가 될 것 같아 숙소에 미리 신청했다.
몰랐었는데 이쉬타르 팬션에서 신청한 balloon이 그래도 저렴한 편이다.
보통은 대략 130~200 URO 정도.
가격에 따라 협곡을 누비는 조종사의 능력이 따르고
유럽 조종사보다 터키인 조종사가 좀 싸다고 하는데
처음 타는 나같은 사람은 그 차이를 솔직히 잘은 모르겠다.
어찌됐든 도착 다음날 5시에 일어나서 세수하고 5시 15분쯤에 팬션 앞에서 또 다시 balloon 회사의 픽업차량을 기다렸다.
새벽 바람이 너무 차서 이가 저절로 떨릴 정도였다.
turca balloon 에서 준비한 리셉션 간식과 차로 주린 배와 찬 속를 채우고 드디어 balloon 타는 장소로 이동했다.
100 여개가 넘는 balloon이 불을 뿜으며 몸체를 부풀리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4개로 나눠진 각 칸에 6명씩 24명,
그리고 조종사 2명까지 전부 26명이 balloon 하나에 탑승했다.
(여행하면서 느꼈던건데 터키 남자들 정말 잘생겼다 ^^ 특히 눈이 너무 예쁘다)
몇 가지 안내사항과 주의사항을 들으면 준비 끝!
밭줄이 하나둘 풀리면서 드디어 땅에서 떠오르는 무수한 balloon들의 모습이란!



거대한 기구를 타고 하늘에 올라가서 본 카파도키아의 기암괴석들.
협곡의 마디 사이사이의 깊이와 높이가 극명한 명암차이와 함께 한 눈에 들어왔다.
낯선 경험과 낯선 풍경이 주는 경이로움에 안겨
하늘 위에서 떠오르는 아침해와의 조우는 전율에 가까운 신비로움이었다.
내가 세상의 일부를 내려다보는 듯한 창조자의 시선!
잠시동안의 착각이었지만 마치 그 시선을 훔쳐낸듯한 기분이었다.
1시간이 넘는 동안 하늘 위에 머무르면서 느꼈던
인간의 초라함과 인간의 위대함이라는 이율배반적인 대립은
날카로움이 아니라 오히려 모든 것을 어우르는 평화로움의 일부였다.
아, 이런 느낌이구나...
모든 말 끝과, 모든 생각 끝에 여지없이 이어지는 말줄임표.
그 절정을 감히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그거야말로 불경(不敬) 중의 불경(不敬)이다.



땅으로의 귀환은 기구의 바스켓을 옮기는 트럭 위 착지로 바로 이루어진다.
(이것 역시 특별한 경험이었다)
바스켓을 동여매는 분주한 스텝들의 손놀림을 보면서 한 명씩 거대한 바구니를 넘어 트럭 아래로 내려선다.
와인과 삼페인으로 간단한 축하 파티를 하고 나면
각자 이름이 쓰어있는 확인증 같은 걸 나눠준다.
2011. 09.06. moon
이름이 써있는 종이 한 장이 뭐라도 되는듯
그걸 서울까지 잊지 않고 가져 왔다.
아마도 이 한 장의 종이가 하늘 위에서의 추억을 새록새록 떠올리게 만들 것이다.
그래, 비록 1시간 가량이었지만
나는 분명 하늘 위에 있었다.
떠오르는 태양과 함께 터키의 그 하늘 위에!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1. 9. 19. 00:45

오스만 제국이 세계 최강대국으로 권력을 지녔을 때 술탄이 거주했다는 본궁.
보스포러스 해협을 따라 서 있는 톱카프 궁전은 오스만 제국의 심장과 같은 곳이었단다.
이곳은 아야소피아, 돌마바흐체 궁전과 함께 아침 일찍부터 관람객이 줄을 서는 곳으로 유명하다.
숙소에서 아침을 먹고 9시 개관 시간에 맞춰 서둘러 궁전을 찾았다.
처음에는 '새로운 궁전' 이라 불렸다는데 정문 앞에 거대한 대포가 설치되면서
문에 대포가 있는 궁전이라는 의미의 톱카프 궁전이 됐다고 한다.
톱카프 = 토프(대포) + 카프(문)
톱카프 궁전은 1856년 돌마바흐체 궁전이 세워지기전까지 제국의 본궁으로써
위엄과 품위를 유지했다.




톱카프 궁전은 각각 용도가 다른 4개의 정원을 가지고 있다.
출입문에 해당하는 '제국의 문(or 황제의 문)' 바로 뒤의 제1 정원은 개방 공간으로
사이프러스같은 키 큰 나무들이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모습이 장관이다.
왼쪽편에는 성소피아 성당이 세워지기 전까지 총주교좌 성당이었던 성 이레네 교회가 서있다.
제 1정원 끝에 궁전의 본문인 '예절의 문'이 있고 매표소가 나온다.
시내를 감시했었다는 정의의 탑도 제 2 정원에서 바라볼 수 있다.



제 2 정원은 국가행사를 치르던 공간이라는데
한켠에 톱카프 궁전의 전체 모습을 볼 수 있는 궁전 모형이 있다.
따로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야하는 하렘(Harem)의 입구도 제 2 정원에 있다.
하렘은 '금지된 장소'라는 뜻으로 술탄과 관련된 여자들이 거주하던 금남의 장소다.
밖에서 건물의 내부를 볼 수 없도록 철저하게 설계되어 있고
한번 하렘의 여인이 되면 죽기 전까지 밖으로 나갈 수 없었단다.
아름다움과 화려함보다 실제로 보면 무척 소박하고 차분하다.
개인적으로 창문에 있는 굵은 쇠창살을 보면서 처연하고 안스러운 마음이 들었던 곳이다.
한때는 개인적인 관람조차 허용되지 않고
가이드 안내에 따라 그룹 관람만, 그것도 일정 인원 이상은 받지 않아 특히 몇 시간씩 줄을 서기도 했다는데
지금은 자유롭게 관람이 가능하다.
(하렘에서 노부부가 나란히 앉아서 카메라와 안내 책자를 보는 모습을 우연히 봤는데 정말 아름다웠다)



'행복의 문'을 지나면 만나게 되는 제 3 정원은 술탄의 알현실(Arz Odasi)이 있는 곳으로
주로 외교 사절을 만나거나 국가 행사가 치뤄졌던 곳이다.
술탄의 도서관과 톱카프 궁전의 자랑인 보물 전시실도 제 3 정원에 있다.
세계 각지에서 모인 엄청난 보물들이 보관된 곳이라는데
보석에 문외한이라서 86캐럿 다이아몬드를 봐도 그렇게 감동적이거나 황홀하지 않았다.
전시된 보물들은 모두 진품이라던데...



제 4 정원은 다른 정원과 다르게 특별한 문이 없이 제 3 정원 뒤에 바로 이어진다.
규모도 다른 곳에 비하면 아주 작은데 술탄과 가족의 개인 공간으로 일종의 휴식공간이었단다
실제로도 제 4 정원에서 내려다보는 주변의 풍경은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답다.
금색 지붕을 지닌 이프탈리에라는 건물에서 바라보는 해협 풍경은 그대로 그림같다.
파란 하늘과 멀리 보이는 파란 바다, 그리고 그 건너편에 보이는 신시가지 모습은
관람객의 발길을 그대로 묶어둔다.
많은 사람들이 여기저기 걸터앉아 휴식을 취하기도 하고
좋은 풍경을 향해 쉴새없이 카메러셔터 누르기에 여념이 없다.
할 수만 있다면 그대로 훔쳐오고 싶은 하늘색과 바다색이었다.



톱카프 궁전을 나오면 잊지 말고 귈하네 공원까지 들어가보길 권한다.
여유를 가지고 공원끝까지 천천히 걷다보면 제 4 정원에서 본 그림같은 풍경을
조금 더 가까이어서 볼 수 있다.
길 끝에 있는 노천 찻집에서 아이란을 시켜 놓고 테오도시우스의 성벽을 내려다봤다.
덕분에 주황색 화물 기차가 낚시하는 강태공들 뒤로 지나가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말할 수 없이 평화로운 모습이었다.
나는 여행 내내 터키의 하늘과 바다색에 완전히 중독됐다.
그건 설명할 수 없는 색이고 느낌이고 감동이었다.
달(月)과 색(色)!
이번 터키 여행 내내 나를 쥐고 흔들었던 두 단어.
그 느낌을 10%라도 이곳에 기록할 수 있을까?
단언컨데 그건 불가능하다.
도저히 설명할 수 없기 때문에 내가 여전히 그 둘에 미쳐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어쩔 수 없다.
방법이 없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1. 9. 16. 06:29
아야소피아 박물관 맞은편에 있는 터키를 대표하는 이슬람 사원 술탄 아흐메트 1세 자미.
"자미(Camii)"는 터키에로 "꿇어 엎드려 경배하는 곳"이라는 뜻이다.
터키 자미는 둥근 천장의 돔과 미나레라고 부르는 뽀족한 첨탑이 있는 게 특징이다.
술탄 아흐메트 1세 자미도 하나의 대형돔, 4개의 중간 돔, 30여 개의 작은 돔을 가지고 있다.
6개의 미나레에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는데
술탄이 황금(알툰 Altun)으로 지어달라고 명령한 걸
숫자 6 (알트 Altu)로 잘못 알아들어서 지금과 같은 6개의 미나레가 만들어 졌단다.
(예나 지금이나 잘못 알아듣는 사람 꼭 있다!)
지금도 하루에 5번 있는 기도 시간인 "아잔(adhan)"에는 여행객이 입장할 수 없을만큼 신성시되는 곳이다.

 


자미 안에는 260개가 넘는 작은 창이 있고
그 창의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빛이 들어오는 모습이 장관이라는데 확인할 수 없었다.
아야소피아에 너무 오래 머무르라고 개방시간을 지나버려서 내부를 보지 못했다.
다시 와서 봐야지 했는데 숙소 가까이 있는데도 그러지 못했다.
너무 볼 것이 많아서 미루다가 그만...
(이 모습을 보기 위해서라도 다시 터키를 가봐야 할 것 같다 ^^)
만벨이라 불리는 설교단에는 섬세한 조각이 새겨져 있다는데 이것 역시도 못보고 말았다.
설교단의 가장 높은 곳은 마하마드의 장소라 설교하는 사람도 계단의 중간 정도까지밖에 올라가지 못한단다.
그만큼 신성한 공간이라는 의미.
"블루 모스크(Blue Mosque)"라는 애칭이 있는데
자미 내벽에 파란색 타일이 사용되서란다.




자미 바로 옆에는 자미의 주인인 술탄 아흐메트 1세와 그 가족들의 묘도 있다.
역시 겉모습만 봤지만 규모가 상당하고 웅장해보였다.
(하긴 30여명의 묘가 있는 곳이니 작을 순 없겠다)
자미 앞에는 성소피아 성당과 마주보는 넓은 정원이 있는데
시원한 분수가 햇빛 속에서 보석같은 물줄기를 뿜고 있었다.
자미 안의 광장에도 사람들이 많았는데
이곳 역시도 시민들과 여행객들의 좋은 휴식처가 되고 있다.



비잔틴시대에 전차 경주가 벌어진 경기장이었다는 히포드롬(At Meydani)은 
현재 3개의 오벨리스크가 서있는 기다란 광장으로 변해있다.
세 개의 오벨리스크 중에서
하나만 완전한 형체를 갗추고 있고
가운데 있는 세 마리의 뱀 기둥은 파손이 심했다.
나머지 하나도 보수중인지 가림막에 가려져있어 정확한 모습을 확인할 수 없었다..
가운데 있는 뱀기둥에서 떨어져 나간  뱀머리 하나가 고고학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고 해서 찾아가서 봤다.
(하나는 영국 대영제국 박불관에 소장돼 있다고 하고...)
정말 물어서 물어서 몇 번을 헤매다 구석에 있는 청동 뱀머리를 봤다.
막상 찾아서 보고나니 왠지 허탈해졌다.
덕분에 그림으로였지만 세 개의 오벨리스크가 어떤 모습이었는지 알 수 있었다.
광장의 동쪽 끝에는독일 황제가 선물했다는 카이저 빌헬름 샘(Kaiser Wilhelm Fountain)이 있다.
지금도 수도꼭지에는 물이 나온다는데 소심한 여행객은 도촬하듯 사진만 몇 장 담았다.
특히 밤에 달빛 아래서 보는 카이저 빌헬름 샘은 참 예뻐서 오래 서서 쳐다봤다.

본 것도 많고, 그때그때마다 느낀 것들도 많은데
이 많은 단상들을 어떻게 기억하고 담을지 막막하다.
그저 이렇게 주저리주저리 읖조릴밖에...
그래도 수다는 좀 줄어야할 것 같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1. 9. 15. 08:37
이스탄불에 도착하자마자 숙소에 짐을 던져놓고 달려나와 찾아간 첫번째 장소!
성소피아 성당으로 불리기도 하는 비잔틴 건축의 최고 걸작품 아야소피아.
서기 325년 건축을 시작해서 360년 완성된 그리스 정교의 총본산으로 숭배받았던 성스러운 곳이다.
중간에 화재와 혁명으로 소실돼 416년. 537년 두번의 재건을 통해 지금과 같은 모습을 갖게 되었단다.
게다가 한때는 이슬람 사원으로 개조되는 비운을 겪었고
그때 벽면의 성화 모자이크들이 회벽으로 덮이면서 훼손되고 말았다.
들어서는 순간 엄청난 규모에 일단 압도당한다.
그리고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묘한 대치와 융합은
신묘하고 장엄한 기운마저 느껴진다.
눈으로 실제 보고 있는데도 믿어지지가 않는다.
도대체 이 거대한 건물을 어떻게 만들었을까?



거대힌 중앙 돔을 중심으로 커다란 원판에는 이슬람 문자가 새겨져 있다.
그 위에는 기독교 프레스코화가 그려져 있다.
천장에는 성모상을 중심으로 오른쪽에 훼손된 미카엘 천사가
왼쪽에는 가브리엘 천사가 그려져 있다.
미흐람 옆의 계단은 설교단인 뮘베르 (Mimber)이고 왼쪽은 술탄이 앉던 자리다.
1층 본당 한켠에는
"마리아의 손 모양" 또는 "땀 흘리는 기둥"이라고 불리는 기둥이 하나 있다.
기둥의 움푹 패인 곳에 엄지 손가락을 넣고 손을 떼지 않고 원을 그리면 소원이 이루어 진단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소원을 빌었는지 동판이 다 반질반질하다.
(소심한 여행자도 한 번 시도해봤다. 되더라... ^^)




손상이 심하긴 하지만 책에서 봤던 유명한 모자이크가 그려져 있는 곳이 바로 아야소피아다.
2층 하얀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천국의 문"을 지나면 볼 수가 있는데
예수를 중앙에 두고 오른쪽엔 세례 요한이 왼쪽엔 성모 마리아의 모습이,
그 옆에는 요하네스 2세와 황후 이레네가 마리아와 예수에게 공물을 바치는 모습이 그려져있다.
훼손이 심하긴 하지만 저물어가는 저녁햇살 속에서 보는 모자이크화는 
장엄한 성스러움이 느껴졌다.
1층 출입구 뒤쪽에 있는 프레스코화를 놓치는 관람객이 많았는지
거울을 통해 볼 수 있게 만든 배려에도 감동받았다.
덕분에 가던 길을 돌아서 한참을 바라봤다.







터키에 있는 동안 종교의 힘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됐다.
우스개 소리로 본전의 힘으로 여행을 하노라고 말했는데
본전의 힘은 종교의 힘에 비하면 힘이라고 말할 수도 없을 것 같다.
확실히 종교는 가장 무서운 무기이자 권력이다.


4개의 미나레는 모양이 달라서 궁금해했는데
각각 다른 술탄에 의해 세워져서 그렇단다.
미나레도 그렇지만 건물 안과 밖이 주는 느낌이 확연히 달라서
내가 지금 같은 건물을 보고 있는 건가 수없이 의심했다.
외부에서 느껴지는 외경심과 내부에서 느껴지는 외경심은
정확히 표현할 방법이 없지만 동일하지 않다.

터키는...
참 묘한 곳이다.
가기 전에도 막연한 신비가 있던 곳이었지만
가서 직접 눈으로 보는데도
신비감이 여전했다.
여행을 마친 지금도 그 신비감은 도무지 줄어들 기미가 없다.
이 나라는 도대체 나를 어디까지 끌고 갈까?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1. 9. 14. 13:16
9월 3일 밤 11시 55분 비행기로 오랫동안 벼려왔던 터키로 떠났다.
한동안은 그곳에서의 기억이 오랫동안 날 버티게 해줄것 같다.
아름다웠던 곳.
하늘과 바다만 봐도 마냥 좋기만했다.
그리고
의외로 맛있었던 음식들.
(비록 여러가지 먹어보지는 못했지만...)
솔직히 여행기간동안 잘 챙겨먹지 못했는데 이상하게 배가 고프지 않았다.
배고프면 먹어야지 하다가 끼니를 잊기가 일수!
눈이 하는 호사는 뱃속까지도 든든하게 만드는 것 같다.
터키.
내게는 유토피아처럼 느껴졌던 곳!
그래서 꼭 다시 한 번 찾아가고 싶은 곳!



이스탄불 술탄아흐멧에서 먹었던 치즈 피데(Pide)
그리고 괴뢰메에서 그린투어후 한국사람끼리 모여서 먹었던 S&S 레스토랑의 피데.
터키식 피자인 피데는 우리가 아는 일반 피자보다 맛이 더 단백하고 깔끔하다.
단지 터키 피자가 짠맛이 강해서 많이 먹지 못한다는 게 흠.
(터키는 물값을 철저히 받아서 마냥 짜게 먹으면 어쩔 수 없이 물을 계속 시켜야 하는 불상사가 발생한다.
 음식점에서 물값 내는 것만큼 속스린 게 없더라)



터키의 대표하는 유명한 음식 케밥(Kebap).
카파도키아에서 꼭 먹어야 한다는 항아리 케밥(Pottery Kebap)은
3일동안 머무르면서 하루에 한 번씩은 꼭 먹었던 것 같다.
그린투어 중에 먹었던 꼬치에 꽃혀서 나온 치킨 쉬쉬 케밥(Sis Kebap)은
날아드는 벌때문에 거의 먹지 못하고 반납(?)했다.
한국의 떡갈비같은 소고기케밥과 오랜 고민 끝에 도전했던 고등어케밥(Balik Ekmek)!
그런데 고등어케밥은 의외로 맛이 괜찮았다.
갈라타다리 밑에서 하나 사서 하루종일 먹으면서 다녔을만큼 양도 상당하다.
너무 비렸다는 사람도 있었는데 가방에 넣어 두고 먹어도 그렇게 비리지 않더라.
터키에 가면 꼭 먹어봐야 할 음식에 고등어케밥과 항아리케밥이 빠지지 않고 나오는데
그 이유를 조금은 이해했다.
(고작 10일 여행하고...)




우리나라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얇게 자른 고기(소고기 or 양고기)를 빵 사이에 넣어주는 되네르 케밥(Doner Kebap)은
터키 길거리 아무 곳에서나 흔하게 볼 수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요리사들이 잘생겼다 ^^
(터키 남자들 눈은 정말 예술이다. 다들 눈썹퍼머한 것 같다)
터키식 부침개라고 할 수 있는 괴즐레메(Gozleme) 만드는 무지 단아한 여인네의 모습.
(얼핏 보면 성스럽기까지하다)
돌돌 말아서 나오는데 담백하고 짭조름하다.
향신료시장이 발달한 터키인지라 경우에 따라서 강한 향이 있는 괴즐레메를 먹을 수도 있으니 주의!
차우신올드빌리지에서 우연히 찾은 식당에서 먹은 요거트.
집에서 직접 만들었다는데 너무 맛있어서 조금 더 달라고 했더니 OK란다.
함께 간 일행들 전부 이게 왠 횡재냐 하면서 행복해했는데
나중에 계산서에 보니 가격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런데 너무 맛있어서 속상하진 않았다)
역시 직접 만들었다는 요구르트 아이란(ayran)은 약간 비리고 짜서 내 입맛에는 별로!
(알고 봤더니 주재료가 양젖이란다)
요거트도 그렇고 아이란에도 그렇고 고추가루같은 향신료가 뿌려져 나와 신기했다.
(어쩌면 진짜 고추가루인지도...)



터키에서 먹은 길거리 음식들.
종류가 상당히 많은데 먹어본 게 별로 없어 뒤늦게 안타까워 하는 중!
터키로 떠나는 사람들은 나처럼 후회하지 말고 부지런히 찾아드시길...
손에 들고 목적지를 찾아다니면서 먹기에도 아주 그만은 길거리 음식들이 많다.
일단 한국에서도 익숙한 군옥수수와 찐옥수수가 있는데
군옥수수가 0.5TL 비싸다.
찐옥수수 가격이 1TL, 우리나라 돈으로 700원이 안 된다.
옥수수 자체가 크기가 상당히 커서 이거 하나로도 한끼 식사기 충분했다.
소금을 잔뜩 뿌려주기 때문에 사면서 "No salt!"라고 살짝 외쳐주는 센스가 필요!
그리고 속이 보이는 투명한 상자에 들어있는 깨가 잔뜩 뿌려져있는 시미트(simit)
겉모습은 꼭 도넛처럼 보이는데 전혀 달지 않다.
오히려 바게트처럼 퍽퍽할 수 있는데 씹다보면 점점 고소해지는 것이 내 입에는 딱이었다.
돌아오는 날 아야소피아 광장에서 "simit festival"을 하더라.
갈길이 멀어 천막만 쓱 보고 왔는데 좀 들여다볼걸 후회가 된다.
이집션 바자르를 돌아다니다 피곤한 상태에서 먹었던 초코렛 푸딩!
터키에 워낙 단음식들이 많아서 그런지 생각보다 달진 않았다.
덕분에 새로운 마음으로 그랜드 바자르를 갈 수 있게 해준 고마운  푸딩!
(생각해보니 이날 점심을 이걸로 끝낸것 같다.)



술탄아흐멧 여행자숙소 "야카모즈"에서 먹었던 아침과
카파도키아 "이쉬타르팬션"에서 먹었던 아침 식사.
터키식 블랙퍼스트라고 해서 빵(Ekmek)과 과일, 치즈와 달걀, 차가 나온다.
(사진으로 보니까 이쉬타르 팬션의 아침은 주인할아버지 파파만큼이나 푸짐하다)
완전 사랑했던 애플티!
입에 착착 들러붙던 터키 빵은 단백해서 더 맛있었다.
그리고 물은 돈을 받지만 빵 인심은 정말 과하다 싶을만큼 후하다.
햇빛이 좋아서 그런지 과일들은 아주 달고 향이 깊다.
터키공항에서 그렇고 사고 싶어는데 못샀던 터키 치즈.
비자르에서 살까 망설이다 무거울까봐 못사고
돌아오는 날 공항에서 찾았는데 아예 파는 코너 자체가 없어서 결국 못샀다.
터키빵이랑 치즈, 애플티는 아마도 나를 한동안 금단현상으로 이끌지도 모르겠다.



아랍 에미레이트 항공에서 나왔던 기내식.
비행기에 타면 따뜻한 물수건을 주고 곧 기내식 메뉴가 나온다.
(장기간 비행이라 메뉴판도 있고... 신기하더라)
메뉴도 다양하고 정성도 담긴 것 같긴 했는데
향이 강해서 거의 먹지는 못했다.
그래도 빵과 치즈는 맛있어서 곧잘 먹었다.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먹었던 컵라면은 그동안의 기내식 설움을 전부 해소시켜줬다.
"농심" 상표를 보고 이렇게 반가울 줄이야. ^^
마지막 사진은 터키항공 국내선을 탔을때 나왔던 샌드위치와 야채샐러드.
에미레이트 항공 기내식은 보기만 했었는데
터키 국내선은 샐러드만 먹었지만 맛있었다.
각종 야채와 데친 가지를 양념했는데 우리나라 가지랑 맛이 흡사했다.
터키 국내선 페가수스 항공도 이용했는데
거기는 기내식이 없고 음료, 음식을 다 별도의 돈을 주고 사먹어야만 한다.
(가난하고 늙은 배낭여행자에겐 그림의 떡 ㅋㅋ)




파묵칼레로 이동하는 야간버스에서 나왔던 간식들.
워낙 영토가 방대해서 한번 버스를 타면 8~10시간 이상 이동이 기본이라
그래서 먹을거리가 필수이긴 할 것 같다.
터키 버스의 특징이라면
깔끔한 안내군(?)이 타서 비행기 스튜어디스처럼 커피랑, 아이스크림, 과자를 승객들에게 서빙해준다.
한국에 없는 특별한 경험이라서 재미있기도하고 신기하기도 했다.
그리고 터키 과자.
의외로 맛있다.
로즈밸리때랑 벌룬투어 할 때 먹은 터키 쿠키들도 너무 맛있엇다.
(정말 먹고 싶다. 꿀꺽!)



먹지는 못했지만 그밖의 터키 간식들.
우리나라 젤리와 비슷한 로쿰은
바자르와 공항 면세점에서 정말 많이 먹었다.
아예 맘대로 먹으라고 접시에 담겨진 체로 여기저기 많이 놓여져 있다.
터키 전통 아이스크림 돈두루마(Dondurma)는 이제 한국에서도 많이 볼 수 있지만
피스타치오는 터키에서만 먹을 수 있다고 해서 먹어봤는데
좀 느끼하고 기름쳐서 많이 먹지는 못했다.
아이스크림 파는 사람들이 한국 여행자들에게 하는 말이 너무 재미있어서 웃었다.
"쫀득 쫀득, 아이스크림"
(근데 쫀득쫀득 이라는 뜻을 정확히 알기는 하는건가???)
혀가 쏙 빠질만큼 달다는 바클라바(Baklava)
그냥 보기에도 너무 달아보여서 감히 먹을 엄두도 안생기더라.
그래도 먹어볼걸 하는 후회가 된다.
언제 또 먹어보겠다고...
이렇게 미련한 여행자의 후회는
먹는 것 앞에서조차 깊다.
그래도 풍경만으로도 배가 불렀던 나라 터키!
정말 아름답고 진심으로 고귀한 나라다.
개인적으로 품고 있던 동경이 아무래도 더 깊어질 것 같다.

앞으로 꽤 오랫동안 이 멋진 나라의 사진들을 정리하느라 이곳도 꽤나 바빠지겠다.
터키, 터키!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0. 5. 8. 06:19
드디어 나비들과의 만남이다.
나비가 너무 없는 거 아니야 생각도 들긴 했지만
이상기온이 문제가 됐겠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다.
생각보다는 나비의 종류도 적고 양도 적었지만 가만 생각해보면
이렇게 팔랑거리며 날아다니는 나비를 본 기억도 가물하긴 하다.



내가 어렸을 때(?)는 나비들이 참 많았던 것 같은데...
이번 축제의 대표나비는 "산호랑나비"란다.
빽빽한 나비의 폭풍 속을 지나는 걸 상상했었는데 (^^)
조금은 나비축제의 메인이 초라하고 작아진 느낌이다.
"나비축제"라는 개념보다는 "생태축제"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더 옳을 것 같다.



특이한 병풍을 봤는데
우리나라 민화들이 그려진 병풍이었다.
그런데 그 그림들이 하나같이 조용조용 움직인다.
화폭 위를 넘나들며 날아다니는 나비의 날개가 하도 신기하고 또 예뻐서
한참을 넋을 잃고 바라봤다.



이런 병풍이 집에 하나 있으면 외롭지 않을 것 같다는 엉뚱한 생각도 했다.
혼자 있었다면 어쩌면 조목조목 그림들에게 말을 걸었을지도 모르겠다.
꼬리를 살랑이는 고양이며 흐드러지던 꽃잎들, 흩날리는 눈꽃들...
이걸 보고 있으면 적어도 외롭지는 않겠다는 생각 (^^)



호박터널은 너무 신기해서 혼자 다시 찬찬히 지나왔다.
호박의 이름도 너무 예뼜지만
그 생김과 색깔도 예쁘고 신기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착각도 잠깐.
"호박같이 생겼다!"라는 말을 들으면 이제부터는 감사하다고 해야 할 것 같다.
베레모, 도깨비 알, 환타지믹스, 불록 방망이, 화이트룸...
이름을 읽고 있으면 목안이 간질간질하다.
잘생긴 놈 하나를 뚝 따서 얼른 목 안에 밀어넣고 싶다는 욕심도 생긴다.
이 호박들은 왠지 한 입 깨물면 단물이 줄줄 흐를 것만 같다.



돌아오는 길에 여름이면 갯벌축제가 열린다는
"돌머리 해수욕장"도 잠시 들렀다.
도착하고 보니 몇 년 전에 내가 갔던 곳이다.
(어쩐지 이름이 들어봤다 했다... 그때 들머리 아니냐고 바득바득 우겼던 기억도...)
그때는 한 여름이여서 사람들이 많아 북적거렸는데...
한산하고 조용한 갯벌은 또 다른 느낌을 준다.
손을 마주잡고 다정하게 걸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물빛을 받아 눈부시게 빛난다.



짧은 여행의 끝은 나비처럼 팔랑거리며 날다가
이렇게 반짝이는 물빛이 되어 가슴 속에 담긴다.
오래오래 그곳에서 물결되어 흐르라고
가만가만 가슴을 다독이며
물빛과 마지막 눈인사를 나누고 서울로 향했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0. 5. 7. 00:10
생각했던 것 처럼 나비가 많은 건 아니지만
나비 이외의 불거리들이 풍성했다.
개인적으로 누에전시실이 신기하고 놀라웠다.
모형으로 만들어 놨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꼬물거리면서 움직여서 깜짝 놀랐다.
정말 몰랐다.
하얀 누에 말고 이렇게 다른 색의 누에가 있었다는 걸...
(누군가는 사료에 따라 색이 달라진다고 했는데 그 말도 신기할 뿐이다)
징그럽긴 했지만 가만히 보고 있으니 웃음이 스미기도 한다.
처음 본 장수하늘소의 모습도 신기했고...
(실제로 장수하늘소를 분양도 하더라)



한 편에선 어르신이 실제로 누에 고치로 물레를 돌려
실을 만들고 계셨다.
그리고 그 옆에선 베틀로 직접 천을 짜는 어르신도 계셨다.
실제로 옷감이 만들어지는 모습을 보니 어쩐지 마술처럼 느껴졌다.
허리쯤에 돌돌 말려 들어가는 실은 
한줄 한줄이 모두 고된 노동의 흔적이리라.
바라보는 것만으로 온 몸으로 천을 짜는 노동의 무게가 느껴진다.
(어르신들는 예전에 어떻게 그 모든 것들을 다 견디며서 참아냈을까?)



함평 나비 축제의 대표작이 된 "황금박쥐" 조형물
지금은 그 가격이 무려 73억 4천만원에 해당한단다.
넓은 행사장 가장 꼭대기에 위치한 <황금박쥐생태관>은
입구부터 동굴 안으로 들어가는 착각을 일으킨다.
어두컴컴한 동굴 속을 걸어서 아래로 내려가면 
6마리의 황금박쥐 조형물을 만날 수 있다.
한 마리 갖고 싶다는 욕심을  품는 건 나 혼자만의 생각은 아니겠지? ^^
<황금박쥐생태관>을 찾아 올라가는 길에 만나게 되는
곤충 조형물은 동화적이고 유머러스하다.
가로등이나 스피커 하나도 세심하게 신경 쓴 모습에 살짝 감동하기도...



<한국토종민물고기전시실>은 무엇보다 깨끗하고
비릿한 특유의 냄새가 없어서 좋았다.
COEX나 63 빌딩 수족관을 두 번 찾아가지 않는 건
그 비릿한 냄새 때문이었는데...
우리나라의 민물고기들은 착하고 그리고 귀염성있다.
베스나 블루길은 아마 죽었다 깨어나도 이 귀염성을 따라오진 못할거다.



전시실 내부의 벽이나 등도 그냥 지나치지 못하게 한다.
조명도 어둡지 않으면서 안정감이 있고
천장의 문양도 눈에 띄는 곳들은 전부 손길이 닿은 흔적이 있다.
각 전시실 임구에는 커다란 번호가 붙어 있어
관람객이 수월하게 찾아다닐 수 있게 한 배려도 돋보인다.
(그런 기억 한번쯤 다 있지 않은가? 한 곳만 계속 뱅뱅 돌았던 기억)
넓은 행사장을 하루에 본다는 건 아무래도 무리겠지만
서울 촌놈들에겐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지친 몸일지라도 눈 속에 많은 것을 담기 위해 초인적인 부지런을 떨 수밖에...
(이것도 일종의 보상심리일까???)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0. 5. 6. 06:29
사실 나비축제를 찾아가면서 조금 걱정스러운 게 있었다.
엄청난 규모의 부지라고 들었는데 그 곳을 전부 나비로 다 채울 수 있을까 싶었다.
하루 종일 나비만 보게 된다면?
처음엔 신기하고 예쁘겠지만 곧 지치진 않을까 하는 노파심 ^^
성공한 지역문화 축제에 나비로 신물이 나진 않을까 하는 생각을
솔직히 품고서 축제장 안으로 들어갔다.



들어서는 입구부터 제법 귀엽성있고 아기자기하게 꾸며져있다.
곳곳에서 만나는 거대한 곤충 구조물들은
섬뜩하기도 하고 어쩐지 우스꽝스럽기도 하다.
두루마기에 갓을 쓰고 있는 실버봉사대의 모습도 정감있다.
나이를 불문한 지역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많은 자원봉사자가 곳곳에서 안내와 시연을 보이는 모습도 특별했다.


맨 처음 들어간 곳은 <나비그림전시실>이었다.
작가 한 분이 직접 자신의 작품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이 다정하다.
그녀의 설명 속엔 지역문화에 대한 자부심과
"나비"라는 테마가 주는 소중함까지 느낄 수 있었다.
작은 벗꽃 송이 하나하나로 큰 나비 그림을 형상화한 게 특히 인상적이었다.
"꽃과 나비"라.
궁합으로 따지자면 이것보다 완벽한 궁합도 없으리라.



<다육식물관>에서 만난 선인장들.
마치 소인국 테마파크에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거대한 선인장 전시실은 그래도 몇 번 봤는데
작은 선인장들이 주가 된 전시관은 또 나름의 멋이 있다.
다정하고 소박하고 그리고 소꼽놀이 하는 듯한 경겨움까지도 느껴진다.



<자연생태관>에서는
내가 좋아하는 작은 들꽃들이 풍성해서 또 바빠졌다.
꽃뿐만 아니라 테마를 정해서 옆에 함께 설치한 인형들이 만든 한 세계도
어린 시절을 내 모습을 떠오르게 해 흐뭇한 순간이 여러번이었다.



작은 부분까지도 하나하나 세심하게 신경썼다는 느낌!
어쩌면 이런 세심함이 성공한 지역축제를 만드는 원동력이 됐는지도 모르겠다.
지역민이 이 축제에 사할을 걸고 있다는 느낌까지는 아니었지만
적어도 짜증내고 피곤해하는 사람은 없었던 것 같다.
어쨌든 지역주민이 한 방향을 보고 있다는 건 놀라운 일이다.
그 마음을 그대로 가지고 다른 곳을 찾아
go~~go~~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