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후 끄적끄적'에 해당되는 글 429건

  1. 2013.09.23 야간 페리를 기다리며...
  2. 2013.09.22 레드 비치와 피라 선셋
  3. 2013.09.21 피르고스와 이아
  4. 2013.09.19 산토리니 피라 입성
  5. 2012.10.12 Start and end
  6. 2012.10.10 Shop at Japan
  7. 2012.10.06 It's delicious food
  8. 2012.10.05 탠류지(天竜寺)와 대나무 숲 1
  9. 2012.10.04 아라시야마 (Japan)
  10. 2012.02.03 강화도(江華島)
여행후 끄적끄적2013. 9. 23. 03:42

자고있는 조카들과 동생을 두고 혼자 새벽에 일어나 카메라를 들고 숙소를 나섰다. 계속 놓쳤던 선라이즈를 보려고... 사진은 건질게 없지만 못봤으면 내내 후회됐을것 같다. 어쩌다보니 구항구로 내려가는 588 계단도 내려갔다 올라왔는데 만만치가 않더라. 워낙엔 케이블카로 내려갔다 동키택시로 올라오는 길인데 운동하는 기분으로 시작했다가 살짝 후회했다. 땀이 나는건 오히려 상쾌했는데 냄새가 장난이 아니었다. 무더기 무더기 싸질러댄 당나귀 응가들은 숨을 참는다고 해결될게  아니었다.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샤워실로 직행! 온몸에 스며있을 독한 것들의 냄새를 씻어냈다.

마지막 아침식사 후 체크아웃을 하고 다시 이아 마을로 향했다. 조카가 사진에서 많이 봤던 풍경을 꼭 봐야하겠다기에... 그리고 결국엔 찾아냈다. 열심히 사진도 찍고 굴라스 성채도 다시 보고 첫번째 방문때 멀리서만 봤던 풍차있는 곳에도 다녀왔다. 몰랐었는데 이아를 찍은 유명한 사진속 장소는 대부분 식당이거나 프라이빗 호텔이었다. 전세계적으로 광고효과 하나는 확실한 셈. 개인적으론 이아보다 피라가 더 맘에 들었다. 하도 피라를 돌아다녀서 살짝 옆동네같은 느낌도 든다. 조카들만 아니었으면 정말 발바닥에 불이 나게 돌아다녔을텐데...뷰가 좋기로 유명한 스칼라에서 그리스 문어요리와 양고기파이, 그리스 셀러드와 치킨 수블라키를 먹고 해상박물관을 들러 다시 피라로 돌아왔다.

피라를 돌아다니다 엽서도 사고 하얀 원피스도 20유로에 샀다. 근데 언제 입지? 조카가 여신드레스 같다고해서 덜컥 후회된다. 까짓껏 못입으면 기념품으로 가지고 있지 뭐! 지금은 오전에 체크아웃한 호텔에서 민폐끼치는중! 야간페리 시간이 12시 20분인데 시간도 많이 남고 바람때문에 춥기도 해서 호텔측에 부탁했더니 흥쾌히 머무르란다. 점점 야간페리  탈 일이 걱정이다.신항구까지 가는 로컬버스가 5시가 끝이라 50유로라는 거금을 내고 택시를 타고 가서 기다려야 하는데 과연 조카들이 잘버텨줄까? 다시 아테네로 갈 길이 마냥 암담하다. 제발 무사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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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후 끄적끄적2013. 9. 22. 05:40

조카들에게 산토리니 해변에서의 수영을 추억으로 만들어주려고 선택한 레드비치.피라 로컬 버스 정류장에서 아크로티리행 버스를 타고 20여분을 가서 다시 도보로 10여분. 그런데 입구가 폐쇄됐다. 가자고 작정하면 줄을 넘어서 갈수는 있는데 동생이 반대한다. 의견충돌(?)로 개인플레이를 하기로 했다. 조카랑 동생은 오다가 봤던 해변으로 가고 나는 사진을 찍고 싶어서 레드비치에 남았다. 햇살 좋은 해변가... 온몸이 이미 익어버린 나는 뜨거운 햇살 아래 수영복만 걸친 사람들 앞에서 온몸은 꽁꽁 싸매고 퍼포먼스처럼 카메라셔터를 눌러댔다.한참 지나고 나서야 수중에 돈이 한푼도 없다는걸 깨달았다.엄청난 맨붕이 왔다.머릿속은 블랙이 되버렸고 안절부절 못하다가 지나가는 동양여자분께 사정을 말하고 2유로를 얻었다."you save me! thank you so much" 몇번이나 thank you를 연발했는지 모른다.짧은 영어실력으로 정말 용썼다. 지금 생각해도 아찔! 

크래커에 크림치즈를 발라서 간단히 점심을 때우고 혼자 피라를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었다. 쁘티호텔을 카메라에 담는데 감탄이 절로 나왔다. 아찔한 절벽위에 그림같은 새하얀 건물들은 햇살속에 눈이 부실 정도다.산토리니의 화이트! 이상하다! 신비감을 자아내니...

구항구에서 이어지는 588계단도 올라가다 중간에 그 유명한 동키택시도 봤다.근데 당나귀들 냄새 정말 장난 아니다. 게다가 그놈들 배설물도 요리저리 피해가야하고...

전망좋은 카페에 들어가보고 싶었는데 조카들이  눈에 밟혀서 포기하고 초콜릿 아이스크림을 들고 다시 주변을 들러보며 셔터를 눌렀다.전문가가 들으면 웃겠지안 괜찮은 사진을 몇장 찍었다. 

이아  마을에 이어 피라의 선셋을 찍으려고 자리를 잡고 앉았다. 붉은 해가 수평선으로 사라지는 순간은 모든게 매직이다. 카메라의 한계,  렌즈의 한계, 나의  한계가 여실히 느껴지는 좌절의 순간이기도 하고... 아마도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날이 오늘이 돼지 않을까? 혼자라는  사실에 내가 아주 익숙해져버렸구나...인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끔은 내가 측은하다. 괜찮아! 지금껏 그래도 잘 버텼잖아!

내일은 피라에서의 마지막 날.밤 12시에 야간페리를 타야 하니까 꼬박 하루가 남은 샘이다. 이아  마을에 다시 갈지 피라에 있을지는 아직 결정을 못했다.짐도 꾸려야하고... 어쨌든 최대한 좋은 순간을 만들자! 산토리니에 다시 오게 될지는 미지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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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후 끄적끄적2013. 9. 21. 13:00

호텔에서 조식을 먹고 피르고스로 이동. 13세기에 지어졌다는 성채는 시간의 흐름과 함께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마치 서서히 그러나 필사적으로 몰락하는 우리네 농촌을 보는 느낌이었다. 주변은 한때 거대한 포도밭이었다는데 지금은 꼬장꼬장하게 마른 삭정이들만이 과거의 영화를 짐작케한다. 골목골목 숨어있는 개인 아틀리에를 보는 재미는 은근한 호기심을 자극한다.조그마한 성채라 큰 기대는 안했는데 언덕 위 성에서 보는 피라는 아름답고 예뻐서 감탄을 자아냈다.골목이 주는 운치는 작지만 잊지 못할 기억을 남겼다.

오벨릭스에서 테이크아웃한 점심을 먹고 3시경에 이아 마을로 떠났다. 포카리스웨트 광고지로 유명한 이아마을! 굴라스 성채에서 해가 지는 모습을 오랫동안 지켜봤다. 블루스카이에서 드디어 무사카를 먹어봤는데 맛있었다.그리스 음식이 의외로 내 입엔 잘 맞는편.조카들 덕분에 이번 여행은 잘 챙겨먹는다.이아마을은 환상이 있었던 모양인지 기대보다는 좀 평이했다.조카도 계속 "이아가 왜이래?"를 연발해서 혼자 웃었다.환상이란 무서운 거구나  느끼면서... 돌아오는 버스안에서 꾸벅꾸벅 조는 조카들을 보면서 대견함과 미안함을 느꼈다.내일은 비치에서 맘껏 놀게 해줘야겠다.지중해의 뜨거운 햇살에 온 몸이 익었다. 내몸이 그대로 하나의  화로가 된 느낌^^ 따갑고 가렵다.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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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후 끄적끄적2013. 9. 19. 22:38
우여곡절끝에 아침 7시에 눈도 못뜨는 조카들을 깨워 산토리니행 페리를 타고 섬에 도착했다.이곳에서 3박5일을 보낼 예정.호텔에 짐을 풀고 까르푸에 들러 장을 보고 쉬고 있는 중. 조카들을 호텔에 있는 수영장을 차지하고 물놀이 중! 어제 아테네 아크로폴리스는 강행군이었지만 세계문화유산 1호인 파르테논 신전은 정말 신비롭고 장엄했다. 엄청난 모래바람은 왠지 사람의 접근을 저어하는 신의 뜻처럼 느껴졌다. 어디서든 파르테논 신전이 보이던 신아크로폴리스 박물관도 인상적이었고...동생과 조카들과의 자유여행! 쉽지 않지만 지금까지는 그런데로 잘 찾아다녔다(?) 길치인 내가 이정도 헤맸으면 아주 양호한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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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후 끄적끄적2012. 10. 12. 08:24

여행의 시작과 끝은,

(특히 외국으로 여행할 경우)

우습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대부분 비행기에서 시작되고 끝난다.

그래선인지 나는 꼭 공항 통유리로 내가 탈 항공기를 오래 바라보게 된다.

일종의 눈인사인 셈이다.

"비행기야! 잘 부탁해!" 류의... ^^

여행을 자주 가는 사람들은 이동수단에 대한 감회가 별로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내가 탈 비행기는 다른 비행기보다 뭔가 좀 달라보이고 다정하게 느껴진다.

(비록 그게 얼치기 여행자의 말도 안되는 상상일지도 모르겠지만)

 

김포공항에서의 오후 6시 40분 출발.

해를 이제 막 숨을 준비를 하고 있었고 하늘은 점점 붉어지기 시작했다.

상승의 압력차가 지나고 구름 위로 올라가면 펼쳐지는 또 다른 세상.

어쩌면 여행을 하는 이유가

구름 위의 세상을 보기 위해서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할 말을 잃게 만드는 거대하고 막막한 위대함에 도저히 눈을 뗄 수가 없다.

그래선가?

창가 자리가 확보되지 않는 여행은 왠지 시작이 쓸쓸하다.

사위는 태양빛에 따라 변하는 구름의 빛깔이란!

누군가 일부러 테두리에 색을 입힌 것 같다.

침묵 뒤에 이어지는 더 깊은 침묵.

사실은 창문을 뚫고 나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들이 기꺼이 받아준다면...

 

태풍의 끝자락에 있는 고베.

간사이 공항으로 향하는 차안에서 열심히 눌러대던 카메라 셔터.

하늘빛에 완전히 홀렸었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어딘가로 쓸려들어가는 느낌.

바람때문에 흔들리는 차 안에서 나는 또 턱없는 상상에 빠졌다.

하늘에 틈이 생기고 거기서 뭔가가 그야말로 짠~~~ 하면서 나타날 것만 같아서...

그 순간을 꼭 목격해야 할 것 같아서...

 

일본에서 서울로 향하는 비행의 일정.

구름 위로 수시로 변하는 하늘빛과 구름을 보면서

나는 또 감동하고 감격했다.

그래, 이번 여행은 이렇게 아름다운 하늘을 본 걸로 이미 충분히 최고였다.

김포로 가까울수록 점점 많이지는 빽빽한 아파트 숲을 보면서는

좀 씁쓸해지긴 했지만 그래도 하늘 위에서 보는 아파트숲은 미니어처럼 귀염성이 있다.

우리... 참 빽빽하게 살고 있구나...

저 미니어처 한 칸 한 칸씩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치열하게 살고 있을까?

이제 곧 편입될 세상을 위에서 내려다보는 기분은 편이나 신(神)적이기까지 하다.

당분간은,

한 숨을 조금 덜 쉬며 살게 되겠구나...

나는 그게 또 고마웠다.

 

일본에서으 마지막 밤.

아침에 등교해야 하는 조카가 12시 넘는 시간까지 깨어있었다.

빨리 자라고 해도 이모 이제 없으니까 같이 더 있어야 한단다.

조카의 이쁜 말에 나는 또 가슴이 뭉클했다.

언제나 그렇다.

나는 조카들에게 부방비상태로 녹고, 조카들에게 감격하고, 조카들에게 푹 빠져버린다.

조카들은...

나를 언제나 무장해제시킨다.

나의 완벽한 힘이자 희망.

이번 일본 여행의 키워드를 꼽으라면 딱 2 개를 꼽겠다.

조카와 태풍.

아. 그리고 언니와 형부도 ^^

 

* 그나저나 교토로의 조용한 산책같은 여행은 과연 언제쯤에나 가능할까?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2. 10. 10. 08:30

사실 일본에 여행갈때마다 꼭 보고 싶었던 게 있었다.

일본 전통이 가득한 가게(?)들이 모여있는 길을 걸어가는 것.

가능하다면 대대로 대물림된 가게들을 보고 싶은 바람도 있었다.

예전에 청수사에 갔을 때 그 길이 잊혀지지 않았었다.

상업적인 냄새가 살짝 풍기긴 했지만 첫대면이 좀 신기하고 신선했다.

비록 태풍때문에 그 바람을 이루진 못했지만

그래도 짧은 일정 속에서도 눈에 담긴 곳이 몇 군데 있어서 카메라에 담아봤다.

 

일본의 부채 가게.

내 눈엔 오로지 부채만 파는 가게가 있다는 게 좀 믿겨지지 않았다.

(부채만 팔아서 유지가 가능해? 사는 사람도 별로 없던데...)

앙증맞기도 하고 고급스럽기도 해서 기념으로 사볼까 하고 가격을 보고 놀랐다.

수작업으로 만든 부채라는 가격이 장난이 아니다. 

심지어 기백만원하는 부채도 있다.

이런 고가의 부채라면,

부채만 팔아도....

충분히 유지되겠디...

 

아라시야마에서 들어갔던 찻집.

입구부터 고풍스러웠었는데 안에 들어가니 거의 목조로 되어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약식 기모노를 입고 손님을 맞이하는 모습도 일본스러웠고

내부는 좀 어두웠지만 벽 한 면이 통창으로 되어 있어 창가쪽은 햇살이 충분히 들어온다.

한 공간에 분리된 두 개의 세계가 공존하는 것처럼 느껴져 혼자 살짝 신비로워했다.

쏟아지는 햇살을 보니 실제로 몽환적이기도 했고... 

일본이라는 나라는,

좁은 공간을 참 잘 활용하는 것 같다.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그 작은 공간들에 사연이 있을 것 같아 귀를 기울이고 싶다.

어쩌면 나 혼자 이야기를 만들고 있었는지도...

 

일본 기모노를 파는 가게가 있어서 잠깐 들어가봤다.

옷걸이(?)에 걸려있는 걸로는 도대체 어떻게 제거 옷이 되는지 이해가 안 됐는데

마치 입어보는 사람이 있어서 이해를 했다.

와! 기모노라는 옷.

정말 엄청나게 복잡한 옷이다.

단지 보는 것만으로도 힘겹다.

그래도 옷 자체는 생김이나 문양이 퍽 예술적이다.

하나쯤 갖고 싶긴 했지만 아마도1년 365일 옷걸이에 곱게 걸려만 있을거다.

카메라에 담는 것으로 만족 ^^

 

  

와관상 전혀 꽃집 같지 않은 꽃집이랑,

(flower란 단어가 있음에서 불구하고 도대체 저 가게는 뭘 파는 곳일까 궁금했었다.)

개인적으로 너무나 좋아하는 베이커리 가게.

이건 식성(?)과 관련된 게 아니라 어디까지나 미학적인 즐거움이다.

이쁜 빵이나 케익을 보고 있으면 그냥 기분이 마구 좋아진다.

거기에 금방 구은 빵냄새까지 가세를 하면 그야말로 보는 것만으로도 포만감 그득이다.

반짝 날씨가 좋았을 때 걸어다니다

절인 오이를 나무젓가락에 꽂아서 시원한 얼음물에 담궜다가 파는 걸 봤다.

적쟎은 문화적 충격이었다.

우리나라에서 등산할 때 수분보충하려고 오이를 가지고 가는 건 많이 봤지만

절임 오이라니...

그것도 뭐 핫바처럼 나무젓가락까지 끼워서...

먹어볼 마음까지는 안 들지만 뭐 생각해보니 나쁘진 않을 것 같다.

짤짤하니 맛있을 수도...

 

이번 일본 여행은 거의 허당의 수준이라 기록할만한 내용도 없긴 하지만

어쨌든 다음 여행을 기대케하는 아쉬움은 있었다.

그대로 다행이지 않나!

내내 집에만 있었던 건 아니고 색다른 걸 보기도 했으니 말이다.

게다가 여행가서 태풍을 정통으로 겪는 것도 결코 흔한 경험은 아닐테니까.

지진 아닌 것도 다행이고 ^^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2. 10. 6. 08:36

한국에서도 먹는 일에 별로 집중하는(?) 편이 아니지만

특히 외국에 나가면 더 먹는 일에 소홀하게 된다.

그래도 일본을 가면 이것저것 챙겨주는 언니때문에 열심히 먹게 된다.

나름대로 내겐 일종의 포만감 가득한 곳이 일본이다.

지금껏 해외여행을 자주 간 건 아니지만

예전에 갔었던 동남아, 중국, 터키에서도 끼니를 제때 못 챙겼었다.

동남아와 중국은 음식이 입에 안 맞기도 했지만

터키는 그래도 꽤 괜찮았는데...

일본 음식은 너무 단 것만 제외하면 그런대로 단백해서 나쁘지 않다.

 

아라시야마에서 먹었던 뷔페.

역시 일본스럽게 차림새도 깔끔했고 진열된 음식의 양도 전체적으로 소박하다.

(우리나라에서 뷔페 음식을 이렇게 조금 진열해놓으면 어떻게 될까?)

무엇보다 뷔페접시가 인상적이었다.

9칸으로 나눠져있어 음식이 섞이지 않게 조금씩 담을 수 있다.

우리가 지금것 흔하게 보는 동그란 접시가 왠지 민망하게 느껴졌다.

음식이 담긴 모습도 깔끔하고 이뻐서 보기에도 좋았다.

우리나라 뷔페 식당에서도 이런 접시를 사용하면 대박치지 않을까?

저녁에는 산마르코라는 식당을 갔었는데

약간 얼큰한 게 먹고 싶어서 해물탕 비슷한 걸 시켰는데 맛이 괜찮았다.

갓 구운 단백한 빵을 무제한으로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양조절을 못하면 큰일이 날 수도 있으니 주의!

 

일요일에 언니네 가족이 다니는 교회에 다녀온 뒤 찾은 한식당.

순두부찌게, 떡볶이, 냉면, 파전, 비빔밥에 잡채와 제육볶음까지.

일본에서 먹는 한식의 맛이란,

전체적으로 달작지근했지만 그래도 반가워서 맛있게 먹었다.

(그래도 인간적으로 떡볶이는 정말이지 너무 달더라... ㅠ.ㅠ)

 

일본에서 먹었던 마차라테와 치즈케익.

일본 녹차인 마차는 달아도 너~~~~무 달다.

내가 먹은 건 따뜻한 마차였는데 한국의 단팥죽 느낌이었다.

실제로 안에 단팥도 들어있고 새알실같은 것도 들어있어 한끼 식사 대용으로도 너끈하겠다 싶다.

치즈케익은 부드럽고 촉촉했고 맛도 그만이었다.

오히려 다른 것들에 비하면 단 맛도 덜한 것 같고...

(어쩌면 내가 이미 단 맛에 길들여졌던건지도 모르겠지만 ^^)

 

한국으로 돌아오기 바로 직전에 간사이 공항에서 먹었던 마지막 음식.

나는 찌라시스시과 우동 셋트를, 언니는 스시와 미소국 셋트를 주문했다.

언니랑 먹는 마지막 식사라서 정말 깨끗하게 비웠다.

속은 꾹꾹 찼지만 그래도 왠지 맘은 구멍이 뚫린 것처럼 휑하다.

'너무 짧았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출국장으로 내려가면서 뒤돌아보니

언니가 끝까지 서서 손을 흔들어준다.

그 모습이 나는 또 뭉클해지고 말았다.

 

언니는,

원래도 그랬지만

일본에서 15년이 넘게 살면서 더 씩씩하고 현명해졌다.

언니는 멋진 아내이고, 멋진 엄마이고, 멋진 여자다!

부럽고 부러운 언니가 있어서

나는 참 행복한 동생이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2. 10. 5. 08:23

아라시야마에도 일본스럽게 크고 작은 절들이 여러 곳 있다.

그 중에서 아라시야마에서 가장 큰 천룡사(텐류지, 天龍寺)를 찾았다.

이 절은 1339년에 지어졌고 현재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곳이다.

본당과 정원은 따로 있고 예전에 불경을 보관했던 창고 천정에 커다란 용이 그려져 있어 천룡사라고 한다.

이 용 그림이 일본에서 제일 유명한 용그림이란다.

천정에 큼지막하게 그려져 있어 어느 방향에서 보든지 용과 눈이 마주친다.

웅장하고 신비하다는 느낌보다는 민화에 가까운 친근한 느낌이다.

팔이 안으로 굽어서겠지만 개인적으론 우리나라에 사찰에 그려져있는 용이 더 위용있는 것 같다.

뭐 그림의 위용만으로 불경이 지켜지는 건 아니겠지만...

 

600앤의 입장료를 내면 텐류지 본당과 정원을 둘러볼 수 있다.

(천룡을 보는 것도 물론 별도의 입장료가 있다)

본당을 들어서면 커다란 달마도가 방문객을 맞는다.

눈이 부리부리하긴 하지만

일본 사찰 그림들은 전체적으로 귀엽성있고 좀 민화적인 것 같다.

일본의 사찰과 성(城)을 다니면서 늘 부러웠던 건

관람객들이 신발을 벗고 직접 내부를 걸어서 관람할 수 있다는 거다. 

창경원이나 경복궁 내부를 신발을 벗고 걸어다닌다고 상상해보라.

이거 참 경이로운 일 아닌가!

 

8~7년 전에 일본을 방문했을 때

사찰과 성을 다니면서 정원을 많이 봤었는데 고요하고 단정한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바닥이 마치 그림이 그려져있는 듯해서 어떻게 만들었을까 마냥 신기했었다.

텐류지 정원은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자연상태 그대로 유지되어 있어 오히려 신선했다.

물과 나무는 아무래도 일본 정원의 정수인가보다.

물 아래 비치는 반영(反影)은 참 고즈넉하다.

이상하게도 나는 물을 경계로 아래의 세상이 더 아름답고 진짜같다.

카메라가 자꾸 물 속으로 잠수하려는 걸 참아내느라 좀 힘들더라.

날씨가 화창했다면 좋았을텐데...

 

열려있는 문을 통해 보는 세상은 그대로 한 폭의 그림이 된다.

사람이 앉아 있는 모습도

그대로 풍경이 비치는 모습도 한결같이 아름답다.

이런 집에서 실제로 살 수 있다면

평생을 대문 안 풍경만 보고 살아도 행복할 수 있을 것 같다.

(이건 정말 딱 내 스타일인데...)

 

텐류지 뒷편에 있는 대나무숲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영화 촬영지로 유명한 곳이라는데

하늘을 향해 일직선으로 쭉쭉 뻗는 수많은 대나무를 보니 섬득한 기운마저 느껴졌다.

(아마 날씨가 흐려서 더 그랬겠지만)

바람에 쓸리는 대나무 소리도 너무 좋았고

좌우로 대나무를 거느리며 산책로를 걷는 즐거움 역시 특별했다. 

 

참 오랜 시간을 걸었음에도 피곤하지 않았던 건

이런 운치있는 길들이 눈과 맘의 피로를 풀어줬기 때문일거다.

여행지에서 매번 느끼는 거지만

나는 참 잘 걷는다.

걷는 동안은 이상하게도 피곤함이나 배고픔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걷는 것과 보는 것은 때론 같은 감각이 된다.

그리고 결국은 포만감으로 채워진다.

그래서 내 여행의 모든 내용은 전부 길이다.

 

아라시야마.

그 길에 찍혀있을 내 발자국을 생각하며...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2. 10. 4. 08:09

3박 4일 짧은 일정으로 일본 고베를 다녀왔다.

(금요일 저녁에 출발해서 월요일 오후에 돌아왔으니 실질적으로 2박 3일 정도의 시간이었다.)

일정 자체도 짧았는데 고맙게도(?) 태풍까지 일본 본토를 강타하는 대참사가 벌어졌다.

거센 비바람때문에 우산을 쓰는 게 무용지물이 될만큼 끔찍한 날씨였다.

덕분에 제대로 다녀온 곳이라고는 토요일에 다녀온 아라시야마가 전부.

그나마 이 곳도 빗방울이 떨어져 서둘러 돌아와야만 했다.

결국 계획했던 청수사, 금각사도 보지 못하고 조카랑 오목, 엉터리 바둑, 윷놀이로 시간을 보냈다.

 

아라시야마.

교토의 서쪽에 위치한 산인데 벚꽃이 필 때와 단풍이 들 때 장관을 이루는 곳이란다.

호츠강에 비치는 산 모습은 벚꽂과 단풍이 아니더라도 상당한 운치와 여운이 있었다.

역 근처에서 자전거를 빌려서 돌아다닐 수도 있고

보트를 타고 호츠강 주변을 구경할 수도 있는데 우리는 튼튼한 다리로 걷는 걸 택했다.

날은 많이 흐렸지만 강 위에 비치는 주변의 모습을 보는 건 은은한 즐거움이었다.

빗방울이 떨어지는 모습도 은근했고...

아라시야마의 상징적인 구조물이 토게츠교(渡月橋)라는 다리인데

달을 건너는 다리라는 뜻이란다.

산 위에서 보면 다리 전체 모습이 반달 같이 보인다는 언니의 자상한 설명 ^^

(산 위에까지 올라가서 확인할 생각은 없어서 믿기로 했다)

예전에는 전부 목조 다리였다는데 지금은 부분적으로 콘크리트로 보수가 된 상태다.

그대로 유지 보수가 됐다면 장관이었겠지만

아무래도 그랬다면 건너가는 건 꿈도 못 꿨을테다.

다리를 건너 이곳저곳을 둘러보는데 마치 산림욕을 하는 기분이었다.

꽤 오랜 시간 둘러보면서 많이 놀랐던 건

쓰레기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일본의 공공의식,

정말 대단하고 무섭다.

 

인력거로 관광객을 태우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되는데

온 몸이 쌔까맣다.

시종일관 웃으면서 중간중간 인력거를 멈춰서 주변의 관광지를 설명해주는 모습도 이채롭다.

체구도 자그마한 사람들이 두 명의 사람을 태우고 뛰어다니는 게 또 마냥 신기해서 한참을 바라봤다.

빠른 속도로 뛰어가는 모습이 꼭 닌자 같다.

(남자들도 힘든 일일텐데 심지어 여자가 두 명을 태우고 달리는 모습도 봤다.)

내려오는 길에서 한 칸짜리 전차가 다니는 곳을 지나다가

족욕을 할 수 있는 온천이 있어 잠시 들렀다.

500앤의 입장료를 내면 작은 수건을 주는데

안으로 들어가면 물어 들어가기 전에 발을 씼을 수 있는 시설도 되어 있고

여자들을 위한 탈의 공간도 되어 있어 이색적이었다.

오랫동안 걸어서 발이 피로했었는데 잠시었지만 따뜻한 물 속에 두 발을 담그니 피로가 스르르 풀렸다.

돌아오는 길 아라시야마 역사에 불이 들어왔다.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을 주는 등이라 카메라에 담아봤다.

 

이 날은,

많이 걷기도 했지만 일본 전차도 참 많이 탔다.

왕복 6번을 갈아타면서 아라시야마를 다녀다.

우리나라 열차와 많이 달라서 그걸 보는 재미도 솔솔했다.

그런데 사람들 참 조용하더라.

신기하다.

일본 사람들...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2. 2. 3. 06:49
강팍한 땅을 품은 섬
화(火)를 화(華)로 품은 뻘의 검은 물빛
도처에 넘나드는 숨은 사람들의 흔적... 흔적...
강화를 걸으면
걸음 속에 고된 회한이 느껴진다.
유배의 땅.
떠나서 그리운 자와
떠나보내 그리운 자의 숨결이 잠깐 만나지는 검은 뻘 속에
멈춰진 시간이 머물듯 서성인다.



얼어있는 벌 속에 발을 넣으면
고되다... 고되다...
꼭 그런 말소리가 자꾸 귀 속에 들려.
환청을 쫓으러 먼 곳을 바라보면
주저없이 들어오는 햇살에 속수무책 점령당하는 몸뚱이들... 몸뚱이들...
견딜 수 있다는 것이,
인간과 금수와 다른 점이라는데...
견딜 수 없는 금수의 마음으로 바라보는 모든 것은
차라리 초연함 그것이려나!
그렇게 견디면 또 봄은 온다고
검은 뻘은 자꾸 말을 한다. 



더워 메마른 것과,
추워 메마른 것은
이렇게 다른 메마름이구나!
아.프.다.
그리움 없는 외로움은
텅 빈 몸 속으로 내내 찬 바람 들이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지금 이 순간에도 고통받고 있는 맘 닮은 사람들이여!
그러나 그대들의 인생에는 아무 죄 없다.
그리움과 외로움도
이유없는 통증을 버텨내진 못한다.

통증은 액(厄)이 아니다.
통증은 벌(罰)이 아니다.
통증은 흉(凶)이 아니다.

하여 강화도는 걷는 모든 걸음은
시간 위에 꾹꾹 담기는 긴 통증으로
검게 검게 얼어 붙는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