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동네 책거리2008. 12. 5. 22:17

정권 교체기의  영원한 아이콘 “정조”

<원행> - 오세영


 


“팩션” 소설의 시작을 알린 작가 오세영.

역사적 사실과 허구를 결합시킨 새로운 장르의 문학형태인 팩션(fact + fiction = faction )

지금이야 완전히 자리 잡은 문학장르가 됐지만 1993년 <베니스의 개성상인>이 출판될 당시만 해도 팩션이라는 용어는 아직 낮선 용어였습니다.

<원행>이란 소설은 2006년도에 출판됐고, 전 작년에 읽었는데 우리 도서관에 2월 신작도서로 올라와 반가운 마음에 글을 올립니다.


정권교체기가 되면 항상 “정조”라는 아이콘이 등장을 하는 것 같아요.

아마도 조선의 르네상스 문화를 꽃피운 그의 강력한 개혁군주 이미지를 닮고 싶은 마음 때문이기도 할 테지만요..

2년 전 쯤 인가?

이 “정조”라는 아이콘이  문화 아이콘으로 대대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구요.(드라마 이산의 시청률에 공감을 하게 됩니다 ^^)

“화성에서 꿈꾸다”라는 창작뮤지컬이 제가 정조에 관심을 갖게 된 동기라면 동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작품에서 정조의 본명이 이산이라는 것도, 사도세자의 본명이 이선이라는 것도 알게 됐으니까요.

현재 수원 화성은 다 아시는 것처럼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이 되어 있고, 매년 대대적인 정조 수원행차(을묘원행) 시연 행사를 하고 있습니다.(작년에 다녀왔는데 한번 권해드리고 싶네요)


정조대왕이 10년만 더 치세를 했다면 우리나라 역사가 달라졌을 거란 말이 있습니다.(정조는 49세의 나이로 사망했는데 독살됐다는 설이 있습니다)

당연히 거센 변혁의 모후엔 기존 보수세력의 거센 반발이 있었을 거구요

시파의 수장 체제공과 개혁 물결의 교두보 적약용, 벽파의 수장 심환지 그리고 세상을 뒤엎을 역성혁명을 꿈꾸는  문인방(옥포선생), 이 4인과 정조와의 8일간의 암투 과정을 그린 소설입니다.

그야말로 흥미진진하고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그 다음 장이 궁금해지게 만드는 책입니다. 약간 두꺼운 분량의 책이지만 아마도 단숨에 읽어 내려갈 수 있을 것 같은데요 ^^


정조는 실제로 목숨을 위협하는 수많은 자객 속에서 어릴 때부터 스스로를 단련(?) 했다고 하네요. 그래서 어느 정도의 위협에는 까딱도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한번은 자신을 살해하러 온 자객을 그냥 보낸 적도 있었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신념을 가진 사람을 살해한 폭군으로 역사에 기록되고 싶지 않다...”는 이유에서였죠. (정말 멋지지 않습니까????). 그는 왕의 자리에 서려있는 피냄새의 의미를 알고 있었고, 그래서 어떤 왕이 되어야 하는지 끊임없이 고뇌했던 군주였습니다.

이 책은 정조가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회갑을 축하하기 위한  8일간의 수원 화성 행차를 통해 수구세력(벽파)을 제압하고 왕권을 더욱 확고히 하여 개혁의 기틀을 마련하는 계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을묘원행은 표면상은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을 축하한다는 의미였지만, 그 속뜻은 사도세자의 추모였다고 하네요(혜경궁 홍씨와 사도세자는 동갑이었습니다)

정조가 즉위하고 처음으로 한 말은,

“내가 누구더냐?”라는 물음이었습니다.

만조백관들이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겠죠.

“이 나라를 이끌어갈 상왕이십니다~~~”

이어지는 정조의 섬뜩한 한 마디....

........................

“나는.... 사도세자의 아들이다.....”

........................

아비를 죽게 한 이들 앞에서 그가 남긴 한마디의 섬뜩함...

항상 정조를 생각하면 전 이 장면이 슬로우 모션처럼 그러나 강렬하게 떠오릅니다.

벽파들의 서늘해졌을 등줄기와 앞으로 닥칠 복수에 대한 공포도 함께 떠오릅니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의 제목에도 있지만 정조는 스스로 달이길 원했다고 합니다.

임금은 달이요, 백성은 흐르는 구름이라 생각하고 구름이 달을 가린다고 해서 어지러워지거나 미혹되지 않을 것을 다짐했다고 하네요.

(역시 “달”은 여러 가지로 이미지가 참 좋네요 ^^)


정조의 또 다른 매력은....(지극히 제 개인적인 매력)

후궁이 단 4명밖에 없었다는 사실...(할아버지 영조는 엄청난 후궁과 자식을 거느리고 있었죠. 영조와 정순왕후와의 나이 차이는 40살 정도였다고 하니....  부러워하시는 분들 계시는 것 같은데..... ^^)

그것도 3명은 주위의 강압(?)에 의한 간택후궁이었고 스스로 승은을 입힌 후궁은 의빈성씨 한명이었다고 합니다.

의빈성씨는 할머니, 즉 정순왕후 처소의 궁인에서 소위 일약 신데렐라가 된 셈이죠. 거기다가 정조의 지극한 총애를 입었다고 하네요

그러나 조강치처 효의왕후에 대한 마음도 극진했다고 합니다.

어려서부터(정조 11세, 효의왕후 10세 때 서로 혼인) 함께 어려움을 겪은 조강지처이기에 후사가 없었어도 그 지위를 박탈하거나 소위 구박하거나 하지 않았다는...

정말 알면 알수록 멋진 남자 정조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 책은 정조보다는 주변 인물, 특히 적약용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지만 제 개인적으로 정조를 너무 아끼고 좋아하다 보니 정조 중심의 글이 되버리고 말았네요 ^^ ( 죄송~~~)


여기서 보너스 팁 하나~~~

청계천에 다들 한번쯤은 가 보셨죠?

청계천에 가시면 정조의 화성행차 모습을 그린 <정조능행반차도>라는 그림이 청계천변가를 따라 쭉 그려져 있습니다.(종로쪽 방향으로..)

정조는 어머니 혜경궁 홍씨를 모시는 행차에서는 비가 와도 절대로 가마를 타지 않고 직접 어머니를 호위하며 갔다고 하니 그 효성 또한 감동이 아닐 수 없죠..

그림을 보시면서 혜경궁 홍씨를 모시고 가는 정조의 모습을 한번 찾아보시는 것도 색다른 즐거움이 되실 수 있을 것 같네요.

그러나 참고로... 찾기 무지 어렵습니다~~~~

(일단 그림이 너무 길고, 그래서 등장인물등 너무나 많이 나와 주시고,  거기다 아주 결정적으로다 그림속의 인물들이 전부 그놈이 그놈인 것 같아서.... ^^)


보너스 팁 하나 더~~~
이덕일이라는 작가가 쓴 <조선왕 독살사건> 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유난히 독살설이 많았던 조선의 왕들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가 아주 재미있게 그려져 있습니다. 물론 우리의 “정조”도 여기에 속해 있구요.

꼭 한번 읽어보시길 강력 추천하며...

이상 달동네 책거리였습니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찍고 끄적 끄적...2008. 12. 4. 08:00





하늘만큼 신비한 게 있을까?
때로는 색을 변화 시키고,
때로는 모습을 변화시키고,
때로는 모든 것을 변화시키기도 한다.





때로는 모든 것을 품기도 한다.
땅조차 품지 못한 것들을...
그래서
땅 위의 것들은
위를 보지 못한다.
숨겨진 것들에 대한 두려움....



물 빛아...
땅 빛아...
하늘빛이 준 색들아~~
너희 품은 색을 내가 안다...
조용히 하늘이 말한다...



Posted by Book끄-Book끄

21주 된 이란성 쌍둥이 초음파 모습입니다.
2008년 12월 3일 만난 천사들이에요~~~



엄마 배 안에 우리는 함께 있습니다.
좀 좁긴 해도 우리가 얼마나 사이가 좋은데요.
엄청 신나게 움직이면서 놀고 있어요.
엄마가 좀 힘들겠죠?





저는 위에 자리 잡은 A 에요.
밑에 있는 B는 저 때문에 좀 힘들겠죠.
본의 아니게 제 엉덩이 밑에 얼굴이 깔려 있네요.
미안~~~~





A가 자꾸 저를 눌려서 지금 열심히 팔, 다리로 자리를 넓히고 있어요 ^^
그래도 엄마, 아빠의 사랑으로 얼마나 열심히 크고 있다구요.
우리는 크기 차이도 거의 없답니다.
이제 반을 지나왔는데...
우리 둘이 열심히 엄마 응원해야 겠어요.
엄마!
많이 도와드릴께요~~ 화이팅! 울 엄마!
Posted by Book끄-Book끄
찍고 끄적 끄적...2008. 12. 3. 06:26

<Passion Flower >
말 그대로 이름 붙이면 "열정의 꽃" , "격정의 꽃"이란다.
우리나라에선 더 이쁜 이름으로 불린다.
째깍 째깍 시간을 알리는 시계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시계꽃"




꽃 잎 위에 있는 보라색 부분들이
꼭 시침과 분침, 초침을 닮았다.
처음 인상은....
활짝 웃는 사람을 보는 듯 ^^
나도 모르게 따라서 활짝 웃게 만드는 귀염성 가득한 꽃




보라색은...
시계꽃 보다는
passion flower 라는 이름이 어쩐지 더 어울린다.
보라색...
치명적이고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꽃.
"시간"은 누구에게나 치명적일 수 있음을
색으로 말해 주고 싶었을까?





시간이 말을 건다.
"째깍, 째깍"
좀 더 열정적이라고.
좀 더 격정적이라고....

자신의 유효기간을  생각하라고....
Posted by Book끄-Book끄

22주된 태아의 모습입니다.
2008년 12월 2일 만난 천사...




지금은 엄마, 아빠 소리에만 열심히 집중하고 있어요.
두 분이 절 부를 때 마다
제가 항상 대답하는 거 아세요?




좋은 소리 많이 듣고,
좋은 마음으로 좋은 생각하면서
세상에 나가 정말 좋은 사람이 될께요~~~





이쁜 두 귀를 항상 활짝 열어 놓겠습니다.
세상엔...
정말 좋은 소리들만 가득한 거 맞죠?

Posted by Book끄-Book끄
달동네 책거리2008. 12. 2. 13:04

<서른살이 심리학에게 묻다> - 김혜남

 

서른살이 심리학에게 묻다

 

오늘은 간단히 소개할께요.

이미 많은 분들이 보시기도 했겠고, 아마도 제목이라도 한번쯤은 들어본 책일거라 생각합니다.

어떤 느낌의 책일거라 생각되세요????

여성의 심리를 해석한 책? 아니면 심리한 입문서? 아니면 심리학을 빗댄 처세서???

책의 매력이라는 건 제목만으로는 알 수 없다는 겁니다.

약간 그 내용을 감지할 수도 있겠지만 그 책장을 열고 실제 내 눈으로 한줄 한줄 따라 가지 않으면 그 안의 본격적인 내용을 알 수 없죠.

때론 제목에 배신을 당하기도 하지만 제목이 내용보다 앞서는 경우도 만날 수 있습니다.

이 책이요????

꼭 포커 페이스 같은 책이에요. 그것도 꽤나 흥미로운... ^^

약간 빗나가는 이야기도 한 번 해 볼까요?

서른 살....

어떻게 생각하세요???

스무살 때, 전 서른이란 나이는 나에겐 결단코, 기필코, 반드시, 무슨 일이 있어도.... 차마 오지 않을 거라 확신했습니다.

스물이 바라본 서른은 이미 “늙은이(?)” 같았거든요. (서른에 대한 생각을 스물에 하게 된 것도 책 때문이었네요.. <서른 잔치는 끝났다>는 김영미 시집....^^)

그런데 서른이 됐을 때....

알게 됐습니다. 이제 마흔이 오겠구나, 하는 걸...

참 재미있죠???

조금은 느끼게 된 거죠.

나이가 공포스러운 게 아니라 어떻게 사느냐가 공포스럽다는 걸요...

제가 생각하는 “서른”은 그래요.

침묵같은 공포를 깨야 하는 시기라고...

“나 지금 떨고있니?”라고 내 두려움을 주위에 대놓고 확인사살 할 수 도 없고, 그렇다고 “내가 다 해결해줄게.. 걱정마!” 그렇게 호기를 부리기엔 세상이 무서울 건 너무나 잘 알고....

어쩌면 10대의 사춘기때보다 더 어설픈 나이 때문에 더 많이 힘든 “제 2의 사춘기”같다고 할까요???

(그래도 10대는 반항의 시기라는 닉네임이라도 있쟎아요. 서른에 그러면 "저 인간 왜 저래?", "나이는 어디로 먹은 거야?"  뭐, 기껏 이런 소리 듣는 게 그나마 최상의 표현이겠죠.)


기본적으로 저란 사람은...

책이 나오는 책들은 그저 맹목적으로 사랑스럽습니다.

단지 많은 책들은 내게 소개해 준다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도 기꺼이 사랑스럽죠.

이 책도 그래요.

제겐 심리학 책이라는 느낌보다는 지은이 개인적인 느낌책이라고 소개하고 싶습니다.

자신이 읽었던 책들, 그리고 봤던 영화들을 가벼운 심리학이라는 색다른 옷을 입혀 소개하고 있죠.

이런 책들을 보면,

내가 읽었던, 내가 봤던 영화들을 다른 사람은 어떻게 느꼈는지를 몰래 들여다보고 있다는 왠지 모를 짜릿함도 느껴집니다.

공감과 반감을 왔다갔다 하는 재미도 솔솔하구요...

가끔 궁금할 때가 있쟎아요.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봤을까? 읽었을까? 느꼈을까?

그건 꼭 비교나 내 이해도에 대한 점검를 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다른 형태의 공유를 소망하는 것처럼 저겐 느껴집니다.

그래서 이런 느낌의 책...

좋아요. 무엇보다도 무작정 따뜻한 것 같아...

오늘은요!

딱히 어떤 책을 소개한다는 의미보다는,

느낌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개인적인 질문 하나...
"마흔살은 심리학에게 어떻게 물을 까요?"
 

Feel So Good~~~~~!

Posted by Book끄-Book끄

21주 된 태아의 모습입니다.
2008년 12월 1일 만난 천사~~~~




엄마 배 안은 따뜻하고 편안하지만...
음... 좀 좁긴 해요.
그래서 이렇게 웅크리고 있죠.
이제 밖으로 나가면 허리 쭉 피고 한바탕 소란도 피우게 되겠죠?
이 허리를 쭉 피면,
나 정말 커 보일거예요. 그쵸?





지금은 반 접기 선수~~~
열심히 엄마 배 안에서 요가를 하고 있어요.
이렇게 유연한 거 아셨어요?
또르르 동그랗게 구부릴 수도 있답니다.
태어나면요... 음...
더 귀여운 모습도 실제로 보여드릴께요~~~



Posted by Book끄-Book끄
달동네 책거리2008. 12. 1. 05:56

<황금 물고기> -르 클레지오


황금 물고기

 

르 클레지오...

우리나라 시인 고은과 함께 2008년 올 해 노벨 문학상 후보에 올랐던 작가 중 한 명입니다.

그리고 그가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구요...

생존한 작가 중 가장 아름다운 프랑스어를 구사하는 작가로 꼽힌다고 하는데, 단지 이 책 한권으로 그 평가를 절감했습니다.(번역된 문체도 이렇게 아름다운데 원문은 얼마나 아름다울지 좀 아찔한 느낌도 들었습니다)

여러 차례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던 그는 최근(2008년 9월)까지도 이화여대 번역대학원 교환교수로 한국에 들어와 1년간 학생들을 가르쳤다고 합니다.

2001년에는 화순 운주사를 방문한 후엔 “운주사, 가을비”란 시도 발표했을 만큼 한국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고 하네요.

일단, 르 클레지오.... 천재 맞습니다.

23세의 나이에 쓴 첫 소설 <조서>로 프랑스 4대 문학상 중 하나인 르노도상을 수상하며 그야말로 화려하게 등단해서 <황금물고기>, <섬>,  <사막>,  <혁명>, <우연> 등 숱한 화제작들을  발표했습니다.

“끊임없이 다른 문명에 대해 호기심과 애정이 있는 작가”라는 언급도 있네요.

노벨상 수상이 확정된 후 그는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상을 받는다는 건 시간을 얻는다는 걸 의미한다...“고.

잠시 이 말의 의미를 생각해 봤습니다.

이미 68세의 지긋한 작가가 시간을 얻었다고 말할 수 있다는 건...

작가로서 글을 쓰는 작업에 대한 책임감과 글이라는 것이 주는 문학적, 사회적 의무감에 대한 질책이 아닐 런지...


<황금 물고기>

그리 긴 분량은 아니지만 대서사에 해당하는 인간사가 들어 있습니다.

그것도 하얀 얼굴에 파란 눈을 가진 프랑스인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까만 아프리카 흑인 계집아이의 인생사죠.


"오, 작은 물고기여, 작은 황금 물고기여, 조심하라!

세상에는 너를 노리는 올가미와 그물이 수없이 많으니."


물고기처럼 순진무구한 천진성과 강한 생명력을 지닌 흑인 소녀 라일라는 어느날 본향에서 인신 매매범들에게 의해 납치됩니다.

7살 유괴 돼 아랍으로 팔린 아이의 인생은 다 자란 어른의 인생이 될 때까지도 그야말로 끝없는 떠돔과 예기치 않은 불시착(?)의 연속이죠.

“돌아갈 곳이 있는 사람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귀로, 혹은 귀향의 모티브는 하다못해 그 사람의 뒷모습마저도 아름답게 만듭니다.

왜냐하면 목적지를 향한 발걸음은 적어도 길을 잃고 흔들리진  않을 테니까요.

책을 읽는 내내 어린 흑진주 라일라가 흔적을 지우는 건 아닌지 걱정됐습니다.

끝없는 도망과 탈출의 중간에 라일라는 지하철 거리의 가수 시몬느에 집에 가게 됩니다.

“너도 나와 같은 신세구나, 라일라, 우리는 우리가 누구인지 몰라. 우리 몸이 우리 것이 아닌 거야”

그때 문득 그녀는 알게 됩니다.

왜 그녀들이 서로 닮았는지를...

그들이 자신의 육체를 가지지 못한 건, 항상 타인들에 의해 그들의 운명이 결정됐기 때문에라는 것을.


끝없이 떠돌던 그녀를 구원한 건 그녀의 고백처럼 “음악”이었습니다.

그녀는 피아노를 치며 노래를 부르면서 그녀와 함께 했던 모든 사람들의 이름으로 자신이 노래하고 있다는 걸 깨닫습니다.

그녀, 라일라가 진정으로 자유로워지는 시점이죠.

“이제 나는 자유로우며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

그녀는 말합니다.

그리고 오래 전 그녀가 처음 유괴됐던 그 본향에 도착합니다.

이제 다시 그녀가 떠돌아다닐 일은 없겠죠?

그런데... 어쩐지 저는...

그녀가 이제 본격적으로 떠돌게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그렇지만 그 떠돔의 내면엔 이젠 평안함이 함께 할 것 같아 가슴을 쓸어 내리게 됩니다.


이 책을 읽어 가면서,

“다름”에 대한 이해가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색의 다름, 성별의 다름, 지역의 다름, 그리고 개인의 다름까지...

“다름”의 본질은 인정이나 이해의 측면이 아니라는 생각이 드네요.

누군가의 삶을 다르다는 이유에 빗대 우리가 어떻게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까요???

온전히가 아니라 그 일부라도 이해할 수 있다고 정말 말할 수 있을까요?

백인 성인 남성 작가가 쓴 흑인 여자 아이의 이야기...

백인과 흑인 두 사람의 손을 양 쪽으로 꼭 잡고 황인족인 나 또한 그 길 위를 함께 걷는 느낌입니다....

어쩐지,

평화롭네요. ^^

Posted by Book끄-Book끄
찍고 끄적 끄적...2008. 11. 30. 15:32






엄마, 아빠...
존재만으로도 눈물이 되는 두 분
내가 아무리 아파도.
서럽게 아프고 또 아파도.
두 분 아픔의 일부분이라도 느낄 수 있을까요?




부모님의 키가 작아지는 건.
자식들에게 다 나누어 주기 때문이라는데...
그 마음 곱게 받아
난 정말 바르게 살고 있는건지...




모자상 앞에 두 분.
항상 아픔뿐인 자식이여서 항상 부족한 딸이여서...
그래서 전 또 아픕니다.

마음 안에
눈물 두 방울 깊게 깊게 간직합니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달동네 책거리2008. 11. 30. 15:08


 <완득이> - 김려령 

책 이미지

 

지난주 토요일에 읽은 책입니다.

진료 끝나고 손에 잡았던 책인데 1시간 만에 뚝딱 읽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유쾌, 상쾌, 통쾌에다 플러스 알파를 주고 싶은 책입니다.

<완득이>를 처음 손에 잡았을 때의 느낌을 그대로 표현하자면...

“뭐야?? 이거 인터넷 소설인거야? 귀여니의 아류쯤 되는 건가?????”

저처럼 에니메이션한 책 표지에 속는 사람 아마 여럿 있으리라 싶습니다.

일단 작가 김려령!

이 책 한 권으로 마해송 문학상, 문학동네 어린이 문학상, 창비청소년 문학상 이렇게 그랜드슬램을 해 버렸습니다.(당신은 욕심쟁이, 우후훗!)

청소년 명랑 소설쯤으로 생각하신다면 제가 많이 서운할 듯.(도대체 제가 뭐라고....^^)

정신 수준은 가히 “만득이” 수준을 왔다 갔다 하는 이 “완득이”라는 놈이 글쎄 주말에 저의 완소남으로 완전 등극해버렸습니다.(고작 고1 어린 놈이 자식에게......)

“도완득”

도를 완전히 터득한 놈이라고 할까요~~~^^ (한마디로 득도한 놈입니다. 득도의 방향이 좀 이상하긴 하지만 득도를 하긴 했습니다.)

어느 분은 그런 표현도 쓰셨던데요.

현대판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라고...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에게는 아마도 아부지 도정복의 공이 크다 싶습니다.


가족 구성원 살펴봅니다.

왜소증인 아버지 도정복 : 카바레가 문을 닫자 오일장을 개척하는 생활 역꾼. 본인은 정직하게 기록했는데 결혼 중개소에서 난쟁이라는 말을 일부러 지워 본의 아니게 베트남 처자의 가슴을 아프게 만드신 장본인 되시겠고...

베트남 어머니 : 가난한 나라 사람이 잘 사는 나라의 가난한 사람과 결혼해 여전히 가난히 살다 어찌 어찌 아버지와 헤어져 음식점에서 한달에 두 번 밖에 못 쉬면서 과다한 노동 중이시고...

삼촌 남민구 : 춤이 좋아 아버지에게 춤을 배우게 된 말더듬이. 생긴 건 요즘 말로 사망 지경인데 지능이 좀 떨어지고 춤은 무아지경 환상의 수준에 도달하신, 남들에게 “난닝구”라는 편안한(?) 별칭까지 하사 받으신 비혈연 관계이긴 하나 어쨌든 삼촌 되시겠고...


그리고 가족보다 더 가족 같은 우리의 사회 선생 똥주(이동주)


“정말 이러시기예요? 가시관에 머리가 찔려서 잘 안 돌아가세요? 똥주 하는 꼴 좀 보라고요. 학생 집에서 술 퍼마시고, 꼴리는 대로 학생이나 패고, 선생이라는 작자가 인성 교육이 안 돼 있으니까, 학생들한테도 그런 교육을 못 시키잖아요. 다시 어린애로 돌려서 교육시킬 수도 없고, 방법은 하나밖에 없어요. 죽여주세요. 이번 주에도 안 죽이면, 나 절로 갑니다. 하나님 안 믿어요! 거룩하시고 전능하신 하나님 이름으로 기도드리옵나이다. 아멘’”


완득이의 표현을 쓰자면 “부자 아버지 밑에서 가난한 척하는”, “생활보호 대상으로 나온 제자의 햇반을 날로 드시는(그것도 잡곡으로다.....)”, “이주노동자를 불법 고용하여 무지하게 일 시켜 먹는 자기 아버지를 경찰에 고발하는” 한마디로 대책 없는 선생 똥주...

이런 선생님 학교 다닐 때 만났다면 아마 제 인생도 달라지니 않았을까 하는 에니메이션한 상상까지도 하게 만드는 인물입니다.


요는, 정말 다 살아있다는 사실입니다.

여기 나오는 인물들은 꾸며진 사람들이라고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완벽히 살아있는 사람들입니다.

책을 읽고 있으면 마치 내 옆에서 이 사람들이 정말 수다스럽게 서로 말하는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그래서 저도 자꾸 한마디 거들고 싶어지게 만들 만큼요.

 

무엇보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유쾌한 이야기 속에 장애인이나 외국인 노동자 같은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편견들을 자연스럽게 풀어내고 있다는 점입니다.

장애인 아버지와 이주 노동자 어머니를 가진, 그래서 동시에 두 배의 편견에 시달리는 완득이의 가족을 통해 우리들의 사소한 선입견이 그들에게 얼마나 큰 상처가 되는지도 단편적으로 돌아볼 수 있게 해 주죠.(너무 깊은 내용을 기대하진 마시라... 이 소설의 타이틀은 어찌됐든 청소년문학이니까.....)

또한 똥주를 통해 외국인 노동자를 이용하는 악덕 기업주와 그들을 돕는 봉사자들의 모습도 단편적이긴 하지만 그려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이야기들조차 그리 무겁지만은 않다는 사실, 적절한 가벼움을 유지하되 진지한 이야기를 함께 엮어내어 유쾌하게 웃으면서도 우리 사회의 문제들에 대해 한 번쯤은 생각하게 만들고 있죠.

그래서 읽는 내내 큰소리로 웃을 수 있었고, 그러면서도 가슴 한쪽이 뻐근해지는 느낌 또한 지울 수 없었던 책이었습니다.


어쩌면 완득이는 “열등감”에 관한 책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완득이는 주변 사람들을 통해, 그리고 킥복싱을 통해 이 열등감을 아주 유쾌하고 건강하게 극복하고 있는 중입니다. 정말 현재 진행형으로...

어쩌면 더 많은 TKO 패를 당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계속 하다보면,

언젠가는 TKO 승을 하는 날이 오지 않겠습니까!!!

이렇게 멋진 완소남 도완득인데....^^


“아버지와 내가 가지고 있던 열등감, 이 열등감이 아버지를 키웠을 테고 이제 나도 키울 것이다. 열등감 이 녀석, 은근히 사람 노력하게 만든다....”


저도 한마디 해주고 싶네요.

“완득아!!!~~ 힘내라!!! 누나가 지켜본다~~~~~”

이 녀석, 한마디 할 것 같습니다.

"됐거든요~~~ 똥주 하나로도 기도하기 바쁘거든요~~~"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