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3. 8. 19. 07:35

<Thrill Me>

일시 : 2013.05.17. ~ 2013.09.29.

장소 : The STAGE

대본,작사,작곡 : 스티븐 돌기노프

연출 : 쿠리야마 타미야

무대 : 이토 마사코

조명 : 가츠시바 지로

출연 : 오종혁, 박영수, 신성민 (나-네이슨)

        정상윤임병근, 이동하 (그-리차드) 

        신재영, 곽혜근 (피아니스트)

제작 : (주)뮤지컬해븐, CJE&M

 

두번째 보는 박영수, 임병근 페어의 <쓰릴미>

이번 시즌 별써 여섯번째 쓰릴미 관람이다.

아직 두 번 정도 더 볼 예정이고...

<쓰릴미>는 확실히 내겐 피할 수 없는 금단의 열매다.

7월 24일 두 사람의 첫공을 보고 한 달이 조금 안 됐다.

박영수, 임병근 두 사람 모두 배역에 편안해보인다.

그래선가? 첫공보다 개인적으론 긴장감이 좀 떨어졌다.

임병근의 리차드는 강함의 정도가 약간 낮아진 것 같고

박영수 네이슨은 마치 새색시를 보는 느낌이다.

새침하기도 하고, 질투심에 불타서 토라지고 혼자 삐지는 느낌.

살짝살짝 눈을 흘기는 모습을 보면서 저건 딱 여자 감성인데 하면서 속으로 많이 웃었다.

(이런 거 남자들이 공감하기 참 힘든 부분인데...)

<블랙메리포핀스>에 출연중인 서울예술단 단원 김도빈이 박영수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많은 배우를 봐왔지만 연습을 그렇게 열심히 하는 친구는 없었어요. 정말 쉬지도 않고 옆 사람이 짜증날 정도로 계속 연습해요. 근데 밉지 않아요."

개인적으로 나는 텍스트의 힘을 믿고, 텍스트를 집요하게 파고 드는 배우를 믿는다.

그리고 배우 박영수는 확실히 그런 부류다.

그 노력은 아직 채워지지 않은 부분을 부족함이 아닌 가능성으로 믿고 기다리게 만든다.

좋은 장점이긴 하지만 이게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자칫 잘못하면 변화없이 똑같은 답습(踏習)의 늪에 빠질 수도 있기 때문에...

(지금  배우 박영수 배우가 그렇다는 이야기는 절대 아니지만 그럴 수도 있으니 조심하길 바라는 마음 ^^)

 

박영수의 네이슨은,

나쁘지 않았다.

분명 첫공때 부족한 부분들도 많이 채워나갔고 대사 실수도 없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초반에 호흡이 너무 빠르다.

피아노 반주를 생각하지도 않고 서로 격하게 대립했다.

처음엔 곽혜근 피아노가 또 못따라간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

이번엔 확실히 박영수 네이슨 호흡이 지나치게 빠른 거였다.

왜 그러지???

<잃어버린 얼굴>이 <쓰릴미>의 집중도를 떨어뜨리고 있나?

앞서가는 네이슨을 보면서 나혼자 오만가지 생각을 다했다.

(그 순간은 임병근 리처드도 철저하게 네이슨의 머릿속에서 사라진 것 같았다.)

그래도 다행인건, 본인도 그걸 알아챘는지 빨리 컨트롤을 해줬다

만약 그 시간이 길었다면 맨붕상태 왔을것 같다.

"ㅅ발음"은 정말 놀라울 정도로 좋아졌다.

도대체 얼마나 연습을 한거지!

(나 이거 해봐서 아는데 쉬운 일 절대 아니다!)

이 녀석...

참 무섭다.

대사할때보다 노래부를 때 더 선명해지고 명확지는 소리도 참 듣기 좋다.

목울대의 떨림을 보고 있으면 저 "소리"를 훔치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다.

마지막 표정은 참 좋더라.

드디어 네이슨과 온젙히 함께 있을 수 있게 됐따는 기쁨도 안도감.

평온이 느껴질 정도다.

만약 이 녀석이 다음에 이 작품을 다시 하게 된다면!

확실히 훨씬 더 좋을 것 같다.

개인적으론 워밍업이라고 생각키로 했다.

 

임병근 리처드.

다 좋은데 그 마이크 위치가 자꾸 신경쓰인다.

머리에 실핀 꽃은 것 같아서...

그런데 그게 하필 예쁘장하게 잘 어울린 건 또 뭔가!

좀 나이가 들면 <라카지>의 주인공을 해도 되겠다는 생각을 혼자 마구마구 했다.

(내가 <쓰릴미>를 보면서 이렇게 대놓고 옆길로 새다니...)

노래도, 표정도, 감정도, 딕션도 참 좋은 배우라 가능성도 무궁무진한 배우.

다만 바람이 있다면 지금보다 연기폭을 더 넓혔으면 하는 맘.

임병근의 리처드를 보면서

신성민과 크로스되면 시너지효과가 엄청나리라는 생각도 잠깐 했다.

상상만 하고 직접 확인까지는 안 하련다.

크로스 페어까지 보기 시작하면 정말 크린을 꿈꾸게 될 것 같아서...

 

곽혜근 피아니스트.

지금껏 들었던 곽혜근의 연주 중에서 가장 좋았다.

드디어... 드디어...그의 연주에서 여유가 조금씩 느껴지기 시작했다.

지금의 여유가 자리를 잡아준다면,

정상윤 리처드, 오종혁 네이슨 공연에 곽혜근 피아니스트여도 상관없겠다. 

다.행.이.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8. 2. 08:31

<Thrill Me>

일시 : 2013.05.17. ~ 2013.09.29.

장소 : The STAGE

대본,작사,작곡 : 스티븐 돌기노프

연출 : 쿠리야마 타미야

무대 : 이토 마사코

조명 : 가츠시바 지로

출연 : 오종혁, 박영수, 신성민 (나-네이슨)

        정상윤임병근, 이동하 (그-리차드) 

        신재영, 곽혜근 (피아니스트)

제작 : (주)뮤지컬해븐, CJE&M

 

<쓰릴미 > 2차팀 공연이 시작됐다.

그리고 세 쌍의 페어 중에서 가장 궁금했던 박영수-임병근의 첫공.

좀 로딩이 된 후에 볼까 고민하다 결국 궁금함을 참지 못했다.

둘은 임병근이 몇 년 전 탈단을 하긴 했지만 서울예술단 동기다.

그래서 이 둘을 "예술단 페어"라고 부른단다.

처음부터 같이 연습했던 동갑내기 친구가 만드는 <쓰릴미>라!

작품 자체의 설정과는 아주 딱 맞아떨어진다.

그리고 박영수가 "나"인 것도 임병근의 "그"인 것도 확실하고 정확하다.

재미있는 건,

이 둘은 예상되어지면서도 또 명확하게 예측을 하기 힘든 페어라는 거다.

뭔가 반항적인 소년의 이미지가 강한 박영수와

잰틀하고 선한 느낌의 임병근.

과연 이들은 어떤 나와 그를 보여주게 될까?

 

첫공이라는 위험수는 분명 있었지만 둘의 조합은 솔직히 기대 이상이었다.

일단 두 배우 다 눈빛이 너무 좋다.

2인극은 아무래도 무대에서의 액팅에 한계가 있어

배우가 보여주는 눈빛과 표정에 관객이 더 집중하게 된다.

그래서 연기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배우들의 2인극을 보는 건 가히 고문에 가깝다.

감정없는 얼굴로 시종일관 같은 표정을 짓고 있는 배우를 보고 있으면 난감하다.

이 둘은 뭐랄까?

치열함은 좀 떨어지지만

표정과 눈빛, 그리고 손끝의 디테일은 아주 좋았다.

설정인지 실수인지는 모르겠지만

초반에 박영수와 임병근의 템포가 서로 어긋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박영수의 템포가 조금 더 빠르다.)

그러다 중반 이후부터 템포가 비슷해지면서

후반부에서는 그 템포가 역전이 된다.

시종일관 불안한 눈빛을 보이던 박영수의 네이슨이

"난 뛰어난 인간이야. 결국 널 이겼쟎아!"라는 대사와 함게 리처드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후반부 장면은 압권이다.

둘 사람의 몸기울기가 역전되는 장면도 잘 표현했고.

(분위기, 파워, 그 동안의 모든 시간들이 송두리째 역전되는 느낌이랄까!)

그동안은 잘 몰랐었는데 임병근의 양쪽 눈크기가 서로 다르다.

그런데 그게 리차드를 표현하는데 플러스효과를 준다.

살짝 야누스적인 느낌을 준다.

박영수도 쌍커플없는 두툼한 눈이 어눌하면서 소심해보여 배역 자체와 잘 어울렸다.

"넌 나를 배신할거야! 난 네가 원하는 대로 해도, 넌 내가 원하는 대로 절대로 하지 않은 걸!"

"contract" 장면 대사 중 박영수가 이 부분의 너와 나를 완전히 반대로 해버렸다.

결정적인 대사실수라 보면서 깜작 놀랐는데 정작 본인은 당황하지 않고 잘 넘기더다.

혹시 첫공이라 너무 긴장해서 틀렸다는 걸 몰랐을까???

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ㅅ" 발음이 부정확한건 아무래도 사투리톤 때문인 것 같고

연습벌레니까 앞으로 더 좋아질 거라 믿는다.

아무래도 "ㅅ"발음은 뮤지컬 배우들의 숙제인 모양이다

그런데 사실 이 녀석!

무대 위에서 너무 열심이라 "ㅅ" 발음 따위 기꺼이 무시할 수 있다.

조급하게 서두르지 않고 하나씩 자신의 길을 우직하게 나아가는 보고 있으면 

지금도 그렇지만 지금 이후의 모습을 더 믿고 기다리게 만든다.

이 녀석, 확실히 무서운 녀석이다!

 

첫공이라 익숙하지 않아서 그랬겠지만

아직까지는 소품과 무대 활용에 여유가 없다.

현재는 텍스트를 숙지하고 체화하는 과정에 있는 것 같다.

중반 이후에 보면 아마도 두 사람의 <쓰릴미>에 불꽃이 튀지 않을까 싶다.

그들은 지금 계속해서 "계획(The plan)" 중이고 "I try to think" 중이다.

분명한 건,

이 녀석들은 점점 진화할거란 사실이다!

확실히!

 

그래서 나는 아주 많이 기다려진다.

8월 이후 이 녀석들과의 재회가!

 

* 확실히 피아니스트는 신재영일때가 훨씬 느낌이 좋다.

   연주하면서 계속 배우들에게 시선을 놓치 않는 모습이 호흡을 함께 가지고 가려는 의도같다.

   이런 신재영도 두 사람의 첫공은 많이 궁금했나보다.

   다른 날 보다 유난히 열심히 관람(?)하는 모습이 흥미로웠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7. 19. 08:23

<Thrill Me>

일시 : 2013.05.17. ~ 2013.09.29.

장소 : The STAGE

대본,작사,작곡 : 스티븐 돌기노프

연출 : 쿠리야마 타미야

무대 : 이토 마사코

조명 : 가츠시바 지로

출연 : 정상윤, 전성우 (나-네이슨) / 송원근, 이재균 (그-리차드) 

        신재영, 곽혜근 (피아니스트)

제작 : (주)뮤지컬해븐, CJE&M

 

 

인터파크에서 메일로 <쓰릴미> 15,000 원 할인권을 보내왔다.

그냥 날리는 게 아까워 덕분에 정상윤과 송원근 페어를 재관람했다.

6월 1일에 봤으니 거의 한 달 보름만의 재회다.

처음 봤을 땐 무대가 낯설어 어색했었는데...

그래도 대체적으로 그 후에 봤던 전성우, 이재균 페어보다는 확실이 둘의 조합이 더 탄탄하고 좋았다.

좀 걱정은 했는데 다행히 다시 본 무대는 처음처럼 낯설진 않았다.

그런데 아마 그게 2층의 효과(?)가 아니었을까 싶다.

2층에서 보니 사각링의 높이감이 1층처럼 난감하게 느껴지진 않더라.

확실히 배우들의 동선도 소극장임에도 불구하고 1층보다 2층에서가 훨씬 보기가 좋았다.

나와 그의 끝없는 부딪침과 어긋남들.

극의 전개에 따라 두 인물의 보여주는 몸의 거리감을 보는 것도 확실히 재미있긴했다. 

파아니스트의 연주도 2층에서 더 극적으로(사실 더 크게) 울린다.

그러나 곽혜근의 연주 호흡은 여전히 숨가쁘다.

그 숨가쁨이 피아니스트 본인도, 배우도, 관객도 자꾸 쫒기게 만든다.

이게 피아니스트의 의도된 연출이라면 아주 매력적이었을 것 같은데 곽해근은 그렇지 못하다.

극을 성실히 따라가겠다는 의도가 강하다.

그래도 배우에게 눈길도 자주 주지않고 오로지 피아노와 엄청난 사투를 벌인다.

(신재영 피아니스트의 배우를 향한 "제 3의 눈길"이 좀 그리워졌다.)

 이 작품은 로맨틱만 연주가 반드시 필요한 장면도 있는데 그런 발란스 조절을 아직까지 곽혜근은 못하고 있다.

속전속결!

피아니스트 곽혜근에게서 받는 느낌은 딱 그랬다.

(그가 <쓰릴미> 제 3의 배우로 당당하게 작품을 주도하는 날이 오길 진심으로 바래본다.)

 

정상윤의 "나"는 확실히 내 취향이다.

특히 처음과 마지막 정상윤이 부르는 넘버는 그 느낌 차이가 정말이지 엄청난다.

시작과 끝,

그리고 다시 새로운 시작.

2층이라 정상윤의 표정을 섬세하게 볼 수 없다는 게 정말 너무 안타까웠다.

확실히 정상윤의 "나"는 여유도 있고, 긴장감도 적당하고, 슬픔도 있고, 시니컬하다.

(최재웅 "나"의 시니컬만큼은 아니지만)

이렇게 내게 거의 완벽한 "나"를 각인시킨 정상윤이 이제 "그"를 한단다.

과연 어떤 "그"가 만들어질까? 

"나"를 너무나 잘 아는 "그"의 등장!

이건 상상만으로도 쓰릴하다.

(예전에 김우형이 나와 그, 둘 다 하긴 했지만 "그" 만 봤으니 pass!)

 

송원근의 "그"는 정상윤 "나"에 비하면 약할 수밖에는 없었는데

그동안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단단해졌고 쎄졌고 강해졌다.

예전엔 정상윤의 리드에 따라가는 입장이었다면

지금은 동등한 입장에서 주고 받는 게 보인다.

소위 말하는 케미가 아주 좋아졌다.

조금만 더 오래 했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좋아질텐데 이제 그만이라니 아쉽다.

(송원근도 아쉬워할까???)

그래도 이 작품이 송원근에겐 다른 가능성을 기대하게 만들었으니

뮤지컬 배우로선 참 다행이다.

차기작은 뭐가 될지 기다려지기도 하고...

(정상윤과 비교해도 이렇게 얼굴이 작은 송원근이 "오로라 공주"에서는 어쩜 그렇게 팡팡하게 나오는지...

 일반인은 TV에 얼굴 나오는 거 절대로 주의하자! ^^)

 

오늘 쓰릴미 2차팀 2차 티켓팅이 있다.

1차 티켓팅에 비하면 크로스 캐스팅이 많은 편이다.

1차에는 박영수-임병근, 신성민-이동하 캐스팅을 예매했다.

1차에 회차가 별로 없었던 정상윤-오종혁 페어는 오늘 2차 티켓팅을 노려볼 생각이다.

크로스 캐스팅은 일단 세 팀을 다 본 후에 결정할 생각이다.

개인적으론 1차때보다 2차의 기대감이 크다.

서로 나잇대가 비슷한 배우들끼리 만나서 치열한 모습을 목격하게 되지 않을까?

기대감을 버릴 부분(연출과 무대)은 깨끗히 버리고,

기대할 건(배우, 배우들 간 케미, 조명) 또 열심히 기대하고!

<쓰릴미>를 대하는 냐의 자세!

 

Posted by Book끄-Book끄
그냥 끄적 끄적...2013. 6. 25. 13:54

<쓰릴미> 2차팀의 캐스팅이 공개됐다.

예상했던대로 박영수가 출연한다.

와~우!

이 녀석의 <쓰릴미> 정말 궁금하다.

너무 잘할까봐 미리부터 겁이 난다.

안그래도 이 녀석한테는 <쓰릴미>의 향기가 정말 진한데... 

그리고 네이슨의 갑을 보여준 정상윤이 본인의 바람대로 이번엔 리처드로 역할 변신을 한단다.

이것 역시도 너무나 궁금하다.

네이슨의 심리를 너무나 잘 아는 리처드라...

이것 역시도 상당한 궁금증을 유발한다.

아무래도 "정상윤 = 쓰릴미"라는 내 개인적인 공식에 또 다른 정점이 찍힐 것 같다.

정상윤의 <쓰릴미>라면 그가 어떤 억할을 하든 무조건 믿는다.

 

정상윤 - 오종혁, 박영수 - 임병근, 이동하 - 신성민.

놓칠 수 없는 두 페어 때문에 아마도 신촌에 있는 STAGE를 자주  드나들게 될 것 같다.

원래 평일에는 공연을 보지 않는 편인데 <쓰릴미>는 완전히 예외인걸로!

다행이다.

공연장이 집에서 멀지 않은 곳이라서!

(물론 대학로나 강남에 비해서 가깝다는 의미 ^^)

 

<쓰릴미>

내 이럴 줄 알았다!

박영수와 임병근 페어.

서울예술단 출신 배우 2명이 만났으니 범상치않는 기운이 가득하다.

두 녀석은 이 작품을 통해 확실히 정점을 찍을거다.

각자, 그리고 함께!

내 장담하건데,

이 둘이 대형사고을 치고 말거다.

 

아~~~

벌써부터 너무 쓰릴하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5. 13. 08:33

<윤동주 달을 쏘다>

일시 : 2013.05.06. ~ 2013.05.12.

장소 : CJ 토월극장

극본, 작사 : 한아름

작곡 : 오상준

미술 : 윤정섭

무대디자인 : 최수연

연출 : 권호성

출연 : 김수용, 박영수 (윤동주)/김형기, 이사후, 김백현, 하선진 외

        서울예술단원

 

이 작품...

참 나쁘다.

그리고 너무나 못됐다.

그래서 울컥울컥 설움이 복받친다.

설움보다 더한 눈물과 참혹함으로 도무지 말을 할 수가 없다.

모든 장면이 고통스러웠고, 모든 장면이 황홀했다.

이 좋은 작품을...

이 좋은 내용을...

어쩜 그렇게 고작 일주일만 무대에 올릴 수 있으냔 말이다.

까닥하다가는 못 볼 수도 있었단 말이다.

정말 죽도록 달리고 달려서 겨우 에술의 전당에 도착해서 착석했다.

작년에도 입소문보다 짧은 3일이라는 공연기간 때문에 이 작품을 놓치고 말았었다.

그래서 올해에는 절대로, 절대로 놓치고 싶지 않아서 이 나이에 달리고 또 달렸다.

그런데 어쩌나!

이 작품때문에 아직 나는, 내 마음은 거침없이 달리고 있다.

달을 쏘기 위해서,

전속력으로!

그리고 누군가 자꾸 내게 묻는다.

"너는 자라 무엇이 되려니?"

......

"사람!"

 

서울예술단의 작품은,

정말이지 아름답고, 처연하고, 그리고 고결하다.

게다가 한아름 작가와 오상준 작곡가의 만남은 뭉클한 감동과 함께 파도같은 희열을 안겨준다.

이 작품은... 이 작품은...

도저히 말로 표현하지 못하겠다.

너무나 죄스럽고 너무나 송구스럽고 너무나 안타까워 

나는 여러번 고개를 숙였다.

또.로.록.

눈물이 떨어진다.

내가 감히 울어도 되나 싶어 나는 또 고개를 숙였다.

윤동주의 시가 이렇게 가슴을 치고 들어올줄은 몰랐다.

청년 윤동주로 분한 박영수의 입에서 낭독되는 시들은 그대로 절규였고,바람이었고, 희망이었다.

시가 모든 것이 될수 있다는 걸,

그 시가 또 이렇게 표현할 수 있다는 걸,

아프게 아프게 보고, 듣고, 느끼고, 깨달았다.

"시(詩)"라는 단어가 이렇게 서럽고 아프고 눈물나게 참혹한 아름다움이라는 걸

예전엔 몰랐다.

나는 이 작품을 보면서

내가 지금껏 알고 있었던 윤동주의 시를 완전히 다시 새롭게 알았다.

서시도.

비 오는 날의 인사도.

참회록도,

별 헤는 밤도...

다 아프고 아프고 아픈 시다.

 

뮤지컬 넘버들이 주는 감동은 정말 엄청난다.

윤동주의 솔로곡 "내가 잊었던 것들"과

이선화와의 듀엣곡 "얼마나 좋을까?

친구들과 헤어지면서 부르던 노래 "시는 무엇인가"

형무소에서 송몽규와의 듀엣 "먹고 버텨야 한다"

혼몽한 정신으로 마지막 절규처럼 부르는 마지막 넘버 "달을 쏘다"까지

모든 넘버들이 하나같이 깊은 울림과 떨림이 있다.

이런 작품.

다시 또 만날 수 있을까?

윤동주가 후쿠오마 형무소에서 생채실험 주사를 맞는 장면은

차마 바라볼 수가 없어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흑인영가 "내 고향으로 날 보내주" 사이에 몽규와 동주가 나누던 짧은 대사는

무딘 칼로 살을 저며내는 아픔이었다.

오늘은 언제고, 내일은 언제지?

고통스러운 건 오늘이고, 평온한 건 내일이 아닐까?

내일도 고통스런 태양이 뜨면 어쩌지?

서서히 의식을 잃는 윤동주를 보면서

눈물흘리는 것도 죄스러워 나는 참고 참고 또 참았다.

윤동주를 연기한 박영수는

도대체 이 장면들을 어떻게 견뎌낼까?

아무래도 이 작품 끝내고 나면 이 녀석 참 많이 힘들어지겠구나...

안스럽고 안스럽다.

박영수라는 녀석!

탄탄한 기본기를 가진 엄청난  배우가 될 것 같다.

표정도, 연기도, 노래도, 딕션도, 목소리 톤도 배역과 너무나 잘 어울린다.

20대 청년 안중근의 풋풋함과 젊은 고뇌, 그리고 비탄을 너무나 잘 표현했다.

(이 역할을 노련하게 표현했다면 과연 지금같은 감동을 느낄 수 있었을까?)

묘한 필모그라피를 갖고 있는 배우다.

연기할 땐 김재범과 정상윤의 섬세함을 떠올리게 하고

노래부를 때는 임태경의 부드러움과 깊이를 떠올리게 한다.

ㅅ발음이 살짝 부정확한 것까지도 임태경과 유사하다.

그러나 연기나 감정표현 면에서는 확실히 임태경보다 훨씬 좋다.

아직 어린 배우라는 걸 생각하면 그의  미래가 무서울 정도로 기대된다.

또 다시 반복해야만 하겠다.

이 녀석을 주시하자!

 

오랜시간 함께 작업을 한 서울예술단원들이 만들어내는 합(合)은 아름답워서 황홀했다.

한 장면 한 장면을 어쩜 그렇게 정성껏 연기를 하던지!

한 사람 한 사람 전부 정성껏 곱게곱게 씀다듬고 보듬어 주고 싶었다.

무대도, 영상도, 음향과 효과도 너무나 좋았다.

일주일이라는 공연 기간이

정말이지 이렇게까지 원망스러울수가 없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곁에 있어주지.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게.

더 많은 사람들이 들을 수 있게.

더 많은 사람들이 느낄 수 있게.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이

무사의 마음으로

시리고 차가운 저 달을 쏠 수 있게...

 

좀 더 탄탄한 갈대로 화살을 삼아

무사의 마음으로

무사의 맘으로 달을 쏜다.

통쾌하다

부서지는 저 달빛이

우습구나

쪼개지는 저 그림자

오늘도 내일도 나는 무사의 마음으로

너를 쏜다

시를 쓴다

삶이 쓰다

달을 쏘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5. 3. 08:23

<아르센 루팡>

일시 : 2013.02.14. ~ 2013.05.05.

장소 :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

원작 : 모리스 르블랑 <괴도 신사 아르센 루팡>

작곡 : 서정은

대본 : 오은희

연출 : 이종석

안무 : 오재익

제작 : PMC 프로덕션, (주)인터파크씨어터

출연 : 양준모, 김다현 (루팡) / 서범석, 박영수 (레오나르도)

        안유진, 선민 (조세핀) / 송원근, 강성 (이지도르)

        배다해, 문진아 (넬리), 김민수, 이기동, 정진호 외

 

창작 뮤지컬 <아르센 루팡>

제작사도 맘이 들었고 무엇보다 출연진에 대한 믿음이 컸다.

그래서 기대감을 가지고 프리뷰를 예매했었는데 일이 생겨 그만 취소했었다 .

그런데 참...

그 이후로 계속해서 안 좋은 후기들만 올라오는 거다.

학예외 같다는 둥, 산만하다는 둥 올라오는 후기들마다 대략 난감했는데

동영상으로 본 넘버는 또 느낌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그래서 오랫동안 결정을 못하고 고민했다.

그래도 초연이 재연보다는 확실히 더 좋더라는 그간의 경험도 무시하기 힘들었고... 

그러던 중, "아듀 루팡" 할인이라는 게 생겨 맨 앞 줄을 3만원이라는 정말 은혜로운 가격으로 예매했다.

프리뷰 40% 할인보다 더 파격적인 할인!

예매를 하면서도 좀 안타깝고 씁쓸했다.

(창작뮤지컬 정말 잘 되야 하는데...)

 

보고 난 느낌은,

우려했던 게 무안할만큼 좋았다.

무엇보다 배우들의 열연은 정말 아름답다.

이런저런 평가들때문에 기운이 많이 빠졌을까봐 내심 걱정했는데

배우들의 힘이라는 게 절대로 무시될 수 없다는 걸 다시 한 번 절감했다.

작품의 성공 여부와 배우의 몰입도는 참 다르구나 싶다.

이야기 전개가 산만하다는 평도 많은데 나는 그렇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장면 전환이나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시간의 흐름도 나쁘지 않았다.

배우들의 의상도 괜찮았고

제브르 장관이 몰락하는 마지막 장면에서의 셋트는 좀 엉성했지만

무대도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았다.

(영상은 살짝 조악하긴 했지만...)

특히나 넘버는 정말 훌륭했다.

좋은 곡들이 정말 많다. 

루팡의 솔로곡 "검은 그림자"와 "내 안의 나"도 좋았고

레오나르도와 조세핀의 듀엣곡 "너를 위해"도 아주 좋았다.

배우들의 넘버 소화력도 꽤 좋았고!

 

양준모 루팡은,

연기적인 면에서는 확실히 점점 좋아지고 있는데

노래는 이상하게 임펙트가 강하지 못하다.

넘버소화력에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뜻은 아니지만

성량이나 스킬이 예전만큼 안정적이지 않다.

<오페라의 유령> 이후에 양준모의 무대를 보면서 이런 느낌을 자주 받아서

개인적으로 좀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는 중이다.

때때로 노래에 힘을 너무 많이 주는 것 같기고 하고...

너무나 애정하는 배우이기에 더 빡빡해지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그의 배우 인생에 터닝 포인트가 될 작품이 빨리 나타나면 좋겠다.

 

오랫만에 무대에서 만난 이기동과 김민수 배우의 활약에는 박수를 보낸다.

연배있는 배우들이 제 역할로 무대를 채우는 보면 왠지 뭉클해지면서 뿌듯해지는걸 보니

나도 확실히 나이를 먹은 모양이다.

넬리 배다혜는 목소리가 너무 작아서 다른 배우들과 노래할 때 소리가 묻히는 게 흠이지만

뮤지컬 배루로서 성실히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는 모습은 정말 아름답다.

조세핀 선민과 이지도르 송원근도 역할과 전체적으로 잘 어울렸다.

이 작품을 보고 송원근의 차기작 <쓰릴미>도 궁금해졌다.

 

그래도 역시나 이 작품에서 누구보다 가장 눈에 띈 배우는 레오나르도 박영수!

서울예술단 소속으로 알고 있었는데 프리 배우가 좼나보다.

예전에 <바람의 나라>에서도 인상적이여서 눈여겨 봤뒀었는데

어느 순간 이름을 찾을 수가 없었다.

궁금해하는 중이었는데 이렇게 멋진 모습으로 돌아올 줄이야!!!

노래 실력도 엄청나게 좋아졌다.

도대체 어디서 이렇게 엄청난 내공을 쌓은걸까?

액팅과 표정, 성량과 톤 전부 아주 좋았다.

박영수!

아무래도 이 녀석이 조막간 뮤지컬계의 핵으로 떠오르지 않을까!

정말이지 엄청난 가능성과 엄청난 색깔을 품고 있는 배우다.

(이 녀석을 주목하라!)

 

<아르센 루팡>

남들이 뭐라고 하든,

나는 이 작품이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배우들의 힘도 좋았고,

(만약 이 배우들이 아니었다면??? ... 상황은 충분히 달라질 수 있었겠지만!)

뮤지컬 넘버들도 괜찮았고

서툴지만 대형 창작뮤지컬로 여러가지 과감한 시도를 한 것도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박영수라는 배우를 재발견할 수 었었다는 게 아주 결정적이다.

3만원으로 관람하고 나오기가 왠지 참 미안했던 그런 작품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욕심일지도 모르겠지만

제발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힘내라!

대한민국 창작뮤지컬!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