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후 끄적끄적2013. 11. 6. 08:35

솔직히 여행을 하다보면 의(衣)와 주(住)도 크게 신경쓰지 않는 편이지만

식(食)은 유난히 더 신경을 안쓰게 된다.

이상하게도 일단 눈이 배가 부르면 몸의 배고픔이 전혀 인식되 않는 편이라서...

그러다보니 현지식을 포함한 음식에 대한 추억이 상대적으로 적다.

남들은 여행의 목적을 식도락으로 꼽는다는데...

그러나 이번 여행은 조카들 덕분에 그럴 수가 없었다.

산해진미를 차려놓고 매 끼니를 떡 벌어지게 먹었던 건 아니지만

나는 안 먹어도 어쨌든 조카들은 챙겨 먹여야만 했다.

 

 

그리스 아테네에서 먹었던 음식들.

생각해보니 아테네에서는 현지식을 먹지 못했다.

샌드위치와 서울에서 끌고간 햇반으로 해결한 정도.

샌드위치는 정말로 환상적일만큼 테러블한 맛이었다.

이 동네 햄들은 맛과 향이 너무 쎄서 아무리 작정을 해도 도무지 친숙해지지가 않는다.

특히나 고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참 곤욕스러웠다.

그래도 산토리니에서 아테네로 넘어와서는 

조카들 성화에 못이겨 한국음식점도 찾아갔다.

<도시락>이라는 식당을 찾기 위해 거의 30 여분을 혼자 헤맸는데

찾고보니 우리가 묵고있는 Phan Hotel 바로 뒷편에서 있는거다.

타고난 길치는 여러모로 참 힘들다...

허무개그같은 고생을 하긴 했지만 그래도 조카들이 맛있게 먹어서 다행이었다.

(그런데 음식이 전체적으로 너무 짜고 달아~~~)

 

산토리니에 머물면서 찾아갔던 음식점들.

먼저 Oia 초입에 있는 그 유명한 "Blue Sky"

그리스 샐러드 (Theseus), 무사카 (Moussaka), 카르보나라와, 왕새우요리(이름이...^^;;)를 주문했다.

무사카는 감자와 다진 고기, 가지, 치즈를 층층이 쌓아서 오븐에 구운 그리스 전통음식인데.

단백하고 부드러워서 내 입에도 잘 맞는 편이었다.

그래도 그리스 샐러드를 능가할 정도는 물론 아니었고!

왕새우구이와 같이 나온 밥은 베트남쌀처럼 길고 가볍고 찰기도 거의 없었다.

가지고 다닌 튜브형 고추장의 힘을 빌리긴 했지만

그래도 조카들이 맛있게 먹어줘서 다행이었다.

디저트로 나온 치즈크림케익은 부드럽고 달콤하고 촉촉해서 하루의 피곤을 노곤하게 달래줬다.

여행책자의 맛집을 곧이곧대로 믿는 편은 아니지만

"Blue Sky"는 가보라고 권하고 싶을 정도로 맛있었다.

가격도 괜찮았고 종업원들도 다들 너무 친절해서 좋은 기억으로 담겨 있다.

  

OIa의 또 다른 맛집 "Skala".

Oia의 멋진 바다를 내려다보면 식사를 할 수 있는 이곳은 생각만큼 음식이 맛있지는 않았다.

일단 향이 너무 강해서 당황스러웠다.

나중에 찾아봤더니 아라비아 향료를 넣은 지중해 요리 전문점이란다.

view에 혹 해서 다소 곤욕을 치뤘던 곳.

특히 조카가 먹어보겠다며 도전적으로 시킨 양고기 파이는 냄새가 아니라 체취의 수준이라 한 입씩 먹고는 놀라서 다 남겼다. 

무사카와 함께 꼭 먹어볼 그리스 요리였던 문어요리(Okapodi)도 주문했는데

솔직히 이 음식이 왜 유명한지 잘 모르겠더다.

쫄깃쫄깃한 식감은 나쁘지 않은데 맛은 뭐...솔직히 잘 모르겠다.

그리스 샐러드는 어느 음식점에서 주문하든 역시 패가 없다.

특히 "스칼라"에서 먹은 샐러드는 토마토와 오이가 아주 싱싱해서 갈증이 싹 가실 정도였다.

수블라키는 "오벨릭스"나 "럭키스 수블라키"가 더 많았었던 것 같고

타자기(Taztzili) 소스를 없어서 그런지 좀 퍽퍽한 느낌이었다.

개인적으로 수불라키는 이야보다 파라가 훨씬 맛있었다.

("오벨릭스" 보다 "럭키스 수블라키"의 기로스 수블라키가 훨씬 더 단백하고 맛있었던 것 같고!)

 

솔직히 조카들만 아니었다면

여행 내내 Gyros souvlaki 같은 것만 들고다니면서 끼니를 해결했을 거다.

아니면 또 숙소에서 아침만 먹고 저녁까지 굶고 다녔을지도...

이 녀석들 덕분에 그래도 멀쩡한 음식점들을 꽤 찾아다닌 셈이다.

이번 여행에서 음식과 맛집에 대한 기억들은

온전히 다 이 녀석들 은공이다.

Thank you so mach!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3. 11. 5. 13:32

햇빛 좋은 Oia는 의외로 사진을 찍기가 버거운 곳이다.

햇빛을 정면으로 마주하기도, 뒤로 세우기도 어딘지 어쩡쩡하고

실제로 카메라 렌즈를 들이대면 내가 본 색감과 달라 보여 당황하게도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본없이 찍어대는 나 같은 초보자에게도

기꺼이 훌륭한 피사체가 되어줄만큼 Oia는 넉넉하다.

사진은 skill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렌즈 속 Oia를 보면서 다시 느꼈다.

 

Oia를 처음 찾아 갔을 땐,

낯선 시선을 기꺼이 받아주고 웃어주는 모습이 솔직히 부담스러웠다.

꾸며진 친절과 소위 말하는 영혼없는 미소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데 아마 그 햇빛이 나를 녹여버렸나보다.

그 햇빛은 아주 농염하고, 아주 은밀하고, 아주 끈질겼으며

심지어 아주 해맑고 경쾌하기까지 했다.

그래선지 두번째 Oia를 찾아갔을 때 나는 좀 달라져 있엇따. 

나도 모르게 Oia의 구석구석 골목이 보여주는 속살을 즐겼고

상인들의 거품기 가득한 미소에 손을 흔들며 미소지었다.

그렇게 풀어지니 참 편안했다.

시선과 마음을 놓아버리니 찬란함이 보이더라.

바다 속의 햇빛이,

햇빛 속의 바다가 보이더라.

바람의 흔적까지도...

 

햇빛과 정면 대결하고 있는 Oia의 바다는

온통 먹빛이다.

극과 극이 보여주는 대비.

아마도 그 대비를 보기 위해 나는 다시 산토리니를 찾게 될지도 모르겠다.

산토리니를 다시 갈 일이 있을까 내내 생각했는데

이게 아마도 다시 갈 수 있는 이유가 충분히 되줄 것 같다.

단지 바라는 게 있다면,

산토리니를 두번째 찾을 때는 꼭 혼자이길...

 

외로움!

그건 사실 아무 것도 아니다.

더 위험하고 위태로운 게 있다면.

그리움! 

언제나 항상 그게 문제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카테고리 없음2013. 11. 4. 08:27

01. <피에르 신부의 고백> - 피에르 신부 
02. <비밀의 숲> - 무라카미 하루키  
03. <어머니> - 강상중 

04. <The Job> - 마이클 더글라스   
05. <조동관 약전> - 성석제 
06. <사과는 잘해요> - 이기호  
07. <이슬람 정육점> - 손홍규    
08. <소금> - 박범신 
09. <엄마를 부탁해> - 신경숙  
10. <마지막 시작> - 전용석      
11. <비지니스> - 박범신   
12. <고산자> - 박범신

13. <주름> - 박범신   
14
. <외등> - 박범신    
15. <소포클레스 비극 전집> - 소포클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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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권의 책을 읽고 14편의 공연을 봤다.
약간의 아이러니한 혼동으로 인해서 어쩌다 박범신의 책들을 일부러 찾아 읽게 됐다.
여행을 다녀오고서 한 작가의 타계 소식을 들었다.
설암으로 투병 중이던 "최인호".
그가 지상에서의 삶을 갈무리했다.
왜그랬을까?
.
나는 혼자 멀쩡히 살아있는 박범신이 타계한 걸로 알고 그를 추모하는 의미로 열심히 그의 책들을 다시 읽었다.
행여 박범신이 알 턱이 없겠지만 그래도 혼자 면구하고 죄송하고 민망했다.
덕분에 박범신의 책들을 오래오래 곱씸으며 다시 읽어냈으니 나로서는 다행스런 일이다.
꼭 한 번쯤은 박범신의 <소금>을 읽고 바로 연결해서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를 읽어보리라 했는데
그것도 성사됐다.
두 책을 이어서 읽으면서 가슴으로 참 많이 통곡했다.
<소금>과 <엄마를 부탁해>는 내가 죽는 날까지 원조처럼 날 끌고 갈 책이지 싶다.
박범신의 책들은 나같은 내용이 많아서 읽으면서 멈짓하는 순간들이 많았다.

"가을"을 견디기 위해 일부러 많이 바쁘게 지내고 있다.
공연도, 책도, 일도, 일상도...
하루 4~5시간 잠을 자는 걸 제외하고 하루종일 뭔가를 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게 내가 이 계절을 견뎌내는 방법이다.
그렇게 버텨서 이 계절이 지나 겨울이 오면 나는 좀 편안해질 수 있지 않을까?
비밀을 품기로 작정을 했고,
그로 인해 앞으로 내가 책임지고 감당해야 할 일들에 정직해지기로 했다.
여전히 두렵다.
피하기 위해 노력도 했
지만 피할 방법이 없다는 걸 깨끗이 승복했다.
세상에는 그런 일도 있다!

매번 망설이고 주저하다 드디어 "유니세프" 후원도 시작했다.
이렇게 쉽고 간단한 일을 그동안 왜 자꾸 미루고 있었을까?
큰 돈도, 대단한 일도 아니면서 왠지 마음 한켠이 따뜻해졌다.
나도 뭔가 도움되는 일을 하는 것 같아서...
11월이다.
11월이 지나가는 밤하늘을 자주 바라본다.
마치 봄밤 벛꽃길을 걷는 것처럼 요즘의 밤길을 걷고 있다.
마음이 산란한 모양이다.
그것도 견디고 버텨내야지.


당분간은 아무것도 꿈꾸지 않으련다.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로도 벅차고 벅차다.
그래도 적지 않은 나인데...
하나도 쉬워지는 일이 없는것 같다.
이렇게도 살아지는구나...
그렇게 머리를 끄덕이고 있을 뿐!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3. 11. 1. 08:21

가장 아름다운 석양을 볼 수 있다는 Oia의 굴라스 성채는

로마시대 때는 망루로 쓰였던 곳이란다.

멀리서 봤을 때는 살짝 초라한 느낌도 들었지만

굴라스 성채 쪽으로 가서 바라본 Oia의 바다는 그대로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굴라스 성채에 도착한 시간이 아마도 오후 5시 경이었을거다.

sun set을 보기 위해선 일찍부터 자리를 잡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긴 했지만

이른 시간에도 사람들이 꽤 많이 있어 괜히 조바심이 났다.

이곳에 자리잡고 바다를 보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남은건,

"기다림"의 시간뿐이다.

기.다.려.

 

아주 못된 이기심인데.

오래 품고 있는 소망 중 하나가

"혼자서 sun set을 독점하기'다.

순간적으로 "다 비켜~~~!"라고 소치치고 싶은 욕망.

(소리를 지른들 알아들을 사람도 별로 없었겠지만...)

산토리니에 머무는 동안 3번의 sun set을 목격했지만

이날 굴라스 성채에서의 sun set은 일종의 축제였다.

해가 바다로 완전히 넘어가는 순간,

약속처럼 쏟아지던 사람들의 박수와 휘파람 소리들.

나도 모르게 그 소리에 휩쓸려 중심을 잃고 넘어졌다. 

아팠다.

너무 제대로 넘어져서...

그 와중에도 카메라가 멀쩡한지가 제일 걱정이 됐고!

카메라는... 한쪽 모서리가 좀 패였다.

속이 살짝 상하긴 했지만 어쩌라...이것 역시도 이 여행의 흔적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카메라의 흠집을 볼때마다

이날의 축제같은 sun set이 생각나겠지!

 

 

하늘을 향한

그리고 바다를 그리는 해의 강렬한 욕망!

주위는 온통 핏빛 전쟁터다.

아! 참...

강렬하구나...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