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 2013.11.19. ~ 2014.02.09.
장소 : 충무아트홀 대극장
원작 : 세브반테스
작가 : 데일 와씨맨(Dale Wasserman)
작곡 : 미치 리 (Mitch Leigh)
작사 : 조 대리언 (Joe Darion)
연출, 안무 : 데이비드 스완 (David Swan)
음악감독 : 김문정
출연 : 조승우, 정성화 (세르반테스, 돈키호테)/김선영, 이영미 (알돈자)
정상훈, 이훈진 (산초), 서영주, 배준성, 이서환 외
제작 : (주)오디뮤지컬컴퍼니, CJ E&M
정성화의 <Man of La Mancha>.
마치 세익스피어의 정극을 보는 것처럼 아주 진지해서 놀랐다.
아무래도 내겐 개그맨 정성화의 이미지가 아직 너무 크게 남아있나보다.
<영웅>을 보면서도 <레미제라블>을 보면서도
이상하게 배역의 비극성에 자꾸 그의 과거 이력이 겹쳐지는 걸 보면....
확실히 정성화는 좋은 소리를 가진,좋은 뮤지컬배우이다.
정성화는 자신이 가진 기량의 100%를 보여주기 위해 그야말로 최선을 다한다.
배우로서 정말 아름답고 멋진 모습이었고 연기였다.
그런데 이번 시즌에 조승우와 더블캐스팅이 된 것 일종의 불운이라 하겠다.
정성화의 이 작품의 메시지를 성실하게 전달하는 "player"라면
조승우는 게임의 룰을 자시의 페이스대로 끌고 가는 "game maker"다.
심지어 조승우는 자신의 가량을 80% 정도만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의 효과를 발휘한다.
완전히 다른 차원, 다른 세계에 있다.
게다가 자신은 완벽한 평정과 현실에 발을 딛고 있으면서
보고 있는 관객과 무대 위 배우 전부를 비현실의 차원으로 끌고 들어간다.
그야말로 판을 바꿔버린다.
조승우의 연기를 보면서 대단하다는 생각은 했었지만
이번처럼 무섭다는 생각이 든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그건 엄청난 공포였고 엄청난 전율이었고 엄청난 경험이었다.
이런 조승우와 더블을 해야하는 정성화는 참 힘들겠다.
이건 완전히 쌍방간의 "impossible dream"이 되버렸다
그래도 정성화니까 잘 버티기는 할거다..
후회가 됐다.
정성화의 돈키호테를 먼저 보고 조승우의 돈키호테를 볼 걸...
그랬다면 정성화가 이렇게까지 밋밋하게 느껴지진 않았을텐데!
이훈진은 산초로 잔뼈가 굵은 배우라 딱히 할 말이 없지만
개인적으론 조승우보단 정성화와 더 잘 맞는 것 같다.
정성화와 정상훈의 만남은 가급적이면 좀 피하고 싶다.
둘이 너무 친한 관계로 혹시라도 과한 애드립이 나올까봐 걱정돼서...
(물론 그럴 일은 전혀 없겠지만!)
이상하게 이번 시즌은 산초의 노래가 전반적으로 좀 낮다.
연기적인 표현은 아주 좋은데
빨래터에서 익살스럽게 치고 올라가는 고음 부분은 아무래도 좀 아쉽다.
정상훈 산초는 몸에 밴 익살스런 표현이
이훈진 산초는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 같은 표정이 확실히 압권이다.
확실히 정상훈이라는 뉴페이스 산초의 등장이
이훈진 산초에게도 새로운 면을 찾아내게 만든 것 같다.
(언제나 같을 순 없을테니까.)
덕분에 이번 시즌에서는 산초를 보는 재미도 쏠쏠해졌다.
김선영 알돈자.
그녀도 실수를 하는구나...
노새끌이에게 집단강간을 당한 알돈자가 돈키호테에게 원망과 분노를 마구 쏟아붓는 넘버에서
그녀가 가사 실수를 했다.
확실히 노련해서 잘 넘어가긴 했지만 다들 눈치 챈 느낌!
실수는 있었지만 이 넘버 가사는 들으면 들을수록 참 절절하고 아프다.
이 넘버를 부르는 김선영의 모습도 너무나 아프고...
"꿈꾸게 하지 좀 마!"
간절히 꿈을 꾸고 싶은 사람의 절실함이 이 가사 속에 전부 다 들어있다.
그래설까?
"난 알돈자가 아니라 둘시네야예요" 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마지막 장면이 더 무게감있게 다가온다.
완전히 무너진 여자가 새롭게 태어나는 순간.
그 장면에서 나는 여전사 혹은 여신의 탄생을 목격한다.
이 작품!
후반부로 갈수록 너무나 깊고, 너무나 간곡하고
대사 하나하나가 너무나 진심이다.
처음 이 작품을 봤을땐
정말 너무 좋은 작품이네...가 전부였는데
보면 볼수록 묵직한 슬픔과 감동이 오래 가슴을 아프게 한다.
이렇게까지 나를 아프게 하고,
이렇게까지 나를 정신 번쩍 들게 하는 작품은 없다.
어떻게 이 작품은,
나를 매번 all kill하게 만들까?
참 잔인하네. 이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