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3. 11. 30. 08:40

<Man of La Mancha>

일시 : 2013.11.19. ~ 2014.02.09.

장소 : 충무아트홀 대극장

원작 : 세브반테스

작가 : 데일 와씨맨(Dale Wasserman) 

작곡 : 미치 리 (Mitch Leigh)

작사 : 조 대리언 (Joe Darion)

연출, 안무 : 데이비드 스완 (David Swan) 

음악감독 : 김문정

출연 : 조승우, 정성화 (세르반테스, 돈키호테)/김선영, 이영미 (알돈자)

        정상훈, 이훈진 (산초), 서영주, 배준성, 이서환 외

제작 : (주)오디뮤지컬컴퍼니, CJ E&M

 

정성화의 <Man of La Mancha>.

마치 세익스피어의 정극을 보는 것처럼 아주 진지해서 놀랐다.

아무래도 내겐 개그맨 정성화의 이미지가 아직 너무 크게 남아있나보다.

<영웅>을 보면서도 <레미제라블>을 보면서도

이상하게 배역의 비극성에 자꾸 그의 과거 이력이 겹쳐지는 걸 보면....

확실히 정성화는 좋은 소리를 가진,좋은 뮤지컬배우이다.

정성화는 자신이 가진 기량의 100%를 보여주기 위해 그야말로 최선을 다한다.

배우로서 정말 아름답고 멋진 모습이었고 연기였다.

그런데 이번 시즌에 조승우와 더블캐스팅이 된 것 일종의 불운이라 하겠다.

정성화의 이 작품의 메시지를 성실하게 전달하는 "player"라면

조승우는 게임의 룰을 자시의 페이스대로 끌고 가는 "game maker"다.

심지어 조승우는 자신의 가량을 80% 정도만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의 효과를 발휘한다. 

완전히 다른 차원, 다른 세계에 있다.

게다가 자신은 완벽한 평정과 현실에 발을 딛고 있으면서

보고 있는 관객과 무대 위 배우 전부를 비현실의 차원으로 끌고 들어간다.

그야말로 판을 바꿔버린다.

조승우의 연기를 보면서 대단하다는 생각은 했었지만

이번처럼 무섭다는 생각이 든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그건 엄청난 공포였고 엄청난 전율이었고 엄청난 경험이었다.

이런 조승우와 더블을 해야하는 정성화는 참 힘들겠다.

이건 완전히 쌍방간의 "impossible dream"이 되버렸다

그래도 정성화니까 잘 버티기는 할거다..

후회가 됐다.

정성화의 돈키호테를 먼저 보고 조승우의 돈키호테를 볼 걸... 

그랬다면 정성화가 이렇게까지 밋밋하게 느껴지진 않았을텐데!

 

이훈진은 산초로 잔뼈가 굵은 배우라 딱히 할 말이 없지만

개인적으론 조승우보단 정성화와 더 잘 맞는 것 같다.

정성화와 정상훈의 만남은 가급적이면 좀 피하고 싶다.

둘이 너무 친한 관계로 혹시라도 과한 애드립이 나올까봐 걱정돼서...

(물론 그럴 일은 전혀 없겠지만!)

이상하게 이번 시즌은 산초의 노래가 전반적으로 좀 낮다.

연기적인 표현은 아주 좋은데

빨래터에서 익살스럽게 치고 올라가는 고음 부분은 아무래도 좀 아쉽다.

정상훈 산초는 몸에 밴 익살스런 표현이

이훈진 산초는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 같은 표정이 확실히 압권이다.

확실히 정상훈이라는 뉴페이스 산초의 등장이

이훈진 산초에게도 새로운 면을 찾아내게 만든 것 같다.

(언제나 같을 순 없을테니까.)

덕분에 이번 시즌에서는 산초를 보는 재미도 쏠쏠해졌다.

 

김선영 알돈자.

그녀도 실수를 하는구나...

노새끌이에게 집단강간을 당한 알돈자가 돈키호테에게 원망과 분노를 마구 쏟아붓는 넘버에서

그녀가 가사 실수를 했다.

확실히 노련해서 잘 넘어가긴 했지만 다들 눈치 챈 느낌!

실수는 있었지만 이 넘버 가사는 들으면 들을수록 참 절절하고 아프다.

이 넘버를 부르는 김선영의 모습도 너무나 아프고...

"꿈꾸게 하지 좀 마!"

간절히 꿈을 꾸고 싶은 사람의 절실함이 이 가사 속에 전부 다 들어있다.

그래설까?

"난 알돈자가 아니라 둘시네야예요" 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마지막 장면이 더 무게감있게 다가온다.

완전히 무너진 여자가 새롭게 태어나는 순간.

그 장면에서 나는 여전사 혹은 여신의 탄생을 목격한다.

이 작품!

후반부로 갈수록 너무나 깊고, 너무나 간곡하고

대사 하나하나가 너무나 진심이다.

 

처음 이 작품을 봤을땐

정말 너무 좋은 작품이네...가 전부였는데

보면 볼수록 묵직한 슬픔과 감동이 오래 가슴을 아프게 한다.

이렇게까지 나를 아프게 하고,

이렇게까지 나를 정신 번쩍 들게 하는 작품은 없다.

어떻게 이 작품은,

나를 매번 all kill하게 만들까?

참 잔인하네. 이 작품!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3. 11. 29. 08:30

비잔틴 시대 전차 경주를 하던 경기장이었던 히포드롬 광장.

블루 모스크 정문과 트램길 사이의 이 광장을 하루에도 몇 번씩 지나가게 되지만

해저물녁의 이곳은 남다른 운치와 감회에 준다,

비잔틴 제국 시기에는 국가행사가 개최되던 중요한 이곳이

현재는 3개의 거대한 기둥과 카이저 빌헬름 샘만 오롯이 남아 여행자들의 눈길을 받아내고 있다.

카이저 빌헬름 샘은 안타깝게도 현재 보수중인지 전체가 가림막에 가려져있어 못봤지만

(이스탄불은 그야말로 보수의 천국이 되버렸다.)

2년 전에 보수중이라 보지 못했던오벨리스크는 이제서야 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가장 남쪽에 있는 기둥은 16세기에 룩소르 카르나크 신전에서 가져왔다는데

원래 높이는 30m에 달하지만 현재 남아있는 건 20m 정도다.

너무 커서 운반을 위해 잘랐다는 이야기도 있긴 하던데

오벨리스크 하단 부분에 실제로 짤려나간 흔적이 여실히 보이긴 한다.

말이 20m지 그래도 실제로 보면 이 거대한 걸 도대체 어떻게 운반했을까 믿겨지지 않는다.

(인간의 욕심과 힘이란 정말 한계가 없는 모양이다.)

세 마리 뱀이 서로 엉켜있는 기둥도 원래는 8m 였다는데

현재는 상단 부분이 떨어져나가고 5m만 남아있다.

세 개의 뱀 머리는 

하나는 분실됐고,

하나는 이스탄불 국립 고고학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이번에도 조카들을 데리고 박물관에 직접 가서 뱀머리를 보고 왔다)

마지막 하나는 반출되어 대영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단다.

터키도 불운의 역사를 가지고 있어선지 우리나라처럼 국외로 반출된 유물들이 참 많다.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수나 있을런지...

마지막 오벨리스크는 높이가 무려 32m!

원래는 외벽이 청동으로 덮여있었지만 십자군 침입때 동전을 주조하기 위해 벗겨내서

지금은 벽돌로 쌓은 외관만 우뚝 서있다.

어딘지 좀 흉뮬스럽기도 하고, 기괴하기도 하고...

그래도 높이가 주는 압박감은 이집트 오벨리스크를 뛰어넘고도 남는다.

 

 

해저물녁 오벨리스크 아래로 불이 하나 둘 켜지면

과거의 시간과 공간들이 성큼성큼 걸어나오는 것 같다.

이곳과 저곳이,

과거와 현재가 서로 만나고 있다는 느낌!

그래서였을까?

이스탄불에 있는 동안 해저물녁엔 항상 이곳에 머물렀던 것 같다.

 

이곳은 확실히 "소리"를 가지고 있다.

어쩌면 나는 늘 그 소리에 홀렸던건지도 모르겠다.

그 소리는,

지금도 여전히 나를 부르고 있다!

어서 빨리 응답하라고...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3. 11. 28. 08:18

조카들이 친구들 기념품을 사야 한대서 이집션 바자르를 찾았다.

2년 전에 그랜드 바자르에 갔을 때

엄청난 규모와 미로같은 길때문에 공황상태에 빠졌떤 기억때문에

이번 여행에서는 아예 찾아가지도 않기로 했다.

(여기서 조카들 잃어버리면... 대책 없다!)

바자르를 찾은 메인 목적은 분명 기념품 구입이었는데

어쩌다보니 로쿰가게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다.

설탕으로 만든 로쿰은 가격도 저렴하고 5상자를 사면 1상자는 그냥 주던데

꿀로 만든 로쿰은 커다란 덩어리에서 하나하나 잘라 kg 단위로 판매하더라.

"ARSLAN Baharat"라는 곳에서 꿀로 만든 로쿰 3상자와 설탕 로쿰 7상자를 구입했는데

여기 일하시는 분들 쇼맨쉽이 정말 장난 아니다.

프로페셔널의 극치~~~!

직접 먹어보라며 로쿰을 얼마나 많이, 계속 잘라주던지 나중엔 배가 다 부를 지경이었다.

배부르다고 하는데도 계속 로쿰을 잘라주던 조지 크루니 닮은 아저씨는 센스가 대단했다.

우리가 느끼게 하는 걸 알았는지 어느 틈에 시원한 물까지 가져다 주더라.

로쿰 하나하나의 재료도 열심히 설명해주고 이것 저것을 아주 잰틀하게 알려줬다.

눈썹이 붙은 젊은 총각(?)은 표정과 행동이 너무나 재미있고 유쾌해서 한참을 웃었다.

나중엔 보스라는 분까지 합세하셔서 조카들이랑 사진도 찍었다.

꼭 페이스북에 올려달라고 주소 적은 명함까지 여러 장 받았는데

그 자리에선 그러겠노라 했는데 결국 약속은 못지켰다.

아날로그 감성 풍부한 내가 페이스북을 아직 안해서...

(그렇다고 이분들한테 사진을 보내드리자고 페이스북을 할 수는 없고!)

 

예전에는 6시 30분에 문들 닫았던 것 같은데

지금은 7시 30분이 close time이라 여유있게 둘러볼 수 있어서 좋았다.

이곳을 스파이스 바자르(Spice Bazar)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실크로드를 통해 유입된 동방의 향신료가 여기서 거래됐기 때문이란다.

향신료에 대해서 잘 알면 구입 의욕이 쏟구쳤을텐데 그쪽으론 워낙에 문외한이기도 하고

향을 별로 좋아하지도 않아서 그냥 보는 걸로 만족했다.

이곳에서 파는 샤프란과 피스타치오는 품질이 우수하기로 유명해서인지

현지인과 관광객들이 일부러 찾아와서 구매하더라.

조그만 유리병에 몇 가닥 담긴 말린 샤프란 가격을 듣고는 정말 깜짝 놀랐다. 

이 비싼 걸 어떻게 음식에 넣어먹나 싶기도 하고...

(물론 아주 저렴한 샤프란도 있긴 하다.)

 

조카들과 동생이랑

눈과 발로 시장통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다

손짓 발짓 눈짓으로 의사소통하면서 원하는 걸 구입하는 재미라니!

여기에 능숙한 의사소통이 필요한 건 절대 아니다.

살짝 못알아듣더라도, 누군가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소소한 서민들의 일상과 재미를 느낄 수 있기에 기꺼이 유쾌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재미는 그랜드 바자르보다 이집션 바자르쪽이 훨씬 더 쏠쏠한 것 같고!

짐이 많지 않으면 트램길을 따라 술탄아흐멧으로 천천히 걸어가는 것도 권하고 싶다. 

이 길 은근히 운치있고 이국적이라

개인적으로 이 트램길 산책을 정말 좋아했다.

 

쇼핑 후에 이집션 바자르 뒷쪽에 있는 유명한 치즈 퀴네페를 먹으려고 했는데

로쿰때문에 이미 배가 불러서 아쉽지만 그냥 돌아왔다. 

달달함의 끝이 느끼함이라는 건 아무래도 너무 치명적이다.

얼끈한 신라면 생각이 간절했던 이집션 바자르 쇼핑기!

^^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3. 11. 27. 08:15

이스탄불 자미 중에서 공사기간이 가장 길었다는 예니 자미.

한때 재정적인 문제때문에 공사가 중단되기도 했다는데 시기만도 무려 56년이란다.

그대로 멈춰버린 자미 앞에서 그 당시 사람들은 어떤 심정이었을까?

말 그대로 꿇어 엎드려 참회로 용서를 비는 순간의 연속이었을까?

아니면 자미에 쏟아부은 재정과 인력에 대한 원망의 눈빛이었을까?

예니 자미를 보면서

터키의 그 숱한 자미들이 모두 종교적인 신념에 의해 자발적으로  지어진 걸까를 생각케했다.

서울의 밤하늘을 수놓는 빨간 십자가들도 떠올랐고!

그래도 터키의 자미들은 수다스럽거나 유난스럽지는 않다.

고요하고 조용하고 공간을 차지하고 있을 뿐.

 

이집션 바자르 옆에 있는 예니 자미는 

내부와 외부가 주는 느낌이 사뭇 다르다.

내부는 조용하게 엎드린 신도들로 묵직하면서도 정갈한 경건함이 흐르고 

외부의 계단에는 한담을 나누는 사람들의 친근한 여유와 일상의 평온이 가득하다.

사람들 옆에서 열심이 모이를 쪼고 있는 비둘기들.

그대로 엽서의 한 장면이 되는 모습에 흐뭇한 미소가 그려졌다.

이집션 바자르의 번잡함과 예니 자미의 고요함.

극적인 대비를 이루는 두 건물은 그러나 묘하게도 서로 형제처럼 잘 어울린다.

마치 사람들의 삶과 거리를 두는 종교는 단지 이상일 뿐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속(俗)과 성(聖)은 어쩌면 다른 게 아닐지도...

 

이슬람 자미 내부에 그림 장식이 거의 없다.

항상 그 이유가 궁금했는데 그게 우상 숭배에 대한 경계 때문이란다.

인간이 신의 형상을 그리는 것 자체를 불경이라고 생각했던거다.

신에 향한 불같은 단호함과

범접할 수 없는 신성(神性)의 확고함이 자미 내부에까지 영향을 끼친거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이런 금기는 구상이 아닌 추상과 기하학적인 문양이 발전하는데 큰 기여를 하게 된다.

자미 내벽을 장식하는 타일이나 아라베스크 꽃무늬,

코란 문자와 창문 장식의 화려함과 세밀함을 보고 있으면 정말 신의 손길이 느껴질 정도다.

특히나 자미 천정으로 햇빛이 비치면 빛 하나만으로도 자미는 그대로 성소가 된다.

자미에 들어가기전에 세족(洗足)하는 사람들의 심정을 조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일상과 가까운 곳에 일상처럼 자리잡은 camii.

종교란 사실 그래야 하는 게 아닐까?

깊게 파고 들지 않으면서도 내내 함께 동행하며 위로해주는 것.

너무 많이, 너무 멀리 가버린 우리의 종교가 떠올라

저절로 몸이 동그랗게 말린다.

 

마치 내 몸이 하나의 자미가 되는 것 같다.

더 바라지 말고, 더 기다리지 말라고 신이 내게 말한다.

그렇게 하겠노라 대답해야 했었는데...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3. 11. 26. 07:59

술탄 아흐멧에서 트램을 타고 에미노뉴에 하차하면

"보스포러스 투어" 외치며 열심히 호객하는 현지인들이 정말 많다.

옷소매를 잡아끄는 현지인들에게 과감한 "No!'를 연발하며

2년 전에 탔던 트리욜 크루즈를 찾아 한참을 걸었다.

그러다 별 차이가 없을 것 같아서

가까운 곳에 정박해 있는, 금방 출발할거라는 크루즈에 그냥 탑승했다.

(사실은 트루욜을 못 찾았다...ㅋㅋ 에미뇌뉴 항구... 너무 넓다...)

어른과 어린이 구분없이 1인당 10리라.

페리를 타고 아시아 지역으로 넘어가 둘러볼까도 생각했는데

솔직히 조카들을 데리고 모르는 곳을 간다는 게 엄두가 안나서 그냥 크루즈를 타기로 했다.

비록 수박 겉햩기에 불과하겠지만

크루즈를 타고 아시아 지역과 유럽지역을 훝어보는 것 확실히 색다른 경험이다.

우리나라의 한강 유람선과 비슷할거라고 생각하면 완전히 착각! 

물 위를 배를 타고 간다는 건 같긴 하지만 밋밋함과 입체감의 차이랄까?

한강은 솔직히 보스포러스 해협같은 운치와 경관은 기대할 수 없다.

남겨진 게, 보여줄 게 참 없구나 생각하니 좀 샘이 나기도 하더라.

 

해협을 따라 흘러가면서 만나게 되는 이색적인 건물들.

거대한 돌마바흐체 궁정의 외관에는 입을 다물지 못했고

궁전을 개조한 최고급 호텔 츠라얀 팔라스 호텔은 꼭 미니미 돌마바흐체 같았다.

(이곳에 고 노무현 대통령도 묵었다던데...)

무스타파 케말이 졸업한 사관학교의 뽀쪽한 외형을 보면서는

지키려는 자의 날카로운 칼끝을 생각했고

루멜리 히사르와 반대편에 위치한 아나톨로 히사르를 지나면서는

좁디 좁은 이곳 병목지역에서 숱하게 죽어간 선량한 사람들을 떠올렸다.

땅을, 바다를, 하늘을 잃는 것만이 폐허는 아니다.

사람을 잃는 건.

그게 가장 큰 상처고, 폐허가 아닐까!

황제의 여름 별장 베일레르메이 궁전은

너무 앙징맞게 예뻐서 마치 인형의 집을 보는 것 같았고

크루클래시탑은 또 다시 전설을 떠올리게 했다.

(공주, 생일, 마법사의 저주, 20살 생일, 과일 바구니 안에 숨어있던 독사. 저주의 실현.. 기타등등... 기타등등...)

꼭 보고 싶었던 오르타쾨이 자미는 대대적인 보수중이라 겉모습조차도 보지 못했다.

오르타괴이의 유명한 감자요리 쿰피르도 잠깐 생각했고...

결국 다음날 루멜리 히사르에서 숙소로 돌아가다 일부러 오르타쾨이에 내려서 쿰피르 골목을 찾아갔다.

(맛은 기대했던 것보다는... 

 토핑을 잘 골랐어야 했는데 mix로 했더니 맛이 좀 강하더다.)

 

보스포러스 투어는 아마도 이스탄불을 갈 때마다 매번 찾게 될 것 같다.

특별할 것 없는 것 같은데 늘 특별했다.

바람과 햇빛 속에서 어쩐지 말갛게 행궈지는 느낌이라서...

그리고 꼭 기억하자!

배의 오른편에 앉아야 view가 더 좋다는 걸.

앞으로 몇 번이나 더 이스탄불로 돌아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다음번엔 꼭 해저물녁에 보스포러스 크루즈를 타리라.

그럼 물빛과 하늘빛이 만나는 보스포러스를 목격하게 되지 않을까!

됐다!

이걸로 다시 돌아갈 이유...

충분해졌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11. 25. 11:44

<Man of La Mancha>

일시 : 2013.11.19. ~ 2014.02.09.

장소 : 충무아트홀 대극장

원작 : 세브반테스

작가 : 데일 와씨맨(Dale Wasserman) 

작곡 : 미치 리 (Mitch Leigh)

작사 : 조 대리언 (Joe Darion)

연출, 안무 : 데이비드 스완 (David Swan) 

음악감독 : 김문정

출연 : 조승우, 정성화 (세르반테스, 돈키호테)/김선영, 이영미 (알돈자)

        정상훈, 이훈진 (산초), 서영주, 배준성, 이서환 외

제작 : (주)오디뮤지컬컴퍼니, CJ E&M

 

<Man of La Mancha>

이 작품을 아마도 20번 이상은 본 것 같다.

개인적으로 너무나 좋아하는 작품이라 매번 공연될 때마다 찾기도 했지만

"impossible dream" 단 한 곡만으로도 all kill 시키고도 남는 그런 작품이다.

세르반테스의 원작이 워낙 탄탄해서이긴 하지만

뮤지컬 역시도 구성과 스토리, 넘버까지도 아주 탄탄하다.

(고전의 힘은 역시나 위대하다.)

감동과 재미, 깊이와 즐거움을 적재적소에 배치시켜 단 한 순간도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 정말 최고의 작품이다.

어두컴컴한 지하 감옥이 메인 무대이긴 하지만

극중극의 상황에 맞게 뒷배경이 바뀌는 걸 보는 것도 놓칠 수 없는 즐거움이고

기승정결이 뚜렷한 넘버들도 너무나 매력적이다.

이제 그만 졸업해야지 하면서 어쩔 수 없이 사람을 끌어당기고 홀리는 작품.

이 작품은 아마도 나를 항상 give up 하게 만들거다.

(그리고 다시 일어서게도 만들거고...)

 

생각해보니 이 작품을 그렇게 많이 봤으면서도 조동키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러고보니 정동키도 본 적이 없네...)

6년만에 돌아온 돈키호테라는데 이제서야 첫대면을 한 셈이다.

조승우 돈키호테는...

그야말로 물만난 고기, 그 이상이었다.

작품을, 무대를, 배역을 완전히 자기 페이스대로 자유자재로 끌고 나간다.

그런데 그게 극중극이라는 작품의 형식과 제대로 맞아떨어지면서

몇 배의 상승효과를 만들어낸다.

폭발적인 가창력을 뽐내는 건 아니지만 연기력과 작품 해석 능력이 탁월하다.

표현적인 섬세함은 말 할 필요도 없고

애드립인가 싶을만큼 천연덕스러운 내던지는 멘트들도 극의 상황과 아주 딱딱 맞아떨어졌다.

(아마 애드립 맞을 거다)

조승우는 세르반테스보다 돈키호테적이 표현에 비중을 많이 뒀는데

그게 후반부로 갈수록 묵직한 감동과 함께 진한 여운을 남긴다.

돈키호테가 죽는 장면은 감정적으로 뭔가가 와르르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최고의 표현이었고 최고의 장면이었다.

항상 이 작품을 보면서 "impossible dream"이 최고라고 생각했는데

조동키가 완전히 다른 이면은 내게 보여줬다.

조승우 본인도 감정적으로 깊이 몰입을 했던지

세르반테스로 돌아와 무대를 등지고 서있는 장면에서 감정을 추스리는 모습을 보이더라.

역시나  최고의 작품에 최고의 배우가 만나니 빛을 발하는 구나 생각했다.

극의 전체적인 흐름과 감정을 이렇게까지 완벽하게 컨트롤할 줄은 사실 몰랐다.

역시 조승우다!

 

김선영 알돈자는 1막에서는 목이 막혀있더니

2막부터는 제대로 치고 올라오면서 자신의 기량을 충분히 보여줬다.

특히 2막에서 세상을 원망하며 돈키호테에서 쏟아붓는 부르는 넘버는 정말 최고다.

정상훈 산초!

어느 정도는 이훈진 산초와 비슷하게 가지 않을까 예상했는데 그 예상을 완전히 뒤집었다.

살짝 김재만을 떠올리게도 했지만 확실히 정상훈의 감초연기는 이 작품에서 빛을 발한다.

살짝 부족한 노래 실력도 감칠맛나는 연기로 충분히 커버시킨다.

누군가는 산초 입장에서 이 작품을 보게 됐다는 평을 하던데 그 의견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조승우 돈키호테와의 만담 수준의 연기도 정말 좋았고

돈키호테가 죽는 장면에서는 한없이 유쾌한 줄만 알았던 산초의 울음때문에 가슴이 뭉클해지도 했다.

지금껏 봐왔던 산초와는 확실히 다른 느낌이라 놀랐다.

(요즘 배우 정상훈이 나를 자꾸만 놀라게 만든다.)

 

남자 앙상블의 합과 군무, 합창은 아주 힘이 넘치고 박력있어서 좋았는데

잠간씩 부르는 짧은 솔로곡들은 오히려 밋밋했다.

닥터 카라스코는 배준성은 첫대면이라 그런지 살짝 이질감이 있었고

(내가 이계창의 카라스코에 길들여진 탓도 있겠지만...)

조카(정명은)와 가정부(김현숙)도 예전보다는 음이 떠있어서 배우가 바뀐 줄 알았다.

그래선지 맛갈스런 고해장면도 전체적으로 잘 살아나지 못해 아쉬웠다.

 

세르반테스가 진짜 재판을 위해 감옥을 떠나는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문득 궁금해졌다.

극중이지만 모든 배우들이 전부 세르반테스를 보면서,

세르반테르를 향해 노래부르는 걸 보는 느낌은 어떨까?

이 마지막 장면에서 웃으며 계단을 올라가기 위해서

세르반테스를 맡은 배우는 자신의 모든 걸 다 보여줄 수밖에는 도저히 없을 것 같다.

어쩌면 그 마음의 깊이가, 그 발걸음의 과정이

이 작품이 우리에게 남긴 진정한 메시지인지도 모르겠다

 

확실히 아름답구나... 이 작품은!

확실히 아름다운 배우구나.... 조승우는!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11. 23. 08:05

<벽을 뚫는 남자>

일시 : 2013.11.3 ~ 2013.04.12.

장소 : 홍익대학교 대학로 아트센터

원작 : 마르셀에메 <벽을 뚫는 남자>

작곡 : 미셸 르그랑

우리말 가사 : 이지혜

연출 : 임철형

음악감독 : 변희석

출연 : 마이클리, 이종혁, 김동완 (두티율) / 고창석, 임철형 (듀블 외)

        최수진, 이정화, 강연종, 성열석, 조진아, 심재현, 손승원,

        정지환, 이경미

제작 : 쇼노트, CJ E&M

 

2006년 초연때 봤었으니까 무려 8년 만의 관람이다.

개인적으로 쏭쓰루 뮤지컬을 진짜 좋아하는데 이상하게 이 작품은 작품 자체도, 출연진도 맘에 들지 않아 2번이나 재연이 되도 챙겨보지 않았엇다.

마이클리가 아니었다면 이번에도 역시 그냥 넘어갔을텐데...

(마이클리의 힘은 정말이지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강력하다.)

<NDP> 다음으로 마이클리가 이 작품을 선택했다고 해서 놀랐었다.

도대체. 왜?

이 작품에 뭐가 있길래 그는 귀향을 미루고 쉬지않고 바로 무대에 섰을까?

자신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아빠의 역할까지 뒤로 하면서...

궁금했다.

이 작품에 그가 사로잡힌 이유가 과연 뭔지가!

 

다른 건 모두 집어치우자.

마이클리는 이 작품에, 듀티율이란 인물에 정말 진짜 자신의 모든 진심을 다 담아냈다.

한국어 가사.

물론 어색한 부분들 있다.

인정한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보여준 듀티율은 충분히 감동적이었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이 내가 선호하는 작품이 아니었는데도

나는 어느새 그의 리듬과 템포를 그대로 따라가고 있었다.

너무나 능청스럽고 천연덕스러운 표정과 연기들.

그의 아름다운 미성을 넋을 놓고 듣게 만든 "평범한 보통 남자"와

사랑에 빠져버린 남자의 기쁨과 설렘이 그대로 느껴지던 노래들까지

<미스사이공>이후 오랫만에 들은 마이클리와 여배우와의 듀엣곡은 참 아름다웠다.

최수진 이자벨을 최대한 배려하면서 발란스를 맞춰주는 마이클리를 보면서

뮤지컬 배우로서 그의 진가와 아름다움에 또 한 번 감탄했다.

아. 정말 사랑에 빠져버리고 싶다...

마이클리가 내게 그런 꿈을 꾸게 만들었다.

아무래도 우체국 민원처리과 귀염둥이 뚜네뚜네에게 민원 좀 넣아야겠다.

이렇게까지 귀엽기 있기! 없기!

그리고 이렇게까지 진심이기 있기! 없기!

 

도대체 마이클리는 이렇게까지 촘촘한 한국어 가사를 어떻게 외울 수 있었을까?

그가 배우이기에 가능했다는 게 답의 전부는 분명 아니다.

그는 곡 하나하나의 가사를 충분히 새기면서 이해했고

그걸 또 진심으로 객석의 사람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면서 불렀다.

확실히 그는 이 작품을 통해

듀티율의 노래를 통해

그가 느낀 메시지를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주고 있었다.

마치 세상에 그 어떤 벽도 뜷을 수 있었던 듀티율처럼

객석의 있는 사람들의 마음, 그 속으로 완벽하게 들어왔다.

그 순간 우리 모두는 듀티율처럼 "세포물렁증"을 앓을 수밖에 없었던거다.

 

그리고 너무나 감동적이고 너무나 아름다웠던 커튼콜.

나는 그 순간만큼은 그가 듀티율이 아닌 마이클리의 모습이었노라 확신한다.

무반주로 시작되는 마이클리의 선창에

출연배우들 한명씩 아카펠라로 화음을 맞추는 모습.

그때 무대 위 배우들의 표정과 객석에 있는 관객들의 표정은

일종의 최면이었고 마술이었다.

"아름다움 인생을 위하여!"

두 번째 커튼콜이 시작되기 전 마이클리가 남긴 멘트가 귀에 내내 맴돈다.

그 두 번의 아카펠라 커튼콜을 진심을 담아 부르던 눈물맺힌 그의 눈빛까지도...

아마도 나는 아주 오래오래 그 모습을, 그 순간을 기억하게 될 것 같다.

진심으로 뭉클했다.

 

마이클리!

정말 보석같은 배우로구나...

작품을 빛내는 배우고, 작품보다 더 빛나는 배우로구나...

그가 이 작품을, 이 배역을 선택한 이유를

충분히 알겠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11. 22. 08:14

<Murder Ballad>

일시 : 2013.11.05. ~ 2014.01.26.

장소 : 롯데카드 아트센터

작사 : 줄리아 조단(Juila Jordan)

작곡 : 줄리아나 내쉬 (Juliana Nash)

한국어 가사 : 이정미

연출 : 이재준

음악감독 : 원미솔

안무 : 정헌재

출연 : 최재웅, 강태을, 한지상, 성두섭(Tom) 

        임정희, 장은아, 린아, 박은미 (Sara)

        홍경수, 김신의 (Michael) / 홍륜희, 문진아 (Narrator)

프로듀서 : 김수로

협력 프로듀서 : 최진, 임동균

제작 : 아시아브릿지컨텐츠(주), (주)쇼플레이

 

<Murder Balla> 세번째 관람!

11월 29일 최재웅 Tom에 임정희 Sara로 stage석 예매를 하긴 했는데

최재웅 Tom이 너무나 궁금해서 충동적인 예매를 감행해버렸다.

결론부터 간단하게 말하면,

정말 좋았다.

최재웅 Tom은 아주 사이코패틱하면서 강렬하다.

뭔가에 완벽하게 중독되버려 극단적으로 몰입하는 위험한 모습.

특히 후반부에 Sara에 집착하는 장면에서는 눈빛부터가 확 달라진다.

배역과 장면에 충실하면서도 그 속에서 충분히 최재웅만의 Tom을 표현하는 모습은  

예상은 했지만 기대 이상이었다

메인 조명이 최재웅을 비켜가 있을 때도

Tom의 감정을 어두운 실루엣 속에 그대로 끌고 가는 모습도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장은아 Sara와 음색적인 면도, 연기적인 표현도 아주 잘 어울렸다.

린아와 박은미 Sara를 아직 안봐서 모르겠지만

임정희와 장은아 중에서는 확실히 장은아가 목소리도, 표현도, 연기적인 면도 훨씬 잘 어울린다.

장은아는 김신의 micheal과의 합도 아주 좋다.

(모든 캐스팅을 다 보지 않았는데도 취향이 어느정도 정해진 것 같다.) 

 

"The Crying Scene"은 연출도, 조명도, 배우들의 연기도, 넘버도 아주 감각적이고 강렬하다.

Narrator 문진아의 보이스 리드도 너무나 멋지고!

'You Belong to me"는 네 명이 각자 자기 입장에서 서로를 향해 발톱을 들이대는 꼴이다.

본능적이면서도 아주 단순명료한 야만의 세계를 들여다보는 느낌.

긱기 다른 개성을 가진 네 명의 목소리가 이렇게까지 잘 어울릴줄은 정말 몰랐는데...

(네 명이 함께 나오는 장면은 이 캐스팅이 진리일 것 같다!)

이래저래 끝장을 보는 느낌! 

 

이날 김수로와 친분있는 "진짜 사나이'팀과 "런닝맨" 팀, 배우 조인성이 관람해서

객석이 잠깐 술렁이긴 했지만 개인적으론 이들이 전혀 눈에 들어오진 않더라.

거짓말같겠지만 그 순간 내 눈엔 장혁과 조인성보다 최재웅 Tom이 훨씬 더 연예인 같았다.

중독됐다고?

시인한다!

그리고 어쩔 수 없다.

"Mouth Tatto"

그게 내 몸에 새겨져 버렸음을 깨끗이 인정한다.

<Murder Ballad>

이 작품이,

<쓰릴미>의 기록을 갈아치우게 만들지도 모르겠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11. 21. 09:05

<풍월주>

일시 : 2013.11.09. ~ 2014.02.16

장소 :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대본 : 정민아

작사 : 박기현

연출 : 이종석

음악감독 : 구소영

출연 : 정상윤, 조풍럐 (열) / 신성민, 배두훈 (사담)

        김지현, 전혜선 (진성여왕) / 임현수, 최연동 (운장)

        김보현(궁곰), 이민아(여부인), 김지선(진부인)

제작 : 극단 연우무대, CJE&M

 

정말 다행이다.

계속되는 혹평때문인지 아니면 제작진에서 심각하게 문제 파악을 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현재 열심히 피드백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리고 열 정상윤.

정말 너무나 대단하고 엄청난 배우다.

쓰러지려는 <풍월주>를 일주일만에 이렇게까지 일으켜 세웠다.

그가 아니었다면,

이 작품은 초연의 명성을 깎아내리며 관객들의 가혹한 비판과 외면을 받았을거다.

넘버 그대로 "내가 아니면, 네가 아니면"이 무대 위에서 정상윤으로 인해 재연되고 있었다.

다행스러운 건,

프리뷰 이후 본공연은 더 손을 봐서 올린다니 조금 더 기대를 해보자.

 

사담 배두훈.

전혀 몰랐는데 해군복무중 "보이스 코리아2"에 출연해서 세미파이널까지 올라간 실력자란다.

그래도 뮤지컬 출연은 처음이라는 쉽지 않은 역을 잘 할까 의심스러웠는데

첫작품이라는게 믿어지지 않을만큼 노래와 연기가 좋았다.

물론 아직까지는 가수의 바이브레이션을 다 버리진 못하긴 했지만

본인이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으니 충분히 보완될 여지가 있다고 본다.

첫연기치곤 의외로 잘해서 의아해했는데 역시나 한예종 연기과 학생이란다.

어쩐지 연기에 감이 있더라.

목소리톤도 정상윤과 아주 잘 맞아서 두 사람의 듀엣곡들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키가 좀 작은게 아쉽긴한데 뮤지컬배우로서 미래를 기대해도 좋을 배우같다.

소리가 노래 감성이 좋은 건 확실히 큰 장점이고

여기에 연기력만 확실하게 뒷받침되면 정말 괜찮은 배우가 될 것 같다.

 

전혜선 진성여왕은 김지현에 비해면 존재감이 약했다.

여왕의 위엄과 권위보다는 질투심에 사로잡인 여인의 느낌이 훨씬 강하다.

그래서 열로 인해 일시에 무너지는 장면의 감정표현이 꼭 불륜을 눈 앞에서 목격한 본처의 발악같다.

좀 더 의연하고 무게감있는 표현이었으면 좋았을텐데 아쉽다.

딕션은 분명 나쁘지 않았는데 이상하게 대사와 가사가 잘 안 들렸다.

특히 다른 배우들과 같이 부르는 노래에서는 목소리가 거의 묻혀서 잘 들리지 않는다.

"너를 위해 짓는 마음"은 김지현과 신성민이 불렀을 때 두 사람의 심정이 다 전달이 됐는데

이번엔 배두훈 사담의 마음만 전달됐다.

그렇게고 배두훈의 발란스가 컸던 것도 분명 아니었는데...

운장과 군곰은 초연의 느낌으로 다시 돌아갔으면 좋았고

부인네들도 옷자락 좀 제발 그만 펄럭거렸으면 좋겠다.

스토리 자체는 초연때보다 더 개연성있고 촘촘해지긴 했는데

이걸 표현하는 이종석 연출의 방식은 확실히 떨어진다.

이재준의 감각적이고 섬세한 연출이 솔직히 많이 그립다.

배우들의 움직임을 감당하지 못하는 무대 소음도 어떻게 해야 할 것 같고

불필요하게 몸을 쓰는 장면들도 과감하게 처냈으면 좋겠다.

커튼콜 동선을 바뀐건 아주 현명한 선택이었다.

첫공때 암전 상태에서 무대를 급하게 내려오던 정상윤 열때문에 얼마나 놀랐던지...

("쿵!" 하는 소리에 누가 무대에서 제대로 넘어진 줄 알았었다.)

 

추가된 곡들이 아직까지는 낯설지만 <풍월주>의 넘버는 확실히 좋다.

다만 <삼천>처럼 국악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했으면 더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은 있다.

음악이 전체적으로 너무 현대적이고 화려했고

심지어 행진곡을 연상케하는 음악도 있어 당황스러웠다.

그래도 이게 어딘가!.

첮공의 기억이 너무 강력해서 재연은 프리뷰 관람으로 끝낼 생각이었는데

열심히 피드백을 하면서 수정하는 모습을 보니 조금씩 희망이 보인다.

1달쯤 뒤에 다시 보게 되면 더 많이 달라져있지 않을까?

그리고 확실히 믿는다!

정상윤이 <풍월주>를 점점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끌거란걸!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11. 20. 08:37

<푸른 눈 박연 - 하멜표류기>

일시 : 2013.11.10.~ 2013.11.17.

장소 :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극본, 작사 : 김효진

작곡 : 김경육

연출 : 이란영

출연 : 김수용, 이시후 (박연), 김혜원(연리), 박영수(덕구) 외

제작 : 서울예술단 

 

개인적으로 서울예술단의 가무극 시리즈를 너무나 좋아한다.

서울예술단은 올 해만도 <윤동주 달을 쏘다>와 <잃어버린 얼굴>에 이 세번째 작품<푸른 눈 박연>까지 참 쉼없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잃어버린 얼굴>은 여행과 겹쳐지면서 관람을 못해서 내내 아쉬워하면서 지금 열심히 재공연 되기만을 기다리 중인데... 기약이 없다!

성남 아트센터...

서울예술단 공연이 아니라면 결코 거기까지 가진 않았을거다.

제발 부탁인데 서울예술단은 공연 기간 좀 길게 해줬으면 좋겠다.

서울예술단 공연에 기갈들린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이러다 시위라도 할 판이다.

 

<푸른 눈 박연>

조선시대 최초 귀화 서양인 "얀 얀스 벨테브레(Jan Jans Weltevree)" 이야기.

어른들을 위한 동화같은 느낌이었고

영화 <월컴 투 동막골>과 뮤지컬 <쌍화별곡> 떠올리며 엄마미소를 짓게 만드는 작품이다.

스토리 자체는 크게 매력적이진 않았지만

(너무 뻔한 이야기라서...)

장면 전환과 배우들의 연기, 그리고 춤은 역시나 서울예술단 가무극 시리즈답게 좋았다.

<바람의 나라>같은 웅장한 임펙트와

<윤동주 달을 쏘다>같은 비장미는 없었지만 "맑음"을 생각케하는 작품이다.

아주 성실하고 기본에 충실하다는 느낌.

서울예술단이라는 브랜드에는 솔직히 좀 못미치는 작품이라고 생각될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론 의미있고 흥미로운 작품임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일부러 이시후 박연으로 봤는데 탁월한 선택이었다.

<윤동주 별을 쏘다>에서 발음의 기억때문에 살짝 망설이긴 했지만

작품과 배역에 정성을 다하는 모습이 정말 감동적이었다.

발음도 그동안 놀라울 정도로 좋아졌고 넘버소화력도 너무 좋아 솔직히 여러번 감탄했다.

주연을 감당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기우에 불과했다.

못알아볼 정도로 살이 너무 많이 빠졌던데 그만큼 이 작품에 모든 걸 던졌던 모양이다.

그의 엄청난 열정과 노력이 결국 단점을 장점으로 일으켜 세운 셈이다.

확실히 서울예술단의 F4들은(이시후, 박영수, 김도빈, 조풍래) 뭘 하든 인정을 받을 수밖에 없겠다.

게다가 이시후는 오랫동안 무용을 해서인지 몸의 움직임과 선의 흐름이 정말 너무나 좋다.

이건 배우로서 가장 큰 장점이자 매력이 될테고 여기에 연기력까지 믿을 수 있게 됐으니

조만간 다른 단원들처럼 외부작품 러브콜이 오지 않을까 싶다.

깨알같은 웃음을 선사한 금은동(최정수, 김도빈, 조풍래)은 극의 양념같은 존재들이었고

덕구 박영수는 칭찬을 안 할려야 도저히 안 할 수 없다.

그의 덤블링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바람의 나라> 괴유가 또 너무나 보고 싶어졌다.

몸이 어찌나 가볍던지...

이렇게 사랑스럽고 귀엽고 순수한 바보라면.

정말이지 평생 감자만 먹고 살아도 충분히 행복하겠다.

박영수는 대사톤도 노래부를 때 톤도 너무나 좋다.

(이런 목소리는 보험들어서 보호해야 하는데...)

아주 진지하고 그리고 똑똑한 배우.

주조연을 막론하고 작품 속에서 자신의 포지셔닝을 귀신같이 잘 찾아내는 배우다.

fade in, fade out 에 정말 능해서 이 녀석이 나오는 작품을 볼 때마다 다음 작품을 기다리게 만든다.

(아마도 이 녀석 때문에 "요셉어메이징"도 보게 되지 않을까 싶다.)

 

뭔가 큰 걸 기대했던 사람들에겐 어쩌면 기대보다 못한 작품이었을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눈과 마음이 오래 머무는 참 고운 작품이었다.

늘 웅장하고 감동적이고 화려할 필요는 없다.

서정적이면서도 잔잔한 감동을 주는 작품도 충분히 의미있고 가치있다.

<푸른 눈 박연>이 딱 그랬다.

처음엔 스크린을 이용한 무대가 좀 조잡하고 휑하게 느껴지기도 했는데

이야기와 배우들에 빠져서 보다보니 그것도 또 의외의 소박함이 있더라.

풍속화를 보는 듯한 친슥함도 느껴지고...

넘버들은 전체적으로 아주 좋았고,

음악과 춤이 약간씩 어긋나는 부분이 있긴 했지만

(음악은 장중한데 춤이 가볍거나 혹은 그 반대)

그래도 서울예술단의 군무는 확실히 기대치를 갖고 보게 된다.

흥겨운 놀이판 같은 장면도 항상 들어가고...

서울예술단 공연에서 군무가 돋보이는 이유는

오랫동안 함께 손과 발을 맞춰온 사람들만이 보여줄 수 있는 그런 결속력과 끌림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국적인 소재를 찾아내 새로운 형식의 작품으로 만들어내는 저력은 정말 무시무시할 정도고!

서울예술단은 정말이지 기대를 안 할래야 안 할 수 없게 만든다.

아무래도 조만간 유료회원에 가입하게 될 것 같다.

이토록 사랑스럽고 조용하게 위대한 도깨비들을 어이 할까!!!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