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보니 이 작품과 유사한 자릿함을 장진의 영화 <박수칠 때 떠나라>에서도 느꼈었다.)
“관객들이 이 작품을 어떻게 볼지 50억짜리 대작 영화보다 긴장이 된다. 살면서 이런 순간이 있다는 것이 즐겁다. 본의 아니게 요즘 대학로에 예전 내가 쓴 공연들이 많이 올라오고 있다. 하지만 예전에 했던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지금 내가 무얼 할 수 있는, 지금 쓸 수 있는 작품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앞으로도 끊임없이 뭔가를 시도하는 새로운 작품으로 관객들과 만나고 싶다.”
관객들의 열화와 같은 혹평에 장진 감독도 엄청난 자괴감을 느꼈겠지만 어찌됐든 이 작품은 성공적인 작품은 아니다.
그런데 공연 중에 피드백을 하면서 계속 수정을 했단다.
드라마틱한 변화가 기대하기엔 베이스부터 심각한 문제가 있는 작품이지만 그래도 수정을 헸다는 말에 재관람을 선택했다.
박호산이 김광석 노래를 어떻게 부르는지도 궁금했고,.
그랬더랬는데...
수정을 거듭했다고 하더라도 이 작품은 참 견디기 힘든 작품이다.
여전히 난잡하고 산만하고 수다스럽다.
보는 내내 민망해서 몸둘 바를 모르겠더라.
장진식 유머는 연극에서는 모르지만 뮤지컬에서는 정말 아니다.
이런 쓸데없는 유머코드만 줄어도 런닝타임이 확 줄어들겠다.
"난 알아요" 가사로 되도 않는 말장난을 하는 거 군인들,
개를 끌고 다니며 "점프"를 외치는 억지 웃음을 유발하는 장면도,
사투리리 쓰는 서울 아이나 페라로로쉐 초콜렛, 아저씨 운운하면서 원빈을 들먹이는 것도, 공연장의 좌석찾는 장면도
참 참기 힘든 유머다.
이런 식의 유머... 개인적으론 관객 모독이라는 생각까지 든다.
장진 작품에 매번 나오는 불멸의 여주인공 이름 "유화이"도 뮤지컬에서까지 만나니 어쩐지 식상하고!
성태의 장면들은 전부 없애버렸으면 좋겠다.
그 좋은 "서른 즈음에"를 이렇게 싹뚝 잘라내버리다니...
여전히 보고 난 후에 기억에 남는 노래가 없다.
이럴 수 있나?
김광석 노랜데...
이 작품을 보면서 <그날들>이나 <광화문연가>가 아주 괜찮은 주크박스 뮤지컬이었구나 뒤늦게 감탄했다.
새로 추가된 편지 장면과 훈 아버지 요양소 장면은 그 장면 자체로는 나쁘지 않았는데
앞뒤 연결되는 부분들이 영 매끄럽지 않다.
왠지 급하게 짜맞추려고 했던 의도가 여실하게 보여서...
요양소에서 훈과 아버지가 나뉜 대화가 참 좋던데
장면 자체가 은근히 묻혀버려서 효과적으로 살지 못했다.
송영창의 담담하면서도 쓸쓸한 대사톤도 참 좋았는데 아쉽다.
...... 없어진걸 찾는게 죄냐? ...... 너희한테서 사라졌다고 모두에게서 사라지는거 아니다. 시간이 오래 되었다고 기억에서 멀어져간다고 다 잊혀지는 거 아니다. 난 잊을 수가 없는데... 내 눈앞에 보이고, 내 손끝에 만져지는데 왜 잊으라고만 하냐? 난 잊을 수가 없는데......
올 초에 12차 팀 이진규 솔롱고와 최주리 서나영을 봤었는데 특별한 기념 공연을, 게다가 박호산이 솔롱고로 몇 번 출연한다고 해서 일부러 예매를 했다.
몽고에서 온 불법체류 노동자 솔롱고와 서점 계약직 직원 강원도 처녀 서나영의 힘겹고 서러운 서울살이 이야기.
사회의 주류가 아닌 소외받고 무시받는 쪽방살이 군상이 만들어내는 서럽고 뜨거운 이야기 <빨래>
예전 관람 때도 보는 내내 좀 막막하고 서글펐었다.
극적인 효과를 위한 과장된 이야기라고 말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실제 현실은 작품 속 내용보다 훨씬 더 비루하고 남루하고 서럽다.
게다가 이 뮤지컬을 본 직후 손에 잡은 책이 공교롭게도 박범신의 <나마스테>였다.
불법체류자 신세로 아무 말도 못하고 뭇매를 맞는 몽골 청년 솔롱고에 눈이 맑은 페루의 청년 카밀은 정확히 겹쳐진다.
그리 오래 되지도 않았다.
불과 몇 십 년 전만해도 우리 자신이 솔롱고였고 카밀이었다.
코리안 드림보다 더 큰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는 대한민국의 솔롱고와 카밀.
그런데 이제는 다 잊었다.
...... 다른 누가 아니라, 바로 우리가 좀 더 잘 살자고 데려오고, 오게 만든 외국인 노동자들이었다. 배고프지 않은 우리가 하기 싫는, 더럽고 위험하고 힘든 일들을 시키기 위해, 온갖 불법적인구조와 착취의 시스템을 우리 스스로 만들어놓고서 그들을 불러들인 후, 이제 구조개선을 명분 삼아 그들을 무자비하게 내몰겠다는 뻔뻔하고 잔인한, 내 조국에 대해 그 순간 나는 너무도 화가 났다 ......
책 속의 외국인 노동자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한국 정부가 우리에게 불법체류자가 되라고 권한다."
산업 연수생으로 들어왔다 불법체류자가 되어 여권도 월급도 받지 못하고 끝없는 노동에 시달리는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