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후 끄적끄적2013. 10. 18. 08:55

새벽에 눈이 떠졌다.

창문 커튼 틈으로 수영장 물빛에 비친 청록색 하늘이 깨어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렇구나...

해가 지는 모습은 그렇게 챙겨서 바라봤으면서

해가 뜨는 순간은 놓치고 있었구나...

세수를 하고 머리를 눌러쓰고 카메라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

늦은 밤에 야간페리로 다시 아테네로 들어가야 하기에 Fira의 아침을 볼 시간이 지금밖에 없다는 절박함이

아직 어두운 Fira의 거리로 발을 옮기게 했다.

언제 이곳을 또 다시 오게 될까?

어쩌면 이런 센치한 감정도 한 몫 했을거다.

 

무슨 생각이었을까?

숙소를 나와 길 위에 발은 얹는 순간 텅 빈 "고요"와 대면했다.

꽤 늦게까지 북적거렸던 Fira가 완벽하게 비어 있었다.

조용하고 적막해서 먼 곳에서 부는 바람 소리가 귓가에 선명했다.

덜컥 무섬증이 일었지만 '언제 다시 볼게 될까...' 라는 생각이 나를 앞으로 걷게 했다.

골목길을 만난 깨어있는 불빛들.

낮익은 풍경들에게 짧게 작별을 고했는지도...

산토리니에 3박 4일을 머무르는 동안 이제 고작 Fira만 언급했을 뿐인데

지금 나는 Fira가 참 그립다.

포카리스웨트 광고때문에 로망이 된 Oia보다 나는 Fira가 훨씬 더 좋았다.

아마도 내가 산토리니를 다시 찾게 된다면 그건 순전히 Fira 때문일거다.

아직 어린 조카들이 있어서 그 유명한 와이너리 투어도, 볼케이노 투어도 결국은 못했지만

Fira에는 지치지 않고 걸을 수 있는 "길"이 있어서 내내 행복했다.

Fira의 그 길들이...

지금도 나는 사무치고 그립다.

 

이제 막 문을 열기 시작한 빵집에서 풍기는 고소한 빵냄새,

창가에 서서 파티쉐가 아침을 여는 모습을 찬찬히 들여다 봤다.

고소하고 따뜻하고 부지런한 움직임.

뒤돌아선 파티쉐가 웃으며 윙크와 함께 손키스를 날린다.

나도 따라했다.

그냥 좀 고소해지고 싶어서...

피라 구항구(old port)로 이어지는 588 계단 앞에서는 잠Rks 망설이기도 했다.

내려가볼까? 아님 그냥 지나칠까?

결국...

내려가보기로 했다.

평소같았으면 사람이 없는 길은 궁금해도 가지 않는 편인데

이날 나는 좀 용감하과 과감해지기로 했다.

여행자니까... 그러나 마지막이니까...

 

구 항구로 이어지는 길은

원래는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갔다가 동키택시(Donkey Taxi)라는 당나귀를 타고 올라오는 길이다.

한 낮에는 이렇게 사람과 동키택시로 복잡하고 번잡한 곳이

텅 비어 있으니 완전히 다른 곳 같았다.

솔직히 말하면...

588계단은 내려가는 일은 그다지 운치있고 낭만적인 길이 아니었다.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당나귀들의 배설물을 피해다녀야했고

지독한 냄새때문에 숨도 크게 쉬지 못하고 연신 코를 쥐고 걸어야만했다.

'도대체 여기 왜 온거지?'

혼자 타박도 하면서...

(어떤 냄새를 상상하든 그 이상의 냄새를 맡을 수 있다.)

 

 

결론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아무도 없는 구항구에서 혼자 아침바다는 독차지하는 기회가 쉽게 오는 건 아닐테니까.

예전에는 페리가 들어오는 주항구였는데

지금은 페리는 전부 신항구로만 들어오고

이곳은 볼케이노 투어 걑은 로컬 투어를 위한 배들이 주로 정박한다.

이른 아침이라 관광객은 보이지 않았지만

배를 손보는 현지인들의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은 오르막이라 훨씬 더 힘들었지만

번호가 지워진 계단을 보는 것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bar 중 하나라는 프랑코스 바(Franco's Bar)를 보는 것도 참 좋았다.

(그 전날 이곳에서 차를 마실까 한참을 고민하다 혼자라서 포기했었는데 지금 그게 너무 후회된다)

언제나 반짝반짝 빛나는 Fira의 아침은 아주 단백한 수채화 같았다.

 

혼자 흐뭇한 마음으로 숙소에 들어갔더니 조카들이 나를 보너니 깜짝 놀란다.

이유는 하나!

지독한 냄새가 나서...

충분히 이해한다.

내 스스로도 오래 묵힌 두엄더미 위를 구르고 온 게 아닌가 싶었으니까!

후다닥 욕실로 들어가면서 그래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피라의 낯과 밤, 그리고 아침을 모두 기억할 수 있게 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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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후 끄적끄적2013. 10. 17. 08:11

이 여행은 눈(目)의 여행이었다.

그리고 눈으로 본 것들에 대한 기록이 끝나야 비로소 이번 여행도 끝이 날테다.

혼자 여행을 하면 생각들이 피어나는 걸 그대로 지켜보고 생각이 원하는대로 움직이게 하지만

조카들과의 여행은 또 그만큼의 눈높이와 키맞춤이 필요했다.

그래선지 잠깐잠깐씩 뜻하지 않은 혼자만의 시간이 생기면

(가령 동생과의 약간의 불화??? 아니면 다 잠들어있는 새벽 시간의 산책. 늦은 오후의 산보...)

혼자 내쳐 숙소를 나와 근방을 걷고 또 걸었다.

눈시울이 붉어지는 풍경.

Fira의 sun-set이 내겐 그랬다.

사람이 죽어 한을 남기면 그게 모두 붉은 놀이 된다는데...

그래서 놀빛이 붉을수록 죽은 사람이 한이 많다는 뜻이라는데...

평소같았으면 이 말에 동의했을거다.

그러나 이곳 Fira에서만큼은 절대 이 말에 동의가 되지 않았다.

Fira의 석양에는 흥겨운 축제의 뒷끝같은 묘한 흥분감이 느껴졌다.

포악한 그리움도 없었고, 곱씹는 후회도 없었고, 미래에 대한 기대도 없었고

단지 그 순간을 "바라보는 시선"만 남았다.

"view"라는 단어가 주는 "느림"의 의미를 golden street의 벤치에 앉아 오래 생각했다.

주변 여행객의 소란함도, 상점의 불빛도 모두 fade out 되버리는 것 같은 시간.

바다 위레 떨어지는 해와

붉게 물드는 하늘.

그리고 그걸 처음부터 끝까지 목격하는 나.

세상이 오직 이 세가지로만 이루어진 것 같다.

마치 꿈 없는 잠 속에 빠져있는 느낌.

잠의 힘은,

참 쎄다...

 

물이 있는 풍경은 사람을 착하게 만든다는데,

내가 지금 착해지려는 중인가?

풍경은 그대로 반사판이 되어 나를 되비춘다.

생각하고 또 생각하라고...

사실은,

되묻고 싶었다.

아직 더 생각해야 하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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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후 끄적끄적2013. 10. 16. 08:42

Santorini에 3박 4일을 머무는 동안 모두 3번의 sun set을 봤다.

Fira에서 두 번, Oia 굴라스 성채(Bulas Castle)에서 한 번.

여행책자에 산토리니의 유명한 sun set point가 자세히 나와있긴 하지만

솔직히 언덕진 곳이라면 산토리니 어디라도 sun set point 라고 할 수 있다.

Fira에서 Firostejani까지 이어지는 길 역시도 sun set을 보기에는 최적의 장소!

Fira city holl을 따라 Candlemas of the lord 교회에서 

saint john the baptist 성당까지 이어지는 길에서 보는 sun set은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특히 saint john 성당의 메인 입구는 구항구로 내려가는 케이블카 타는 곳에 있어 그냥 지나쳐버리기가 쉬운데

성당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너무 예뻐서 일부러 여러번 찾아가기까지 했다

"천국으로 가는 길"이라고 혼자 이름까지 붙일만큼 너무나 좋아했던 곳.

이 거리를 얼마나 걸어다녔던지 지금도 이젠 눈을 감으면

가게들이며, 카페들, 길의 윤곽과 굴곡까지 손에 잡힐듯 선명하다.

이른 아침의 거리도, 한낮의 거리도, 그리고 저물녁과 어둠 속의 거리까지도 모두.

 

석양이 내려오기 시작하면

해를 중심으로 바다가 품은 빛이 반사되는 Fira는 그대로 황금의 도시 앨도라도가 된다.

이 거리를 golden street 라고 부르는 이유를 이제야 충분히 알겠다.

마치 하나로 된 거대한 보석처럼 도시 전체가 완강하과 찬란한 "빛"을 뿜어낸다.

넋을 잃고 있다가 순간 뒤를 돌아다봤다.

세상에!

황금의 도시 뒤로는 또 다른 세상이 열리고 있었다.

bule sky.

하마터면 이 모습을 송두리째 놓칠뻔 했다.

항상 기억하고 있어야 했는데 앨도라도에 반해 내가 또 잊어버리고 말았다.

세상의 모든 것들은 반대편에 또 다른 모습을 품고 있다는 걸.

The other side of the moon!

 

아무래도 나는 "길"에 중독된 사람이 맞나보다.

"길" 때문에 여행을 계획하고

"길"이 그리워 신병을 앓고

돌아와서는 그 "길"들이 이렇게까지 가슴에 사무치는 걸 보니...

생각해보니 항상 그랬다.

"길"은 내게 늘 다른 것을 보여줬고

흔들리는 나를 언제나 거침없이 받아줬다. 

정말 고맙고 고마운데 그래서 또 걱정이다.

이 길이 또 다시 병(病)으로 남을까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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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후 끄적끄적2013. 10. 15. 07:50

유명한 만화 영화 <아스테릭스>에 나오는 오벨릭스<obelix)의 이름을 따서 만든 수블라키 전문점.

책자를 통해서도 여행자를 통해서도 참 많이 들었던 음식점이다.

피라 버스 정류장에 근처에 있는 "오벨릭스"에서 산토리니에서의 첫 식사를 주문했다.

그리스셀러드와 치킨수블라키와 포크수블라키.

수블라키(Soublaki)는 그리스식 케밥인데

꼬치에 끼운 고운 고기를  빵과 타치키(Tzatzili)라는 소스와 함께 먹는 음식이다.

타자키는 마늘, 오이, 허브를 넣어서 만든 그리스 전통 요커트로 

신맛이 강하지만 깔끔한 뒷맛이 있어서 고기의 느끼함을 잡아준다.

신선하고 달콤한 그리스 야채가 듬뿍 들어간 수블라키는

포크수블라키가 좀 질기긴 했지만 치킨수블라키는 아주 맛있었다.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했던 건 "그리스 샐러드"

햇빛이 좋아서 그런지 이곳의 야채는 단맛이 강하고 종류가 다양하다.

토마토, 오이, 피망, 올리브와 갖가지 야채에 두툼한 페타치즈가 덩어리째 올려져 나오는데

짠 맛이 강한 이 치즈가 참 묘하게 중독성이 있다.

그래선지 산토리니에 머무르는 동안 어느 식당을 가든 그리스 샐러드는 꼭 주문했다.

그리고 단 한 번도 실패하 적이 없을만큼 탁월한 메뉴였다.

지금도 제일 생각나는 게 바로 이 그리스 샐러드!

야채의 신선함과 페다치즈의 고소함, 그리고 올리브 기름의 단백함까지 꿈처럼 내내 그립다.

이렇게 그리울 줄 알았다면 그때 더 많이 먹을걸 그랬다.

 

저녁을 먹고 둘러본 해저물 무렵의 피라.

눈부신 한낮의 피라와는 또 다른 모습이 내 앞에 펼쳐진다.

한 낮의 태양 빛을 햐얀 건물 외벽이 그대로 품고 있다가

약속이라도 한 듯 일제히 뿜어내는 것 같다.

무방비 상태로 빛의 폭격 속에 노출되는 기분이란!

풍경 속에서 사람이 이렇게까지 몽롱해질 수 있다는 걸 온 몸으로 체감한 순간이다.

시간도 공간도 일시에 경계가 허물어져버리고...

그렇구나!

이곳 피라는,

햇살이 품은 비밀을 다 알고 있는 곳이구나... 

 

저물녁의 Fira

한 낯의 짱짱한 햇빛이 서서히 바람에게 자리를 내준다.

이때부터 바람속을 이리저리 거니는 소풍(逍風)의 시간이 시작된다.

늦은 오후의 피라는 그렇게 내게 작은 설렘을 안겨줬다.

아주 단순하고 정직하게 기억들이

피라의 석양 속에 하나씩 풀어져 나오려고 한다.

이 기억들을 나는 어떻게 할까?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3. 10. 14. 08:06

그리스의 환성의 섬 "Santorini"

공식 명칭인 "Thira"보다 산토리니로 더 알려진 이곳은 결혼하는 사람들이 신혼여행으로 가장 가고 싶어하는 곳이기도 하다.

면인들의 섬인 이곳을 조카녀석들과 정말 용감하게 다녀왔다.

아테네에 피레우스 항구에서 아침 7시 10분에 출발하는 고속페리.

여행 계획을 세울 때 비행기를 이용할지 페리로 갈지를 두고 꽤 오래 고민하다

그러다 좀 힘들어도 조카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시켜주고 싶어서 산토리니로 들어갈 때는 고속페리로

나올 때는 야간페리 침대칸을 선택했다..

혹시 배멀미가 심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다행히 바다가 잔잔해서 약간 울렁거리는 정도로 그쳤다.

이번 여행에서 날씨가 참 많은 도움을 줬다.

맨 앞자리 좌석이라 창으로 밖이 잘 보이겠구나 싶어 좋아했는데

그 자리가 하필이면 여행객들의 짐을 올려놓는 곳이었다.

정말 야무지게 차곡차곡 가려지는 시야를 보면서 참 여행객이 많구나... 생각했다.

하긴 나도 지금 여행중이니까!

 

신항구 Athinios port에서 내려서 Fira로 가기 위에 로컬버스를 탔다.

굽이굽이 산길을 넘는 버스를 통해 바라보는 풍경은 정말 꿈결 같다.

방금 내가 내렸던 페리에 산토리니를 떠나는 사람들이 타는 모습과

더 먼저 떠난 페리가 남긴 비행운같은 물결의 흔적들.

아마 그 순간이었을거다.

이 여행에서 처음으로 여행자의 마음이 됐던 게!

아마 나는 그때 그 물결속에 풀어졌던 건지도 모르겠다.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무심한 마음을 가지기 시작한 것도...

 

Fira 버스 정류장에 도착해서 지도를 보고 숙소를 찾아갔다.

지금도 신기한 게 난 결코 지도를 보고 길을 찾는 그런 종류의 인간이 아니다.

그게 코 앞의 길일지라도...

그런데 지도를 보고 찾아갔다!

조카들의 말똥말똥한 눈망울이 그걸 가능하게 하더라.

산토리니는 어디를 가든 꼭 Fira 버스정류장에서 로컬버스를 타고 이동해야만 하는데

다행히 숙소가 이 버스 정류장에서 그리 멀리 않은 곳에 있었다.

탁 트인 호텔 앞 뷰도 너무나 좋았지만

문만 열면 바로 수영장이라 조카들이 너무나 좋아했다.

도착하자마자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풍덩!

게다가 길만 건너면 바로 "카르푸"라서 그것도 너무 좋았다.

(3박 4일 동안 참 알뜰하게, 자주 이용했던 곳!)

 

그리스는 바다를 가를듯 쑥 밀고 들어간 곳이라서 늘 거센 바람이 그칠 줄 모른단다.

그 바람이 포도와 오이, 올리브를 익게 만들고

종을 치는 사람이 없어도 교회 종탑에서 종이 울리게 한다.

산토리니를 다니면서 정말 많이 봤던 종탑들...

때로는 교회였고, 때로는 음식점이었고, 때로는 묘지이기도 했던 곳.

그러니까 이곳들이 모두 바람이 드나드는 길이었던거다.

산토리니가 메마르지 않는 이유는,

아마도 섬 도처에 바람의 통로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 바람 속에 물의 기운도 함께 이동하기 때문에...

뜨거운 지중해의 햇살을 감당할 수 있는 이유가 이 바람 때문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이번 여행에서 아크로폴리스에 이어 두번째 대면한 "바람")

 

초등학생 조카들과 함께 하는 여행이다보니 아무래도 무리하게 움직일 수 없어서

도착 첫날은 피라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걸로 만족했다.

(페리 보딩때문에 새벽 5시에 일어나서 부산을 떨었던 탓에...)

그리스의 섬들이 다 그렇겠지만 이곳 산토리니의 피라는 "햇살"이 유난히 좋았다.

눈을 뜨고 정면으로 마주하고 있기가 힘들만큼 강렬했지만

그 강렬함은 주변을 넓고 부드럽게 감싸안는 포근함이었다.

어쩐지 피라의 햇살 속에 서있으니 나까지도 말갛게 행궈지는 기분이다.

조카들의 웃음소리도 발랄하게 사방을  뛰어다닌다.

하늘을 보는 것도, 바다를 보는 것도 눈부시게 예뻐서

이곳에서라면 풍경 속에 한 입에 삼켜져도 진심으로 행복할것 같았다.

하얀 풍경 속에 서 있어보니 

왜 흰색이 무채색인지 정확히 알겠다.

흰색은 주변의 색에 쉽게 흡수되고, 주변의 색에 쉽게 번진다.

흰색이 눈부신 건 아마도 그래서가 아닐까?

하얀 건물이 뿜어내는 햇살의 빛남은

그 어떤 보석의 반짝임보다 화려하고 눈부셨다.

아마도 그 순간이었나보다.

"햇살"을 향한 불같은 질투가 시작된 게!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10. 13. 13:28

                                     <Notre Dame De Pari>

 

  - 2013.10.12. PM 3:00 -                        - 2013.10.12. PM 7:00 -

 

홍광호, 윤형렬 (콰지모도)                         홍광호, 윤형렬 (콰지모도)       

바다, 윤공주 (에스메랄다)                         바다, 윤공주 (에스메랄다)

마이클리, 정동하, 전동석 (그랭그와르)          마이클리, 정동하, 전동석 (그랭그와르) 

문종원, 조휘 (클로팽)                              문종원, 조휘 (클로팽)

민영기, 최민철 (프롤로)                            민영기, 최민철 (프롤로)

김성민, 박은석 (페뷔스)                            김성민, 박은석 (페뷔스)

이정화, 안솔지 (폴뢰르 드 리스)                  이정화, 안솔지 (폴뢰르 드 리스)

 

어쩌다 보니 종일반 관람을 했다.

3시 공연은 1층 5열에서, 7시 공연은 3층 1열에서.

콰지모도와 에스메랄다가 서로 다른 캐스팅이라 욕심을 부려봤다.

프랑스 오리지널 무대가 너무 깊게 인식되어 있어서 망설이긴 했지만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작품이라 외면한다는 게 사실상 쉽지는 않다.

처음에 봤을 때 댄서들 때문에 좀 실망했었는데

이날 공연을 보면서는 정말 깜짝 놀랐다.

"저 사람들 미친거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엄청났다.

(아무래도 처음 봤을 때 내가 오리지널 무대에 대한 선입견을 가지고 아주 고집스럽게 관람했던 모양이다.)

맨발로 무대를 누비던 여자 댄서들의 테이핑된 발목을 보는 순간 가슴이 뭉클해졌다.

14명의 남녀 댄서들과 아크로바틱을 담당하는 5명의 사람들이

이 라이선스 공연을 살아있게 만드는 진정한 공로자들이고 진정한 예술가들이란 생각을

이제서야 진심으로 하게 됐다.

페부스의 "괴로워"에 믿을 수 없는 몸의 움직임을 보여준 5명의 남자 댄서들이

이어지는 "벨"에서 한 사람씩 조용히 등장하는 모습도 감동적이었다.

땀에 흠뻑 젖은 그들의 상반신은 보석처럼 빛나더라.

클로팽이 죽는 장면에서 댄서들의 표정도 잊혀지지 않는다.

절망에 빠진 집시들의 울부짖음과 군인들의 조롱기 가득한 얼굴.

그야말로 그들 하나하나가 몸이 표현하는 언어의 자음과 모음 그 자체였다. 

"bell"이란 감탄사를 에스메랄다가 아닌 이들에게 선사하고 싶어질만큼

진심으로 아름다웠다 모습이었다.

첫관람의 무례함에 대해서 홀로 얼마나 많은 반성을 했는지...

 

윤형렬 콰지모도.

정말 좋다.

5열에서 치아까지 분장한 그의 모습을 보는 건 큰 즐거움이자 감동이었다.

사실 윤형렬의 작품을 보면서 크게 감동을 받아본 적이 없었는데 이날은 가슴이 뭉클했다.

특히 2막 후반부의 "불공평한 이 세상"과 마지막 곡 "춤을 춰요, 에스메랄다"는

노래 한 소절 한 소절에 슬픔과 아픔이 뚝뚝 묻어난다.

묵직한 저음이 콰지모도라는 역에 정말 잘 어울렸고

감정과 연기적인 표현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윤형렬 콰지모도 때문에 다시 한 번 이 작품이 보고 싶어졌다.

 

홍광호 콰지모도.

일단 체격이 너무 작아서 흉측한 괴물의 느낌보다는 못난이 인형같은 느낌!

원작을 읽은 나로서는 자그마한 홍광호의 체격이 어쩐지 콰지모도라는 역할에 이입이 잘 안됐다.

이것도 체격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무대를 토끼처럼 깡충깡충 뛰어다니는 게 좀 가볍게도 느껴졌고...

(좋게 표현하면 천진함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어쩐지...)

성량이 크고 좋다는 게 솔로곡에서는 확실히 돋보였는데

"Bell"에서는 민영기 프롤로와 김성민 페뷔스 목소리까지 전부 잡아먹는게 흠이다.

성량으로치면 민영기도 남부럽지 않지만 그래도 그는 다른 배우들과 발란스를 조절을 잘한다.

아마도 경험탓이겠지.

아니면 정말 성량 조절이 안 되는건지도...

홍광호의 작품을 볼 때마다 개인적이고 성량 조절을 잘 안되는게 항상 불만이었는데

이 작품도 예외는 아니었다.

아무래도 내 취향은 역시 윤형렬 콰지모도!

 

에스메랄다는 개인적으로 윤공주가 노래도 춤도 더 좋았다.

바다는 기교가 여전히 넘치는 것 같아서...

그래도 마이크가 문제가 생겼을때 유연하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니 이젠 정말 노련한 뮤지컬 배우가 다 됐구나 싶었다.

윤공주 에스메랄다는 요근래 본 윤공주 작품 중에서 제일 좋았다.

예전만큼의 기량이 좀처럼 나오지 않아 실망하는 중이었는데

에스메랄다다라는 역할이 배우로서 윤공주의 터닝포인트가 된다면 참 좋겠다.

"살리라"를 부르는 윤공주의 모습을 보면서 그럴 수 있겠다는 희망이 생겼다.

깨끗하고 힘찬 윤공주의 고음을 참 오랫만에 들었다.

 

문종원 클로팽은 과했던 아바타 분장이 약해져서 다행스러웠고

민영기 프롤로는 자신만의 프롤로를 잘 만들어냈다.

2막에서의 민영기의 뿜어내는 감정표현은 정말 좋았다.

프롤로 신부도 참 힘들었겠구나... 감정이입 되버렸다.

표정도 아주 좋았고...

마이클리의 한국어 발음은 어색한 부분이 아직 많긴 하지만 고음은 역시나 참 매력적이다.

특히 무반주로 부르는 커튼콜의 "대성당의 시대"를 듣고 있으면

이 노래 전체를 무반주로 듣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정말 깨끗한 고음을 가진 배우...

(<벽뚫남>에서 그는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3층이 1층보다 음향이 더 좋다는 소문이 있었는데

확인한 결과 사실이다.

1층에서 잘 안들렸던 가사가 3층에서는 잘 들려서 깜짝 놀랐다.

댄서들의 움직임과 조명을 보기에도 3층이 정말 좋고...

그동안 2번의 관람에서 이 조명들을 못봤다는 생각을 하니 왠지 좀 억울해질 정도다.

단백하면서도 스토리와 인물들에 정확하게 포인트 맞춰진 멋진 조명이다.

어떤 화려함과도 견주지 못할 정도로 압권이다.

에스메랄다의 "살리라"에서 객석으로 쏟아지는 조명도 아주 드라미틱하다.

 

도대체 첫관람에서 나는 뭘 봤던걸까?

여행의 피곤이 덜 풀렸던걸까?

프랑스 오리지널 공연만큼 황홀한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이번 라이선스 공연도 결과적으로 나쁘지 않다.

회전문을 도는 심정...

충분히 알겠다!

 

<Notre Dam De Pari>

확실히 최고의 명작이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10. 12. 07:57

<번지점프를 하다>

일시 : 2013.09.27. ~ 2013.11.17.

장소 :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대본 : 이문원

작사 : 박천휴

작곡 : 월 애런슨 (Will Aronson)

무대 : 여신동

연출 : 이재준

출연 : 강필석, 성두섭 (인우) / 전미도, 김지현 (태희)

        이재균, 윤소호 (현빈), 임기홍 (대근), 진상현 (기석)

        박란주 (해주),  이지호 (재일) 외

제작 : (주)뮤지컬해븐, CJE&M

 

다시 본 <번지점프를 하다>의 무대는 정말 훌륭했다.

여신동 무대감독은 어떻게 이런 무대를 만들 생각을 했을까?

프롤로그 왈츠에 맞춰 천천히 돌아가는 무대와 점점 위로 올라가던 상들리에는 마치 시간의 테옆이 아주 조심스럽게 과거의 한때로 움직이는 느낌이다.

시간처럼 공간을 완전히 가로지르는 기다란 칠판.

그 칠판 위에 백묵으로 하얀 선을 그리며 지나가는 인우.

새로운 이야기의 시작도, 가슴속에 담겨진 오랜 인연의 시작도 이제부터다.

길고 낡은 파이프를 관통한 망치 소리처럼 둔탁하고 끈질기게 귓가를 파고 드는 기억 속의 그날.

단단한 걸음인 척 과거를 지나서 앞으로 걸어가는 인우.

찾을 수 없는 과거의 기억을 봉인한채 살아가는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고통.

그 고통을 우리는 과연 무엇에 견줄 수 있을까?

인우의 울음을 나는 이해한다.

때론 어른도 아이처럼 울어야만 살 수 있다는 걸...

 

성두섭의 인우는,

과거의 모습보다 현재의 모습이 훨씬 더 좋았다.

1막에서는 배우의 감정이 너무 깊어 오히려 그걸 밖으로 꺼내놓지 못했다.

그게 음정까지 불안하게 만들었고...

그래도 2막에서는 관객의 마음을 움직여 깊은 감성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목소리톤도 좋았고...

(그래도 인우는 역시 강필석이다.)

재미있었던 건 성두섭 인우는 전미도 태희보다는 이재균 현빈과의 장면이 더 애뜻했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두 사람이 "그게 나의 전부란 걸" 을 부르면서

두 손을 잡고 천천히 뒤돌아서는 장면은 실루엣도 참 예쁘고 여운도 깊었다.

이재균 현빈은 전체적으로 좀 가볍고 실없는 아이처럼 느껴졌다.

인우의 바보스런 웃음을 닮은 현빈의 웃음은,

기억 속 인우의 모습을 그렇게라도 표현하고 싶었던 의도였을까?

개인적으로 너무 현빈이 가벼워서 "내 잘못이 아니야?"도 받아들이기가 좀 혼란스러웠다.

아무래도 난 현빈은 윤소호 쪽이 더 괜찮은 것 같다.

귀염성 있는 학생같은 느낌도 들고...

 

시간과 인물, 상황과 대사를 교차시키는 마술같은 연출은 다시 봐도 감탄하게 한다.

라이터가 커지면서 깨어나는 현빈(태희)의 기억.

무대 위에 나란히 서있는 태희와 현빈.

과거와 현재를 나란히 보여주는 교통사고 장면에서

현빈, 태희 - 현빈 - 태희 - 현빈으로 크로스되는 그 순간은

어떤 영화기법으로도, 어떤 CG 기술로도 도저히 표현할 수 없을 것 같다.

- 미안! 내가 너무 늦게 왔지?

- 아니, 늦게라도 와줘서 고마워.

- 약속했잖아!

이 장면에서의 대사,

가슴이 울컥한다.

길고 긴 파이프에 위로 또 다시 둔탁한 망치가 떨어진다.

이 파동을 당분간 견뎌야 한다...


 

현과 피아노가 중심이 되는 연주는

감성적으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떠올리게 한다.

이 가을에 감성에 젖기 좋은 곡들로 가득하다.

특히 태희의 "혹시 들은 적 있니?는

전미도의 음성으로 듣는 것도 아주 좋고

연주에 조금 더 집중해서 들는 것도 아주 좋다.

피아노로 조용히 시작되다가 하나씩 악기가 추가되고

허밍 부분에서는 묵직한 베이스의 현이 치고 올라온다.

이 한 곡에 고요한 클라이칵스가 다 들어있다.

평온한 떨림.

이 곡의 느낌이 딱 이랬다.

 

<번지점프를 하다>

피해야 하는 작품임에 확실하지만,

아마도 한 번 쯤은 더 보게 될 것 같다.

가을이니까...

스스로 좀 견뎌내라고 말하고 싶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10. 11. 08:21

<블랙메리포핀스>

일시 : 2013.08.01. ~ 2013.09.27.

장소 : 동국대학교 이해랑예술극장

대본,작곡,연출 : 서윤미

프로듀서 : 김수로

출연 : 김재범, 이경수, 박한근 (한스)

        김성일, 윤소호 (헤르만) / 문진아, 이하나 (안나)

        김도빈, 최성원 (요나스) / 홍륜희, 최정화 (메리)

제작 : 아시아브릿지켄턴츠

 

김재범 한스와 김성일 헤르만을 다시 한 번 보고 싶었다.

그리고 확실히 두 사람의 호흡은 정말이지 너무나 치열하고 거침없었다.

김성일 헤르만이 불처럼 타올랐다면

김재범 한스는 얼음처럼 차가웠다.

불과 얼음의 만남!

결국 한스와 헤르만 두 사람은 물이 되어 섞인다.

그렇게 되기까지 두 사람이 상대를 향해 보이는 치열함이 나는 또 너무나 좋다.

그건 반목과 대항을 위한 치열함이 아닌

무의식 깊은 곳에 같은 상처와 고통을 가진 사람들끼리만 보여줄 수 있는 날선 대립이었다.

그래서 그 대립의 밑바당에는 서로에 대한 연민과 위로가 가득하다.

인정하든, 인정하지 못하든!

이 작품...

너무 오래 하면 배우들에게 못할짓이란 생각을 했다.

안나의 실험장면은 나조차 말리고 싶을만큼 너무 많이 처절했기에...

요나스여야 했던 김도빈은 참 힘들었겠다.

대사가 많은 것도 아니고 얼핏 보면 상대적으로 비중이 적은 배역처럼 느껴지지만

시종일관 기억과 사투를 벌이는 그의 모습을 보는 건 아프고 힘든 일이었다.

몸으로 그 모든 걸 표현해야했던 그는,

아마도 매번 공연이 끝나고나면 온 몸의 근육들이 비명을 질렀을 것 같다.

몸으로 감내해야 하는 배역!

배우에게 참 못할 짓이다.

김성일 헤르만.

이 끔찍한 고통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을거라며 오열하던 장면은 오랫동안 잊지 못할것 같다.

(김성일은 시종일관 정말 헤르만이었다. 그 표정과 눈빛이라니...)

안나 이하나도 김성일 헤르만과의 합이 훨씬 더 좋다.

이 작품을 다시 보고 싶었던 이유!

아무래도 김성일 때문이었나보다.

배우로서 김성일은 김재범, 이하나, 김도빈을 완벽하게 서포트했고

헤르만으로서 김성일은 한스와 안나, 요나스 모두에게 집중했다.

네 사람이 함께 하는 몸동작도 발란스가 정말 좋았고!

신예 최정화가 메리가 좀 어색하긴 했지만

(최정화 메리의 머리 모양을 보면서 <헤드윅>을 떠올린 건 나 뿐이었을까?)

이젠 커튼콜의 표정과 비장함(?)도 어느정도 이해가 된다.

커튼콜에서 연주자들을 실루엣으로라도 보여줬으면 더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남긴 하지만

이 작품은 확실히 내 코드에 잘 맞는 작품이다.

 

행복해지기 위해 기꺼이 불행과 동행하겠다는 이들의 선택.

문득 네 사람의 그 다음이 궁금해졌다.

한스와 헤르만, 안나와 요나스는,

바람처럼 정말 행복해졌을까...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10. 10. 09:39

<번지점프를 하다>

일시 : 2013.09.27. ~ 2013.11.17.

장소 :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대본 : 이문원

작사 : 박천휴

작곡 : 월 애런슨 (Will Aronson)

무대 : 여신동

연출 : 이재준

출연 : 강필석, 성두섭 (인우) / 전미도, 김지현 (태희)

        이재균, 윤소호 (현빈), 임기홍 (대근), 진상현 (기석)

        박란주 (해주),  이지호 (재일) 외

제작 : (주)뮤지컬해븐, CJE&M

 

이 작품을 관람할 땐 스스로에게 경고한다.

절대로 깊이 빠져서는 안된다고!

누군가의 애뜻함과 절실함은 다른 누군가에겐 무례한 기억이 될 수 있으니까.

인우와 태희의 17년.

왜 하필이면 17년인가!

이 작품은 나를 데자뷰와 싸우게 한다.

그래서 피해야만 한다.

빠지지 않게... 공감하지 않게... 인정하지 않게...

빠지게 되면 나는,

위험해진다.

지금도 충분히 위험한데!

 

작년 초연때보다 무대가 많이 정리됐고 2층까지 아기자기하게 더 정성을 들였다.

무대를 보고 있으면 누구라도 추억을 떠올리게 할 만큼 그렇게.

초연때는 파스텔톤의 조명이 은은함과 함께 여백의 미를 느끼게 했다면

이번 여신동이 만든 무대는 추억을 쫒는 "시간여행" 을 체감케한다.

주렁주렁 매달려 그로테스크하게 보였던 1막 초반의 우산과 2층에 동동 떠있던 2막 침대 장면이 없어진 건 아주 현명했다.

장면 전환도 초연보다 훨씬 좋았고

2막에서 태희와 현빈이 서로 교차되는 순간의 연출은 정말 압권이다.

이재준의 감각적인 연출이 그야말로 빛을 발하는 순간!

영화속 대사가 더 많이 들어간 것도 아주 좋았고...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인우의 독백 전에 인우와 태희의 나누는 대화가 초연때는 빠졌었는데

지금은 다행히 제위치를 찾아서 그것도 좋았다.

(이 대화를 듣고 있으면 이은주의 개구진 목소리까지도 겹쳐서 떠오른다. 참 좋아했던 여배우였는데...) 

대부분 재연공연보다 초연공연이 더 좋았었는데

(그래서 초연으로 올라왔을 때 꼭 챙겨보는 편이다) 

이 작품은 초연때보다 지금이 훨씬 더 좋아졌다.

산만했던 부분들도 과감하게 삭제했고

태희와 현빈의 연결고리 표현은 초연때보다 훨신 더 잘 살려냈다.

개인적으로 초연을 보면서는 영화거 더 좋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영화보다 뮤지컬이 훨씬 좋다.

윌 애런슨의 곡도, 박천휴의 가사도 여전히 좋았고

강필석의 섬세한 인우, 전미도의 사랑스런 태희도 참 좋았다.

특히 강필석은 배우로서 이 작품과 정말 사랑에 빠져버렸버렸다는게 그대로 보여진다.

(이병헌의 인우보다 강필석의 인우가 나는 훨씬 더 좋다. 비교가 불가할만큼...)

강필석, 전미도, 윤소호.

초연배우들의 연기는 아련했고 더 짙고 깊어졌다.

프롤로그 왈츠만으로도

가슴을 이미 울컥하게 만드는

아주 아름답고, 그리고 아주 위험한 작품.

 

커튼콜이 끝나고 마술처럼 나타난 오케스트라.

무대 안쪽 사이드에 있을거라고 생각했는데

2층 객석보다 훨씬 더 높은 왼쪽편에서 정말 생각치도 못했던 오케스트라가 꿈처럼 아주 조용히 나타났다.

그 모습이 얼마나 아름답던지...

그러면 안되는데 

이 작품은 나를 자꾸 끌어당긴다.

위험해지기전에 피해야 하는데...

 

인우가 내 귀에 대고 말한다.

"이건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게 아니야!"

정말일까?

정말 그런걸까?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10. 9. 12:35

<Thrill Me>

일시 : 2013.05.17. ~ 2013.09.29.

장소 : The STAGE

대본,작사,작곡 : 스티븐 돌기노프

연출 : 쿠리야마 타미야

무대 : 이토 마사코

조명 : 가츠시바 지로

출연 : 오종혁, 박영수, 신성민 (나-네이슨)

        정상윤임병근, 이동하 (그-리차드) 

        신재영, 곽혜근 (피아니스트)

제작 : (주)뮤지컬해븐, CJE&M

 

어느틈에 아홉번째 관람이자 이번 시즌 마지막 관람이 됐다.

그리고 정상윤 "그"와 오종혁 "나'의 마지막 공연.

"정상윤의 리처드"는 "정상윤의 네이슨" 만큼이나 좋았다.

아무래도 "정상윤 = 쓰릴미" 라는 개인적인 공식은 결코 무너지지 않을 것 같다.

이 개인적인 공식은 이젠 일종의 헌사이지 기록이 됐다.

정상윤의 막공 피아니스트가 신재영이길 은근히 바랬는데 아니라서 살짝 실망했지만

이날 곽혜근은 정말 최고의 연주를 보여줬다.

곽혜근의 연주와 오종혁 네이슨이 한 몸 같이 느껴지는 순간은 정말 소름이 돋기도 했다.

공연이 끝나고 관객들 대부분이 기립을 했다.

소극장에서 기립한다는 건 참 쉽지 않은 일인데 뭐랄까, 일종의 환각 비슷한 상태였던 것 같다.

배우들도, 그리고 관객들도.

그리고 정상윤은 이 작품에 관한 한 "기립"을 받기에 충분하다.

마지막 무대 인사 후에 자리를 뜨지 못하는 그의 모습은 참 아름다웟다.

너무나 아쉽다면서 "아무 말도 안 하고 그냥 여기에 계속 서있었으면 좋겠다"는 그의 말 속엔

배우가 작품에 갖는 애정과 진심이 그대로 담겨있었다.

그의 아쉬움만큼이나 정상윤의 쓰릴미와 이별해야하는 관객들이 아쉬움도 너무나 컸다.

그런 경우가 있다.

공연을 보고 있으면 "와~~ 저 배우는 정말 이 작품을 사랑하는구나!" 라는게 절절히 느껴지는 그런 경우.

그런 작품은 확실히 남다른 감동이 있다.

그게 희극이든, 비극이든.

 

개인적으론 30대의 정상윤이 40대, 50대가 넘어서도 이 작품을 계속 놓치 않았으면 좋겠다.

<쓰릴미>와 함께 나이를 먹어가는 그의 모습을 너무나 보고 싶어서...

그리고 정상윤이라면 그 나이에 맞는 <쓰릴미>의 일면들을 매번 새롭게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

수고했다! 정상윤!

그리고 당신의 네이슨도, 당신의 리처드도 정말 최고였다.

오래 걸리진 않겠지만 다시 올라오게 될 <쓰릴미>도 정상윤 당신 때문에 기꺼이 기다리련다.

천 번의 박수를 천 만번 보내며...

 

* 개인적으론 박영수 네이슨과 정상윤 리처드는 꼭 다시 볼 수 있기길 바란다.

  아홉번의 관람 중 내게 최고의 <쓰릴미>를 안겨준 페어가 이들이기에...

  그리고 정상윤의 다음 작품이 11월에 시작되는 <풍월주>의 "열"이다.

  리딩공연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줘서 기대가 컸었는데

  서윤미의 <블랙메리포핀스>초연과 겹쳐지면서 "열"을 못했었다.

  이제 드디어 정상윤의 "열"을 볼 수 있게 됐으니 것도 참 다행이다.

  <풍월주>의 "열" 역시도 정상윤에게 딱일테니까!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