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후 끄적끄적2013. 10. 4. 08:41

아크로폴리스를 보고 디오니소스 원형극장을 내려와 조금만 걸으면

"신아크로폴리스 박물관"을 만날 수 있다.

외국여행을 가면 일부러 박물관을 찾아가는 편인데 이렇게 자연스럽게 루트가 연결되니 개인적으론 참 반갑고 고마웠다.

박물관 외형의 모습이 아크로폴리스와 조화를 이루고 있는 모습도 인상적이고...

들어는 초입의 바닥은 유리로 되어 있고 그 밑엔 고대 주택가 유적 발굴터가 그대로 재현되어 있다.

재미있는 건,

건물로 가까워질수록 발밑의 깊이가 점점 깊어진다는 것.

솔직히 그 높이감이 무서워서

낮은 높이를 찾아 발걸음을 이리저리 옮겨야했다.
(멀리서보면 춤추는 사람 같지 않았을까? ... 뭐 나쁘지는 않네...)

박물관 건물 자체는 햇빛속에서 거울처럼 주변을 비우고 있었는데

뭐랄까 주변 조형과 완벽하게 흡수되는 느낌이랄까?

그래선지 위압감과 거대함보다는 친근하고 살뜰한 느낌이 더 강하다.

 

3층으로 된 박물관은 시대별로 정리가 잘 되어있었고

규모도 큰 편이 아니라 관람이 지루하거나 힘들지 않았다.

슬로프(slope)로 되어있는 1층과 2층의 연결 구간은

고대 아테네인들의 소소한 일상들을 그대로 들여다볼 수 있게 꾸며졌는데

유물도 유물이지만 슬로프 자체가 참 감탄스러웠다.

도대체 박물관 안에 아크로폴리스를 연상시키는 경사를 들여놓을 생각을 어떻게 했을까?

(이런 시도 우리나라도 해보면 참 좋겠는데...)

조명도 우리나라 박물관처럼 작품을 부각시키는 강렬한 조명이 아니라서 눈의 피로도 훨씬 덜했다.

통창으로 자연채광을 최대한 이용한 모습도 너무나 좋았고!

둘러보면서 굳이 조명을 따로 쓸 필요가 없겠구나 싶어 감탄스러웠다.

실제로 조명을 거의 사용하지 않않음에도 불구하고 작품 하나 하나는 명확하게 눈에 들어왔다.

아주 순수하고 순결한 느낌.

2개의 니케 여신상의 마중을 받으며 박물관을 들어서는 것도

에렉티온 신전을 떠받치고 있는 카리아티데스(Caryatides) 배웅을 받으며 나오는 것도 어딘지 신화스럽다.

마치 내가 신들 중 한 명이라도 된 듯한 느낌.

덧붙이자면 실제 아크로폴리스에 있는 에렉티온 신전의 카리아티데스는 모두 모조품이다.

이곳에 보관되어 있는 게 진품.

실제로는 모두 6개인데 1개는 대영박물관으로 반출됐고, 1개는 파괴됐다.

박물관에는 4개의 진품과 파괴된 1개의 카리아티데스가 전시되어 있다.

1개는 복원중인지 가림막에 가려져있었는데

복원과정을 비디오로 볼 수 있게 만들어 놓은 것도 관람객을 위한 배려같아 따뜻했다.

반복되는 재생영상이긴 했지만 쉽게 볼 수 없는 모습이라 아주 흥미로웠다.

 

박물관 전체는 3층 파르테논 갤러리를 제외하면 사진촬영이 금지되어 있다.

아크로폴리스의 파르테논 신전의 구조와 크기를 기본으로해서 만들어졌다는 3층 갤러리는

통유리를 통해 어느 방향에서든 실제 파르테논 신전을 볼 수가 있다.

어떻게 이런 뷰가 가능한지 궁금해서 갤러리 주변을 몇 번이나 돌았는지 모른다.

(결론은 모르겠다. 그저 마냥 신비로울뿐!)

갤러리 사방벽은 파르테논 신전 메토프로 빙 둘러쌓여 있는데 이것 역시 대부분은 복제품.

진품은 대영박물관에 반출된 상태란다.

(이 나라도 잃어버린 유물들 때문에 참 가슴 아프겠다.)

조카녀석이 박물관을 둘러보고 한마디 한다.

"이모! 옛날 사람들이 지금 사람보다 기술이 훨씬 좋았나봐. 장비도 안 좋았을텐데 이렇게 잘만든걸 보면!"

다행이다.

조카들이 그걸 느끼고 가슴에 담았다면 이 여행은 충분히 의미있는 여행이다.

솔직히 어린 조카들을 데리고 내가 지금 뭘하고 있나 싶었는데

조카의 말에 그래도 쓸모없는 일을 하고 있는 건 아니라는 걸 확신할 수 있었다.

강렬하진 않아도 잔상으로라도 기억 속에 남을 수 있다면,

그렇다면 이 여행의 목적은 아름다운거다.

 

한참을 박물관을 서성이면서

가상의 파르테논과 실체의 파르테논을 번갈아 바라보며

나는 "대면(confrontation)"이란 단어를 계속 생각했다.

과거의 현재라는 시간의 대면.

이곳과 저곳이라는 공간의 대면.

그건 대결이나 맞섬의 의미가 아닌

서로 닮아가기를 바라는 흡수와 포용, 융화의 대면이었다.

그 어떤 것도, 그 누구도

단독으로 시간과 공간을 점유할 수 없다는 엄중한 가르침!

신아크로폴리스 박물관은

내겐 질문이었고 대답이었다.

시간과 공간, 질문과 대답이 교차하는 미스터러 써클.

그리스 아테네의 신아크로폴리스 박물관이 내겐 그런 의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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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후 끄적끄적2013. 10. 2. 08:36

이번 여행 중에 그리스 아테네는 일종의 정거장이었다.

산토리리로 들어가기 전과 터키 이스탄불로 들어가기 전 하루씩 머물렀던 정거장.

5일의 사이를 두고 두 번 올라갔던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

산티그마에서 아크로폴리스로 이어지는 "플라카" 지역을 걸으면서

곳곳에 그려진 선명한 색채의 귀염성있는 벽화들을 보는 건

에피타이저에 해당하는 감각의 깨움이었다.

플라카지구는 우리나라로 치면 "인사동"같은 거리인데 

그 느낌은 확실히 다르다.

상업적인 시설의 범람은 같지만 어딘지 한가로움과 여유가 더 많이 느껴졌다.

그건 여행자라는 신분이 주는 이국의 시선 때문이었을까?

그리스에서 참 많이 먹었던 아이스크림.

달콤함은 아주 강하고 질긴 유혹이었다.

번번히 패배하면서도 이게 정말 마지막이야...를 되뇌일 수밖에 없었다.

다짐은 도저히 달콤함을 이겨내지 못하더라. 

색채의 유혹도 만만치 않았고!

 

여행의 맨 처음 목적지였던 "아크로폴리스",

그곳에서 내가 대면한 것은 "바람"이었다.

신전의 정상에 몰아치던 바람은 너무나 생생해서

인간의 접근을 저어하는 신의 확고한 손짓처럼 느껴졌다.

한걸음 한걸음 떼기가 두렵고 조심스러운 마음.

세계문화유산 1호라는 파르테논 신전을 눈 앞에서 보면서

대리석 기둥 하나의 거대함에 몸이 떨렸다.

저 거대한 기둥을 어깨에 이고 언덕까지 옮겨왔을 민초들의 죽음같은 노동이 내 어깨를 찍어누른다.

"네 눈엔 이것이 장엄뿐이냐?"

바람 속에는 민초들의 울음이 섞여있다.

그 바람의 무게 속에서 나는 어쩔 수 없이 점점 오르라드는 하나의 몸둥아리가 된다.

무신론자라도 아크로폴리스에 올라 이 바람을 온 몸으로 느끼면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신의 존재를 믿을 수밖에 없으리라.

그리고 민초들의 고통까지도...

 

산토리니에서 밤페리를 타고 아테네에 도착해서

두번째 오른 아크로폴리스는 "구름"이었다.

그리고 그건 단순한 기압의 차이에 의해 형성된 물질의 형태가 아니라

태고로부터 밀려온 시간의 현신(現身)이었다. 

시시각각 변하는 구름을 머리에 이고 웅장하게 서있는 파르테논과 에렉티온 신전은

또 다른 위압감과 신비감으로 다가온다.

어쩌면 그순간 이곳과 저곳의 세상이 서로 열렸던 것 아닐까?

그야말로 신화의 세계 속으로 빨려들어가고 있는 듯한 생생한 느낌.

그리고 누군가에게로부터 확실하고 강하게 내쳐지고 거부당하고 있다는 느낌

그렇다면!

나는 이곳에서도 그곳에서도 여전히 이방인일 수밖에 없다는 뜻인가!

그 순간 나는 소속이라는 연대가 주는 안정감을 완벽하게 버리고 싶었다.

신들은 인간들을 그들만의 세계로 쉽게 받아들여주지 않는다던데...

나는 아무런 능력도 없으면서 감히 제2의 헤라클래스를 꿈꿨는지도 모르겠다.

격(格)의 무게를 격(擊)으로 맞서고 싶었다.

신들의 세계에도 파격은 분명 있었을테니까.

 

신전을 향해 올라가는 돌바닥은

사람들의 숱한 발걸음에 거울처럼 반짝거린다.

조금이라도 한 눈을 팔면 그대로 미끄러질 정도.

인간들에게 적어도 이곳에 올라올때만큼은

걸음 하나하나까지도 "조심"해주길 바라는 신들의 엄중한 가르침일까?

인간과 신의 confrontation!

그 길을 보면서 나는 인성과 신성의 필사적인 버팀을 떠올렀다.

그것과 비교한다면 내리쬐는 뜨거운 태양빛은

차라리 온순함이리라.

 

에렉티온 신전을 떠받치고 있는 여섯명의 여사제처럼

나는 그곳을 내려와 오래 침묵했다.

바람과 구름 속에서 나를 받아낸 "아크로 폴리스"

그곳에서 나는 신의 옷깃, 그 끝을 잠시 만지고 돌아왔다.

 

이제부터 나는 어디를,

그리고 무엇을 바라봐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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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후 끄적끄적2013. 9. 29. 23:02

지금  서울은 11시를 향해간다. 5 시에 서울에 도착해서 짐을 풀고 저녁을 먹고 좀 오래 씻고 대충했더니 시간이 성큼 지났다. 내일부터는 다시 일상이다.한동안은 허덕이겠구나... 시차적응은 워낙에 적게 자는 편이라 문제가 안되는데 여행후 후유증이 문제다. 당분간은 사진 정리하는 것도 시간이 꽤 걸릴듯. 당장 내일은 수업듣는 날이기도 하고... 이제 책 조금 읽다가 누워야겠다. 제일 그리웠던건 읽다가 두고온 책이었다. 아무래도 이 책은 결말을 확인하고 자게 될 것 같다.

어쨌든 다시 왔구나! 서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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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후 끄적끄적2013. 9. 28. 21:51

호텔 체크아웃을 하고 술탄아흐멧 광장에서 시티투어버스 그린라인을 타고 골든혼 지역을 둘러봤다. 중간에 내려서 미니아투르크를 둘러봤는데 조카들이 너무나 좋아했다. 1시간 정도 있었는데 여자조카녀석은 더 있고 싶다고 안달이다. 한국음식 먹으러 간다고 달래서 다시 버스를 탔다. 투어버스에서 내려서 아리스타 바자르쪽에 있는 서울정이라는 한국음식점에서 지금 조카들은 폭풍흡입 중이다. 돼지김지찌개, 비빔밥, 물냉면, 떡볶이... 이제 박물관에 들렀다가 이집션 바자르로 갈 예정.이 여행의 끝이 이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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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후 끄적끄적2013. 9. 28. 05:44

원래 예정은 7시 30분에 호텔 조식을 먹고 줄서기로 유명한 돌마바흐체  궁전으로 빨리 출발하는 거였다. 그런데 큰조카놈이 조식을 먹다 사고를 쳤다. 뜨거운 찻잔을 바지 위로 떨어뜨려 식당룸을 발칵 흔들었다.주변의 투숙객들이 찬물을 가지고와서 바지위에 부어주고... 할 수 없이 동생과 큰놈은 숙소에 남고 여자조카녀석와 나만 돌아다니기로 했다. 숙소 바로 아래 있는 카페에서 얼음을 얻어서 전달해주고 시르케지역까지 걸어가서 교통카드를 충전한 뒤 트램을 타고 카바타쉬역에서 내렸다. 남겨놓고 온 사람들이 눈에 밟히긴 했지만 여기까지 와서 돌마바흐체를 안보고 갈 수는 없는거니까. 다행히 줄이 길지 않아 바로 들어갔고 영어 가이드 시간도 오래 기다리지 않은 편이라 운이 좋았다. 예전보다 천으로 가려진 부분도 훨씬 많아 왠지 을시년스럽긴 했지만 화려함과 웅장함은 여전히 사람을 기죽게 한다. 두번째라고 영어 가이드 설명도 이해가 더 잘되더라. 앨리자베스 여왕이 선물했다는 그랜드홀의 그 유명한 상들리에를 보면서  저걸 청소하려면 사람 꽤나 힘들게 했겠구나 생각하니 어쩐지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진정한 그들만의 세상! 

하렘구역은 생략하고 다시 숙소에 들러 피자로 점심을 해결하고 이번엔 루멜리 히사르로 향했다. 4시 30분이 폐관시간이라 길이 너무 막혀 조마조마했다. 예전에도 폐관시간에 걸려 닫힌 문만 보고 와서 이번에는 꼭 보고 싶었다. 버스에서 내리니 이미  4시 30 분이 넘었다. 허탈해하고 있는데 이게 왠일이지? 혹시나해서 입구에 갔는데 아직 열려있는거다! 빨리 들어오란다! 조카랑 둘이 너무 기뻐하면서 들어가서 정말 멋진 풍경을감탄하면서 많이 봤다. 활짝 열려있는 보스포러스의 푸른물을 높은 성채에서 내려다보니 왠지 세상의  주인이 된것만 같았다. 루멜리 히사르와 참 인연이 없구나 했는데 드디어 징크스가 깨졌다. 이렇게 멋진 장관이라 그렇게 쉽게 나를 받아주지 않았구나... 

돌아오는 길에 오르타쿄이에서 내려서 그 유명힐 쿰피르를 사서 숙소로 돌아왔다.조카가 숙소에서 책을 찾아보더니 그래도 중요한 곳은 다 봤다고 좋아라 한다. 이제 하루밖에 안 남았다며 무지 아쉬워하면서... 그러네! 이제 하루 남았네. 내일은 체크아웃까지 충분히 쉬게하고 술탄아흐멧광장에서 출발하는 시티투어 버스를 타고 골든혼 쪽을 둘러볼까한다.Ho Ho Point에서 내려 피에르로티 언덕과 미니아투르크도 둘러보고...

어째ㅉ든 12 일간의 여행이 이제 다 끝나간다. 오늘 아침에 사고가 있긴 했지만 제발 끝까지 큰더이상 아무 사고없이 마무리되길 진심으로 바래본다. 지금 이스탄불은 자정이 다 됐다. 그리고 비가 내리고 있고... 터키에서 처음 만나는 비! 터키가 이번 여행에서 내게 많은걸 보여준다.우린 어쩌면 서로 조금씩 적응중인지도 모르겠다.혹시 이 도시가 내가 다시 돌아오길 바라는걸까? 그렇게 믿고싶다.아니 그렇게 믿으련다.기다려, 터키! 꼭 다시 돌아올테니까! 

이 세상에 나의 귀환을 기다리는 뭔가가 있다는건... 참 다행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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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후 끄적끄적2013. 9. 27. 05:23

아침을 먹고 톱카프 궁전을 찾았다.3개의 문(황제의 문, 경의의 문, 행복의 문)과 4개의 정원이 있는 오스만 제국의 정궁 톱카프 궁전. 일단 엄청난 규모라 제대로 둘러보려면 꼬박 하루도 모자랄 정도다.각각의 건물들이 주는 느낌도 다 다르지만 개인적으론 이곳에서 보는 풍경이 아주 좋다. 햇빛과 바람의 방향이 정말 피부로 그대로 느껴진다. 보석방, 알현실, 하렘. 왕자들의 도서관과 여름별궁들도 이 빛과 바람의 숨결을 도저히 이기지는 못할거다.동생과 조카들을 하렘으로 들여보내고 혼자 제4정원을 거니니 부자가 되는 느낌이었다.

2시경에 궁전에서 나와 트램을 타고 에미노뉴 선착장에서 고등어케밥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바로 옆 정류장에서 37E 버스를 타고 에디르네가프에서 내려 코라 박물관으로 이동했다. 예전에도 이곳을 찾아갈 때 현지인의 도움을 받았었는데 이번에도 역시 할머님 한 분과 건장한 청년들의 도움으로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아야소피아의 모자이크화는 훼손이 않이 되어 있지만 이곳은 이슬람제국 당시에도 중심가에서 좀 떨어진덕에 그래도 온전하게 유지된 모자이크화가 많다.줌랜즈로 모자이크 하나하나를 최대한 당겨서 찍어봤더니 그 세밀함이 무시무시할 정도다. 특히 황금빛모자이크는 햇빛을 받으면 그대로 보석이 된다. 이건 정말 눈으로 직접 봐야만 하는데... 구시가지에서 외곽에 위치한 탓에 관광객도 다른곳보다는 한산한 편이라 시야도 충분히 확보돼 머무는 동안 정말 행복했다. 조카들을 데려갈까 말까 고민하다 간 곳이었는데 다들 너무 좋아했다. 동생은 영문도록까지 샀다. 한국에 돌아가서 찬찬히 보겠다고.가이드의 탁월한 선택이 빛을 발한 순간!

돌아오는 길에 버스안에서 한국인 여행자를 만나 이야기하느라 버스정류장을 놓쳤다. 부랴부랴 내려서 한정거장을 걸어 카라쿄이역에서 트램을 타고 술탄아흐멧에 내려 석양에 깊게 물든 블루모스크를 다시 둘러봤다.개인적으로 이 시간대의 블루모스크가 제일 신비롭고 웅장하고 장엄한 것 같다. 블루모스크가 레드모스크로 변하는 이 모습을 다른 여행객들도 놓치지말고 꼭 봤으면 좋겠다. 나오는 길에 히포드럼 광장에서 오벨리스크들을 보고 수소로 돌아왔다. 빌헬름 2세의 샘은 보수중이라 가림막으로 막혀 있어  아쉬웠다. 예전에는 콘스탄틴 기둥이 보수중이더니..지금 이스탄불은 보수공사의 천국이 된 것 같다. 이기적인 생각이지만 아쉬음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는 일...

예전과 비교를 하면 택도 없는 일정인데 아무래도 조카들과 함께다보니 하루에 큰 곳 2 개 이상을 둘러보기는 쉽지 않다.이스탄불 일정이 5일이라 너무 길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이상태로라면 일정 선택에 더 신중을 기해야 할 것 같다.조카들이 묻는다."이모! 어디가!" 요즘 내 일상이 완전 예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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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후 끄적끄적2013. 9. 26. 05:47

조카들이 피곤했는지 늦잠을 잤다. 결국 한놈 호텔 조식을 먹었고 한녀석은 몰래 챙겨온 빵2개에 초코크림을 발라 먹이고 11시쯤에 숙소에서 나왔다. 아야 소피아 옆  봉고차에서 72 시간 유효한 통합 뮤지엄카드를 사서 줄을 서지 않고 바로 입장했다. 조카들에게 가이드급에 가까운 설명을 하면서 다시 돌아왔다는게 실감됐다. 돌아오다... 돌아오다... 참 애뜻하구나 생각하면서

이슬람과 기독교 문화가 혼재되어있는 아야소피아는 세계에서 가장 큰 교회로 프랑스 노틀담성당이 통째로 들어갈 수 있는 규모란. 게다가 노틀담보다 무려 700 년이나 먼저 만들어지기까지 했다.외랑과 내랑을  지나가면서부터 느껴지는 엄청난 규모가  주는 위용감은 무신론자조차도 신을 찾게 만들 정도다.도대체 그 시대에 어떻게 이런 엄청난 건축물을 지을 수 있었을까? 아야소피아 하나만으로 나는 이스탄불이 가슴에 사무친다. 훼손된 모자이크화도 가슴이 아리고 보수때문에 공간의 반이 가려진것도 가슴에 사무친다. 줌렌즈로 모자이크화 하나하나를 당겨찍으면서 혼자 또 다시 가슴이 아팠다.  

아야 소피아를 나와서 시티투어버스를 탈까하다 2년전에 샀던 아빌을 충전해서 트램을 타고 에미노뉴 항구로 갔다. 보스포러스 크루즈를 타기 위해서! 트르욜을 탙까 하다가 가까운 곳에 있는 크루즈를 1인당 10리라씩 주고 땄다.보스포러스 크루즈를 탈 땐 탑승방향이 아주 중요한데 꼭 배진행방향의 왼편으로 타야 뷰가 좋다. 2년전엔 그걸 모르고 반대로 타서 거리가 너무 멀었다.이번엔 완전 성공! 조카들이 이모랑 설명을 다해주니까 가이드가 필요없어서 좋단다. 갑자기 꽃할베의 이서진이 된것 같은 이 느낌은 뮈지? 조카들짐때문에 어깨도 무너지고...

크루즈에서 내러 고등어캐밥을 사쥤더니 처음엔 인상을 쓰더니만 먹어보고는 이때까지 먹은 것 중에서 제일 맛있단다. 아무래도 내일은 에밀 아저씨 고등어케밥을 찾아가야 할 것 같다.트램을 타려고 기다리다 에미노뉴 근처 예니 자미도 들어가보고 바로 옆에 있는 이집션 바자르까지 들넜다.조카들이 친구들에게 줄 기념품을 사고  엄마아빠 드릴 로쿰도  샀다.설탕이 들어간건 많이 저렴한데 부모님 드릴거라 꿀로 만든 로쿰을 샀다.포장하면서 아저씨가 계속 로쿰을 잘라서 먹어보라고 줘서 그걸로도 배가 찰 정도. 근데 그 아저씨 정말 서비스정신 정말 엄청나더라. 덕분에 좋은 제품을 기분 좋게 잘 구입한것 같다. 술탄으로 돌아와 환전도 하고 공항픽업 시간지정도 하고 맛좋은 애플티도 얻어먹고 로칸타에 들러 저녁을 테이크아웃해서 숙소로 돌아왔다.

좀 늦게 하루를 시작했는데 그래도 아주 알뜰하게 보낸것 같다. 내일은 꼭 일찍 일어나서 톱카프 궁전을 가야하는데 조카들이 협조를 해줄까? 지금부터는 내일 일정을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3. 9. 25. 04:06

아테네 산티그마광장에서 아침 7시 20분에 출발하는 공항버스 X95를 다행히 탔다.호텔 조식 메니아는 아니지만 결국 아테네 판호텔 조식은 한번도 못먹고 말았다. 그렇게 그립던 이스탄불에 도착한 첫느낌은 2년 전과 많이 달라졌다는 것! 오늘만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너무 쌀쌀해서 깜짝 놀랐다.2년 전엔 왔을땐 너무 더워서 긴팔옷을 거의 안입었었다.그 생각만하고 긴옷을 위아래 하나씩만 가져왔는데 이대로라면 조카들이 걱정이다. 내일은 날씨가 좀 괜찮았으면 좋겠는데...

술탄아흐멧의 호텔들이 거의 비슷하긴 하지만 여기 ILKAY 특히 더 심한것 같다. 동생이 다른 호텔로 옮기자는데 일단 오늘 하루 자보고 결정해야  할 것 같다. 동생이 충격을 받은것 같은데 어쩌나... 짐을 대층 두고 트렘길 을 따라 술탄아흐멧광장으로 출발했다. 블루 모스크로 불리는 술탄 아흐멧 1세 자미를 둘러보고 동양호텔 옆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고 예레바탄 사라이도 들렀다. 두번째 보는 메두사의 머리인데도 섬뜩함은 여전했고 어쩐지 물은 좀 줄어든것 같다. 지하저수조인데도 아침과 오후의  지하저수지는 놀라울만큼 그 느낌이 다르다. 장엄함은 아침이 더 컸던것 같고 오후엔 왠지 사악한 느낌이 강하다. 아마도 사람의 흔적이 크게 작용한게 아닐까??? 

술탄아흐멧을 돌아다니다 마켓에서 필요한 것들을 몇가지 사서 숙소로 돌아왔다. 물론 한번에 찾아오지는 못했고! 조카들 샤워하는걸 도와주고 씻었더니 10시가 다 됐다. 동생은 샤워실의 열악함때문에 다시 한숨이다. 정말 숙소를 바꿔야 하나???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3. 9. 24. 06:23

워낙에 알콜 자체를 좋아하지도 않아 회식때도 전혀 술을 안마시는데 오늘 와인을 마셨다. 와이너리 투어가 여행상품으로 나올 정도로 와인이 유명한 산토리니에서 제일 작은 화이트 와인과 크랙커를 샀었다.계속 끌고 다녔었는데 그것도 짐이라고 귀찮기도 하고 몸도 피곤해서 호텔 근처 마켓에서 치즈를 하나 사서 마셨다. 결론은 ... 조카들이 이모가 술마시는거 첨 본단다. 나도 언제가 마지막 알콜 섭취였는지 까마득하긴 힌다. 근데 원래 와인이 정종맛이 나는게 맞는건가??? 

맨정신도 아니면서 조카들을 끌고 그야말로 음주산책을 다녀왔다. 숙소에서 아크로폴리스로 이어지는 플라카거리를 산책하서 기념엽서도 샀다. 마지막으로 들른 상점에서 5장을 사고 계산하려고 10유로를 냈더니 지금 잔돈이 없다면서 그냥 가져가란다. 망설이는 내게 가게주인이 쿨하게 말한다. 노 프라블럼이라고... 여행자에게 보내는 친절이라고 생각하고 땡큐를 보내고 과감히 나왔다. 이번 여행이 이런 이벤트를 선사하는구나 생각하면서...

알콜도 들어가고 뜻밖의 선물도 받아서 가라앉았던 기분이 업이 됐다. 참 단순하구나 나란 사람은? 기분좋게 돌아오는 길에 국회의사당 앞을 지나왔는데 또 운이 좋게 딱 시간 맞취 근위병 교대식을 하더라.어찌나 애간장을 녹이게 움직이던지... 끝인가 싶으면 천천히 다시 움직이고 움직이고,  정말 엄청난 밀땅이더라. 조카들이랑 아주 인상깊게 잘봤다.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숙소로 다시 돌아온 시각은 거의 밤11시! 몸은 여전히 피곤하고 머릿속은 알딸딸한데 잠은 아직 안온다. 자야 하는데... 알콜이 나를 너무 멀리까지 데니고 갔다. 좀 자라고 몸이 시위한다. 이제 제발 말 좀 듣자!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3. 9. 23. 23:36

야간페리 침대칸에서 하룻밤을 자고 다시 아테네 판호텔로 돌아왔다. 판호텔 뒷편에 있는 한국음식점 "도시락"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호텔 체크인을 한 지금은 오후 4시가 훌쩍 넘었다.오전에 맞겨 놓은 짐과 산토리니 들어가기 전에 맞긴 짐을 찾고 잠시 쉬고 있는 중. 솔직히 말하면 너무 힘들어 도망가고 싶다.이제 딱 절반이 지나갔을 뿐인데 앞으로의 시간들이 이미 힘겹다. 병원에서 사람들이 나를 조카바보로 부르는데 아무리 조카들을 사랑하고 이뻐해도 이런 장기여행은 다신 하지 말아야겠다. 이건 정말이지 사람이 할 짓이 아니다. 내 동생도 장난이 아니고...

피레우스 항구에서 택시를 타고 산티그마 광장에서 내려서 호텔에 짐을 맞기고 맥도날드에서 간단히 조카들 요기를 시키고 바로 앞 정류장에서 해피트레인을 탔다. 아테네 주요지역을 운행하는 괸광기치로 정식 정류장은 모나스트리카와 아크로폴리스인데 말을 하면 그 중간에라도 눈치껏 내려주는것 같다. 우리는 아크로폴리스에서 내려 다시 파르테논신전으로 올라갔다. 그리스의 유적지들은 대부분이 오후 3시면 문을 닫는다.지난번엔 2시 가까이에 올라가서 찬찬히 볼 여유가 없었는데 오늘은 11시에 올라가서 좀 여유로웠다.단지 관광객이 너무나 많았다는 거! 특히 단체관광객이 엄청나다. "기준"을 외치는 가이드 인솔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개인행동을 하는 한국  단체관광객도 보이고... 우리나라 사람들 참 말 안듣는다.가이드가 안스러울 정도

조카들이 씻고나면 금방 잠이 들거다.그러면  혼자 또 조용히 돌아다녀봐야겠다. 내일 아침엔 이스탄불 가는 비행기를 타야하는데 아무래도 택시를 타야할것 같다. 이 짐을 끌고 지하철을 환승할 자신이 도저히 없다. 가능하면 국회의사당 앞에서 공항버스 X95를 타고 싶은데 될까? 택시요금이 장난이 아닐텐데...좀 씻고 내려가서 찐한 그리스커피를 마시면서 생각을 정리해봐야겠다. 어쨌든 지금 현재는 도망가고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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