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경비구역 JSA>
일시 : 2013.12.07. ~ 2013.12.15.
장소 : 대학로 뮤지컬센터 공간피꼴로
원작 : 박상연 "DMZ"
작사 : 이희준
작곡 : 맹성연
연출 : 최성신
출연 : 양준모, 임현수 (지그 베르사미) / 정상윤, 강정우 (김수혁)
최명경 (오경필), 임철수 (정우진), 이기섭 (남성식) 외
제작 : CenS
2013 공연예술 창작산실 지원사업 뮤지컬 우수작품 제작 지원 선정작 <공동경비구역 JSA>
이병헌, 송광호 주연의 영화로 잘 알려진 이 작품이 뮤지컬로 만들어진다는 말을 들었을때 궁금도했고 걱정도 됐다.
아무래도 영화의 잔상이 너무 강력한 작품이기에...
그랬더랬는데 리딩공연만으로도 들리는 입소문이 범상치가 않았다.
게다가 작사, 작곡, 연출을 비롯한 스텝진과 배우진이 이보다 더 좋을 순 도저히 없다!
묵직하고 선 굵은 양준모에 섬세한 연기와 감성의 끝을 보여주는 정상윤.
<오페라의 유령> 이후 두 사람을 한 작품에서 보는 것도 정말 오랫만이라 개인적으로 기대가 컸다.
여러모로 퀄러티 보장되는 작품이 나오겠구나 짐작했다.
실제로 보고 난 느낌은!
이 작품,
확실히 수작(秀作)이다.
올 상반기 최대 화제작이었던 뮤지컬 <그날들>보다 개인적으론 훨씬 좋았다.
공연 2일차에 고작 네번 올려진 작품이 이 정도 퀄리티를 보여줄 수 있다는 건 정말 놀라운 일이다.
지금같은 작은 극장이 아니라
조명과 무대를 제대로 쓰는 중극장 이상에서 지금 상태로 공연된다면 엄청났겠다 싶다.
개인적으론 영화보다도 뮤지컬이 훨씬 더 강렬하고 인상적이었다.
스토리도 자체도 너무나 탄탄했고
시간을 교차시키는 방식도 아주 좋았다.
그 시대를 떠올리게 하는 유행가나 드라마, 만화영화 주제가를 살짝씩 삽입시킨 음악도 친근하면서도 어딘지 신선했다.
(김광석과 최진실 생각에 혼자 뭉클해기도...)
과하지 않은 웃음코드도 곳곳에 잘 배치시켰고
그걸 또 배우들이 적절하게 잘살려 표현했다.
이건 완전히 기대, 그 이상이다!
한동안 나이를 앞서간 연기를 주로 했던 양준모는
요근래 내가 본 그의 출연작 중에서 단언컨데 최고였다.
영화에선 이 역을 이영애가 했었고 비중도 크지 않았지만
뮤지컬에서는 스위스 중립국 수사관으로 나오는 지그 베르사미의 비중이 상당히 크고 중요하다.
해설자이기도 하고, 직접적인 개입자이기도 하고, 과거의 대역이기도 한 이 역할을
양준모가 아주 묵직하게 제대로 표현해줬다.
사실 중반부까지 너무 밋밋한 역할이라는고 생각했는데
후반부로 갈수록 참 표현하기 힘든 인물임을 알게 됐다.
평면적이듯 보이지만 작품 속 그 누구보다도 가장 입체적인 인물.
눈 앞에 보여지는 사건과 갈등을 표현하는건 오히려 쉽다.
그러나 이렇게 잔잔한 수면 밑, 몰아치는 회오리 물살을 표현하는 건 결코 쉽지 않다.
오랫만에 배우 양준모가 이런 모습을 보여줘서
개인적으로 너무나 반갑고 반가웠다.
김수혁의 정상윤.
역시나 끝과 끝의 표현을 망설임없이 보여준다.
귀엽고 철없는 모습일때는 정말 스무살 초반 갓입대한 군인 같았고
섬세한 내면의 갈등을 표현할 때는 표정과 목소리톤까지도 순간적으로 달라진다.
등퇴장없이 곧바로 전환되는 장면들,
그리고 그 틈없는 시간과 공간을 완전히 다른 감정을 가지고 표현하는 정상윤을 보면서
또 다시 혀를 내두르게 된다.
확실히 정상윤은 작품과 배역에 대한 해석력과 표현력이 탁월하고
작품 안에서 어떻게든 배역을 살려내는 몇 안 되는 배우 중 한 명이다.
30대 초반이라는 게 도저히 믿어지지 않을만큼 노련하고
무대 위 돌발상황에 대처하는 것도 아주 민첩하고 유연하다.
창작 초연 작품 섭외 1순위가 정상윤일 수밖에 없는 이유,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는다.
(개인적으로 내가 더 늙기 전에(?) 정상윤의 <헤드윅>은 꼭 보고 싶은데...)
최명경의 엔딩곡은 어색해서 오히려 단백하게 들렸고.
이러다 북한병사 전문배우가 되는 건 아닌지 슬슬 걱정되기 시작하는 임철우의 맛깔스런 연기도 아주 좋았다.
앙상블의 연기도 좋았고,
주조연 배우들 모두 전체적인 합과 발란스도 괜찮았다.
창작 초연임에도 불구하고 객석 점유율이 95%를 육박한다는데
그 이유 역시도 충분히 알겠다!
그만큼 좋은 작품이고
단언컨데 영화보다 훨씬 더 내용도 구성도 짜임새있게 잘 만들어진 작품이다.
굳이 단점을 찾자면,
공연기간이 너무 짧다는 것과 공연장이 공간피꼴로라는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대 활용도와 음향은 아주 좋더라.)
이 두 가지가 정말 아쉬웠지만
조만간 더 좋은 공연장에서 만나게 되리란 걸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때도 양준모와 정상윤만큼은 꼭 다시 볼 수 있게 되길...
* 한 번쯤 더 보고 싶은데 시간도, 좌석도 다 없다.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