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마지막 날.
퇴근길에 지하철 역사내 서점에서 책을 한 권 샀다.
김연수의 새 소설집 <사월의 미, 칠월의 솔>
김연수란 작가는
샘을 낼 수조차 없게 만든다.
이 사람 글은 읽을때마다 늘 그랬다.
정말 깊구나...
읽는 사람을 끝을 알 수 없는 깊이까지 끌고 들어간다.
때때로 나는 김연수의 짧은 문장 안에서도 길을 잃고 종일 헤매기도 한다.
11편의 단편을 하나하나 읽어가면서
나는 11명의 나를 만났다.
그 11명의 내가 나에게 말을 건다.
책을 읽는 건 외롭기때문이라는데
그렇다면 김연수는 2014년 냐의 새해를 조금 더 외롭게 만든 셈이다.
하지만 괜찮다.
김연수니까...,
김연수라면 나는 더 외로워진다고 해도 상관없다.
벚꽃 새해 ‥‥‥창작과비평, 2013 여름
깊은 밤, 기린의 말 ‥‥‥문학의문학, 2010 가을
사월의 미, 칠월의 솔 ‥‥‥자음과모음, 2010 겨울
일기예보의 기법 ‥‥‥문학동네, 2010 겨울
주쌩뚜디피니를 듣던 터널의 밤 ‥‥‥세계의문학, 2012 봄
푸른색으로 우리가 쓸 수 있는 것 ‥‥‥문학과사회, 2012 여름
동욱 ‥‥‥실천문학, 2013 봄
우는 시늉을 하네 ‥‥‥문예중앙 2013 봄
파주로 ‥‥‥21세기문학, 2013 여름
인구가 나다 ‥‥‥현대문학, 2011 2월
산책하는 이들의 다섯 가지 즐거움 ‥‥‥자음과모음, 2008 가을
때로는 이런 잔잔한 글이
거대한 풍랑처럼 나를 덮쳐올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나는 기꺼이 서퍼가 된다.
그리고 그 파도가 나를 데리고 가는 곳으로 아낌없이 몸을 맡긴다.
내가 도착하는 곳은
현실일 수도, 환상일 수도, 악몽일 수도, 때로는 벼랑 끝일 수도 있다.
공통점은 하나다.
그곳이 어디든 나는 꿋꿋히 버텨낸다.
그래서 고맙다.
아직 내가 책을 통해 이곳 아닌 다른 곳으로 훌쩍 가버릴 수도 있다는 게.
버텨낼 수 있다는 게.
그래서 그냥 믿고 싶다.
김연수는 나를 위해 글을 쓴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