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김영하의 글들이 참 좋다.
표현히 특별하다거나, 사건이 기발하다거나, 스토리가 대단해서는 아니다.
뭐랄까, 어떤 순간을 포착해서 김영하식으로 써내려가는 방식이 너무나 좋다.
확실히 자신만의 뉘앙스를 확고히 가지고 있는 작가!
아직도 선명하다.
그의 소설을 처음 읽었던 때가.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였는데
제목만 보고는 나는 그가 성석제류의 작가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또 뒷통수를 제대로 맞았던거지!
그러다 그의 소설을 다 찾아서 읽기 시작했고
새 책이 나온다는 소식이 들리면 잊지 않고 꼭 챙겨보게까지 됐다.
개인적으론 must read author 상위권에 랭크되어 있는 작가되시겠다!
로봇
여행
악어
밀회
명예살인
마코토
아이스크림
조
바다 이야기 1
바다 이야기 2
퀴즈쇼
오늘의 커피
약속
12편의 단편들은 거의가 다 기발하고, 섬득하고, 재미있고, 의아했다.
뭐랄까, 다양한 후식이 나열된 다과상을 받은 느낌이랄까?
(그래도 소설이라고 하기엔 좀 뭣한 단문은 제외하련다.)
그리고 장편 <퀴즈쇼>의 단편 초기작을 보는 재미도 솔솔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단편은 "밀회"
어쩌면 이야기보다 카푸그라증후군이라는 용어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우뇌의 친밀감에 대한 정보를 관장하는 부분이 손상돼서
그전까지 가까이 지냈던 사람들을 인식하는데 혼란을 겪는 증상.
여기에 단란한 가족이 있다고 상상을 해보자.
가족 중 누군가 카푸그라증후군 진단을 받는다.
그 당사자는 이제 가족이 의심이 되기 시작한다.
가족이라면 마땅히 느껴야 할 친밀감이 전혀 생기지 않으니까...
급기야는 이 사람들이 나를 속이고 가족인척 한다는 확신을 하게 된다.
그 다음 순서는?
아마도 해체 혹은 무시...
어떻게 좋은 방법이 될지는 아무도 모르지 않을까?
카푸그라증후군 자체는 섬득하고 막막한 현실이겠지만
의외의 반전이 될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또 다른 "나"로 살 수 있는 기회가 될수도 있으니까.
김영하의 책을 읽고 있으면 어쩔수 없이 이렇게 되버리고 만다.
책의 한 구절로 시작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들.
김영하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작가다.
세상에! 생각이라니!
그거 참 두루두루 위험한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