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4. 1. 7. 08:40

<베르테르>

일시 : 2013.12.03. ~ 2014.01.12.

장소 : 예술의 전당 CJ 토월극장

원작 : 괴테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극본 : 고선웅

연출 : 조광화

음악감독 : 구소영

출연 : 임태경, 엄기준 (베르테르) / 전미도, 이지혜 (롯데)

        이상현, 양준모 (알베르트) / 이승재, 최성원 (카인즈), 최나래 외

제작 : CJ E&M (주). 극단 갖가지

 

맙소사!

아무래도 엄기준은 이젠 연기만 해야 할 것 같다.

예전에 <몬테크리스토> 초연 이후론 그의 뮤지컬 무대는 기피해왔는데 그래도 "베르테르"는 아니겠지 하고 예매를 했었다.

솔직히 임태경보다 엄기준의 기대치가 월등히 높았다.

이제 이 작품은 더 이상 "반가운 나의 사람"은 아닌 모양이다.

엄기준의 베르테르는,

다행히 연기는 좋았다.

순수하기도 했고, 절망적이기도 했고, 허무하기도 했고, 벅차기도 했다.

딱 베르테르의 느낌 그대로였다.

그런데...

노래를 부를 때는 왜 그 지경까지 되버린걸까?

누군가의 그러더라.

방금 전에 아주 신 레몬을 다섯개 정도는 먹고 나온 사람 같다고.

금방이라도 침이 뚝뚝 떨어질 것 같은 소리에

소리는 단 한 번도 터져나오지 못했고

호흠은 곧 인공호흡기라도 필요할 듯한 짧고 급박했다.

보는 내내 얼마나 조마조마했던지...

엄기준이라는 배우가 이랬던가.

과거의 그의 무대를 떠올리면서 너무 많이 안타까웠다.

나이 탓이라고 하기엔 이유가 너무 구차하다.

아무래도 엄기준은 이제 TV 브라운관이나 영화쪽에서의 활약상을 기대해야 할 것 같다.

소리가... 소리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너무 많이 망가졌다.

그건 뮤지컬배우에겐 너무 절망적인 상태 아닌가!

엄기준은 자신의 현재 상태를 정확하게 알고는 있는 걸까?

 

전미도 롯데는 이지혜만큼 조증은 아니라서 보기에 편안했지만

2막에서 베르테르와의 재회를 시작으로 점점 복잡해지는 감정을

거친 숨소리 하나로만 표현한 건 많이 아쉽다.

(이번 관람은 여기저기 거친 숨소리들로 제대로 사태가 났다 ㅠㅠ)

양준모 알베르트는 노래보다는 연기가 훨씬 좋더라.

이상현 알베르트가 젠틀하면서 귀족적이었다면

양준모는 알베르트는 자신의 분노를 최대한 누르면서

롯데를 위해 어떻게든 평정심을 유지하려는 깊은 사랑이 보였다.

타이틀의 두 베르테르가 기대를 충족시켜주지 못해서 그런지 이번엔 알베르트 쪽으로 훨씬 더 마음이 기운다.

뭐 사실 그게 현실이기도 하고...

 

이번 관람에서 가장 눈에 띄였던 배우는 카인즈 최성원.

매번 카인즈가 이상하게 변질(?)됐었는데

최성원은 그래도 내가 생각하는 카인즈에 가장 근접한 모습을 보여줬다.

노래와 감정표현도 좋았고 연기도 괜찮았다.

이 녀석이 좀 쑥쑥 컸으면 좋겠다.

소극장 공연들도 몇 작품 봤는데 다 괜찮았다.

그래도 다행이다.

이번 <베르테르>에서 "카인즈"를 건졌으니... ^^

 

무대, 의상, 조명, 엔딩, 커튼콜도 예전같은 감성은 아니었지만

음악 하나는 정말 좋았다.

특히나 음악감독 구소영의 건반과 거의 듀엣으로 연주되던 바이올린 소리는 참 이쁘더라.

(연주자가 남자분이시던데....)

커튼콜.

등지고 앉아있던 베르테르.

임태경도 그렇고 엄기준도 그렇고 참 없어 보이는 중년의 뒷태더라.

솔직히 여기서 그나마 있던 감성이 놀라서 달아났다.

중년의 뒷태에 앞에는 가당치도 않은 커더란 해바라기 조끼.

베르테르가 베르테르이기를 포기한 의상이었노라 말하고 싶다.

게다가 죽창처럼 해바라기를 둘고 줄줄이 서있는 앙상블들.

이건 정말이지 감성이라는게 끼어틀 틈을 여간해선 안 준다.

해바라기 농장과 자매결연이라도 맺으셨나...

무대에도, 장면에도, 의상에도, 오케스트라 피트석에도

너무 노골적으로 해바라기를 들이대니 참 당황스럽더라.

 

2012년도에 유니버셜 아트센터에 이에

베르테르가 내게 참 색다른 경험을 자꾸 하게 만든다.

그런데 이런 경험...

정말이지 이제 그만 하고 싶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