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4. 1. 29. 07:46

<김종욱 찾기>

일시 : 2014.01.14. ~ 2014.02.28.

장소 : 쁘띠첼 씨어터

대본, 작사 : 정유정

작곡 : 김혜성

출연 : 이현, 박영수, 민우혁 (김종우, 남자)

        박란주, 홍지희, 유리아 (여자)

        이동재, 김민건, 박세욱 (멀티맨)

제작 : (주)뮤지컬 해븐, CJE&M(주)

 

뮤지컬 <김종욱찾기>는 내가 좋아하는 창작뮤지컬 중 하나다.

그래서 평소 관심을 뒀던 배우가 캐스팅이 되면 일부러 다시 챙겨보게 되는데

이번 시즌엔 서울예술단 F4 중 한 명인 박영수가 이 작품에 출연한단다.

요즘 박영수가 이렇게 열심히 외부작품을 하는 걸 보니

아무래도 몇 년 안에 서울예술단을 나오지 않을까 싶다.

(개인적으론 조금만 더 서울예술단에 있기를 바라는 중인데... )

솔직히 로멘틱코메디와 뮤비컬은 내가 좋아하는 류(類)는 아니다.

여배우와 멀티맨이 좀 불안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을 다시 보게 된 건 어디까지나 순전히 "박영수"라는 배우 때문이었다.

그만큼 기대감이 컸다는 의미다.

그랬는데... 그랬는데...

참 미안하게도 내가 지금껏 본 <김종욱찾기> 중에서 제일 지루했다.

한동안 괜찮은 것 같았는데 박영수의 'ㅅ발음"은 다시 유난스럽게 두드러졌고

박영수일 때는 너무 과장스럽게 유치했고

김종욱일 때는 너무 느끼했다.

노래도 불안하고 연기도 어딘가 붕 떠있는 느낌이었다.

"첫사랑 주식회사"라는 넘버는 배우 세 명이 다 각자 따로 놀아 무척이나 당황스럽더라.

게다가 옆에 앉은 관객의 과도한 웃음소리는...

소음에 가까운 수준이라 견디기가 참 힘들었다.

재미있게 보는것까지는 참 좋은데 그래도 주변사람 생각도 조금 해줬으면 좋겠다.

배우의 대사보다 이 여자분의 소리가 훨씬 더 크더라.

어쩌면 그런 이유로 집중이 잘 안 돼서 더 지루하게 느껴졌었는지도 모르겠다.

 

암튼!

박영수도, 홍지희도, 김민건도

작품과 배역을 충분히 살려내지 못했던 것 같아 아쉽다.

좋은 작품인데...

확실히 로코는 결코 쉬운 작품이 아닌 것 같다.

 

* 그런데 박영수 너무 많이 말랐다.

   단순히 작품때문은 아닌 것 같은데...

   어딘지 모르겠지만 느낌이 예전과는 확실히 다르다.

   무슨 일이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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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끄적 끄적...2014. 1. 28. 08:21

<A Steady Rain>

일시 : 2013.12.21. ~ 2014.01.29.

장소 :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

대본 : 키스 허프 (Keith Huff)

연출 : 김광보

출연 : 이석준, 문종원 (대니) / 이명행, 지현준 (조이)

제작 : 노네임씨어터컴퍼니

 

<스테디 레인>

기본적으로 김광보 연출의 힘도 믿었고,

이석준과 이명행 배우의 힘도 믿었지만

이 정도까지 강렬한 작품을 보게 될 줄은 몰랐다.

규모(?)를 떠나서 이 작품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대작이다!

솔직히 매혹, 그 이상이다.

2시간 동안 어두운 무대 위에서 대니와 조이가 쏟아내는 진술에 가까운 대사들을 듣고 보면서 온 몸의 숨톤이 조여오는 느낌이었다.

도대체 이석준과 이명행은 이 작품을 어떻게 감당하면서 매번 저 무대 위에 서있는걸까?

정말이지 이석준, 이명행 두 배우가 보여주는 신의 한수는 소름이 돋을 정도다.

두 배우의 놀라운 타이밍과 명확한 템포는 정말이지 황홀하다못해 일종의 성찬이었다.

솔직히 경건함마저 느껴지더라.

욕설과 과격한 행동이 난무하는 이 작품에 "경건함"까지 운운하다니...

그런데 어쩌랴! 이게 전부 다 진실인걸!

대니와 조이의 그 엄청난 분량의 대사들 보고 듣는 것만으로도 나는 참 버겁고 힘들더라.

말의 힘이 극대화된 작품.

시간과 공간의 개념마저 은근히 허물어져버리는 이 작품을 이해하는 관건은

개인적으로 "흐름"인것 같다.

대니와 조이의 관계에 대한 흐름.

두 사람의 감정이 변화되는 그 흐름,

그리고 두 사람의 지금 겪고 당하고 있는 사건들의 연속에 대한 흐름.

"도대체 상식이라는게 뭐냐?"는 대니의 비야냥같은 질문은

사실 아주 정곡을 찌르는 핵심이었다.

 

처음에 나는 대니와 조이가 한 인물인 줄 알았다.

거의 극의 중반까지도 한 인물의 내면에 있는 두 자아의 싸움이라고 의심없이 믿었었다.

내 안의 적과 적 안의 내가 지금 함께 있는 거라고...

그런데 이렇게 완벽한 자아의 교체와 합일을 보게 될 줄은 몰랐다.

대니가 되버린 조이,

조이가 되버린 대니,

changing position!

완벽한 서스펜스에 다시 없을 공포의 최고치였다.

동일화, 내면의 자아...

대니를 연기한 배우 이석준의 인터뷰를 보면서 그도 나와 같은 느낌을 받았구나 싶었다.

...... 마지막에 남은 놈은 조이죠. 연출님도 그런 말씀을 하셨는데 ‘조이는 치사한 인간이다’고. 조이는 손도 안대고 코를 푼 격이죠. 진실을 알고 있으면서 방치했던 놈입니다. 조이는 자신의 일부였던 대니가 날라가자, 일부를 버리고 일부가 갖고 있던 전부를 취한 거죠. 남은 사람이 나머지를 갖게 됐다고 이해할 수 있죠 ......

 

<스테디 레인>

이제 고작 2회 공연만 남았다는 게 미치게 아쉽다.

두어번은 더 봤어야 했는데...

"피곤하신 날 극장에 오면 주무시거나 딴짓 할 수 잇으니 정신 멀쩡할 때 오세요" 라고.

이석준이 자신의 페이스북과 홈페이지에 이렇게 썼다는데 이 말은 완전히 틀렸다.

도무지 딴짓을 하거나 잠깐이라도 눈을 감을 틈을 주지 않는다.

단언컨데 이 작품 놓친 사람은 반드시 후회하게 될거다.

한 번만 본 나도 이렇게 후회가 되는데...

 

* 배우 이석준이 김광보 연출의 새로운 뮤즈가 되려는 모양이다.

  <M. Butterfly> 르네 갈리마르네 이석준과 이승주가 출현한단다.

  두 배우다 김광보 연출의 작품을 했던 배우들이라 어떤 시너지 효과가 일어날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1. 27. 09:12

<Lsst Royal Family)

일시 : 2014.01.11. ~ 2014.02.23.

장소 :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루

작/작사 : 전미현

작곡 : 조미연

연출 : 정태영

출연 : 박선우, 김태한 (해설자) / 임진아, 구원영 (명성황후)

        이충주, 인진우 (순종) / 지혜근 (고종)

        강은애 (꼭지), 조정환 (꼭도)

제작 : (주)알랜디웍스

 

2012 CJ Creative minds 선정작.

2013 서울뮤지컬페스티벌 예그린앙코르 최우수 선정작.

개인적으로 예그린 수상작들에 대한 기대감이 있는 편이라 이 작품도 한번쯤은 봐야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초대 기회가 있어서 얼른 신청했다.

김태한과 구원영 콤비는 잘 하리라는걸 아니까 일부러 다른 캐스팅을 선택했다.

오랫만에 "미스터 투" 박선우의 목소리가 듣고 싶기도 했고..

("Mr. Two" 이야기하는 거 본인이 싫어할라나...)

 

픽션 사극 뮤지컬을 표방하는 이 작품은

구한말 격동의(?) 사춘기를 보내고 있는 마지막 왕세자 순종의 가출 사건이라는

기발하면서도 다소 도발적인 내용을 중심에 두고 있다.

소재는 정말 침신했고 스토리도 나쁘지 않았다.

모바일 용어의 활용도 아주 재미있고 기발했다.

가가오독, 투위터, 폐이수북의 "애수 앵 애수(SNS)" 부분은 제대로 빵빵 터져줬다.

연출력과 대본의 기발함이 제대로 빛을 발하는 장면.

삼각김밥 정면도 그렇고, Something과 성신(聖臣)의 언어유희도 재미있었다. 

 

그런데 이 작품...

너무 산만하다.

그것도 아주 많이...

그리고 배우들도 아직까진 극의 재미를 확실하게 살려내주지 못하는 것 같다.

어째 살짝 민망한 상황이긴한데,

원캐스팅 배우들이 더블캐스팅 배우들 연기보다 훨씬 좋았고

남사당퍠 꼭지와 꼭도를 맡은 강은애와 조정환의 활약은 참 대단하더라.

조정환은 초연 당시 <왕세자 실종 사건>에서 구동을 했던 "김대현"을 보는 느낌이었고

강은애는 혹시 창(唱)이나 민요를 어디서 배운건 아닌까 생각될만큼 맛깔졌다.

두 오누이는 아주 쫀뜩쫀뜩한 호흡을 자랑하더라.

해설자 박선우는 딱히 나쁘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임펙트있게 기억에 남는 부분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관람하는 내내 김태한으로 봤었다면 훨씬 재미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더라.

그래도 가장 심각했던 배우는 명성황후 임진아.

연기도 노래도 보는 내내 불안했고 "세자가 떠나버렸네"는 솔직히 듣기가 많이 힘들 정도였다.

<풍월주>에서는 느낌이 나쁘지 않았었는데

이 작품에서는 의욕이 너무 과했던게 오히려 화(禍)가 된건 아닌가 싶다.

이충수 순종은 노래와 연기는 나쁘지 않았는데 "ㅅ발음"이 자꾸 귀에 거슬렸다.

살짝 긴장하는 기색도 보이고...

(나도 참 두루두루 깐깐하다)

 

그래도 이 작품!

참신한 소재 발굴과 기발한 상상력, 개성있는 표현방식은 확실히 신선하다.

하지만 아무래도 단호한 정리는 꼭 필요할듯!

한류열풍의 첫주자 장금이와 독일인 지휘자 에케르트,

폴메카트니 내시 등 범세계적인 인물들은 과감하게 없애버리고 

조금 더 파격적이고 발칙한 상상력에 주력했으면 싶다.

우리나라 창작뮤지컬들을 대놓고 페러디하거나 

조선시대 위인들을 시대를 파괴하고 등장시키는 것도 재미있지 않았을까? 

뭐 어디까지나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일뿐이지만!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1. 24. 08:27

<Carmen>

일시 : 2013.12.03. ~ 2014.02.23.

장소 : LG 아트센터

대본 : 노먼 알렌

작곡 : 프랭크 와일드혼

작사 : 잭 머피

연출 : 김동연

음악감독 : 이나영

출연 : 바다, 차지연 (카르멘) / 류정한, 신성록 (호세)

        임혜영, 이정화 (카타리나) / 에녹, 최수형 (가르시아)

        이미라, 유보영 (이네즈 고모) / 이정열 (맨도자 시장)

        태국희, 임재현, 최호중, 서경수 외

제작 : 오넬컴퍼니, (주)뮤지컬해븐

 

무한애정하는 류정한이 출연한다고 해도

<카르멘>은 확실히 내 취향은 아니다.

요즘은 공연이 시작되기 3~4개월 전부터 예매가 시작되니 호불호를 결정하기도 전에 예매부터 하는 사태(?)가 자주 발생된다.

그러다보니 작품이 취향과 안 맞을 경우 취소수수료도 만만치 않고...

이 작품도 취소수수료때문에 세번째 관람까지 하고 말았다.

이상하게도 나는 화려한 쇼뮤지컬을 보고 있으면  눈의 피로도가 증가하면서 극도의 피곤이 몰려온다.

<카르멘>도 그런 의미에서는 어쨌든 치명적인 작품이 맞긴 하다.

 

두번째 관람한 차지연 카르멘은 확실히 좋더라.

차지연은 아주 작정한게 분명하다.

<카르멘>은 그야말로 차지연에 의한, 차지연을 위한, 차지연의 작품이다.

아주 반짝반짝 빛나는 게 보고 있으면 눈이 부실 정도다.

노래도 연기도 감정도 템포도 타이밍도 춤도 다 너무 좋더라.

개인적으론 바다 카르멘보다 차지연 가르멘이 훨씬 좋다.

바다는 재능과 끼로 주위를 끌어당기는 고양이 느낌이라면

차지연은 내면 깊숙이 뭔가를 품고 천천히 움직이는 표범 같다.

바다는 경쾌한 탱고 느낌이고 차지연은 진한 블루스의 느낌.

뭐 어디까지나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겠지만!

차지연의 체격이 조금만 더 왜소해보였더라면 정말 좋았을텐데...

남자배우들과 서있을 때 얼굴 크기도 전체적인 모습도 커보여서

때때로 집시가 아니라 전사(戰士)같은 느낌인게 아쉽다.

차지연도 자신의 외적인 모습이 아마도 내내 트라우마 혹은 상처였던 모양이다.

안면 축소 수술을 하려고 돈까지 모았다는 인터뷰 기사를 봤다.

그러다 그 돈을 들고 영국으로 날아가 돈이 다 떨어질때까지 공연을 보고 왔다나!

 

류정한 호세는 무대 위에서 여전히 여우같았고

상대 여배우들을 최대한 돋보일 수 있도록 배려하고 서포트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래선지 이정화도 처음 봤을 때보다 전체적으로 훨씬 좋아졌다.

에녹은 노래와 연기는 여전히 매력적이고 강렬했고

특히나 이 작품에서는 배역의 매력보다 에녹이라는 배우의 매력이

문득 에녹이 <아이다>의 라다메스를 해도 정말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귀를 사로잡는 넘버는 남자 네 명이 부르는 "A woman like that(그런 여자)"과

카르멘이 부르는 "If I could(그럴 수만 있다면".

특히 차지연이 부르는 'If I could"는 정말 애절하고 진심이 담겨있어 뭉클하다.

커튼콜에 눈물 범벅으로 나오는 차지연의 모습은 참 감동적이더라.

그리고 깡촟깡총 뛰면서 차지연에서 박수를 보내는 류정한의 모습도 참 보기 좋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번째 관람까지는 도저히 이어지지 않을 것 같다.

공중에 긴 천을 매달아놓고 움직이는 실크 액팅이나 각종 불쇼와 서커스들이

신기하다기 보다는 오히려 무섭다.

개인의 취향이라는 게 이렇게 단호하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1. 23. 08:43

<레드>

일시 : 2013.12.21. ~ 2014.01.26.

장소 :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

극본 : 존 로건 (John Logan)

무대 : 여신동

연출 : 김태훈

출연 : 강신일 (마크 로스코) / 강필석, 한지상 (캔)

주최 : 신시컴퍼니, 예술의 전당

 

이보다 더 미학적인 작품이 있을까?

보는 내내 열망보다 더 붉은 질투를 불러일으키는 작품은 <레드>가 유일하다.

공유의 욕망보다 혼자만 알고 싶은 독점의 욕망을 품게 만드는 그런 작품.

관능과 관음의 끝으로 나를 몰어 넣는다.

어떻게 이 작품은 나를 이렇게까지 완벽하게 사로잡을 수 있었을까?

작품 자체도, 배우들의 연기도, 여신동의 무대도, 김태훈의 해석도 황홀하다.

솔직히... 온 몸에소름이 끼칠 정도다.

바라건데 신시컴퍼니는 더 자주 이 작품을 올려줬으면 좋겠다.

그것도 가능하다면 장기 공연으로...

(배우들에게는 참 미안한 말이긴 하겠지만...) 

이 작품을 텍스트로 삼고 단어 하나하나까지 분석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아마도 파헤치면 파헤칠수록 뭔가가 끊임없이 나올것임에 분명하다.

이 작품은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힘들지만

완벽하게 이해하는 것 역시도 힘들다.

마크 로스코가 캔이 되고 캔이 마크 로스코가 되는 관계.

그리고 공간에 놓임으로써 시간까지 확장되는 그림.

붉은색이 주조를 이루는 이 그림들은 가장 완벽한 말이다.

그것도 혼자서 되뇌이는 독백이 아니라 함께 부딪치면서 나누는 대화.

격렬한 실체다.

이 모든것들이 다!

 

한지상 캔이 마스 로스코를 통해 뭔가를 깨달아 자기 길을 찾은 사람이라면

강필석 캔은 마스 로스코를 이해함으로써 자기 길을 찾은 사람 같다.

그래서 한지상 캔은 교화적이고, 강필석 캔은 치열하다.

그리고 그건 폭풍전야의 고요함같은 치열함이다.

한지상 캔이 명확한 근거없이 자신감으로 무장한 대학 신입생 느낌이라면

강필석 캔은 산전수전을 조금씩 겪어낸 대학원 졸업반 느낌이다.

강필석이 이 작품을 다시 준비하면서 연출에게 그랬단다.

"캔을 내가 해도 될까? 마크 로스코가 너무나 이해가 돼!"

시간은...

강필석의 고백처럼 캔을 어느새 마크 로스코이게 만든다.

그리고 자만심과 자신만만함으로 똘똘 뭉친 마크 로스코가 나는 참 아프고 아프게 다가왔다.

아마도 실제로 마크 로스코는 시그램 빌딩의 벽화를 주문받는 순간부터

예술의 목적과 이유에 대해서 끊임없이 고민하지 않았을까?

나는 캔이라는 가상의 존재가 마크 로스코 자신이라고 확신한다.

그러니까 이 작품은 마크 로스코와 마크 로스코 사이의 배틀이었던거다!

두 사람의 대화가 아닌 한 사람의 입을 통해 표현되는 치열한 갈등이고 고민의 언어들이다.

 

내 안에 적이 있고, 적 안에도 내가 있다.

재주와 재능을 혼동하는 사람은 중심까지도 흔들릴수 있다.

그러나...

흔들려야 중심이 보이고 그래야 중심이 필요하다.

단 한번도 흔들리지 않았다면

중심 따위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더 많이 흔들리라고,

그것도 노골적으로 치열하게 흔들리라고.

그래야 흔들리는 관계 속에 중심이 보일거라고.

<레드>가 내게 말을 건다.

 

"뭐가 보이나?"

마크 로스코의 물음에 나는 뭐라고 대답할까?

나는 지금...

그걸 찾고 있는 중이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14. 1. 22. 15:03

하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은 일부러 구입하면서까지 읽는 매니아는 아니지만

손에 잡히면 금방 읽을 수 있어서 좋다.

얼마전에 <질풍론도>라는 새책도 출판됐다는데

참 부지런히 쓰는 작가다.

너무 과하게 부지런히 책을 들고 나오니 간혹 기계적인 작가가 아닌가 생각될 때도 있다.

뭐, 그래도 어쨌든 재미는 있으니까...

이 책은 2008년도에 출판됐으니 내가 좀 늦게 읽은 셈이다.

8년전 작품이라 그런지 아무래도 요근래의 하가시노 게이고와는 좀 다른 느낌이다.

특유의 공학도적인 세밀함과 상식과 지식을 넘나드는 지적 흥미로움은 다른 작품에 비하면 좀 떨어지더라.

아무래도 등장인물들의 직업이 작가인 탓도 있겠지만...

 

 

이야기 전반부부터 등장인물들이 너무 쉽게 자신의 죄를 자백하는 소설은 그 속이 머무 빤히 보여서 좀 그렇다.

자백이 진실이 아니라는 것,

진실을 감추기 위해 자백을 했다라는 것,

그리고 결국은 밝혀지고 만다는 이 모든 것들이 

추리소설의 뻔한 전개고 뻔한 결말이다.

겉표지의 홍보 문구에 나온 감동과 반전, 충격적인 결말은...

읽는 내내 솔직히 없었다!

히다카를 향한 노노구치의 이유없는 악의(惡意)도 적절하게 표현된 것 같지 않고...

"왜 죽었어?" 라는 물음에

"그냥요!" 라고 대답을 들은 것처럼 황당하고 어의없다.

하긴 묻지마 살인이 수시로 일어나는 시대이다보니 황당하다는 표현도 맞지는 않겠다.

 

책읽기에 살짝 지쳐갈때 하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은 일종의 일탈이자 쉼표다.

아무 생각 없이 "killing time" 하기엔 딱 적당한 소설.

어찌뙜든 책장 넘어가는 속도 하나는 엄청나게 빠르다.

어쩌면 이야기 전개보다 더 앞서나가는지도...

아마도 그게 내가 추리소설에 깊게 빠지지 못하는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14. 1. 20. 10:44

2007년 7월에 출판된 정유정의 소설 <내 인생의 스프링캠프>

참 독특한 이력을 가진 작가 정유정,

간호사로 현업에서 꽤 오랫동안 일을 했고, 건강보험 심사평가원에서 일하기도 했던 그녀는

이젠 완전히 전업작가가 됐다.

그것도 꽤 괜찮은...

아마도 직업적인 유사성때문에 더 관심을 갖게 됐는지도 모르겠지만

소재도, 이야기 구성도, 문체도. 표현도 참 좋다.

<내 심장을 쏴라>에서 시작된 정유정읽기는

<7년의 밤>으로 그리고 작년 <28>로 이어졌다.

세 편 다 소재가 너무나 달라서 깜짝 놀랐다.

이 이야기들을 쓰기 위한 취재들을 정유정은 어떻게 했을까?

상상력과 재능도 물론 탁월하지만

그녀의 글 속엔 발로 뛰어서 알아낸 사람만이 보여줄 수 있는 생동감이 있다. 

정유정은 정말이지 천상 이야기꾼이구나 싶다.

 

 

<내 인생의 스프링캠프>

어쩌다 순서가 역행하긴 했지만 이 책 역시도 너무나 재미있고 흥미진진했다.

<내 심장을 쏴라>와 비슷한 호흡과 속도감은 두번째라고  제법 익숙해졌는지

나름대로 즐기면서 읽어나갔다.

그게 장점이자 단점.

아마도 세번째 장편 <7년의 밤>도 이런류의 소설이었다면

지금과 같은 정유정은 없지 않았을까 싶다.

이야기는 딱 "청소년"스러운 혼란과 무질서, 그러면서도 어른인척하는 아이스러움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깊이보다는 잠깐씩 느껴지는 번득임이 아주 신선했다.

정말 그렇다.

세상에는 자기가 그 입장이 되지 않으면 절대로 이해할 수 없는 진실이라는 게 있다.

그래서이해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하는게 정답일지도 모르겠다.

이 아이들은...

시간의 변두리에서 만나질 수 있는 아이들이고

우리 역시 그 시간의 변두리를 지나왔다.

그때를 우리는 과연 기억할 수 있을까?

아직 한참을 더 커야만 어른이 되는 아이들인데...

그 아이들이 내게 무거운 화두를 남긴다

 

비.밀.

시간이 공간으로 이동하는 그 순간을

나는 "비밀"이라고 부르고 싶다.

그 비밀의 시간에 귀기울이는 것.

그게 쓰는 이유고, 읽는 이유고, 살아내는 이유다.

정유정도, 나도!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14. 1. 17. 08:30

나는 김영하의 글들이 참 좋다.

표현히 특별하다거나, 사건이 기발하다거나, 스토리가 대단해서는 아니다.

뭐랄까, 어떤 순간을 포착해서 김영하식으로 써내려가는 방식이 너무나 좋다.

확실히 자신만의 뉘앙스를 확고히 가지고 있는 작가!

아직도 선명하다.

그의 소설을 처음 읽었던 때가.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였는데

제목만 보고는 나는 그가 성석제류의 작가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또 뒷통수를 제대로 맞았던거지!

그러다 그의 소설을 다 찾아서 읽기 시작했고

새 책이 나온다는 소식이 들리면 잊지 않고 꼭 챙겨보게까지 됐다.

개인적으론 must read author  상위권에 랭크되어 있는 작가되시겠다!

 

로봇

여행

악어

밀회

명예살인

마코토

아이스크림

바다 이야기 1

바다 이야기 2

퀴즈쇼

오늘의 커피

약속

 

12편의 단편들은 거의가 다 기발하고, 섬득하고, 재미있고, 의아했다.

뭐랄까, 다양한 후식이 나열된 다과상을 받은 느낌이랄까?

(그래도 소설이라고 하기엔 좀 뭣한 단문은 제외하련다.)

그리고 장편 <퀴즈쇼>의 단편 초기작을 보는 재미도 솔솔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단편은 "밀회"

어쩌면 이야기보다 카푸그라증후군이라는 용어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우뇌의 친밀감에 대한 정보를 관장하는 부분이 손상돼서

그전까지 가까이 지냈던 사람들을 인식하는데 혼란을 겪는 증상.

여기에 단란한 가족이 있다고 상상을 해보자.

가족 중 누군가 카푸그라증후군 진단을 받는다.

그 당사자는 이제 가족이 의심이 되기 시작한다.

가족이라면 마땅히 느껴야 할 친밀감이 전혀 생기지 않으니까...

급기야는 이 사람들이 나를 속이고 가족인척 한다는 확신을 하게 된다.

그 다음 순서는?

아마도 해체 혹은 무시...

어떻게 좋은 방법이 될지는 아무도 모르지 않을까?

카푸그라증후군 자체는 섬득하고 막막한 현실이겠지만

의외의 반전이 될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또 다른 "나"로 살 수 있는 기회가 될수도 있으니까.

 

김영하의 책을 읽고 있으면 어쩔수 없이 이렇게 되버리고 만다.

책의 한 구절로 시작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들.

김영하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작가다.

세상에! 생각이라니!

그거 참 두루두루 위험한건데...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4. 1. 16. 09:34

생각해보니 Turkey의 먹거리들을 그냥 지나쳤다.

여행을 가서 현지식을 찾는 것도 의미있는 하나의 테마임에는 분명한데

이상하게도 나는 눈이란 놈이 자꾸만 입을 마비시켜(?) 버린다.

그래서 종종 배고픔이라는 기본적인 욕구조차 못느끼고

하루 종일 호텔 조식만 먹고 돌아다닐 때가 태반이었다.

그래도 다행인건,

이번 여행은 조카들 때문에 끼니를 챙겨야만 해서

번듯한(?) 음식점을 그런데로 찾아다닌 편이다.

(순전히 내 입장에서...)

 

그리스에서 터키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찾았던 음식점.

이름은 정확히 모르겠고 "동양호텔" 바로 옆에 있었는데

케밥과 닭요리를 조카들이 아주 맛있게 먹었더랬다.

속이 별로 안 좋았던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Turkish coffee"를 한 잔 시켰다.

커피잔에 흘러 넘칠 정도로 가득 채워진 걸쭉하고 진한 터키쉬 커피를 마시니

비로소 터키에 도착했다는게 실감이 나더라.

이번 여행에서는 특히나 커피에 대한 기억이 좋다.

아테네에서 아침에 눈뜨지 마자 카페테리아를 찾아가 마셨던 커피와

산토리니로 들어가고 나가는 페리에서 마셨던 커피,

이스탄불 비행기를 기다리며 아테네 공항에서 마셨던 커피,

그리고 터키쉬 커피를 포함한 이스탄불 곳곳에서 마셨던 커피들.

온 몸을 각성시켜준 이 모든 커피의 향과 맛.

그 기억들이 아직까지도 너무나 좋다.

 

터키의 유명한 "돈두르마 아이스크림"

조카들이 쫄깃쫄깃감 느낌때문에 많이 좋아했다.

개인적으론 터키 아이스크림보다는 강력한 달콤함으로 무장한 그리스 아스크림이 더 기억에 남는다.

그리스에 있는 동안은 하루에 하나씩 꼭 먹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이 못 먹고 온 게 지금도 후회된다.

그 진하고 깊은 달달함은 온 몸을 무장해제시키더라.

이스탄불에서는 저녁을 로칸타(Lokanta)에서 take out을 해와서 숙소에서 먹기도 했는데 그것도 괜찮았다.

대체적으로 그리스, 터키 음식이 짠편이라서 나한테는 살짝 부담스럽긴 했어도...

일부러 오르타교이에서 내려서 사먹었던 감자요리 쿰피르.

저 아저씨들이 쓰고 있는 카우보이 모자의 원주인은 나랑 조카!

갑자기 모자를 낚아채서 쓰더니 신나게 "강남 스타일" 춤을 추더라.

(싸이가 말춤으로 민간외교 하나는 정말 끝내주게 한 것 같다.)

숙소 ILKAY hotel에서 먹었던 아침 식사.

터키에서 내가 아침 먹는거 보고 조카들이 많이 놀라했다.

이모가 이렇게 많이 먹는거 처음본다고...

과일과 야채는 워낙 신선했고

치즈는 지금도 군침이 돌만큼 그립고

저 동글동글한 빵은 생김과는 다르게 아주 맛있어서 몇 개씩 먹었다.

것도 달달한 초코크림까지 듬뿍 발라가면서...

(나중에 이스탄불에 가면 아침식사 때문에 ILKAY로 숙소를 정하게 될 것 같다.)

마지막날 이스탄불의 유명한 한식점 "서울정"에서 먹었던 음식은 좀 달았다.

역시 한식은 한국에서 먹는게 최고인 것 같다.

비록 무한한 MSG의 향연이라고 할지라도!

군밤은 조카들이 좋아해서 다니면서 종종 사먹었다.

옥수수와 빵, 군밤은 이스탄불의 3대 길거리 음식!

가격은 2년전보다 살짝씩 올랐지만 그냥 지나칠 수 없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

사진에는 없지만 고등어케밥은

처음에 조카들에게 사주겠다고 했더니 기겁을 하더니.

한 번 먹어보고는 너무 맜있다면서 또 먹고 싶다고 노래를 하더라.

그래서 이것 때문에 일부러 에미노뉴를 찾아가기까지 했다.

사실은 한국까지 소문난 에밀 아저씨 고등어케밥을 사주고 싶었는데

갈라타 다리를 넘어가야 해서 그냥 가까운 곳에서 사먹었다.

에밀 아저씨 케밥을 먹었으면 매일 가야 했을지도 모르니 다행이라고 해두자.

이번 여행에서 제일 맛있었던거 뭐냐고 나중에 물었더니

조카 둘 모두 "고등어케밥"이었다며 엄지를 치켜올렸다.

개인적으로 먹거리에서 제일 아쉬웠던건,

바클라바나 퀴네페 같은 달달한 터키 후식 타를르와 터키식 떡갈비인 괴프테를 먹어보지 못한거!

(지난번에도 못먹었는데... )

다음번 여행에서는 무슨 일이 있어도 꼭 먹어보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게 한다.

제발 좀~~~~!

 

터키항공 기내식 열전!

아무것도 안하고 앉아서 받아먹는 기내식은

일종의 "사육"의 느낌이라 거의 안 먹고 러리가 돼서 주로 관람하다 과일이나 치즈만 골라 먹는 정도다

먹지도 않으면서 기내식이 나오면 이렇게 사진을 남기는건

이것도 다 기억의 이유고 추억이기 때문이다.

일종의 조건반사적인 행동!

 

사진을 하나하나 정리하고보니

또 다시 여행을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러기 위해선 공연관람은 지금보다 많이 줄여야 할 것 같고

(안 보는 건 금단현상이 극심해서 불가능하고!)

영어회화와 터키어 공부도 조금씩 시작해야겠다.

유창한 실력까지는 언강생심 바라지도 않고

여행지에서 어찌어찌 생존할 수 있는 정도로만!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영어를 못해서 여행이 힘들거나, 남보다 더 고생을 하는 건 아니다.

조금 불편한 건 인정한다.

그러나 언어보다 더 중요한 건 "용기"다.

일단 저질러보는 용기!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는다는건 사실 아무것도 아니다

"용기"가 완전히 사라져버리는 것.

문제는 그거다!

그래서 나는 간절히 바란다.

아주 오랫동안 내가 무모한 사람일 수 있기길...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4. 1. 15. 08:11

2년마다 한번씩 자유여행을 가야겠다고 혼자 다짐했었다.

그리고 두번째 다녀온 자유여행.

원래 예정대로라면 스페인과 포르투칼을 여행하는 거였는데

동생네가 함께 가자고 조르는 바람에 그래도 익숙한 터키로 방향을 수정했다.

그냥 터키 일주를 할지, 이스탄불과 산토리니를 갈지 두 가지로 고민하다

아무래도 조카들이 초등학생이라 터키일주는 무리일 것 같아 이스탄불과 산토리니로 정했다.

결론적으론...

선택은 나쁘진 않았다.

여행하는 내내 날씨는 좋았고

특히 아테네와 산토리니에 머무르는 동안은

지중해의 햇빛 속에 두명하게 헹궈지는 느낌이었다.

walking and warlking의 꿈을 충분히 실행하진 못했지만

그래도 짬짬이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골목길을 기웃거렸던 시간들,

하늘과 바다를 바라봤던 시간들.

그리고 사람들의 모습들을 몰래몰래 훔쳐봤던 시간들.

길을 찾아 이리저리 우왕좌좡하며 시행착오를 반복했던 시간들이

지금은 다 추억 그 이상이 됐다.

그건 그러니까...

"힘"이다.

앞으로의 2년을 버텨내게 하는 힘.

 

아쉽게도 골목과 길, 풍경같은 다정한 사람들의 모습을 많이 담지 못했다.

이런 것들은 적어도 내게는 하나의 완벽한 "이야기"인데

이번 여행에서는 그 이야기에 충분히 귀기울이지 못했다.

산토리니에서 만난 "casablanca soul"

이 골목 앞에서 혼자 얼마나 웃었던지!

골목 입구에 앉아있는 상점 주인 아저씨에게도 풍부한 casablanca의 soul이 느껴지더라.

루멜리 히사르에서 한 어머니가 아장아장 걷는 아기의 손을 잡고 조심조심 계단을 내려가는 모습은

정말 홀릴듯 오래 쳐다봤다.

아름답고, 귀엽고, 따뜻하고, 다정해서...

이런 꿈같은 풍경들에 더 많이 귀길울여야 했었는데

내내 아쉽고 아쉬웠다.

 

 

아마도 변하지는 않을거다.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기전에 마지막으로 들르는 곳은

여전히 서점일 것이고

비행기가 땅을 벗어나면

창문을 통해서 서서히 드러나는 하늘길을 보며 여전히 설랠거고,

골목골목을 목적없이 서성이는 것도 여전할거다.

눈에 담는 것,

눈에 담기는것들에

점점 더 많이 선량해진다.

본다는 것,

그건 느낀다는 것과 동의어다.

한때 제일 절망적인게 시력을 잃는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오르한 파묵의 <내 이름은 빨강>을 읽으면서 그렇치 않다는 걸 알았다.

그래, 볼 수 없다는 건 확실히 치명적이긴 하다.

그러나 그리웠던 건 한 번이라도 봤다면

그걸 기억하면서 마음 안에서 두고두고 꺼내볼 수 있다.

사람은,

사랑때문에, 사람때문에 살 수도 있지만

기억때문에 살 수도 있다.

 

하여,

아무것도, 아무도 없는 나는

내 기억의 힘을 신앙처럼 굳게 믿는다.

그게 나를 살게 한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