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마다 한번씩 자유여행을 가야겠다고 혼자 다짐했었다.
그리고 두번째 다녀온 자유여행.
원래 예정대로라면 스페인과 포르투칼을 여행하는 거였는데
동생네가 함께 가자고 조르는 바람에 그래도 익숙한 터키로 방향을 수정했다.
그냥 터키 일주를 할지, 이스탄불과 산토리니를 갈지 두 가지로 고민하다
아무래도 조카들이 초등학생이라 터키일주는 무리일 것 같아 이스탄불과 산토리니로 정했다.
결론적으론...
선택은 나쁘진 않았다.
여행하는 내내 날씨는 좋았고
특히 아테네와 산토리니에 머무르는 동안은
지중해의 햇빛 속에 두명하게 헹궈지는 느낌이었다.
walking and warlking의 꿈을 충분히 실행하진 못했지만
그래도 짬짬이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골목길을 기웃거렸던 시간들,
하늘과 바다를 바라봤던 시간들.
그리고 사람들의 모습들을 몰래몰래 훔쳐봤던 시간들.
길을 찾아 이리저리 우왕좌좡하며 시행착오를 반복했던 시간들이
지금은 다 추억 그 이상이 됐다.
그건 그러니까...
"힘"이다.
앞으로의 2년을 버텨내게 하는 힘.
아쉽게도 골목과 길, 풍경같은 다정한 사람들의 모습을 많이 담지 못했다.
이런 것들은 적어도 내게는 하나의 완벽한 "이야기"인데
이번 여행에서는 그 이야기에 충분히 귀기울이지 못했다.
산토리니에서 만난 "casablanca soul"
이 골목 앞에서 혼자 얼마나 웃었던지!
골목 입구에 앉아있는 상점 주인 아저씨에게도 풍부한 casablanca의 soul이 느껴지더라.
루멜리 히사르에서 한 어머니가 아장아장 걷는 아기의 손을 잡고 조심조심 계단을 내려가는 모습은
정말 홀릴듯 오래 쳐다봤다.
아름답고, 귀엽고, 따뜻하고, 다정해서...
이런 꿈같은 풍경들에 더 많이 귀길울여야 했었는데
내내 아쉽고 아쉬웠다.
아마도 변하지는 않을거다.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기전에 마지막으로 들르는 곳은
여전히 서점일 것이고
비행기가 땅을 벗어나면
창문을 통해서 서서히 드러나는 하늘길을 보며 여전히 설랠거고,
골목골목을 목적없이 서성이는 것도 여전할거다.
눈에 담는 것,
눈에 담기는것들에
점점 더 많이 선량해진다.
본다는 것,
그건 느낀다는 것과 동의어다.
한때 제일 절망적인게 시력을 잃는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오르한 파묵의 <내 이름은 빨강>을 읽으면서 그렇치 않다는 걸 알았다.
그래, 볼 수 없다는 건 확실히 치명적이긴 하다.
그러나 그리웠던 건 한 번이라도 봤다면
그걸 기억하면서 마음 안에서 두고두고 꺼내볼 수 있다.
사람은,
사랑때문에, 사람때문에 살 수도 있지만
기억때문에 살 수도 있다.
하여,
아무것도, 아무도 없는 나는
내 기억의 힘을 신앙처럼 굳게 믿는다.
그게 나를 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