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6. 11. 9. 08:32

<잃어버린 얼굴>

 

일시 : 2016.10.11. ~ 2016.10.23.

장소 :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극본,작사: 장성희

작곡, 편곡 : 민찬홍

각색,연출 : 이지나

안무 : 김혜림, 김소희

음악감독 : 양주인

출연 : 김선영 (명성황후) / 박영수, 이창엽 (고종) / 정원영, 김태훈 (휘) / 조풍래 (민영익), 금승훈 (대원군) 

        이혜수(선화), 김도빈(김옥균)외 서울예술단 단원

제작 : 서울예술단

 

차지연이 임신을 하면서 <잃어버린 얼굴 1895>에 살짝 긴장감이 돌았겠다 싶긴한데

그 자리를 채울 배우로 김선영과 조정은을 예상했다.

그러다 조정은의 차기작이 몬테크리스토라는 기사를 보고 김선영이 하겠구나 생각했는데 그대로 됐다.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여자 뮤지컬 배우라

출산으로 잠시 무대를 떠났던 김선영의 복귀가 반가웠다.

(이제나 저제나 기다렸었는데...)

 

가장 사랑받는 서울예술단 레파토리를 꼽으라면,

아마도 <바람의 나라>, <윤동주, 별을 쏘다>, <잃어버린 얼굴 1895> 이 세 작품이다.

그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건 역시 <바람의 나라>다.

(그 다음은 <윤동주...>고.)

예술단의 인기 레파토리에 김선영의 복귀까지 겹치면서 작품에 대한 기대감이 컸었다.

시간이 너무 지나버려 후기를 남기는게 좀 뻘쭘해졌지만

여왕의 복귀는 아름다웠다.

차지연은 내적 외적으로 다 강해서 고종이 의도치않는 병풍이 되버렸는데

김선영는 고종이 눈에 들어오게 하는 명성황후였다.

차지연이 소나무 같았다면 김선영은 대나무 같았다.

그야말로 대쪽같은 느낌.

예전부터 나는 김선영 특유의 절제가 참 좋았다.

김선영의 명성황후에서도 그게 느껴져서 좋았다.

(빨리 다른 작품에서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하며...)

 

선화역이 김건혜가 아니라 살짝 실망했었는데

신예 이혜수가 그 불안감을 충분히 종식시켜줬고

고미경, 금승훈이 든든히 받쳐주니 전체적인 무게감도 좋았다.

휘는 고민하다  김태훈으로 선택했는데 실패였다.

목소리톤을 너무 과하게 깔아서 휘가 왕인줄 ㅠ.ㅠ

 

너무 늦은 후기라 코멘트를 남길까 말까 고민했는데

작품과 상관없이 작품 속 대원군의 대사 때문에 쓰기로 결정했다.

"권력놀음이 그렇게 재미지더냐?"

 

그러게요.

이성과 기본을 내버릴만큼 재미진 모양입니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6. 10. 31. 08:35

 

<블랙메리포핀스>

 

일시 : 2016.10.11. ~ 2017.01.01.

장소 : 대학로 TOM 1관

대본, 작사, 작곡, 연출 : 서윤미

음악감독, 편곡 : 김은영

안무 : 안영준

출연 : 이경수, 에녹, 김도빈 (한스) / 전성우, 강영석 (헤르만) / 송상은, 안은진, 이지수 (안나)

        이승원, 박정원 (요나스) / 김경화, 전혜선 (메리)

제작 : 아시아브릿지컨텐츠(주)

 

집단 최면을 통한 조직적이고 확고한 인간 기억의 조작.

그리고 그 조작을 통해 이루고자했던 인간의 무의식 지배와 통제.
세계대전 당시 실제 독일에서는 이런 일들이 비밀스럽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자신만이 순수하고 우수한 혈통이라는 믿었던 그들의 오만은

인류사의 씻을 수 없는 오명과 비극을 남겼다

하지만!

어떤 순간에서도 저항은 여전히 살아있다.

기억을 지우려는 사람과 어떻게든 기억을 되살려 진실을 찾겠노라는 사람.

봉인던 기억은 서서히 실체를 드러낸다.

진실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2년 만에 다시 돌아온 <블랙메리포핀스>는

같은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완벽하게 달라져있었다.

2012년 초연부터 2014년 공연까지는 변호사 한스가 이야기를 끌고갔는데

이번에는 화가 헤르만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세상에나, 시점을 확 바꿔버리다니...

도대체 이 획기적인 전개는 누구의 머릿속에서 처음 시작됐을까?

만약 이 모든게 초연때부터 이미 기획된거였라면...

대단하다고 아낌없이 박수를 보내고 싶다.

개인적으론 한스의 시점에 더 좋긴 하지만 헤르만의 시점 역시도  그 나름의 매력을 갖는다.

처음 장면에서 헤르만이 너무 다크해서 다른 인물처럼 느껴지기도 했지만

인터뷰를 차용한 "독백"이었다는걸 생각하면 납득이 된다.

(그런데 헤르만을 인터뷰 하던 여자의 목소리는 확실히 문제가 있다. 너무 섹시하고 끼를 부리는 느낌이라...)

 

헤르만 전성우, 안나 송상은은 초연때부터 계속 참여한 배우들이라

연기적으로도, 감정적으로도 아주 정적이고 탄탄했다.

한스역의 에녹은 넘버은 훌륭했는데 대사할때 ㅈ, ㅊ 발음이 자꾸 귀에 거슬린다.

긴 대사에서는 뒤로 갈수록 감정이 빠져나가 마치 성실한 낭독자처럼 느껴졌다.

요나스 이승원은 막내라고 하기에는 너무 나이가 들어보여 억지스런 느낌이 들었다.

개인적으론 보는 내내 최성원의 요나스를 그리워했다.

(급작스런 발병과 싸우고 있는 최성원 배우의 완쾌를 빌며...) 

메리 김정화는 처음 본 배우였는데

지금껏 본 메리 중에서 감정적으로 가장 모성애가 강해서

메리의 아픔과 절망, 후회의 감정 전달이 잘됐다.

 

기본이 탄탄한 작품은

시점이 바뀌어도, 배우들이 달라져도 여전히 좋은 작품이다.

다른 주인공들의 시점으로 전개되는 버전이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시점의 변환은 확실히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시도해볼만한 도전이었다.

(개인적으론 메리의 시점도 궁금하다... 안나나 요나스 버전까지는 안나올 것 같고...)

한국창작뮤지컬의 힘.

이 작품이 그 가능성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시켜주지 않을까 확신한다.

멋졌고, 멋지고, 앞으로도 계속 멋질 블랙메리포핀스.

 

* 문득 메리의 대사가 떠오른다.

  "권력이라는게 얼마나 치밀해야 유지될 수 있는지 너도 잘 알지 않니?"

  망할 놈의 권력,

  그게 항상 문제다.

  세계대전 당시 독일도, 지금의 대한민국도.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6. 10. 26. 08:13

Jtbc와 손석희.

지금 대한민국 최순실게이트의 진실을 이끌고 있는 중심축이다.

이게 나라인가, 이런 사람이 정말 대통령이 맞나 개탄하며 절망하다가도

Jtbc와 손석희의 진실파헤치기에 실날같은 숨골이 열린다.

대국민사과까지 한 대통령은,

지금 어떤 심정일까?

죽고 싶을만큼 부끄러울까?

아니면 분노하고 있을까?

 

하야. 탄핵.

무시무시한 단어들이 난무하지만

이것조차도 부족하다 느끼는건 비단 나뿐만은 아닐거다.

18대 대통령으로 박근혜를 선택한 사람들은...

얼마나 후회스러울까?

박근혜에게 투표하지 않은 나조차도 이렇게 가슴팍을 치며 후회하고 있는데.

 

 

24일 뉴스 보도 후 손석희가 Jtbc 사내에 올린 글이란다.

"겸손하고 자중하고 또 겸손하고 자중합시다"라는 당부의 말은

우리나라 정치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말인것 같다.

모든 언론매체가 Jtbc의 보도 내용을 그대로 이어받아 보도하고 있는 지금.

손석희와 Jtbc의 어깨가 무겁다.

하지만 믿는다.

더 정직하고 확실한 정보들을 국민에게 공개해 주리라는걸.

뉴스를 시간 맞춰 챙겨본 적도 거의 없지만

뉴스를 이렇게 기다려본건 낸생 처음이다.

 

이 어이없는 현실을,

이제는 나도 좀 알아야겠다.

아니 완강하게 지켜봐야겠다.

 

오늘 저녁 Jtbc 뉴스룸에선 어떤 진실이 공개될까 ???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6. 10. 25. 08:13

 

<Gone Tomarrow>

 

일시 : 2016.09.13. ~ 2016.10.23.

장소 : 광림아트센터 BBCH홀

원작 : 오태석 "도라지"

각색, 연출 : 이지나

작곡 : 최종윤 / 편곡, 음악슈퍼바이저 : 김성수

음악감독 : 이정현

안무 : 심새인

출연 : 강필석, 임병근, 이동하 (김옥균) / 김재범, 김무열, 이율 (홍종우) / 김민종, 조순창, 박영수 (고종)

        김법래, 임별 (이완 총리) / 김수로, 강성진 (와다), 이시후(종윤) 외

제작 : 아시아브릿지컨텐츠(주), PAGE 1

 

두번째 보니까... 이 작품 참 처절하다.

스토리가 주는 비장미도 있지만 음악과 가사가 주는 처절함이 참 아프고 먹먹하다.

특히나 비선신세에 의해 어이없게 우롱당한 현 시점에서는 더욱 더.

어제 Jtbx 뉴스를 보면서 할 말이 없더라.

우리 나라가 이런 나라였구나...

작품 속 픽션의 세상보다 더 픽션같은 현실 앞에서 막막함과 처절함조차 사치가 됐다.

이게 정말 나라가 맞나 싶다가도

대한민국의 현주소가 이렇구나 실감하니 끝없이 부끄럽고 창피하다.

그래서일까? 이 작품의 대사와 노랫말이 내내 머릿속에 맴돈다.

 

극 속에서 홍종우는 김옥균에게 묻는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나라, 정녕 우리는 그곳에 갈 수 없단 말입니까?"

눈 앞에 죽음을 앞둔 김옥균은 답한다.

"우리는 언젠가 그곳에 꼭 가게 될걸세."

그리고 이어 말한다.

"나를 죽여 너는 살거라! 나 또한 너로 인해 다시 살리라!"

김옥균과 홍종우가  꿈꾸었던 나라를...

지금의 우리는 갈 수도, 꿈꿀 수도 없게 됐다.

너를 죽여서 내가 살겠다는 사람들로 가득한 무한이기주의 정치판 때문에...

세상 끝에 서있으니 길이 보이지 않는다.

그렇더라도 다른 길을 찾아 가야만 한다고 말해 줄 수 있는 이...

우리에겐 없다.

우리는 그 나라에 결코 갈 수 없다.

갈 수 없는 나라...

 

오늘은 없다. 내 기억에!

내일은 없다. 내 심장에!

다 타버리니 재가 되어 사라져간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6. 10. 17. 08:55

 

<See What I Wanna See>

 

일시 : 2016.09.27. ~ 2016.11.20.

장소 : 홍익대 대학로아트센터 소극장

원작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작사, 작곡 : 미이클 존 라키우사 (Michael John Lachiusa)

연출 : 김민정

음악감독 : 이나영

출연 : 문혜원, 유리아 (케사&아내&여배우) / 최수형, 박인배 (모리토&남편&회계사)

        강필석, 이준혁 (경비원&신부) / 정상윤, 최재림, 백형훈 (강도&기자) / 조진아 (영매&이모)

제작 : 달 컴퍼니

 

2008년, 2016년 공연됐을때 다 놓치고 이제서야 겨우 봤다.

<See Waht I Wanna See>

제목에서부터 느껴지는 강한 비밀스러움과 자기방어적인 뉘앙스가 사람을 확~~ 잡아 끈다.

실제로 공연장으로 들어갔더니 삼각형 무대부터 시선을 사로잡는다.

맞은편 객석은 거울을 마주하는 허상(착각)의 효과를 만들어내고

스피커에서는 정체 불명의 소리들이 계속해서 새어나온다.

오래된 관투껑이 천천히 열리는 소리,

가까웠다 점점 멀어지는 발소리,

칼집에서 뽑혀지는 잘벼른 칼이 내는 마찰음.

쇠를 벼르는 풀무질같을 소리.

그 소리들이 주는 기묘한 분위기가 극이 시작하기도 전에 사건의 발생을 암시한다.

제목도, 형식도, 무대도, 음악도, 심지어 배우들의 연기까지도 다 낯설다.

그런데 그게 또 균형이 잘 잡힌 낯섬이라 아주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특히 불협화음의 끝판을 보는 듯한 음악은 정확히 내 취향을 저격한다.

(이건 손드하임의 "스위니토드" 한 수 위지 싶다.)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가 참 좋다.

특히 내가 본 조합은 배우들의 목소리톤이 다 달라서 거기서 오는 삐걱임과 조화도 참 좋았다.

(오랫만에 박인배 배우를  본 건 더 좋았고!) 

하나부터 열까지 보는 사람을 두루두루 불편하게 만드는 기묘한 작품.

 

이 작품 덕분에 지금까지 한 번도 본 적 없던 일본 영화까지 봤다.

오래된 흑백 고전 <라쇼몽>을 찾아서까지 봤으니 개인적으론 꽤 이례적인 일이었다.

사실 류노스케의 명성도, 흑백 영화 <라쇼몽>의  명성도 진작부터 알긴 했는데

찾아서 보진 않았었는데 영화를 보니 아주 잘 만든 작품이라는게 실감됐다.

(아무래도 조만간 원작 단편까지 읽게 될 것 같다)

사람들은 그렇다.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봤던 것에 자신의 주관적인 견해라는 일차적 왜곡된 담아 기억 속에 저장한다.

하긴 왜곡과 뒷담화가 없다면 예술ㄷ호 과학도 발전하지 못했을거라니

왜곡된 기억을 탓하기도 뭣하긴 하다.

어찌됐든!

이 작품은 진실과 거짓 그리고 그 중간에 놓인 시선에 관한 작품이다.

네 명의 등장인물들 시선에 따라 같은 사건이 몇 번씩이나 재연되지만

네 명이 같은 사건을 이야기하는게 정말 맞나 싶을 정도로 다 다르다.

케사와 모리토 막간극도, 1막 ㄹ쇼몽도, 2막 영광의 날도 모두!

그렇다면,

"진실"은 정말 무었일까?

아니, "진실"이라는게 중요하긴 한가?

"진실"이라는게 필요하긴 한가?

질문에 대한 답은...

안타깝게도 없다.

그게 이 세 편의 이야기의 정답이고, 이 작품의 정답이다.

 

그게 내가 본 진실의 전부고, 내가 보고 싶은 진실의 전부다.

See What I Wanna See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6. 9. 29. 09:36

 

<로베르토 쥬코>

 

일시 : 2016.09.23. ~ 2016.10.18.

장소 : 명동예술극장

극작 : 베르나르 마리 콜테스

번역 : 유효숙

연출 : 장 랑베르 빌드, 로랑조 말라게라

출연 : 백석광, 김정호, 문경희, 김정은, 김정환, 심완준, 김수연, 황선화, 우정원, 안병찬

제작 : 국립극장

 

실제 있었던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고 했나?

"로베르토 쥬코"는 35년 전 유럽 사회를 충격으로 몰아넣은 연쇄살인마에 대한 이야기다.

베르나르 마리 콜레스가 거리에 붙은 지명수배자 "로베르토 쥬코"의 사진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고.

실제 그의 연쇄살인 행각이 이 작품 속에 반영이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글쎄... 이 이야기는 그리 충격적이지도, 잔인하지도 않다.

혹시 초연인가 싶어 찾아봤더니

2010년에 삼일로 창고극장에서,

2012년에는 동숭아트센터 소극장에서 두 번 공연이 됐었다.

두 번의 공연땐 어떤 분위기였을까 궁금해졌다.

이번 시즌엔 두 명의 외국인 연출이 공동 연출을 했는데

원작에 담겨있는 광기, 폭력, 비극 뿐 아니라 유머, 부드러운, 경쾌함까지 함께 보여주고 싶었단다.

그런데 나는 연극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기묘한 유머러스라고...

 

난해한건 아닌데 참 여러 의미로 불친절하다.

개인적으론 쥬코의 살인행각을 더 디테일하고 잔인하게 표현했으면 좋았겠다 싶다.

내가 이상한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

연출가가 말한 그 "광기"라는게 도무지 느껴지지 않았다.

쥬코가 왜 부모를 살해했고,

왜 탈옥을 했고,

왜 사람들을 죽였는지에 대해서 이 작품은 전혀 말해주지 않는다.

그렇다고 상상의 여지를 주는 것도 아니다.

묻지마 살인이라고 뭉둥그리기에는 확실히 뭔가 부족하다.

그래선가?

쥬코 이외의 인물들에게 이름조차 부여되지 않은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우들의 연기는 불꽃이 튄다.

그래서 작품에 대한 불친절조차도 그런 배우들의 연기로 이해가 되고 납득이 된다.

일곱개의 문과 바닥에 수북하게 쌓인 검은 종이들도 인상적이다.

따버린 잿더미를 떠올리게 하ㄴ는 종이는 황폐한 세상과 인간관계를, 

일곱 개의 문이 일제히 쓰러지는 마지막 장면은 텅 빈 종말, 소멸이 느껴졌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견해...)

인간이란 존재는 혼자 살 수 없는 사회적 동물이라지만

누구에게도, 어디에서도 이해받지 못한다면?

 

익명(匿名)으로의 도피.

이름이 불려지는 순간부터

모든 갈등을 시작된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6. 9. 28. 08:31

 

<도리안 그레이>

 

일시 : 2016.09.03. ~ 2016.10.29.

장소 :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원작 : 오스카 와일드 <Dorian Gray>

극작 : 조용신

작곡 : 김문정

각색, 가사 연출 : 이지나

음악감독 ; 구민경

출연 : 김준수(도리안 그레이), 박은태(헨리 워튼), 최재웅(배질 홀워드), 홍서영(시빌 베인), 김태한, 구원영 외 ,

제작 : 씨제스컬쳐

 

무려 성남까지 가서 뮤지컬 <도리안 그레이>를 봤다.

작품의 완성도와 재미를 떠나서... 성남까지 가서 밤 늦게 되돌아오는 일이 너무 힘들었다.

(그러게, 누가 시킨 것도 아니면서...)

그래도 봤으니 간단하게 코멘트를 남기면,

일단 음악이 너무 좋다.

<도리안 그레이>는 음악감독으로 유명한 김문정이 작곡자로서 전면에 나선 첫작품인데

공개된 노래들도 좋았지만 전체적인 음악이 정말 다 좋더라.

이지나 연출의 가사도 좋았고

배우들과의 음색과도 너무 잘 맞아떨어져서 귀가 즐거웠다.

(여기에 성남 음향만 좋았다면 환상적이었을텐데 아쉽다)

배우들의 연기는,

박은태 헨리와 최재웅 배질은 탁월했다.

문제는 김준수 도리안...

연기 자체와 넘버는 좋았다, 아니 오히려 예전의 작품보다 좋았다.

그런데 대사톤... 이건 확실히 문제다.

개인적으론 1막에서는 미소년의 이미지를 기대했는데 체감되는 느낌은 게이스럽다는거.

대사도 자연스럽지가 않고 오래전 변사의 과장된 톤이라 거슬렸다.

대사톤과 노래부를 때의 톤이 너무 달라서 거기서 오는 부조화때문에 혼란스러웠다.

게다가 의상과 신발가지도 다른 사람들과 달라서 동떨어진다는 느낌도 들더라.

쇼팽의 녹턴에 맞춰 등장하는 장면은 미학적이기라기 보다는 너무 웃겨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예전 게그콘서트의 리마리오가 생각나서.... 나만 그랬던거니???)

이렇게 써놓고 심히 걱정된다.

예전에 임태경 공연을 보고 개인적인 아쉬움을 블로그에 썼는데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임태경 팬들이 들어와서 질타성 발언들을 남긴다.

원채 나란 인간이 답글을 전혀 안쓰는 폐쇄적인 블로거라 별신경 안쓰지만

가끔 어이없는 비난의 글을 보면 이렇게 말하고 싶어진다.

"왜 남의 블로그에 들어와서 지랄들이세요? 찬양은 늬들이나 알아서 열성적으로 하세요!"... 라고.

1막 마지막 장면에 대해서는 김준수 콘서트 같다는 말도 많던데

본격적인 타락과 쾌락의 길로 향하는 도리안을 과하긴 했지만 잘 표현해서 개인적으론 나쁘지 않았다.

(액팅이 도리안스러운게 아니라 김준수스러웠다는건 인정!)

넘버도 대놓고 "Aganst Nature" 니 더 파격적이고 강렬하고 과장했어도 충분히 괜찮았을것 같다.

 

그러나!

김준수를 전면으로 내세운 이 작품에서,

내게 경이에 가까운 강렬함을 안긴건 헨리 워튼의 박은태였다.

연기, 노래, 표정, 대사톤 모두 다 풍부해서 보는 내내 감탄을 연발했다.

1막에서 최재웅 배질과의 도덕주의 대 쾌락주의 논쟁은 다시 한 번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고

도리안을 향해서 매번 미묘하게 다르게 웃던 얼굴의 미소 역시 압권이었다.

강력한 주술사같기도 했고 확고한 창조자 같기도 했다.

박은태는 헨리의 첫넘버 "Who is Dorian"부터 감탄하게 만들었는데

이건 그저 시작에 불과했다.

이 작품에 대한 내 솔직한 심정은 <도리안 그레이>가 아니라 <헨리 위튼>이었다.

보는 내내 혼자 속으로 계속 그랬다.

박은태 완전 미쳤네, 미쳤어!

 

아, 그리고 감탄을 자아냈던거 또 하나!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화.

김준수 팬도 아닌데 소장욕구 마구마구 불러일으키더라.

초상화만 보면 오스카 와일드도 놀라서 무덤에서 벌떡 일어나지 않을까 싶었다.

마지막에 이 초상화가 망가지는걸 보고 누군가는 그러더라.

그럴거면 나 주지!... 라고 ^^

그야말로 "Beautiful world"

이거 굿즈로 판매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는데 실제로 판매중일지도 모르겠다.

(만약 그렇다면 전세계 김준수 팬덤들이 무서운 속도로 싹쓸이를 했을테지만.)

 

성남만 아니라면 박은태 헨리 때문에 한 번쯤 더 보고 싶긴 한데

어찌해야 할지 좀 고민이 된다.

10월 중순에 2층 맨 앞 줄 한가운데 좌석을 예매한 상태이긴 한데...

이걸 놓을까? 말까?

 

 

* 뮤지컬을 보면서 무대 영상으로 나왔던 체코의 플로스코비체에 가보고 싶어졌다.

   내년 10월에 체코와 오스트리아를 여행힐까 생각 중인데

   프라하에서 플로스코비체 가는 방법도 한 번 찾아봐야 겠다.

   편집된 영상이라 실제 모습과는 많이 다를라나???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6. 9. 27. 08:14

 

<Closer>

 

일시 : 2016.09.06. ~ 2016.11.13.

장소 : 예그린씨어터

극작 : 패트릭 마버

연출 : 노덕

출연 : 박소담, 이지혜 (앨리스) / 이동하, 박은석, 김선호(댄)

        김소진, 송유현 (안나) / 배성우, 김준원, 서현우 (래리)

제작 : (주)악어컴퍼니

 

2010, 2013, 2016년.

이렇게 세 번 연극 <클로져>를 봤다.

2010은 문근영, 이재호, 배성우, 진경 캐스팅이었고

2013년은 이윤지, 신성록, 김영필, 차수연,

2016년은 박소담, 박은석, 송유현, 김준원 캐스팅이으로 관람했다.

그러고보니 공교롭게도 앨리스는 소위 말하는 핫한 여자 탈렌트들이었다.

그 중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앨리스는 2013년의 이윤지다.

(댄은 박은석, 래리는 김영필, 배성우 다 좋았고 안나는 차수연 ^^)

재미있는건,

이 연극은 나이가 먹을수록, 시간이 더 지날수록 명확하게 다가오는 작품이라는 거다.

처음봤을땐 노골적이고 직접적인 대사에 눈살을 찌푸리기도 했었는데

지금은 많이 무감해졌다.

그건 이 작품에 익숙해져서야 아니라,

사랑이라는게 뭐 그리 대단한게 아니라는걸 다 알아버렸기 때문이지 싶다.

"안녕... 낯선 사람..."

말줄임표에 들어갈 문장부호가 물음표든 느낌표든 전혀 중요하지가 않다.

순간이 영원일 수 있고,

영원이 순간일 수 있다는걸 이제는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낯선 사람들이 아니라 서툰 사람들의 이야기.

심지어 무대 위에 보여지는 모습도 사랑을 만들어가는 행복한 시간보다

치졸하고 너저분하게 헤어지는 시간들이 대부분이다.

사랑이라는게,

사실은 상대방에게 지워낼 수 없는 스크레치를 남기기 위한 고분분투인지도 모르겠다.

불완전한 인간이기 때문일까?

흘러갈 순간을 진실이라고 믿고 간절해지는 이유.

새로운 사랑 앞에서 지금까지의 사랑을 끝내려는 사람 .

참 남루하고 구차하다.

댄도, 랠리도, 안나도, 앨리스도 참 못나고 불완전한 인간이다.

 

온전히 가까워질 수 없는 낯선 사람들.

연인(戀人)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6. 9. 26. 09:25

 

<Gone Tomorrow>

 

일시 : 2016.09.13. ~ 2016.10.23.

장소 :광림아트센터 BBCH홀

원작 : 오태석 "도라지"

각색, 연출 : 이지나

작곡 : 최종윤 / 편곡, 음악슈퍼바이저 : 김성수

음악감독 : 이정현

안무 : 심새인

출연 : 강필석, 임병근, 이동하 (김옥균) / 김재범, 김무열, 이율 (홍종우) / 김민종, 조순창, 박영수 (고종)

        김법래, 임별 (이완 총리) / 김수로, 강성진 (와다), 이시후(종윤) 외

제작 : 아시아브릿지컨텐츠(주), PAGE 1

 

김수로 프로젝트 19번재 작품 <곤 투머로우>

확실히 이지나 작품 답다.

새롭기도 하고 역시나 그녀가 연출했던 과거의 작품들이 줄줄히 떠오르기도 한다.

내가 생각하는 이지나 연출의 가장 큰 강점은,

배우를 선별하는 능력이다.

사단까지는 아니지만 편애하는(?) 배우들이 확실하고

그 편애하는 배우들을 작품의 적재적소 배역에 잘 배치한다.

특히 이 작품의 경우,

이지나 편애배우와 김수로 프로젝트 배우진이 별 차이가 없어 고민은 전혀 없었겠다 싶다.

실제로 김민종과 김무열을 제외하면 출연 배우에 대한 걱정은 내려놔도 될 정도다.

 

작품은,

일단은 잘 만들었다.

느와르 판타지 역사극이라는 정체불명의 장르까지는 모르겠고,

영화적인 기법을 나름대로 무대 위로 잘 구현시켰다.

특히 영상과 조명, 배우 액팅이 매우 인상적이다.

1막에서 민요 "도라지"의 편곡과, 

(영상은 좀...)

2막에 액션 장면을 슬로우 모션 효과는 압권이다.

지금까지 내가 무대에서 본 액션중 가장 버라이어티하고 역동적이었다.

홍종구를 맡은 배우와 앙상블이 정확하게 움직이지 않으면 부상으로 이어질것 같아 걱정스럽더라.

이날 홍종구 이율은 그야말로 열일했다.

후반부로 갈수록 나 역시도 홍종구의 감정에 몰입이 돼 너무 비참하고 가슴아팠다.

"그 나라는 결코 갈 수 없는 나라입니까?"

홍종구의 대사는 지금 우리에게도 꼭 필요한 질문이자 절규라서 더 그랬다.

김옥균의 대사 역시도...

"그 나라에 가는 사람이 내가 아니면 어떤가! 자네가 아니면 또 어떤가!"

 

갈 수 없는 나라를 꿈꾸는 사람들.

내가 아니라도 다음 사람들이 갈 수 있게 자신의 삶을 기꺼이 내놓는 사람들.

이지나 연출은,

이 작품을 통해 나라가 불행하면 인간이 얼마나 희생당할 수 있는가에 대해 말하고 싶었단다.

"행동"하는 지식인이라는 명제.

참 버겁고 막막하다.

지식인이 되는 것도 힘든데 행동하는 지식인이라니...

그런데 그 나라에 가는 사람이 ... 과연 있기는 할까?

갈 수 없는(gone) 나라(tomorrow).

그게 내 심장을 움켜쥔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6. 9. 19. 08:32

 

<그날들>

 

일시 : 2016.08.25. ~ 2016.11.03.

장소 :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대본. 연출 : 장유정

편곡, 음악감독 : 장소용

안무감독 : 신선호

무술감독 : 서정주

출연 : 유준상, 이건명, 민영기, 오만석 (차정학) / 지창욱, 오종혁, 이홍기, 손승원 (박무영)

        김지현, 신고은 (그녀) / 서현철, 이정열 (운영관) / 김산호최지호 (대식) / 박정표, 정순원 (상구)

        이진희, 이봉련 (사서), 송상은, 이지민 (하나) / 문희라(수지) 외

제작 : (주)인사이트 엔터테인먼트 

 

8월 28일 이건명, 지창욱 페어로 보고 너무 좋아서 다른 캐스팅으로 재관람을 했다.

타임세일 50%로 3층에서.

개인적으론 첫번째 관람이 차정학도, 박무영도 더 좋았다.

오만석은 연기는 정말 좋은데 노래가 좀 불안했고

손승원은 노래는 좋은데 연기가 밀렸다.

오만석과 송승원의 연기 합 역시 뭔가가 살짝씩 어긋났고

듀엣곡에서는 둘의 목소리가 섞이지 않아 이질감이 느껴졌다.

실제적으로 이건명-지창욱이나 오만석-손승원의 나이 차는 서로 비슷한 정도인데

느껴지는 거리감은 참 많이 달랐다,

전자는 동료 느낌인데 후자는 선후배 느낌이 너무 강해서...

무영 역의 손승원이 그걸 과감하게 깨버려야 했었는데

아무래도 까마득한 무대 선배가 아직까지는 조심스러웠던 모양이다.

(그런 의미에서 배우로서 지창욱의 배짱은 참 기특하다)

"그녀"로 새롭게 합류한 신고은은 노래도 연기도 아직까지는 많이 미흡했고...

그래도 김광석의 노래는 역시나 너무 좋더라.

 

나이를 먹어서일까?,

김광석의 곡들이 점점 더 좋아진다... 라고 쓰고보니

어딘지 좀... 쓸쓸해진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