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3. 12. 20. 08:03

<Wicked>

일시 : 2013.11.22. ~ Open run

장소 : 샤롯데씨어터

작사, 작곡 : 스티븐 슈왈츠 (Stephen Schwartz)

극본 : 위니 홀즈맨 (Winnie Holzman) 

출연 : 옥주현, 박혜나 (엘파바) / 정선아, 김보경 (글린다)

        이지훈, 조상웅 (피에로) / 남경주, 이상준 (마법사)

        김영주 (마담 모리블), 김동현(보크), 이세은(네사로즈) 외

제작 : 롯데엔터테인먼트, (주)설앤컴퍼니, CJE&M(주)

 

확실히 나는 쇼뮤지컬이나 화려한 스케일을 자랑하는 뮤지컬에 그다지  

작년 내한공연 <Wicked>도 그랬고, 요즘 한창인 <고스트>나 <카르멘>도 그렇게 재미있고 좋긴 한데 "와~~~ 너무 좋아!" 까지는 아닐 걸 보니..

개인적으론 동물이 무대 위를 뛰어다니는 걸 실어해서 <라이온킹>이나 <캣츠>도 안봤었고 그런 이유로 2막 내내 쥐들이 득실(?)거렸던 <피맛골연가>를 보면서도 기겁을 했었다.

라이선스로 <Wicked> 올려진다는 소식을 듣고 보게 될까 했었는데 결국 이렇게 보긴 하는구나.

한번의 관람으로 끝낼 생각이라 캐스팅에 신중을 기해야 했다.

가장 고민을 많이 하게 만든 배역은 어이 없게도 마법사였다.

<레미제라블> 때문에 피에로도 살짝 고민했고...

 

어쨌든 보고 난 소감은 개인적으론 내한공연보다 좋았다.

정선아 글린다는 말할 필요도 없었고

개인적으론 엘파바 옥주현이 의외였다.

이쁜척하는 엘파바를 보겠구나 생각했는데 이뻐보이는 걸 완전히 포기했더라.

게다가 일부러 그랬는지 입모양과 표정까지도 흉칙(?)하게 표현하고

넘버 가사를 진심으로 부르더라.

엘파바라는 되기 위해 자신을 버리기도 작정한 모양이다.

늘 예쁜 역할 전담이었던 옥주현도 이런 연기를 할 수 있구나 싶어 놀랐다.

정말 배우가 다 됐구나 싶었다.

소리가 좀 막혀있는 느낌이긴 했지만 눈물을 흘리면서 넘버를 부르는 모습을 보니

내용과 별개로 참 감동적이었다.

이제 그녀를 뮤지컬 배우로서 완전히 인정할 수밖에 없겠다!

 

개인적으로 모리블 총장 김영주의 연기가 가장 좋았다.

그 연기와 발성, 표정이라니... 와우!

지금 대한민국 뮤지컬계는 3명의 "영주"가 그야말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고 있는 중이다.

<고스트>의 정영주,

<맨 오브 라만차>의 서영주,

그리고 <위키드>의 김영주까지!

이 세 "영주"들은 노래도, 연기도, 딕션도 다 출중하다.

어느 작품이든 감초역할을 톡톡히 해내 주연 못지 않은 찬사와 갈채를 받고 있는 보석같은 배우들.

아마도 이 세 뮤배들의 전성기는 한동안 계속 이어지지 않을가 싶다.

마법사 역의 남경주는 <라카지> 이후 내가 본 남경주 작품 중에서 가장 괜찮았고

(뭐 비중도 크지 않고 노래도 얼마 없긴 했지만..)

조상웅은 역시나 좀 아쉽다.

계속 "마리오"의 이미지가 떠나지 않고

특히 옥주현과의 듀엣은 발란스가 너무 틀어지는 것 같고.

노래보다는 대사와 연기할 때가 훨씬 좋았다.

(목소리는 정말 좋던데...)

정선아와 옥주현의 합이 정말이지 아주 환상적이더라.

마치 한창 연예중인 사람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

둘의 조합은 확실히 시너지효과가 있다.

3월 이후에 옥주현이 빠진다는 카더라 통신이 있던데

과연 정선아 글린다가 새로운 엘파바와 어떤 호흡을 보여줄지 살짝 궁금해진다.

엘피에 김선영의 오르내리던데 만약 그렇게 된다면 한번쯤 다시 볼 수도 있겠다.

그런데 최현주 글린다는 카더라로 끝나는 건가...

김선영 엘피에 최현주 글린다면 망설이지 않을 것 같은데!

 

몰랐던 사실인데,

<위키드>를 보면서 알았다.

내가 초록색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3시간 동안 번쩍번쩍한 초록 세상에 있다보니 눈이 너무 피로했다.

오래 감당하기에 참 힘든 색이더라.

 

 

  

               Wicked OST

 

1. No One Mourns The Wicked (약한 자, 넌 위키드)

2. Dear Old Shiz (우리의 모교 쉬즈)

3. The Wizard and I (마법사와 나)

4. What is this Feeling? (이 낯선 느낌)

5. Something Bad (불길한 그림자)

6. Dancing throught Life (춤추듯 인생을)

7. Popular (파풀러)

8. I'm Not That Cirl (그 소녀는 내가 아냐)

9. One Short Day (단 하루)

10. A Sentimental Man (센티멘탈 맨)

11. Defying Gravity (중력을 벗어나)

 

12. No One Mourns the Wicked (Reprise)

13. Thank Goodness (감사해)

14. The Wicked Witch of the Ezst (동쪽의 나쁜 마녀)

15. Wonderful (원더풀)

16. I'm Not that Girl (Reprise)

17. As Long as You're Mine (나를 놓치마)

18. No Good Deed (비극의 시작)

19. March of the Witch Hunters (마녀 사냥)

20. For Good (널 만났기에)

21. Finale (피날레)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12. 19. 08:38

<December>

일시 : 2013.12.16. ~ 2014.01.29.

장소 :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대본 : 장진

연출 : 장진 

출연 : 김준수, 박건형 (지욱) / 오소연, 김예원 (이연/화이)

        박호산, 이창용, 이충주 (훈) / 김슬기, 조연진 (여일)

        임기홍, 김대종 (성태) / 송영창, 조원희 (아버지) / 홍륜희 외

제작 : (재)세종문화회관, NEW

 

원래 나는 티켓예매처에 후기나 이벤트 같은거 쓰는 타입이 전혀 아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작정하고 인터파크에 폭풍 후기를 남겼다.

이 작품...

정말 어마어마하다.

올해 최대의 문제작이자 대재앙이다.

솔직히 처음부터 기대라는 걸 안 하긴 했지만 그래도 이건 너무 심하다.

산만과 저급, 조잡과 추례함의 총재적 난국이다.

이쯤되면 이건 쓰나미급 재앙이다.

도대체 이 따위로 만든 작품을 당당히 무대에 올린 몰염치는 어디서부터 비롯된걸까?

장진의 자만심과 허영심?

아니면 김준수 등에 옆혀 가려는 안일함?

물론 아무리 관람평이 형편없어도 끝까지 티켓을 불니나게 팔릴거고 손익분기점도 당연히 넘길거다.

내용과 상관없이 우리 오퐈가 나오니까 무조건 봐줘야 하는 김준수 팬의 수는 또 어마무지하니까.

(이 대목에서 더블인 박건영이 상당히, 심각하게 걱정된다.)

김광석 탄생 50주년 기념작이라는데

진심으로 김광석에서 미안했다.

몰랐다.

김광석의 노래를 이렇게 저급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걸...

 

3시간이 넘는 런닝타임은(1막 90분에 인터미션 20분, 2막 80분) 그야말로 고문이었다.

눈을 감고 귀를 막어버린 장면들이 어찌나 많았는지...

제발 생각 좀 하고 만들지 어쩌자고 이 지경으로 작품을 만들어서 무대에 올렸을까?

개인적으로 김준수 팬도 아니지만 김준수 아니면 어쩌려고 했는지 답이 전혀 안 나온다.
스토리, 무대, 셋트, 조명... 다 심하다.
B급 유머도 아니고 중간중간 개그도 아니고 슬램스틱도 아닌 것들의 난발...
이게 장진식 유머라고?
그거 전혀 안 통한다.

왠만하면 내 돈 내고 본 공연 나쁜 소리 정말 안하는데 이렇게까지 화가 나는 공연을 난생 처음이다.
솔직히 배경도 90년대는 정말 아니지 않나?

(나 90년대에 대학 다녔다. 과가 다르긴 했지만 심지어 장진이랑 같이 다녔다.)

새마을 운동 하던 때도 아니고...
<고스트>에 <아이다>에, <번지점프를 하다>에 여기저기 이미지 짜집기한 거 너무 티나고
그나마 김광석 노래를 한 곡이라도 제대로 들을 수 있었다면 참겠는데 그것도 아니다.

뭘 그렇게 이것 저것 섞어놨는지...
김광석 노래로 콜라보레이션이라도 하려 했던 건가?

결국엔 "디셈버" 외에는 단 한 곡도 기억에 남는 노래가 없다.
그 와중에 배우들은 연기를 제대로 해서 더 황당했고 진심으로 배우들이 불쌍했다.
이런 발연출을 연기로 커버하느라고 무지 애들을 쓰더라.

차리리 김준수 한 사람 세워놓고 김광석 헌정공연을 했더라면 갈채를 보냈을텐데...

전광판에 곡제목과 연도를 보여주는 것도 황당했다.

어차피 우리 오퐈를 보러 온 팬들은 그 곡이 무슨 곡인지 그다지 중요하지도 않을거고

김광석 팬들은 이미 제목뿐만 아니라 가사까지도 다 알텐데 쓸데없는데 친절했다.

거기에 신경 쓸 시간에 발연출을 해결을 하시지...

중간중간 이 전광판이 꽤 신경쓰이게 하더라.

<그날들>을 보면서도 좀 아쉬웠는데 이 작품(이걸 작품이라고 해도 되나???)을 보고 나니

<그날들>은 정말 엄청난 완성도를 보여준거다.

3시간 넘게 앉아 있다 나오니 심신이 완전이 녹초가 되버렸라.

아무리 좋게 생각하려고 해도 정말 답이 없다.

재앙도 이런 재앙이 없다.

 

김준수!

난 당신 팬은 아니지만 정말 애썼다

(진심으로 박수를 보낸다).

아마 다른 배우가 했다면  관객들 원성으로 불미스런 일이 벌어질 수도 있었겠다.

더불에 이 작품을 고사한 남자 뮤배들(류정한, 임태경, 홍광호)은 아주 현명한 선택을 한거다.

20대의 김준수가 40대를 연기하는 모습을 되다니....

(<천국의 계단>에서는 분장이라도 했지!)

게다가 40대의 뮤지컬 연출가와 20대 여배우가 사랑이라니...

이건 뭐 장진의 개인적인 로망인가????

안티를 부르는 소리긴 하겠지만

김준수는 장진 감독때문에 그야말로 제대로 똥밟았다.

장진은 정말 김준수에게 두고두고 미안해 해야겠다!

(나 개인적으로 장진 영화 매니아다...)

 

장진 감독님!

다시는 창작뮤지컬에 직접 연출하겠다는 생각 버리시고
제발 부탁이니 영화나 연극 연출에 전념하세요.
아니면 뮤지컬에 대해 기본부터 충실히 공부를 하시던가요.
본인의 연출력에 너무 자만하셨네요.
아무 많이, 대책없이 무례하셨습니다.
본인도 눈과 귀가 있다면 무슨 말인지 충분히 아시겠죠.
제가 다 부끄러워 몸둘 곳이 없네요!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12. 18. 08:28

<나쁜 자석>

일시 : 2013.12.06. ~ 2014.03.02.

장소 :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

대본 : 더글라스 맥스웰 (Douglas Maxwell)

각색, 가사, 연출 : 추민주

작곡, 음악감독 : 조윤정 

출연 : 김재범, 송용진 (고든) / 정문성, 이동하 (프레이저)

        김종구, 김대현 (폴) / 박정표, 이규형 (앨런)

제작 : 악어컴퍼니

 

세상엔 그런 사람들이 있다.

죽음같은 실종 혹은 실종같은 죽음을 겪어야만 하는 그런 사람.

그리고 그걸 기억속에 봉인한채 애써 외면해버리려는사람과 애써 추억이라고 포장하고 스스로 화해했노라 믿어 버리는 사람.

하지만 나는 안다.

이 모든 것들이 다 죄책감의 표현이라는 걸.

생각해보면 유년의 기억은 누구라도 "끼리끼리(낄낄이)"였다.

그건 친밀함과 어울림의 표현이기도 하지만

우리 끼리 외에 그 누구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강한 거부의 표현이기도 하다.

함께 있지만 수시로 부정당해야만 하는 사람.

그게 너무 치열해서 묵직한 통증이 되어버린 관계.

그래다 결국 봉인시켜 굳건히 닫아버리고 모르는 것처럼 외면하는 세계.

그러나...

봉인된 세계는 어느 날 아무런 예고도 없이 불시에 열린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한 편의 잔혹동화는 서서히 시작된다.

하늘정원의 세계도, 나쁜 자석의 세계도 결국은 모두 비극이다.

그러니 누구라도,

스스로의 유년과 절대로 화해하지 말지어다!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5~6년 전에 이 작품을 한 번 봤었다.

(처음엔 이 연극 제목도 <나쁜 자식>인 줄 알았더랬는데..)

사실 그때는 충분히 이해하지도 못했었고 그저 난해하고 충격적인 작품이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 관람에서는 배우들 섬뜩한 연기가 작품을 이해할 수 있게 이끌었다.

아주 끔직했다.

보는 내내 소름이 돋을 정도로.

김재범과 이규형은 그렇다고 치고

이동하와 김대현이 이렇게까지 연기를 잘하는 배우였었나?

4명의 배우 모두 무서운 집중력이고 놀라운 표현력이었다.

개인적으로 욕설이 난무하는 작품을 좋아하지 않는데

이번만은 꼭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만큼 배우들의 연기가 좋았다.

솔직히 무서울 정도다.

 

애초부터 존재하지않는 인물같았던 김재범 고든은

무대에 등장하지 않는 순간에조차 존재감이 느껴졌다.

허리를 잔뜩 숙이고 몸을 거의 접은 상태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김재범 고든은 무생물에 가까웠다.

한번도 웃지 않는 무생물같던 사람이 누군가에게 드디어 자신의 감정을 전달하기 시작했다면!

어쩌면...

처음부터 고든은 존재하지 않았던 건 건지도 모르겠다.

각자 다르게 만들어내고기억하는 각자의 고든만 있을 뿐.

고든과 프레이저 둘이 폐교에서 나뉜 대화는 그런 이유로 묵직하게 감겨온다.

"내가 죽으면 귀신이 돼서 돌아올께. 기다려줄래?"

프레이저는 몰랐을거다.

그 순간 자신도 모르게 고든과 하나가 되버렸다는 사실을...

순간 <식스센스>급의 서프펜스가 등골을 훓고 지나간다.

 

처음엔 고든만이 외로운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4명 모두 외롭고 지치고 힘든 사람이다.

친하다고 말은 하지만 서로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결코 단 한 명도 없다.

오히려 드러낼 수 없는 비밀이 밝혀질까봐 전전긍긍하는 사람들.

이제 겨우 29살에 불과한데

"우정"이라는 20년의 시간이 마치 그들의 한평생 같다.

그리고 29살의 그들의 청춘 역시도 모두 끝이 났다.

끝장을 보며 떠나버리는 3명의 친구들,

그러나 나는 그들에게 진심으로 말해주고 싶었다.

너희 탓이 아니라고.

너만 그런게 아니라고.

우리 모두 때로는 밀어내고 때로는 끌어당긴다고...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12. 17. 08:34

<Carmen>

일시 : 2013.12.03. ~ 2014.02.23.

장소 : LG 아트센터

대본 : 노먼 알렌

작곡 : 프랭크 와일드혼

작사 : 잭 머피

연출 : 김동연

음악감독 : 이나영

출연 : 바다, 차지연 (카르멘) / 류정한, 신성록 (호세)

        임혜영, 이정화 (카타리나) / 에녹, 최수형 (가르시아)

        이정열, 유보영, 태국희, 임재현, 최호중, 서경수 외

제작 : 오넬컴퍼니, (주)뮤지컬해븐

 

이 작품 참 기대했었다.

류정한과 차지연, 에녹의 출연 만으로도.

솔직히 말하면 배우 외에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갔다.

그야말로 백지 상태로 관람했는데 보는 내내 반복되는 데자뷰때문에 당황스러웠다.

<아이다>, <몬테크리스토>, <루돌프>, <J & H>, <스칼렛 핌퍼넬>에 심지어 <NDP>까지...

인터미션때 확인해봤더니 역시나 프랭크 와일드혼의 작품이다.

확실히 프랭크 와일드혼은 <J&H> 이상을 뛰어넘는 작품은 없는 것 같다.

계속 비슷한 뉘앙스를 풍기는 작품만 반복적으로 답보하고 있다는 느낌.

이 작품의 넘버나 인물의 엮힘과 무대 위 표현들이 자신의 전작들과 너무나 많이 겹쳐진다.

심지어 몇몇 곡은 <몬테크리스토>의 넘버를 그대로 가져다 쓴 것 같았다.

특히 가르시아의 곡은 리듬과 톤, 분위기가 "지옥송 2"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

(이런 것도 장르의 유사성이라고 해야하나?)

 

 

솔직히 말하면 작품에 대한 매력은 거의 없었다.

훨씬 더 관능적이고, 훨씬 더 유혹적이고, 훨씬 더 본능적이고, 훨씬 더 끈적하길 바랬는데

의외로 아주 평이하고 스토리나 장면에 대한 임펙트는 없었다.

무대와 의상은 도대체 지금이 어느 시대쯤인지 가늠할 수조차 없었고

캐릭터 역시도 참 중구난방으로 방대하고 모호해서 산만하기까지 했다.

제일 이해할 수 없었던 캐릭터는 예언자.

등퇴장을 비롯해서 분장과 의상, 노래, 연기가 다 의문투성이고 뜬금없다.

처음에는 집시무리의 한 명이라고 생각했는데 것도 아니고 일종의 독립군이시더라.

(예언자가 원래 독립군이긴 하지만... 아라비아나 이슬람권에서 넘어오신 분 같기고 하고...)

놀라운 마술과 화려한 서커스 퍼포먼스는...

태양의 서커스 카피 같았고 조금은 유치했다.

과도하게 길기도 하고...

에녹 가르시아 나오는 장면은 그래도 괜찮더라.

(아마 이것도 에녹이라는 배우의 역량이지 않았을까???)

개인적으론 작품 보다는 배우 개개인이 보여준 역량이 훨씬 더 매력적이었던 작품!

 

차지연은 정말 작정을 하고 작품에 올인한 모양이다.

성대가 좋은 편이 아닌 걸로 알고 있는데 저렇게 목을 써도 괜찮을까 걱정스럽다.

(<아이다>때도 한동안 목때문에 고생하지 않았나???)

개인적으로 차지연의 끈적거리는 보컬을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이 작품에서는 아주 딱 맞아 떨어져서 정말 듣기 좋더라.

첫 곡 "Every woman in the world"부터 귀를 확 끌어잡더니

"A woman like me"와 "If I could"에서 정점을 찍는다.

대체적으로 차지연은 듀엣보다는 솔로곡들이 늘 듣기 좋았는데 이 작품에서도 그랬다.

게다가 이상하게 류정한 호세와는 왠지 살짝씩 어긋나는 느낌이더라.

몇몇 장면들은 좀 더 무너지듯 불렀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긴 하지만

연기적인 면이나 감정면에서도 지금껏 본 차지연 작품 중에서 제일 좋았다.

체격때문에 집시가 아니라 전사 혹은 수장같은 느낌이 드는 건 아쉽지만 이건 뭐 어쩔 수 없는 거고...

그래도 에녹 가르시아와의 "You belong to me"는 정말 좋더라.

두 마리의 야수가 서로 으르렁거리는 느낌이랄까?

차지연의 액션이 다소 과하긴 했지만 아주 팽팽한 장면이었다.

 

류정한 호세.

이 작품에서 호세는 솔직히 "카르멘"의 배경일 뿐이다.

즉, 돋보이거나 과도한 집중을 받아서는 안되는 역할이 바로 호세다.

도대체 류정한 정도 되는 배우가 왜 배경같은 호세를 하는지 솔직히 이해가 안됐는데 이제는 좀 알겠다.

남자 주인공에 익숙한 류정한이라는 배우가

기꺼이 배경의 역할을 성실히, 그리고 열심히 수행하더라.

덕분에 "카르멘"이 더 돋보이고 자유로울 수 있었다.

차지연 카르멘과의 첫곡 "A woman like me"은 너무 날카로웠지만

다른 듀엣곡들과 대체적으로 괜찮았다.

특히 임혜영 카타리나와의 듀엣은 정말 사랑에 빠진 젊은 청년 같더다.

불혹의 나이를 지난 사람에게 청년의 모습이 보이다니...

게다가 서경수와 친구로 나와서 이건 좀 너무한다 싶었는데

무대 위에서 둘이 함께 나오는 장면을 실제로 보니 전혀 어색하지 않더라.

확실히 배우는 배우다.

 

에녹 가르시아와 임혜영 카타리나도 아주 좋았다.

그래도 이쯤되면 임혜영도 배우로서 변화라는 걸 해야 하는 건 아닐까?

이러다 혹시 여자 임태경이 되는건 아닌지 걱정스럽다.

에녹은 이제 뮤지컬 배우로서 어떤 역할을 맡겨도 다 소화할 수 있을 것 같다.

딕션과 표정, 넘버 소화력과 연기도 다 좋더라.

배우로서 재능도 많지만 노력도 참 많이 하는 사람같다.

점점 더 성량도 좋아지고 고음도 시원하고

체격 조건이 좋은 것도 배우로서는 큰 장점이다.

언젠가 "애녹"이 크게 사고 칠 작품이 나올 법도 한데...

배우로서의 가능성 끊임없이 증폭중인 "에녹"을 주목하자!

 

솔직히 작품에 대한 호불호는 아직까지 결정을 못내리겠다.

작품 자체는 별론데 배우들의 연기가 너무 좋아서...

주말에 바다 카르멘, 최수형 가르시아, 이정화 카타리나까지 보고 나면 어느정도 결정이 될 듯.

그러니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

 

* 그런데 작품 너무 길다.

   좀 과감하게 쳐냈으면...

 

 

 

 

Carmen OST

 

<ACT1>
1. 프롤로그(Prolog)
2. 운명의 바람(The Winds of Fate) - 예언가
3. 세상은 너의 것(The World Is Yours) - 멘도자 시장, 이네즈 고모, 컴퍼니
4. 단 하나의 기도(My Only Prayer) - 호세, 카타리나
5. 운명의 바람 Rep.(The Wind of Fate Repr.) - 예언가
6. 세상의 모든 여자(Every Woman In The World) - 카르멘, 컴퍼니
7. 나 같은 여자(A Woman Like Me) - 카르멘, 호세
7A. 너 같은 여자(Woman Like You) - 주니가 총경
8. 착한 잘못(While He’s Waiting) - 이네즈 고모
9. 품에 안겨(I Want You Tonight) - 호세, 카타리나
10. 여자답게(Walk Like a Woman) - 카르멘, 컴퍼니
11. 홀로 추는 춤(We All Dance Alone) - 카르멘
12. 그런 여자(A Woman Like That) - 호세, 파비오, 멘도자 시장, 주니가 총경
13. Viva! - 카르멘, 판초, 컴퍼니
14. 운명처럼(Meant to be) - 카르멘, 호세
15. 돌이킬 수 없는(No Turning Back) - 풀 컴퍼니

<ACT2>
16. 발리후!(Ballyhoo) - 판초, 컴퍼니
17. 너는 내가 지킨다(You Belong to Me) - 카르멘, 가르시아
18. 열쇠(The Key) - 멘도자 시장, 이네즈 고모
19. 다른 사람이 된 나(The Man I Have Become) - 호세
20. 그럴 수만 있다면(If I Could) - 카르멘
21. 성 테레사(Saint Theresa) - 카타리나
22. 이젠 알아(A Fool in Love) - 카르멘, 카타리나
23. 착한 잘못 Rep.(While He's Waiting-Repr.) - 이네즈 고모
24. 위대한 솜씨(발리후! Rep./Ballyhoo-Repr.) - 판초, 컴퍼니
25. 걱정 마(Be Afraid) - 가르시아
26. 피날레(운명의 바람/Finale) - 예언가
27. 한 번의 사랑 - 카르멘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12. 16. 09:05

<환상동화>

일시 : 2013.12.06. ~ 2013.12.15.

장소 : 대학로 예술극장 대극장

대본, 연출 : 김동연

작곡 : 이재원 

안무 : 송희진

출연 : 오용, 송재룡 (예술광대) / 최요한, 이현철, 이원 (사랑광대)

        이갑선, 최대훈, 홍승진 (전쟁광대) / 양잉꼬, 김채원 (마리)

        김호진, 이현배, 신성민 (한스)

제작 : 시인과 무사, (주)이다엔터테인먼트

 

<환상동화>가 벌써 10주년이 됐단다.

개인적으론 매번 공연될때마다 묘하게 관람이 어긋났던 작품 중 하나!

그래서 이번엔 아예 작정을 하고 예매를 일찍 예매를 했다.

10주년 기념 공연이라는 타이틀에 혹하기도 했지만

오용과 이갑선 배우를 한 무대에서 볼 수 있다는 매리트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연극 <환상동화>는

이야기 자체도 아주 독특하지만 그걸 표현하는 방식이 더 독특하고 신선하다.

지금이야 다양한 장르의 융합이라는 게 별 특별한 것도 아니지만

이걸 10년 전에 시도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전쟁, 사랑, 예술을 의미하는 스토리텔러 광대들.

세 명의 광대에 의해 시작되는 이야기 속의 이야기, 이야기 속의 이야기 그리고 또 이야기...

이야기의 가장 안쪽엔 한스와 마리가 있다.

전쟁 중에 청력을 잃어버린 피아니스트 한스와

시력을 잃어버린 무용수 마리.

세상이라는 건 그렇다.

단 한가지를 잃었을 뿐인데 그게 모든 것을 잃는 게 될 수도 있다.

마리와 한스처럼...

그러나 그 완벽한 절망 속에서도 "이야기"를 만들고 꿈꿀 수 있다면!

우리는 거짓말처럼 또 다시 살아낼 수 있다.

마리와 한스처럼...

 

인간은,

비명 속에서 태어나고 고통 속에서 살다 절망 속에서 죽어간단다.

누가 됐든 결국은 소멸과 파괴를 향해 기를 쓰고 달려가는 게 인간의 삶.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이기에

이 모든 절망을 딛고 또 악착같이 일어선다.

또 다시 살아내기 위해서...

외로움을 감추기 위해 책을 읽듯

공포와 절망 속에서 다시 일어서기 위해

인간은 이야기를 만든다.

그리고 그 이야기가 누군가에겐 희망으로, 위로로, 행복으로 다시 태어나게 되는지도...

 

기대했던 것보다 작품 자체는 살짝 지루했고 조금은 산만했다.

조명과 음향도 아쉬웠고...

그래도 광대 3인방의 연기는 역시나 좋더라.

특히 전쟁 광대 이갑선 배우의 딕션과 톤은 아주 환상적이었다.

앞으로 이갑선 배우의 작품은 일부러라도 찾아보게 될 듯.

작품보다 배우에 대한 여운이 훨씬 더 길고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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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후 끄적끄적2013. 12. 14. 07:59

2년 전에 이스탄불에 갔을때는 술탄아흐멧 게스트하우스에 머물렀는데

이번에는 궐하네 공원쪽에 숙소를 잡았다.

살짝 고민을 하긴 했지만 트램역으로 1정거장 차이고

궐히네 공원에서 술탄아흐멧까지 트램길을 따라 가는 길도 꽤 운치있어서 그냥 궐하네 공원쪽으로 정했다.

ILKAY라는 호텔이었는데

"꽃보다 누나"에 나온 숙소를 보니

내가 있었던 곳과 아주 가까운 곳인것 같아 무지 반갑더라.

그 골목들과 가게들, 그리고 쇼맨쉽 엄청났던 돈두르마 아스크림 아저씨와

화면에 자주 보이던 트램바이(Tramvay)까지.

재미있는 건,

이스탄불에 머무르는동안 늘 트램과 버스만 이용했다.

2년 전에도 그렇고 이번에도 그렇고 메트로는 한 번도 못탔다.

사실 처음 계획은 공항에서 숙소까지 메트로로 이동하는 거였는데

동생이 짐이랑 조카들때문에 힘들 것 같다고 해서 그냥 개인 픽업을 요청했다.

메트로에서 트램으로 갈아타고 숙소를 찾아가는걸 꼭 해보고 싶었는데...

(여행지 도착에 대한 개인적인 로망이라고 해두자!)

  

사실 이스탄불의 트램은

신시가지와 구시가지의 주요 관고아지까지 워낙 연결이 잘돼있어 지하철이 있다는 걸 까맣게 잊게 만든다.

그래선지 도로 위 지상철인 트램이

이스탄불에서 우리의 완벽한 이동수단 역할을 톡톡히 해줬다.

배차간격도 금방이라 오래 기다리지 않아서 좋고

출퇴근 러쉬아워를 피하면 트램 안도 여유가 있어 창밖에 보이는 풍경을 구경하는 재미도 꽤 솔솔하다.

거리를 걷다가도 트램이 지나가면 가던 길을 멈추고 꼭 쳐다보기도 하고...

생각해보니 그랬다.

이스탄불에 와서 트램을 타고 나서야 내가 이곳에 다시 왔구나도 실감됐다.

트램역도 정류장 이름들도 점점 더 익숙해지고...

교통카드 잔액이 모자라 당황하고 있을 때면

자신의 카드를 꺼내 기꺼이 찍어주던 고마운 사람들 생각도 나고.

 

술탄아흐멧과 궐하네 공원,에미노뉴랑 카바타쉬 트램역은

지금도 선명하게 떠올릴 수 있을 정도다.

심지어 탁심의 빨간 미니 트램 튀넬까지도

우리나라에도 이런 지상철이 일부라도 남아있었다면 참 좋을텐데

모든 게 너무 빨리, 너무 많이 변하고 바꾸고 사라진다.

그냥 마냥 아쉽고 아쉬워서...

 

이번에도 이스탄불 교통카드는 환불하지 않고 그냥 가지고 왔다.

지금도 가끔씩 이 카드를 꺼내놓고 바라볼 때가 있다.

일종의 흔적이자 암시가 된 이스탄불 교통카드.

그것에 실제로 다녀왔다는 흔적과

이게 아직 내 손에 있으니 또 다시 그곳에 가게 될거라는 암시.

다시 가면 꼭 트램의 시작역에서 종점역까지 투어(?)를 해야겠다.

트램길을 따라 하루 종일 그냥 걸어 다녀도 좋고!

 

이스탄불에서 해야 할 일이

또 하나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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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후 끄적끄적2013. 12. 13. 08:27

터키와 나는 인연이 있지만

(정말 말도 안되게 혼자 우기는 중이지만...^^)

루멜리 히사르만큼은 매번 징글징글할 정도로 어긋났다.

한 번은 시간 계산을 잘못해서 문이 닫혔고

한 번은 근처에서 입구를 못찾아 한참을 해매다 문이 닫혔고

한 번은 주말에 차가 너무 막혀서 문이 닫혔을 것 같아 다시 되돌아왔고...

확실히 주말에 루멜리 히사르에 간다는 건 일종의 모험이다.

돌마바흐체에서 20~30분이면 충분한 이 길이 꽉 막혀

2시간이 후딱 지나가는 건 예사다.

(차라리 걸어가는게 오히려 더 빠를지도...)

그랬는데...

드이어 이번 여행에서 루멜리 히사르를 봤다.

물론 단번에 성공한 건 아니다.

오전에 돌마바흐체를 나와서 찾아가다 실패를 했고

(실패 이유는 참 어이없는 말이지만 버스 정류장을 못 찾아서...)

오기가 생겨 오후에 다시 도전했다.

솔직히 오후에도 거의 실패라고 생각하고 자포자기 했었다

여행서에 클로징 타임이 오후 4시 30분이라고 적혀었고 실제로 예전에도 그 시간에 갔더니 닫혀 있어서

그냥 인연이 없구나 또 다시 생각했다.

왠지 억울해서  입구라도 보고 가야 덜 허무할 것 같아 찾아갔더니 문이 열려 있었다.

믿어지지 않아서 매표소에 확인했더니 관람할 수 있단다.

나도 모르게 환호성이 나오더라.

(아마도 매표소 직원 깜짝 놀라지 않았을까 싶다...)

 

루멜리 히사르는 3개의 커다란 탑과 성벽,

그리고 성벽을 따라 13개의 작은 탑들이  

반대편 아시아쪽의 아나톨루 하사르와 함께 과거 군사적 요충지였던 곳이다.

이 두 성채 사이가 보스포러스 해협에서 가장 폭이 좁은 곳이라

이곳으로 적의 배를 유인해서 양쪽에서 대포를 쏴서 격침했다.

실제로 성채로 올라가는 길엔 과거에 사용했다는 대포와 탄환이 전시되어 있어

시간의 흔적을 가늠하게 한다.

(상상의 여지를 안겨주는 이런 소소한 전시들이 개인적으론 참 좋더라)

한적한 시간대라 사람들이 별로 없었던 것도 정말 행운!

성곽에 앉아서 바라본 보스포러스 제 2대교와 해협은...

아마도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이 모습을 보여주려고 그렇게 오랫동안 나를 애태웠나 보다..

그래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심통난 마음이 단번에 풀어졌다.

가파르고 좁은 계단때문에 내려가는 길은 무시무시하게 아찔했지만

모든 걸 다 잊게 만든 루멜리 히사르.

 

무슨 말이 필요할까?

쓸쓸하고 고즈넉해서 더 아름다웠던 그 곳!

 

그립다.

그립다.

참 그립다.

 

 

보스포러스 크루즈때 찍은 루멜리 히사르와 포스포러스 제2대교, 아나톨루 히사르의 모습.

여기가 바로 그 유명한 해협의 병목지역.

시리도록 푸른 물은

전쟁의 상흔까지도 기꺼이 끌어안고 흐른다.

그러나 기억하는 자에겐

역사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

마치 내게 묻는 것 같다.

너는 아직 살아있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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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후 끄적끄적2013. 12. 12. 08:27

호텔 조식을 먹다가 사고를 친 남자조카랑 동생은 숙소에 그냥 두고

여자 조카와 함께 돌마바흐체 궁전을 가기 위해 귈하네 공원역에서 트렘을 탔다.

종점 카바타쉬에서 내려 길 따라 조금만 올라가면 나오는 돌마바흐체 궁전.

(이번 여행에서는 2년 전에 구입해서 그대로 가지고 있던 이스탄불 교통카드를 정말 유용하게 사용했다.

 물론 이번에도 환불은 안 했다. 다시 갈테니까!)

이곳은 입구에 서있는 시계탑의 유용도 상당하다.

높이가 27m나 되고 탑 꼭대기의 시계는 프랑스의 시계명장 폴 가르너의 시계란다.

(물론 누군지는 모르지만. ㅠ.ㅠ)

톱카프 궁전도 그렇고 이곳도 그렇고 시계 박물관이 있는 걸 보니

아마도 예전에는 궁전을 짓거나 외국에서 사신이 방문하면 서로 시계선물을 많이 한 것 같다.

개인적으론 이곳보다 톱카프 궁전의 시계 박물관이 더 인상적이었다.

(비전문가의 눈에 왠지 더 보물스러워보였다고나 할까!... 써놓고 보니 정말 무식한 소리네...)

"가득찬 정원"이라는 뜻을 가진 돌마바흐체 궁전은 실제로 바다를 메워서 만들었단다.

프랑스 베르사이유 궁전을 본따서 바로크와 로코코 양식을 섞어서 만들었다는데

보스포러스 해협을 따라 쭉 늘어선 외형은 장엄하게 정열한 정예부대 군사같은 위용이 느껴진다.

(돌마바흐체의 외형은 보스포러스 크루즈를 타고 꼭 한 번은 봐줘야 한다.)

내부는 사진 촬영이 엄격하게 금지돼서

대리석으로 장식된 외관과 프랑스식 정원을 찍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영락하는 오스만 제국의 마지막 황제가 기거했고

터키의 영웅이자 초대 대통령인 아타튀르크 대통령의 집무실이기도 했던 돌마바흐체 궁전은

남자들의 공간인 "셀람륵"과 여자들의 공간 "하렘"으로 나눠져 있다.

개인관람이 불가라 시간대별로 영어와 터키어를 선택해 단체관람만 할 수 있다.

그래도 한 번 들었다고 2년 전보다는 영어 가이드 듣기가 좀 편해졌다.

(그리고 루트나 멘트도 거의 똑같더만....)

조카가 자꾸 무슨 소리냐고 물어봐서 귓속말 해주느라 무지  바빴던 곳.

 

이곳은 처음엔 목조건물이었다다고 하는데

1843년부터 10년 동안 보수공사를 하면서 지금과 같은 대리석 건물이 됐단다.

저 많은 대리석은 도대체 어디서 가지고 왔을까?

문외한의 눈으로도 고퀄러티의 대리석이라는 게 그대로 느껴지고도 남는다.

외부 대리석의 위용때문인지 오히려 내부가 더 소박해 보일 정도다

솔직히 쇄락의 징후가 노골적으로 보이는 곳도 많았고

이곳도 보수가 한창이라 기다란 장막으로 가려진 곳이 아주 많더라.

(불과 2년 전인데도 참 많은 게 달려져있었다. 이스탄불은...)

이번에도 톰카프 궁전처럼 하렘은 들어가지 않았다.

햇빛이 너무 좋아서 하렘 대신 정원에서 조카녀석 사진을 찍어줬다.

내 조카지만 햇빛 속에서 천진하게 웃는 모습이 너무나 예뻤다.

양갈래로 머리를 땋고 카우보이 모자를 씌워줬더니

관람객들이 귀엽다면서 같이 사진을 찍자고 해서 한동안 뜬금없는 매니저에 사진사까지 됐다.

조카녀석도 기분이 좋았던지 연신 웃으면서 함께 사진을 찍어주고..

오랫만에 활짝 웃는 조카의 모습.

솔직히 돌마바흐체 궁전보다 예쁘고 예쁘더라.

비록 안으로 굽는 팔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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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끄적 끄적...2013. 12. 11. 08:46

<Murder Ballad>

일시 : 2013.11.05. ~ 2014.01.26.

장소 : 롯데카드 아트센터

작사 : 줄리아 조단(Juila Jordan)

작곡 : 줄리아나 내쉬 (Juliana Nash)

한국어 가사 : 이정미

연출 : 이재준

음악감독 : 원미솔

안무 : 정헌재

출연 : 최재웅, 강태을, 한지상, 성두섭(Tom) 

        임정희, 장은아, 린아, 박은미 (Sara)

        홍경수김신의 (Michael)홍륜희, 문진아 (Narrator)

프로듀서 : 김수로

협력 프로듀서 : 최진, 임동균

제작 : 아시아브릿지컨텐츠(주), (주)쇼플레이

 

일곱번째 관람이자 두번째 강태을 Tom, 그리고 린아 Sara 첫번째 관람.

이로써 어찌어찌하다보니 어느새 전캐스팅을 다 보게 됐다.

11월 10일에 강태을 Tom으로 자체 첫공을 시작했으니 정확히 1달이 됐다.

한 달 동안 일곱번을 봤은데도 이 작품 여전히 좋다.

음악과 느낌, 작품 전체가 가지고 있는 그 묘한 뉘앙스가 정말 좋아서...

배우들의 조합마다 그 케미가 워낙 달라서

일곱번을 보는 동안 지루했던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첫 곡 "Murder ballad"의 일렉트로닉 기타 비트만 시작되도 나는 이미 온 몸이 짜릿해진다.

 

<그날들> 이후로 배우 강태을이 예전과 확연히 달라진 이유가 뭘까 궁금했었는데

인터넷에서 인터뷰 기사를 찾아보고 이유를 알게 됐다.

...... 뮤지컬배우로 사는 것이 행복하다는 생각을 한 지가 얼마 안됐어요. 그 전에는 정말 바빠서 자고 일어나서 연습하고, 공연하고. 그래서 정말 입버릇처럼 ‘빨리 공연 끝났으면 좋겠다’, ‘좀 쉬고 싶어’라고 했을 정도니까요. 그런 상태에서 공연을 딱 쉬고 다시 재충전해서 ‘그날들’을 하고 나니깐 이제는 행복한 것 같아요. 너무 감사하고, 연습하는 것, 공연하는 것이 너무 즐거워요. 예전에는 말 그대로 ‘일’이었는데, 이제야 재미를 찾은 거죠 ......

예전에 그는 확실히 그랬다.

예민하게 날이 서 있었고 뭔가 잔뜩 짜증이 품고 있는 사람 같았다.

그랬던 그가 "재미"를 찾으면서 이제 "의미"와 "깊이"까지 알게 된 모양이다.

our of mind였던 강태을이었는데

이제는 그의 다음 작품까지고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특히나 그는 이 작품에서 그 누구보다 자유롭게 작품을, 배역을 즐기고 있었다.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순 없다는데 정말 그런 모양이다.

게다가 체격과 힘이 좋아서 Sara와의 격한 동작들을 아주 안정적으로 표현한다.

심지어는 모던발레를 보는 듯한 역동성과 우아함까지 느껴진다.

특히 Sara가 당구대 위에서 Tom에게 안겨 있는 장면은 강태을 Tom의 표현이 제일 아름답다.

표정도 그렇고 고개의 각도도 그렇고..

 

그가 부르는 "I love NY"은 살짝 마초적인 느낌이고

"Mouth tatto"는 강렬하다.

"Sara"는 간절했고, "The crying scene"은 Tom과 Micheal 모두 가엾고 슬프다.

그래도 역시나 제일 인상적인 장면은 "I'll be there"

강태을은 이 장면에서 Tom의 감정을 숨김없이 그대로 다 표현한다.

Sara에게 점점 다가가는 Tom의 눈에 어리는 눈물.

보는 것만으로도 아팠다.

몰염치하고 부조리한 사랑안데

그 지독한 사랑이 너무나 진하고 간절해서 내 맘까지도 아프다.

과거에 잃었던 사랑을 다시 욕망하는게

어긋난 집착과 그릇된 소유욕의 표현일지라도.

Tom은 그걸 선택할 수 밖에는 도저히 없었겠구나...이해할 수밖에 없었다.

Sara를 막다른 골목으로 밀어넣어 파멸시키는 비열함까지 보여줄 수 있는 그런 사랑.

아마도 Tom은 이미 알고 있었을거다.

자신이 파멸했다는 걸.

샌트럴파크에서 Sara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모든 게 끝나버렸다는 걸.

bar에서의 몸싸움은 단지 그걸 다시 확인하는 것에 불과했다는 걸.

Tom의 결말은 훨씬 전에 이미 시작됐다는 걸.

강태을이 이런 Tom을 내게 보여줬다.

이런 표현은 좀 그렇지만...

자신의 실제 이야기를 전부 내보이는 것 같았다.

(혹시...그렇더라도 그건 어디까지나 out of mind!)

 

린아 Sara.

네 명의 sara 중 가장 여성스러웠고 가장 가냘펐다.

노래는 조금 약했지만 그래도 고음부분은 남자배우와 파워면에서도 결코 뒤지지 않더라.

솔로곡들이 좀 밋밋했던 건 많이 아쉽고....

그래도 강태을 Tom의 허스키한 목소리랑은 음색면에서는 아주 잘 맞았고.

작은 체구때문인지 Tom과의 장면들은 전체적으로 보기 좋더라.

왠지 보호본능을 불러일으키는 sara였고

"answer me"는 네 명의 사라 중에서 제일 좋았다.

표정이나 감정 표현이 약간씩 틀어지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은 sara였다.

 

이로써 전 캐스팅을 한번씩은 다 확인해서

배역에 대한 개인적인 취향이 어느 정도 정해졌다.

그런데 그게 정말 참 다르다.

Tom과 Sara도 다르고 Sara와 Micheal도 다르고, Tom과 Micheal도 다르고,

거기에 noarrator까지 포함시키면...

경우의 수가 점점 많아진다!

이러니 볼 때마다 느낌이 항상 다를 수밖에!

아무래도 "You belong to me"는 당분간 내 주제곡으로 써야 할 듯.

 

정말 가사 그대로 날선 칼날같은 작품이다.

이제 나도 도저히 멈출 수 없다.

깊고 뜨겁다.

그것도 아주 치명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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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끄적 끄적...2013. 12. 10. 08:27

<공동경비구역 JSA>

일시 : 2013.12.07. ~ 2013.12.15.

장소 : 대학로 뮤지컬센터 공간피꼴로

원작 : 박상연 "DMZ"

작사 : 이희준

작곡 : 맹성연

연출 : 최성신

출연 : 준모, 임현수 (지그 베르사미) / 정상윤, 강정우 (김수혁)

        최명경 (오경필), 임철수 (정우진), 이기섭 (남성식) 외 

제작 :  CenS

 

2013 공연예술 창작산실 지원사업 뮤지컬 우수작품 제작 지원 선정작 <공동경비구역 JSA>

이병헌, 송광호 주연의 영화로 잘 알려진 이 작품이 뮤지컬로 만들어진다는 말을 들었을때 궁금도했고 걱정도 됐다.

아무래도 영화의 잔상이 너무 강력한 작품이기에...

그랬더랬는데 리딩공연만으로도 들리는 입소문이 범상치가 않았다.

게다가 작사, 작곡, 연출을 비롯한 스텝진과 배우진이 이보다 더 좋을 순 도저히 없다!

묵직하고 선 굵은 양준모에 섬세한 연기와 감성의 끝을 보여주는 정상윤.

<오페라의 유령> 이후 두 사람을 한 작품에서 보는 것도 정말 오랫만이라 개인적으로 기대가 컸다.

여러모로 퀄러티 보장되는 작품이 나오겠구나 짐작했다.

 

실제로 보고 난 느낌은!

이 작품,

확실히 수작(秀作)이다.

올 상반기 최대 화제작이었던 뮤지컬 <그날들>보다 개인적으론 훨씬 좋았다.

공연 2일차에 고작 네번 올려진 작품이 이 정도 퀄리티를 보여줄 수 있다는 건 정말 놀라운 일이다.

지금같은 작은 극장이 아니라

조명과 무대를 제대로 쓰는 중극장 이상에서 지금 상태로 공연된다면 엄청났겠다 싶다.

개인적으론 영화보다도 뮤지컬이 훨씬 더 강렬하고 인상적이었다.

스토리도 자체도 너무나 탄탄했고

시간을 교차시키는 방식도 아주 좋았다.

그 시대를 떠올리게 하는 유행가나 드라마, 만화영화 주제가를 살짝씩 삽입시킨 음악도 친근하면서도 어딘지 신선했다.

(김광석과 최진실 생각에 혼자 뭉클해기도...)

과하지 않은 웃음코드도 곳곳에 잘 배치시켰고

그걸 또 배우들이 적절하게 잘살려 표현했다.

이건 완전히 기대, 그 이상이다!

 

 

한동안 나이를 앞서간 연기를 주로 했던 양준모는

요근래 내가 본 그의 출연작 중에서 단언컨데 최고였다.

영화에선 이 역을 이영애가 했었고 비중도 크지 않았지만

뮤지컬에서는 스위스 중립국 수사관으로 나오는 지그 베르사미의 비중이 상당히 크고 중요하다.

해설자이기도 하고, 직접적인 개입자이기도 하고, 과거의 대역이기도 한 이 역할을

양준모가 아주 묵직하게 제대로 표현해줬다.

사실 중반부까지 너무 밋밋한 역할이라는고 생각했는데

후반부로 갈수록 참 표현하기 힘든 인물임을 알게 됐다.

평면적이듯 보이지만 작품 속 그 누구보다도 가장 입체적인 인물.

눈 앞에 보여지는 사건과  갈등을 표현하는건 오히려 쉽다.

그러나 이렇게 잔잔한 수면 밑, 몰아치는 회오리 물살을 표현하는 건 결코 쉽지 않다.

오랫만에 배우 양준모가 이런 모습을 보여줘서

개인적으로 너무나 반갑고 반가웠다.

 

김수혁의 정상윤.

역시나 끝과 끝의 표현을 망설임없이 보여준다.

귀엽고 철없는 모습일때는 정말 스무살 초반 갓입대한 군인 같았고

섬세한 내면의 갈등을 표현할 때는 표정과 목소리톤까지도 순간적으로 달라진다.

등퇴장없이 곧바로 전환되는 장면들,

그리고 그 틈없는 시간과 공간을 완전히 다른 감정을 가지고 표현하는 정상윤을 보면서

또 다시 혀를 내두르게 된다.

확실히 정상윤은 작품과 배역에 대한 해석력과 표현력이 탁월하고

작품 안에서 어떻게든 배역을 살려내는 몇 안 되는 배우 중 한 명이다.

30대 초반이라는 게 도저히 믿어지지 않을만큼 노련하고

무대 위 돌발상황에 대처하는 것도 아주 민첩하고 유연하다.

창작 초연 작품 섭외 1순위가 정상윤일 수밖에 없는 이유,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는다.

(개인적으로 내가 더 늙기 전에(?) 정상윤의 <헤드윅>은 꼭 보고 싶은데...)

최명경의 엔딩곡은 어색해서 오히려 단백하게 들렸고.

이러다 북한병사 전문배우가 되는 건 아닌지 슬슬 걱정되기 시작하는 임철우의 맛깔스런 연기도 아주 좋았다.

앙상블의 연기도 좋았고,

주조연 배우들 모두 전체적인 합과 발란스도 괜찮았다.

창작 초연임에도 불구하고 객석 점유율이 95%를 육박한다는데

그 이유 역시도 충분히 알겠다!

그만큼 좋은 작품이고

단언컨데 영화보다 훨씬 더 내용도 구성도 짜임새있게 잘 만들어진 작품이다.

굳이 단점을 찾자면,

공연기간이 너무 짧다는 것과 공연장이 공간피꼴로라는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대 활용도와 음향은 아주 좋더라.)

이 두 가지가 정말 아쉬웠지만

조만간 더 좋은 공연장에서 만나게 되리란 걸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때도 양준모와 정상윤만큼은 꼭 다시 볼 수 있게 되길...

 

* 한 번쯤 더 보고 싶은데 시간도, 좌석도 다 없다.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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