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끄적 끄적...2014. 1. 14. 09:16

김연수가 이랬었구나!

2013년 6월 20일에 출판된,

지금으로부터 무려 10년도 전에 쓴 김연수의 초기작을 읽으면서

젊은 작가의 치기와 순수가 귀여워 살며시 웃음이 났다.

"나 이렇게 파릇파릇하고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는 작가예요~~"

어리꽝을 부르는 막내동생 같은 느낌.

김연수는 이 낯선 형용사와 동사들을 찾기 위해 또 얼마나 분주했을까?

김연수에게 작가로서 이런 시기가 있었다는걸 읽어내는 건 아주 유쾌하고 발랄한 즐거움이었다.

그런 때가 있다.

작가의 작품을 우연히든, 의도적이든 거슬러 올라가 읽을 때만 찾을 수 있는 묘미.

이거 썩 재미있다.

 

 

 

홍보문구가 살짝 오글거리긴 하지만

(김연수의 의도는 분명히 아니었을듯...)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 역시나 "김연수"답다.

두어시간이면 후딱 읽을 수 있는 짧은 소설이지만

생각을 하게 만드는 담론같은 문장들을 수줍게 만날 수 있다.

 

......기억이 아름다울까, 사랑이 아름다울까? 물론 기억이다. 기억이 더 오래가기 때문에 더 아름답다. 사랑은 두 사람이 필요하지만, 기억은 혼자서도 상관없다. 사랑이 지나가고 나면 우리가 덧정을 쏟을 곳은 기억뿐이다...... 모든 게 끝나면 유통기한이 지난 식료품처럼 사랑했던 마음은 반품시켜야만 하지만, 사랑했던 기억만은 영수증처럼 우리에게 남는다. 한때 우리가 뭔가를 소유했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증거물, 질투가 없는 사람은 사랑하지 못한다고 말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기억이 없는 사람은 사랑했었다는 증거를 제시할 수가 없다 ......

 

쉽고 당연한 문장이지만,

아주 정확하고 정직한 문장이라 뜨끔했다.

정말 그렇다.

처음엔 둘이 같이 빠졌다가 모든게 끝나면 혼자 힘으로 빠져 나와야 하는 사랑.

김연수는 여기서 또 다시 아주 정확한 포인트를 잡아낸다.

... 그런데 문제는 우리가 사랑이라는 고나계에서 혼자서 빠져나올 때마다 뭔가를 빼놓고 나온다는 점이다...

어쩌면 우리는 잃어가기 위해서, 잊혀지지 위해서, 잊기 위해서

"사랑"에 빠지는 건지도 모르겠다.

제목처럼 "사랑이라니... OOO!"다.

누군가에게 이 단어가 환희일 수도, 징글징글함일 수도, 무덤덤한 타인의 감각일수도 있겠다.

뭐가 됐든 그게 이 모든게 다 "잊기" 위한 방법들이 아닐까?

나이가 들수록 기억이 희미해지는 것도

어쩌면 적자생존의 원칙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가령 "알츠하이머"의 경우 그 원칙이 무참히 깨지면서

현재와 미래의 시간은 다 잊혀지고 과거만이 생생해지는 건 아닐까?

과거가 전부인 삶.

 

사랑과 기억 중에 뭐가 더 아름다울까?

어쩌면 둘 다 아름답지 않을수도...

함께 빠지는 것도,

혼자 빠져나와야 하는 것도,

다 힘겹다.

Posted by Book끄-Book끄
그냥 끄적 끄적...2014. 1. 13. 05:59

정말 오랫만에 주말 내내 집에 있었다.

공연도, 노래도 한 편 안 보고!

하루종일 음악 듣고, 책 읽고, 엄마가 챙겨주는 밥을 먹고...

그런데...

그게 참 어색하더라.

그야말로 백만년만에 집에 있었던 듯.

내 방은 그래도 좀 괜찮지만

내 집을 내가 낯설어 하고 있으니 좀 난감도 했다.

 

일요일마다 해금수업이있어서

일주일 내내 어쨌든 잡 밖으로 나왔었는데

여행을 가는 즈음에 그만 둔 게 벌써 5개월이 지나버렸다.

다시 시작은 할건데 중단한 기간이 이렇게 길어지니 슬슬 겁이 나기 시작한다.

아무래도 안줄, 겉줄 두 줄 켜는 기초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듯.

5개월째 방치되어 있는 해금디 소리나 제대로 날까 싶기도 하다. 

송진가루라도 자주 먹여놨어야 했는데...

너무 무심한 주인을 만나는 바람에 활이 아주 뻣뻣해지고 말았다.

다시 길을 들이려면 한참은 걸리겠다

 

토요일에 2014년 업무보고때 알게된 "안식월"

장기근무자에게 "안식월"을 고려해보겠다는 말에 눈이 번쩍 띄였다.

꼭 안식월이 아니더라도 무급장기휴가라도 허락되면

딱 1달만 여행을 다녀오고 싶다.

터키를 비롯한 동유럽으로...

요즘은 "꽃보다 누나" 때문에 크로아티아에 완전히 꽃혀 있다.

아스탄불에서 비행기로 2시간도 안 걸리는 곳.

중세와 현대가 한 공간안에 나란히 공존하는 곳.

크로아티아를 포함한 동유럽은

 내가 꿈꾸는 warking and walking에 가장 이상적인 곳이기도 하다.

한동안 혼자 뻐근한 동유럽앓이를 하게 될 듯.

 

이번 주말엔 매년 가는 우리과 워크샵도 가야 하고

그걸 준비하느라 지금 내내 분주하다.

이제 이런거 준비할 나이는 훌쩍 지난것 같은데...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끌어가고 있는데 그 바람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소소한 개인사로는 터키어 공부를 시작하려고 지금 열심히 책을 고르는 중이라는거.

물론 유창한 대화까지는 기대할 순 없지만

다음번 터키에 갈때는 간단한 대화라도 터키로 할 수 있기를 희망하는 마음이다.

비록 더듬거리는 반벙어리 실력에 불과하다 할지라도.

(독학으로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도 미지수...)

분주하고 바쁜 월요일이다.

너무 일찍 지치지 않기를...

아주 사소한 것일지라도 의미와 감사함 찾기.

 

내 삶은,

그저 하루하루다.

사람은 친숙해지면 복잡해진단다.

동감이다.

 

우연히 읽는 박태원의 "천변풍경" 글 한줄이

그대로 못이 되이 박혔다.

"당신은 아직도 당신의 시간을 돌아보지도 않고 스스로 여전히 젊다고 생각하는가. 생이... 환하던가?"

세상엔 도저히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이란 것도 있다.

이런 질문들은 공통점을 갖는다.

그 질문의 물음표 하나하나가 갈고리가 되어

단호하고 정확하게 나를 꿰뚫는다는 것!

감히 아파하지도 못하고

질문 끝에 그냥 데롱데롱 매달려있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1. 10. 08:19

<Murder Ballad>

일시 : 2013.11.05. ~ 2014.01.26.

장소 : 롯데카드 아트센터

작사 : 줄리아 조단(Juila Jordan)

작곡 : 줄리아나 내쉬 (Juliana Nash)

한국어 가사 : 이정미

연출 : 이재준

음악감독 : 원미솔

안무 : 정헌재

출연 : 최재웅, 강태을, 한지상, 성두섭 (Tom) 

        임정희, 장은아, 린아, 박은미 (Sara)

        홍경수김신의 (Michael)홍륜희, 문진아 (Narrator)

프로듀서 : 김수로

협력 프로듀서 : 최진, 임동균

제작 : 아시아브릿지컨텐츠(주), (주)쇼플레이

 

욕망이라는건 단지 개인적인 중독일까?

그로 인해 스스로의 파괴뿐만 아니라 오히려 타인의 삶을 파괴할 수도 있다면!

그래도 개인의 욕망일뿐이라고 말해야 하나?

현실에서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이니 이 작품을 보면서 만족하라는 마지막 넘버는

사실  명랑함과 발랄함을 가장한 엄중한 "경고"였다.

그렇다면 이 작품 전체에 흐르는 비트는,

"위험"을 알리는 싸이렌은 아니었을까?

모든 감정이 "파괴"되어 차라리 "일상"으로 되돌아 간다면 좋겠는데

안타깝게도 이 드라마 속에서 보여주는 건 "종말"이다.

종말이라니...

종말이라니...

그러나 그건,

아주 정확하고 정직한 침묵이다..

이상하다.

이래도 돼나 싶을만큼 이 작품이 점점 슬프다.

 

내 감정이 달라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표현이 또 달라졌다.

린아 sara의 엄청난 몰입에 놀랐고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더 깊이 빠져들게 만들었다.

성큼성큼 다가오는 "죄책감"

그래도 린아 sara라면 micheal에게 용서받을 수 있을것 같다.

비록 그 두 사람이 다시 행복해 질 수 없다고 해도... 

 

최재웅 Tom은 어쩌자고 더 깊어지고 진해졌다.

예전엔 싸이코패스한 느낌이 강했는데 이젠 오히려 간절한 느낌이 더 강하다.

눈빛을 보기가 힘들만큼 절망적이고 힘들어보였다.

샌트럴 파크 장면은 너무 깊고 절박해서 나까지도 울컥해지더라.

Tom이 Micheal에게 Sara와의 과거를 발설한 이유!

그건 sara가 자신에게 돌아올 수 없다면

Micheal에게 갈 수도 없게 만들겠다는 파괴적인 질투가 전부는 아니었다.

Tom은 그 시점에서 모든걸 포기하기로 작정한 모양이다..

sara도, 희망도, 사랑도, 삶도...

(적어도 어제의 느낌은 그랬다.)

어쩌면 Tom 스스로 자신의 종말을 완벽하게 감지했는지도 모르겠다.

아니, 간절히 원했는지도..

그래서 Tom이 쓰러지기전 마지막으로 보여준 미소가 그렇게 편안하게 느껴졌는지도...

No heaven for me!

아마도 그런 마음이 아니었을까, Tom은?

Tom의 마지막이...

너무나 선명하고 정확하게 이해된다,

 

No Heaven For Me!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1. 9. 08:53

<Agatha>

일시 : 2013.12.31. ~ 2014.02.23.

장소 : 동국대학교 이해랑예술극장

극본 : 한지안

작곡 : 허수현

연출 : 김태형

출연 : 배해선, 양소민(아가사 크리스티) / 김수용, 진선규, 박인배(로이)

        박한근, 김지휘, 윤나무 (레이몬드) / 홍우진, 오의식 (폴&뉴몬)

        추정화, 한세라 (베스&낸시), 황성현 (아치벌드 크리스티)

주최 : 아시아브릿지컨텐츠(주)

 

김수로 프로젝그 여덟번째 작품인 창작뮤지컬 <아가사>

이쯤되면 김수로의 바람은 어느정도 이뤘다고 해도 되겠다.

"김수로 프로젝트"는 이제 탄탄한 브랜드로 자리를 잡았고

기존 인기작만 우려먹는 안일한 운영이 아니라 연극과 뮤지컬을 종횡무진 누비면서 라이선스 초연작에 여엿한 창작물까지 속속들이 공개하고 있다.

그것도 한 해에 몇 편이나 무대에 올리는 부지런한 행보다.

작품도 지금까지는 다 괜찮았고, 흥행도 나쁘지 않았고

공연장도 배우진도 김수로의 마당발 때문인지 대체적으로 작품에 맞게 선택을 잘했다.

그냥 잠깐의 외유인줄로만 알았는데

기획자로서 김수로의 근성과 열정에 참 대단하다.

개인적으론 "연극열전"보다 "김수로프로젝트"에 더 큰 점수를 주고 싶다.

 

<아가사>도 일단 배우진이 너무 좋아서 망설임없이 선택했다.

추리의 여왕 "아가사"의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만들었다는 점도 흥미를 끌었고

김태형 연출에 대한 믿음도 있었다.

1926년 2월 소설가 아가사 크리스티는 감쪽같이 사라진다.

11일 후 시골의 한 호텔에서 발견된 그녀는

그 사이에 자신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하지 못하노라 말했다.

그리고 평생 이 사건에 대한 언급을 회피했단다.

그 열 하루라는 시간의 추적!

작품은 그 사건의 언급으로 시작된다.

 

조명이나 무대도 전체적으로 괜찮았고.

"라비린토스(rabyrinthos)"나 "독"처럼 귀에 확 꽃히는 넘버들도 좋았다.

단지 스토리전개가 좀 느슨하다는게 단점!

본격적인 미스터리가 시작되기까지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솔직히 좀 지루하더라.

로이의 정체도 너무 쉽게 알 수 있어서

미스터리 특유의 죄어오는 듯한 긴장감도 기대보다는 덜했고

춤은 살짝 엉성하더라.

개인적으론 공연 포스터와 첫곡 "악몽"이 너무 많은 정보를 준 건 아닌가 싶다.

"하나의 입구, 하나의 출구..."

공연관람 15년 차가 넘어가다보니 이젠 시놉만 봐도 어느 정도 스토리 전개와 결말이 눈에 보인다.

이 작품도 내가 예상했던 것과 거의 똑같더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흥미롭게 관람할 수 있엇던 건

역시나 배우들 때문이었다.

윤나무 레이몬드가 기복이 좀 심하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배우들 연기는 다 좋았다.

특히 로이 역의 박인배는 여러모로 돋보이더라.

(매번 느끼지만 박인배는 소리도, 연기도, 딕션도, 눈빛도 정말 좋은 배우다.)

작품 자체에 대한 재관람 의사는 별로 없지만

혹시라도 하게 된다면,

아마도 로이 박인배 때문일 것 같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1. 8. 09:05

<레드>

일시 : 2013.12.21. ~ 2014.01.26.

장소 :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

극본 : 존 로건 (John Logan)

무대 : 여신동

연출 : 김태훈

출연 : 강신일 (마크 로스코) / 강필석, 한지상 (캔)

주최 : 신시컴퍼니, 예술의 전당

 

<레드>는 어떻게 매번 내 가슴을 이렇게까지 살아 숨쉬게 만들까!

이건 감동과 경탄을 넘어 저절로 두 무릎을 꿇게 만들어 버린다.

설명이 불가할 존경심.

아주 잔혹할 정도다.

2년 전에 느꼈던 무시무시한 떨림도 다 무시하고

지금 또 다시 철저하게 매혹당했다.

엄청 센 놈을 제대로 만났다.

마크 로스코를 연기한 강신일 배우는,

존재 자체가 하나의 완벽한 텍스트였고 클라세였다.

<광부화가들>때도 완벽하게 나를 사로잡더니

<레드>의 마크 로스코는 숨통까지 쥐고 흔든다.

도대체 그 누가 무대 위에서 마크 로스코를 연기한 강신일보다 더 젊고 강렬할 수 있을까?

한참 어린 한지상조차도 그의 젊음을 당해낼 재간이 없어 보인다.

단언컨데 한지상은,

이 작품이 끝내고 나면 분명히 달라져있을거다.

초연부터 함께 하지 못한게 질투가 날 정도었다는 한지상은

마크 로스코의 캔이기도 했고,

강신일의 캔이기도 했다.

 

- 뭐가 보여?

- 레드요!

 

작품의 시작과 끝에 나오는 로스코와 캔의 대사.

똑같은 질문과 똑같은 대답.

그러나 작품을 보고 나면 알게 된다.

이건 결코 똑같은 질문일 수도

똑같은 대답일 수도 없다는 걸!

 

실제로 마크 로스코는

1958년에 뉴욕 맨허튼에 위치한 시그램 빌딩에 들어설 포시즌 레스토랑의 벽화를 의뢰 받았다.

그런데 그림을 다 완성시켜놓고 갑자기 계약을 파기해버렸다.

그 당시 화가의 변심(?)은 "시그램 사건"이라고 불리며 꽤 이슈가 됐었던 모양이다.

마크 로스코는 왜 갑자기 그런 결정을 내렸던걸까?

이 작품의 이렇게 의도도 시작도 질문에서 출발한다.

그렇다면 "레드"란 도대체 뭘까?

작품 속에서 배틀처럼 두 사람이 레드에 연상되는 이미지들 나열 속에 답이 있을까?

삶, 생명, 열정, 근원. 움직임, 에너지.레드 와인, 헤돋이, 드레스텐의 야간 폭격, 루소의 태양, 엘 그레코의 망토...

그러나 이 작품이 진짜로 내게 묻어왔던 건 "너 자신만의 레드"가 무엇인가 였다.

생각이라는 걸 해봤다.

평생 단 한 번이라도 인간이 되어 보라는 로스코의 충고대로.

나 자신만의 레드!

그건 바로 "관계(rapport)"다.

그것도 아주 정직하고 순수한 집중을 필요로 하는 관계!

생명도, 예술도, 사랑도 모두 관계의 문제다.

어떤 관계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사랑도, 삶도, 예술도 달라진다.

그리고 그 관계에 집중할 수 있다면 인간은 무서울 정도로 치열해진다.

"관능"은 바로 그곳에 있다.

시간과 공간, 성별과 섹슈얼리즘을 뛰어넘는 "관능"

난 <레드>를 통해서 그걸 읽었고, 그걸 봤고, 그걸 느꼈다.

이 느낌들... 이 감정들... 이 전율들...

글로 표현한다는게 가능은 할까?

침묵밖에는 도무지 답이 없다.

그리고 로스코의 말처럼 침묵은 언제나 정확하다.

 

2011년 오경택 연출의 초연과 비교하면,

김태훈 연출의 <레드> BGM처럼 깔렸던 음악이 조금 더 부각됐고

대사들도 일부 친절해졌다.

그래도 역시나 치열함과 아름다움엔 변함이 없다.

여신동의 무대는 군더더기가 없이 작품의 필요를 충족시켰고

자유소극장도 초연의 이해랑예술극장보다 작업실 느낌이 더 강해서 좋았다

장소를 만들어낸다는게 그림에만 해당되는게 아님이 온몸으로 느껴졌다.

공연 장소도, 무대도, 배우도, 연출도 더없이 극적이다.

그야말로 엄청난 rapport를 목격했다.

 

커튼콜에서 한지상의 모습은

배우로서 아주 말갛고 깨끗한 맨얼굴 그대로였다.

자신이 지금 너무나 벅차고 행복한 시간을 지내고 있다는걸 그대로 보여줬다.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아이가 엄청난 속도로 달리는 걸 지켜보는 느낌.

강신일은 한지상을 최대한 끌어내줬고

한지상은 그걸 놓치지 않고 또 다시 자신을 끌어올리더라.

솔직히 나는 한지상이 이 작품을 하기에는 연극적으로 부족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강필석 캔을 예매해놓고 망설였었다.)

그런데 기대했던 것 이상을 보여줘서 놀랐다.

멋졌다.

두 배우 모두!

 

이 작품...

배우에게도 관객에게도

너무나 뜨겁고 치열하다.

이 맹렬한 질투를,

나는 내내 어떻게 감당할까!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1. 7. 08:40

<베르테르>

일시 : 2013.12.03. ~ 2014.01.12.

장소 : 예술의 전당 CJ 토월극장

원작 : 괴테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극본 : 고선웅

연출 : 조광화

음악감독 : 구소영

출연 : 임태경, 엄기준 (베르테르) / 전미도, 이지혜 (롯데)

        이상현, 양준모 (알베르트) / 이승재, 최성원 (카인즈), 최나래 외

제작 : CJ E&M (주). 극단 갖가지

 

맙소사!

아무래도 엄기준은 이젠 연기만 해야 할 것 같다.

예전에 <몬테크리스토> 초연 이후론 그의 뮤지컬 무대는 기피해왔는데 그래도 "베르테르"는 아니겠지 하고 예매를 했었다.

솔직히 임태경보다 엄기준의 기대치가 월등히 높았다.

이제 이 작품은 더 이상 "반가운 나의 사람"은 아닌 모양이다.

엄기준의 베르테르는,

다행히 연기는 좋았다.

순수하기도 했고, 절망적이기도 했고, 허무하기도 했고, 벅차기도 했다.

딱 베르테르의 느낌 그대로였다.

그런데...

노래를 부를 때는 왜 그 지경까지 되버린걸까?

누군가의 그러더라.

방금 전에 아주 신 레몬을 다섯개 정도는 먹고 나온 사람 같다고.

금방이라도 침이 뚝뚝 떨어질 것 같은 소리에

소리는 단 한 번도 터져나오지 못했고

호흠은 곧 인공호흡기라도 필요할 듯한 짧고 급박했다.

보는 내내 얼마나 조마조마했던지...

엄기준이라는 배우가 이랬던가.

과거의 그의 무대를 떠올리면서 너무 많이 안타까웠다.

나이 탓이라고 하기엔 이유가 너무 구차하다.

아무래도 엄기준은 이제 TV 브라운관이나 영화쪽에서의 활약상을 기대해야 할 것 같다.

소리가... 소리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너무 많이 망가졌다.

그건 뮤지컬배우에겐 너무 절망적인 상태 아닌가!

엄기준은 자신의 현재 상태를 정확하게 알고는 있는 걸까?

 

전미도 롯데는 이지혜만큼 조증은 아니라서 보기에 편안했지만

2막에서 베르테르와의 재회를 시작으로 점점 복잡해지는 감정을

거친 숨소리 하나로만 표현한 건 많이 아쉽다.

(이번 관람은 여기저기 거친 숨소리들로 제대로 사태가 났다 ㅠㅠ)

양준모 알베르트는 노래보다는 연기가 훨씬 좋더라.

이상현 알베르트가 젠틀하면서 귀족적이었다면

양준모는 알베르트는 자신의 분노를 최대한 누르면서

롯데를 위해 어떻게든 평정심을 유지하려는 깊은 사랑이 보였다.

타이틀의 두 베르테르가 기대를 충족시켜주지 못해서 그런지 이번엔 알베르트 쪽으로 훨씬 더 마음이 기운다.

뭐 사실 그게 현실이기도 하고...

 

이번 관람에서 가장 눈에 띄였던 배우는 카인즈 최성원.

매번 카인즈가 이상하게 변질(?)됐었는데

최성원은 그래도 내가 생각하는 카인즈에 가장 근접한 모습을 보여줬다.

노래와 감정표현도 좋았고 연기도 괜찮았다.

이 녀석이 좀 쑥쑥 컸으면 좋겠다.

소극장 공연들도 몇 작품 봤는데 다 괜찮았다.

그래도 다행이다.

이번 <베르테르>에서 "카인즈"를 건졌으니... ^^

 

무대, 의상, 조명, 엔딩, 커튼콜도 예전같은 감성은 아니었지만

음악 하나는 정말 좋았다.

특히나 음악감독 구소영의 건반과 거의 듀엣으로 연주되던 바이올린 소리는 참 이쁘더라.

(연주자가 남자분이시던데....)

커튼콜.

등지고 앉아있던 베르테르.

임태경도 그렇고 엄기준도 그렇고 참 없어 보이는 중년의 뒷태더라.

솔직히 여기서 그나마 있던 감성이 놀라서 달아났다.

중년의 뒷태에 앞에는 가당치도 않은 커더란 해바라기 조끼.

베르테르가 베르테르이기를 포기한 의상이었노라 말하고 싶다.

게다가 죽창처럼 해바라기를 둘고 줄줄이 서있는 앙상블들.

이건 정말이지 감성이라는게 끼어틀 틈을 여간해선 안 준다.

해바라기 농장과 자매결연이라도 맺으셨나...

무대에도, 장면에도, 의상에도, 오케스트라 피트석에도

너무 노골적으로 해바라기를 들이대니 참 당황스럽더라.

 

2012년도에 유니버셜 아트센터에 이에

베르테르가 내게 참 색다른 경험을 자꾸 하게 만든다.

그런데 이런 경험...

정말이지 이제 그만 하고 싶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14. 1. 6. 06:02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하고

나와 똑같은 감성을 가진 사람을 만나면 나는 슬프다.

이 사람도 쉽게 살아내는 사람은 아니겠구나...

덜컥 덜컥 덜미를 잡히는 감정들에 휩쓸려 흔들리며 제자리를 찾아가는 삶.

마치 conjoined twin 같았다.

정여울의 글.

40대를 바라보는 여자가 20대를 위해 쓴 글은 40대를 넘긴 내가 읽는다.

20대도, 30대도, 40대로 틀린 건 아무것도 없다.

다 똑같다.

자기의 일이 있어도, 자기의 사람이 있어도, 자기의 생각이 확고해도

사람들은 늘 방황하고 절망하고 흔들린다.

20대는 20대의 방황이 있고

30대는 30대의 절망이 있고

40대는 40대의 흔들림이 있다.

그 시간대를 지나오는 거.

20대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끔찍하진 않다.

 

여행을 가면,

언제나 풍경이 먼저 들어왔다.

돌아와 사진을 정리하면 그때서야 알게 된다.

아, 이번에도 내 사진이 한 장도 없구나...

책읽는 사람을 기웃거리는 모습도,

박물관과 박물관에 숨어있는 쉼터를 기가 막히게 찾아내는 본능도,

길거리 묘지를 지나치지 못하고 한참을 머무르는 습관도

"출구"라는 단어 앞에서 떠나지 못하는 미련도

거리의 악사가 연주를 시작하면 다시 되돌아오는 걸음도

어쩌면 그렇게 똑같을까!

정여울은 첼로를 배운다고 했다.

첼로까지는 아니지만 일주일에 한번 해금을 배우는 낯선 적응까지도 똑같다.

연주를 잘 하는 게 목적이 아닌 것까지도...

정여울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도플갱어" 같았다.

나도 모르게 정여울이 지나갈 40대가 그려진다.

그래도 정여울은 자신을 다독이는 법을 알고 있으니 잘 지나갈테wl

다행이다. 참 다행이다.

나는 참 힘들게 지나왔고 그래서 지금까지도 때때로 힘들고 지치는데...

몸이 아픈건 이젠 이력이 나서 아무렇지도 않다.

더 정직하게 말하면 육체적인 아픔에 대한 감각은 거의 무뎌졌다.

얼마나 아파야 아프다는 말할 수 있는지 솔직히 이젠 모르겠다.

그래서 부탁하고 싶다.

내가 힘들게 지내온 그 시간을 지나는 20대에게.

참지말고 아프면 아프다고 꼭 말하라고.

그게 비록 타인에게 엄살로 보인다해도 아픔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라고.

아픔을 느끼는 감각이 무뎌지는 걸 그냥 지켜보지 말라고.

참는다고, 숨긴다고 강해지는 걸 절대 아니라고.

위로받기를 주저하지 말라고.

그리고 기억하라고.

때로는 모르는 사람에게서, 혹은 낯선 풍경에게서만 받을 수 있는 그런 위로도 있다는 걸!

매번 사람이 답은 아니라고.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너무 많이 떠나고 싶어졌다.

어쩌나...

나는 지금 현재진행형으로 흔들리고 있다.

음악과 책으로 어떻게든 달래보다 제자리로 돌아오지 않으면.

제대로 사고를 치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대는 그대가 원하는 걸 얻기 위해 어떤 거래라도 할 수 있는가?"

멜피스토펠레스가 내게 묻는다면

나는 기꺼이 그의 파우스트가 되어 주겠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14. 1. 4. 07:54

2013년 마지막 날.

퇴근길에 지하철 역사내 서점에서 책을 한 권 샀다.

김연수의 새 소설집 <사월의 미, 칠월의 솔>

김연수란 작가는

샘을 낼 수조차 없게 만든다. 

이 사람 글은 읽을때마다 늘 그랬다.

정말 깊구나...

읽는 사람을 끝을 알 수 없는 깊이까지 끌고 들어간다.

때때로 나는 김연수의 짧은 문장 안에서도 길을 잃고 종일 헤매기도 한다.

11편의 단편을 하나하나 읽어가면서

나는 11명의 나를 만났다.

그 11명의 내가 나에게 말을 건다.

책을 읽는 건 외롭기때문이라는데

그렇다면 김연수는 2014년 냐의 새해를 조금 더 외롭게 만든 셈이다.

하지만 괜찮다.

김연수니까...,

김연수라면 나는 더 외로워진다고 해도 상관없다.

 

 벚꽃 새해 ‥‥‥창작과비평, 2013 여름
깊은 밤, 기린의 말 ‥‥‥문학의문학, 2010 가을
사월의 미, 칠월의 솔 ‥‥‥자음과모음, 2010 겨울
일기예보의 기법 ‥‥‥문학동네, 2010 겨울
주쌩뚜디피니를 듣던 터널의 밤 ‥‥‥세계의문학, 2012 봄
푸른색으로 우리가 쓸 수 있는 것 ‥‥‥문학과사회, 2012 여름
동욱 ‥‥‥실천문학, 2013 봄
우는 시늉을 하네 ‥‥‥문예중앙 2013 봄
파주로 ‥‥‥21세기문학, 2013 여름
인구가 나다 ‥‥‥현대문학, 2011 2월
산책하는 이들의 다섯 가지 즐거움 ‥‥‥자음과모음, 2008 가을

 

때로는 이런 잔잔한 글이

거대한 풍랑처럼 나를 덮쳐올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나는 기꺼이 서퍼가 된다.

그리고 그 파도가 나를 데리고 가는 곳으로 아낌없이 몸을 맡긴다.

내가 도착하는 곳은

현실일 수도, 환상일 수도, 악몽일 수도, 때로는 벼랑 끝일 수도 있다.

공통점은 하나다.

그곳이 어디든 나는 꿋꿋히 버텨낸다.

그래서 고맙다.

아직 내가 책을 통해 이곳 아닌 다른 곳으로 훌쩍 가버릴 수도 있다는 게.

버텨낼 수 있다는 게.

 

그래서 그냥 믿고 싶다.

김연수는 나를 위해 글을 쓴다고!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1. 3. 08:08

<베르테르>

일시 : 2013.12.03. ~ 2014.01.12.

장소 : 예술의 전당 CJ 토월극장

원작 : 괴테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극본 : 고선웅

연출 : 조광화

음악감독 : 구소영

출연 : 임태경, 엄기준 (베르테르) / 전미도, 이지혜 (롯데)

        이상현, 양준모 (알베르트) / 이승재, 최성원 (카인즈), 최나래 외

제작 : CJ E&M (주). 극단 갖가지

 

우여곡절 끝에 2014년 나의 첫번째 관람작 된 <베르테르>

2000년 초연때부터 2012년까지, 이 작품은 괴테의 원작 소설 그대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라는 제목으로 공연됐었다.

13년차의 이 작품은 2012년 유니버설 아트센터에서의 재앙에 가까운 이력만 빼면 흥행도 매번 나쁘지 않은 "꽤 괜찮은" 창작뮤지컬 중 하나다.

한때 남자배우들이 한번쯤 하고 싶은 배역에 손꼽혔던 베르테르.

그 "젊은 베르테르의 슬플"이 13년 만에 "베르테르"로 제목이 바뀐 건,

이번 공연에서 타이틀을 맡은 두 명의 남자배우가

한 명은 불혹을 넘겼고, 한 명은 불혹을 바라보고 있어서란다.

더이상 "젊지" 않아 차마 "젊은"이라는 단어를 차마 쓸 수 없어서 그냥 "베르테르"가 됐다는 우스개소리.

그런데 이 우스개 소리가 왜 이렇게 민망하게 느껴졌을까?

2012년의 재앙에 가까운 유니버셜 아트센터의 상흔이 꽤나 깊었던지

조광화 연출과 구소영 음악감독이 초연의 서정성을 최대한 구현하겠노라 공언했다.

그래서 믿었다.

결론부터 말하자!

초연의 서정성은... 구현되기는 했다.

단지 음악에서만,

무대와 의상, 조명은 중구난방이었고 오히려 너무 수다스러워져서 놀랐다.

시대배경이 뭉개진 것도 개인적으론 안타까웠다.

나는 예전에 느꼈던 베르테르의 고전적인 서정성을 다시 느끼고 싶었던건데...

아무래도 2004년 공연을 최고의 기억으로 남겨놔야 할 모양이다.

도대체 마지막 장면은 왜 그렇게 바꿔버린걸까?

베르테르에서 가장 깊은 여운을 남겼던 장면을 없애버린건 너무나 치명적이다.

총구를 머리에 겨낭한 베르테르와 점점 붉은 핏빛으로 변하는 하늘.

느닷없는 쓰러지는 해바라기이 내는 무더기의 소리에 화들짝 놀랐다.

있던 감성마저도 달아나겠다.

이건 확실히 엄청난 소음이자 충격이었다.

 

베르테르가 자신의 장례식으로 보이는 곳에 귀신(?)으로 등장하는 첫장면은

너무 귀기(鬼氣)가 흘러 청승맞았고

소복을 떠올리는 하얀 옷을 입은 사람들 무리도 개인적으론 참 싫었다.

그냥 소풍 장면으로 시작되는 예전 버전이 훨씬 좋았는데...

게다가 불혹을 넘긴 황태자 임태경에게 흰양복과 샛노란 조끼를 입히다니...

커다란 해바라기 그려진 노란 조끼는 어딘지 모르게 트롯트가수의 밤무대 의상을 떠올리게해 민망했다.

심각한 조증을 앓고 있는듯한 롯데는 1막 내내 구름 위를 떠있는 사람같았고

발하임 주민들의 정체도 참 모호했다.

그리고 그 나팔소리...

정적을 깨는 재앙이더라.

1막 후반부 카인즈가 베르테르에게 자신의 기쁨을 말하는 장면은

취객 3인으로 인해 난동부리는 왈패를 보는 느낌이었다.

무대는 크리스마스 카드에서 영감을 얻어서 만든건가?

예전에 쓰던 무대와 소품들이 새로운 무대와 서로 충돌하더라.

 

임태경 베르테르를 후반부에 본 건 확실히 현명한 선택이었다.

노래는 정말이지 아주 좋다.

그런데 공연 후반부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영혼없는 대사들을 하더라.

뮤지컬 연기 경력이 10년을 훌쩍 넘어서는데 참 신비스러울 정도로 연기에 발전이 없는 배우다.

가끔 뮤지컬계의 손지창이라는 생각도 든다. 

개인적으로 나, 임태경 무지 좋아한다.

그가 뮤지컬 배우 하기 훨씬 전부터 아주 좋아했었다.

그의 연주를 처음 들었을 때 받았던 충격.

그건 누구도 지금껏 해주지 못했던 깊은 위로였고 다독임이었다.

그 위로 때문에 터널 같은 시간을 버텨냈었다.

그래서 크로스오버 테너 시절의 그 연주를 이제는 좀처럼 들을 수 없다는 게 늘 안타깝다.

지금은 "불후의 명곡"으로 아이돌 못지 않은 스타가 되버렸지만...

임태경이 출연하는 공연장에서만 볼 수 있는 이색적인 풍경.

아줌마들이 사춘기 여고생처럼 눈에 핑크 하트를 그리고 앉아 계신다.

재미있는게 아니라 이거 직접 보고 있으면 정말 무섭다. 

임태경 이외의 다른 것은 아무 것도 보지 않기 때문에...

관크도 엄청나고 관람매너도 당황스러울 때가 많다.

그래서 가능하면 임태경 공연은 1층 관람은 피하는 편이다.

이지혜 롯데와눈 목소리톤과 발란스가 잘 맞았고

두사람 다 클래식한 느낌이라 전체적으로 괜찮았다.

이날 공연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배우는 알베르트 이상현.

캐릭터에 가장 잘 어울리는 배우였고 연기도 노래도 느낌도 아주 좋았다.

롯데와 함께 하는 장면들은

귀족적이면서도 다정하고 듬직한 알베르트의 모습 딱 그랬다.

아쉬움이 있다면

베르테르와 부딪치는 장면에서 좀 더 강하고 단호하게 표현했으면 하는 정도!

그래도 전체적으로 이상현의 표현은 아주 좋았다.

노래 정말 잘하더라.

듣기 참 좋았다.

 

엄기준 베르테르로 한 번 더 볼 생각인데 좀 걱정이 되긴 한다.

요즘 엄기준의 노래 실력이 워낙 좋아서!

엄기준의 절절한 연기와 임태경의 노래를 섞으면 최상의 베르테르가 탄생할텐데...

더불어 <베르테르>가 아닌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으로 다시 돌아오면 좋겠다.

고전적인 서정성이 그대로 살아있는 그런 작품으로 말이다.

특히 그 마지막 장면!

그것만은 제발... 되돌려주길...

 

Posted by Book끄-Book끄
카테고리 없음2014. 1. 2. 08:50

01. <아가> - 이문열

02. <라투아니아여인> - 이문열

03. <혜초 上,下> - 김탁환 

05. <파이브 데이즈> - 더글라스 케네디

06. <높고 푸른 사다리> - 공지영

07. <일요일의 철학> - 조경란 

08. <지나치게 사적인 그의 월요일> - 박지영  

09. <정조와 철인 정치의 시대 1,2> - 이덕일    

11. <사도세자가 꿈꾼 나라> - 이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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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권의 책을 읽고 18편의 공연을 봤다.

그리고 2013년 가장 마지막으로 한 일은 서점에 들러 책을 한 권 산 일.

김연수의 <사월의 미, 칠월의 솔>

기다렸던 책을 이제야 구입해 귀가하면서 나는 잠깐 행복했다.

행복이라니...

행. 복.

평생의 반쯤을 살고나니 이젠 "행복"이란 단어도 무던해졌다.

사람이 살아가는게 결코 행복을 위해서만은 아닐테니까.

살아내는 것 자체가 목적이고 이유일 수도 있다.

때로는 사랑 때문에 살기도 했고

때로는 나를 위해서,

때로는 부모님이나 다른 것들 때문에 살아내기도 했다.

그 시간들은 치열하기도 했고,

자포자기 하기도 했고, 

무색 무취 무미하기도 했고

헛개비처럼 어쩔 수 없기도 했다.

 

새해가 됐다고 일부러 새로운 계획을 세우거나 가슴벅찰 나이도 아니지만

너무 덤덤한 건 아닌가 싶어 무안하다.

뭘 하겠다는 계획은 없다.

성실하게, 치열하게 하루하루를 살겠다는 다짐도 없다.

굳이 찾자면,

떠날 준비!

이젠 그걸 위해 살아야겠다는 마음.

보는 것도, 읽는 것도 줄이고

이곳의 수다도 이젠 좀 줄여야겠다.

때로는 밀봉이 답일 수도 있다.

 

I said to my soul, be still, and wait without hope

For hope would be hope for yet wrong thing ; wait without love

For love would be love of the wrong thing ; there is yet faith

But the faith and the love and the hoe are all in the waiting

Wait without thought, for you are not ready for thought ;

So the darkness shall be the light, and the stilness the dancing

 

김연수의 글 속에서 만난 T.S 엘리엇의 <네 개의 사중주>가

2014년 첫 글로 내 속에 담겼다.

 

살자!

단지 그것뿐이다.

Posted by Book끄-Book끄